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 수의 탄생에서 카오스 이론까지, 20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수학의 역사
이언 스튜어트 지음, 노태복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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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수학사에 관해 읽고 조금이라도 기록해 둔 내용을 뒤져본다. 가장 최근 읽은 것은 클리퍼드 픽오버의 <수학의 파노라마>라는 책인데, 칼라 도판과 500쪽이라는 두께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연대순으로 기록된 이 책은 기원전 1억 5천만년전부터 시작된 수학의 기원부터 매 장마다 한 장씩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주요한 개념이 발견된 시점과 발견자의 이름과 개념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먼드 플러드의<위대한 수학자의 수학의 즐거움>도 1년 전에 읽었는데 인류를 빛낸 수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발견한 수학적 개념을 함께 엮었다. 물론 수학자들은 고대부터 시작하여 각 연대기별로 싣고 이쓰므로 수학적 개념들이 어떻게 발전되어 온 경로도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러 수학자들의 인생을 위주로 편집하였기에 각 수학자들과 수학적 개념들의  일화성 이야기들이 흥미로왔다. 수학사에 관련된 두 책 모두 흥미로왔으나 각기 장단점이 있었는데, 먼저 읽은 <위대한 수학자의 수학의 즐거움>은 수학자들의 일화를 위주로 소개하다 보니, 실제로 수학자들의 인생을 만들어 간 것이 수학이었기에 그들의 삶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수학적 개념들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달이 압축적이고 생략이 많아 알기 어려웠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그 다음에 읽은 <수학의 파노라마>는 인류의 발전순으로 연대기적이고 개념적인 설명이 좋았으나, 역시 수학은 그 수학적 근간을 이루는 디테일한 이해없이 개념만 이해한다는 것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 책은 두 채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었다.

 

이 책이 앞서 소개한 두 개의 책과 다른 점은 선별된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학이라는 광범위한 바다 위에서 단지 20개의 주제만을 찾아서 그것을 대상으로 수학사를 이야기하기란 어쩐지 조금 허술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주요 수학들은 이론적으로 어려워서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독자로서 내가 느끼기에 뉴턴 이전의 수학까지는 다소간 이해가 가능한 것 같다. 미적분도 간간히 이해가 가다 말다 하는데, 그 이후의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대칭, 리군과 리 대수 등의 대수학의 정교한 개념들, 고무판 기하학 등은 개념적으로도 수식으로도 읽기가 어려웠다. 책의 특징이 수학을 연대기순으로 일렬 종대한 것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묶은 것이다 보니, 아무리 난해한 개념이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설명을 읽고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 혹은 읽기는 가능하다.

 

이 책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를 쓴 이언 스튜어트는 수학 관련 대중, 혹은 전문인을 위한 교양서를 많이 집필하였고,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어서, 번역서도 7~8권 정도 나와있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위대한 수학문제들> <생명의 수학> <미로 속의 암소>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자연의 패턴> 등 모두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카트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읽으려고 했으나, 어려워보여 망설이고 있던 중 만난 책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앞서 읽은 두 개의 수학사 책과 비교해볼 때, 내용상으로는 수학적 개념이 충실하고 풍부한 책이면서도, 이언 스튜어트의 책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서적으로 보여진다.  우리말 제목은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인데, 원제는 <Taming The Infinite>로 번역되면서 마케팅을 대중적인 교양서로 바꾼듯한데, 원제만큼 뽀대나지는 않지만 적절한 제목이라 여겨진다.

 

 

교양인의 범위를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매우 교양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는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을 닳고 헤지도록 배우고 익히지만, 막상 졸업과 동시에 가장 찬밥이 되는 분야도 과학이나 수학이다. 그나마 과학은 실생활과 연게되고 이런 저런 이름으로 다큐나 박물관 등을 통해 접할 기회가 자주 있겠으나, 수학은 그렇지 못하다. 실용성과 관련해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단위의 산수만 할 줄 알아도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냐고 아이가 물어도 대답할 말은 궁색하다. 하지만 최초의 글자는 수를 표시하기 위한 기호체계였고, 그만큼 수의 원초적 성격은 필요에 의해 생겨났으며, 우리가 오늘날의 과학기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고, 화성 탐사를 할 수 있는 그 근원적인 체계가 수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교양인으로서의 수학은 단순히 그룹이 밥을 먹고 더치 페이를 위해 밥값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받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억울한 감이 있다. 수학은 우리의 실생활에 필요한 과학 기술의 핵심 이론과 개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잡한 수학이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수학의 탄생에 있어서 가장 첫 걸음은 수의 탄생이었다. 맨 처음 발견한 수학적 성취는 그것이 무엇이든 다음 단계의 수학을 가능하게 한다. 오래 전 선사시대 때 벽화를 기술 이륜 전차를 만들던 기술들과 문명이 시대를 거듭해가면서 사라지고 붕괴했지만, 수를 세고, 방정식을 계산하던 수학적 성취는 바빌로니아시대에 발견한 해법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영원성을 지닌다. 페러다임에 의존하는 과학과 달리 한 번 발견된 진리는 변함없이 영원하고, 굳건하게 자리잡은 진리는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져간다.

 

모든 문명은 수를 다루었고, 각기 다른 문명에서 다르게 발달했던 수의 체계, 즉 수를 나타내는 방법과 기호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쉽게 읽히는 부분이다. 지금처럼 십진법에 의해 어떤 수라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정착된 것은 고작 45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를 다루기 위해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기호는 1만년 전 서양에서 봤을 때 극동지방에 해당되는 곳에서 찰흙 물표를 사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발달하기 시작한 수학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활 깊숙히 파고 들었던 것 같다. 동시대에 살았던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의 기하학은 오늘날 초등 교과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유클리드는 <원론>이라는 총 13권짜리 수학책을 썼는데, 이 책은 공간 관계의  논리에 대한 종합 이론으로 성경 다음으로 많에 읽힌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문 번역서 Pdf 파일이 돌아다녔다. 우리는 종종 2천 여년 전에 만들어진 그림, 미술품, 유적들을 감상하기 위해 지구 반대쪽까지 날아가지만, 코앞에서 클릭 몇 번이면 당대에 쓰인 수학책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였다. 내가 놀란건 새삼 검색의 유용성이 아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그 고대의 책에 쓰여 있는 수학의 광범위한 내용이었다. 유클리드는 이전의 수학 자들과는 달리 '공리가 참이라고 주장만 하지 않았다 그는 증명을 내놓았다(p40). 유클리드를 비롯한 그리스 수학자들 인류에 두 가지 큰 기여를 했는데 그 첫번째는 기하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논리추론을 체계적으로 이용해 주장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쓰는 수학 기호는 어떻게 생성, 변화되어 온 것일까.  고대 수학이 아무리 찬란했고, 오늘날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때 쓰인 수학 공식(?)을 지금은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쓰고 있는 기호, +, -를 비롯한 각종 수학 기호는 수학의 역사상 비교적 최근인 15세기가 되어서부터야 기초적인 기호가 사용되었고. 16세기에 완성됐는데, 데카르트가 현재 쓰는 방법에 근사하게 제곱근을 미지수 x의 첨자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가우스가 이를 최종 완성했다. 

 

오늘날 찬란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로그와 삼각함수를 발명한 수학자들, 삼각함수표나 로그함수표를 만든 수학자들에게 우리가 진 빚에 의존한다. '레이저와 전자칩의 구현 기술은 고대와 인도 아랍의 수학자들을 매혹시켰던 삼각법의 직계 후손이다(118)'. '데카르트는 곡선이 특수한 기하학적 도구로 그려진다는 고대 그리스 관점에서 벗어나 임의의 대수공식의 시각적 측면이라 보았다((129)'

 

정수론은 등장 이후 줄곧 수학 자체의 내적 개념에 관한 학문이었다. 화학적으로 더 이상 나뉘어질 수 없는 물질의 입자인 원자인 것처럼 소수는 정수론의 원자다. 그렇기 때문에 정수론은 소수를 많이 다루는데, 소수로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은 모든 정수에서도 풀린다. 유클리드 원론 9권 명제 20을 예로 보면, 소수들은 소수들의 할당된 임의의 곱보다 많다. 즉 소수의 갯수는 무한하다. 이에 대한 증명은 이렇다. a, b, c... 등 임의의 목록 내의 모든 소수를 곱하여 1을 더하면 새로운 소수가 만들어진다. 디오판토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a의 제곱 더하기 b 제곱은 c의 제곱>의 모든 방정식 해를 찾아 냈다. 그 해법은 임의의 두 정수의 1. 제곱의 차 2. 곱의 두배 3.제곱의 합 이 세수는 언제나 피타고라스 삼각형을 이룬다. 페르마는 디오판토스 이후 1천년간 정체기에 있던 정수론을 발전시켰다.  페르마의 정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정리는 페르마의 작은 정리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만약 p가 임의의 소수이고 a가 임의의 정수이면 a^p - a는p의 배수다. 이것을 증명하는데 350년이 걸렸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n이 3 보다 크거나 같을때 a^n+b^n !=c^n 즉 'n지수의 거듭제곱 수는 같은 지수의  거듭제곱 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없다.'이다. 그가 증명했으나 종이의 여백이 충분치 않아 생략했다는 그 증명은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증명은 1994년에 앤드류 와일드가 내 놓았는데 그것은20세기에야 나타난 추상적인 고등수학을 이용하고 있어서 당시의 수학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1801년에 펴낸 가우스의  <산술 연구>는 모듈러스 개념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더욱 심오한 개념을 소개한다. 책에는 그렇게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 x로 나눈 나머지라고 알고 있는 그 수다. 그는 4k+1 형태의 소수들은 두 제곱수의 합이며 4k-1 형태의 소수는 그렇지 않다는 페르마의 주장을 확장했다. 

 

미적분은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독자적으로 발견했고 그 시기는 1680년경이다. 라이프니츠가 먼저 발표했으나, 뉴턴의 다른 저서를 본 사람과의 친분으로 라이프니츠가 표절했다는 뉴턴측의 주장과 관련한 흙탕물 싸움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를 계기로 영국은 대륙에게 수학과 과학의 선도적 위치를 건네주고 마는 계기가 된다. 어쨌거나 뉴턴의 정교한 미적분학 덕분으로 뉴턴 이후로는 '수학적 패턴이 지상 또는 천상에 있는 물체들의 운동, 공기와 물의 흐름, 열과 빛과 소리의 전달, 그리고 중력분 자연계의 모든 현상을 지배하게 되었다(162).  미적분은 순간적인 변화율의 수학이다. 기하학적으로 보자면 변화율은 값 x에서 f 그래프의 접선 기울기다. 라이프니츠는 한 곡선의 접선을 찾는 고전적인 문제를 연구하다가 접선 찾기란 사실상 넓이와 부피를 구하는 문제의 역임을 알아차렸다. 뉴튼의 프린키피아 속에 담긴 독창적 내용들은 뉴턴이 발명했지만 발표 하지 않은 미적분학 덕분이었다(179)

 

앞서, 이 책의 내용이 풍부하다고 말했는데, 수학을 개념적으로 어렴풋이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히 수식을 통해 확인시켜줌으로써 실제로 그 추상적 의미의 정교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점에서 또다른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혹은 국내 편집자)가 기대하는 만큼 교양을 갖추지 못한 독자에게는 그 수학적 정밀한 이해가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수학에 해당하는 고대의 수 체게와 중세까지의 부분 부분은 수식과 개념 모두 깔끔하게 이해되면서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근현대 수학의 개념은 난해하고 생소한 개념들도 많아 시간을 두고 더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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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 문학.신화.역사를 관통하는 조너선 실버타운의 실버과학에세이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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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화는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죽음은 다시 종의  운명과 개체의 유전자 전달이라는 범우주적인 통찰과 만나게 된다. 원제가 수명과 노화의 과학인데 비해 한국어 제목이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이라는 다소 시적이고 철학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수명과 노화를 매우 좁은 틀 안에서만 본다면 그저 한 사람 한사람이 노화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와 이를 극복하는 대중 의학 지침서를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책이 다루는 것은 인간의 노화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의 본질을 범우주적 생물의 생명 현상으로 이해하고 탐구한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개인의 수명과 노화의 차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하나의 생물학적 종으로서 식물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생물과 함께 범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여기에는 노화와 죽음과 생명과 번식에 따르는 각종 과학적 증거들 화학적, 물리적,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한 가설과 통계적으로 증명된 이론 등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우선 궁금한 것은 모든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인간은 얼마나 오래사는가 하는거다.  물론, 우리는 대략 우리가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안다.  인터넷을 두드리면 자신의 나이와 성별, 국가에 기반한 평균 기대 수명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파헤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170년전부터 인간은 이미 매 시간당 15분씩 수명을 연장시켜왔다. 수명 연장을 위한 의학적, 과학적, 기술적 성취는 눈부시다. 어떤 동물은 수백년을 살고, 어떤 동물들은 하루 이틀을 살기 위해 태어난다. 무엇이 생물체의 수명을 결정할까. 몸집이 큰 종은 오래 살고, 초파리처럼 작은 것들은 기껏해야 1주일을 산다. 이러한 법칙은 대략 들어맞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예외도 많다. 인간은 몸집 대비 다른 포유류에 비해 수명이 길다.

 

저자는 무엇이 동식물의 수명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답을 진화학적 측면에서 찾는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명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번식과 사망률이라는 변인이 함께 움직인다. 우선 번식의 경우를 살펴보자. 어느 생물체나 번식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때 어떤 생물은 일생에 한 번만 번식을 하고는 단회번식을 하고 다른 생물들은 평생을 두고 여러 차례 번식을 한다. 단회번식은 평생 단 한번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고 새끼를 낳는다. 그러고는 (아마도) 죽는 것이다. 다회번식은 두고두고 노쇠할 때까지 씨를 퍼뜨릴 수 있다. 무엇이 유리할까. 번식에 따르는 대가, 즉 죽음을 생각한다면 만일 외인성 사망률이 높은 종은 죽기 전에 얼렁 얼렁 애를 잔뜩 낳아야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평화로운 시기에 흥부처럼 열 형제를 주렁주렁 낳는 다회번식은 먹을 것이 충분히 주어지더라도 흥부의 처는 10번의 산고를 치르고 10번의 위험을 극복해야 한다. 단회번식이 매혹적인 이유는 생식을 단 한 차례만 집중하면 모든 생물이 치러야하는 번식의 궁극적 비용을 한번만 지불하면 된다. '다회번식이 단회번식을 이기려면 단회 번식 개체가 낳은 자식 수에 대한 다회 번식 개체가 낳은 자식 수의 비율에다 다회번식 부모가 번식 뒤에 살아남는 확률을 더한 숫자가 1보다 커야 한다.'  부모가 언제나 번식 뒤에 살아남는다는 가정 하에서만, 다회 번식이 단회번식을 이길 수 있다.

 

높은 외인성 사망률은 해당 종의 자연적 수명을 단축시킨다. 높은 사망률이 자연선택에 의해 수명이 짧은 개체를 더 잘 적응하게 한다고 풀이된다. 이러한 가설은 20세기 말, 50세대동안 관찰한 초파리를 통해 얻어냈다. 과학자들은 병 속의 초파리를 일주일에 두 번씩  1%만 남기고 도태시켰고 그 과정을 인간이라면 1천년이 소요되었을 50세대까지 계속했다. 50세대가 지난 후 이 살벌한 환경에서 적응한 초파리들의 수명을 100일동안 대조군과 비교 관찰했다. 결과는 약 7퍼센트의 평균 수명 단축 뿐만 아니라,  알 낳는 패턴의 변화를 불러왔다. 높은 외인성 사망률이라는 조건에서 초파리는 이른 시기에 알 개수가 절정에 달했던 것이다.

 

해파리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삶의 주기가 빨라졌음을 말한다. 한 때, 빠르게 살면 빨리 죽는다는 가설 속에서 심장박동을 비롯한 대사가 수명을 결정한다고 믿었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가설임이 통계를 통해 증명되었지만, 빠르게 산다는 것의 뜻을 삶의 주기로 바꾸면 말이 된다. 외부의 압력으로 자연적인 일찍 죽기에 생애의 아주 이른 시기에 빨리 많이 알(이건 새끼이건)을 많이 최대한 낳아야 했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것을 바꿔 말하면 느리게 살면 수명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물론 개체 단위에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성장해서 학교도 일찍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수명이 줄어들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오늘날 성인이 되어 합법적으로 결혼을 하고 자손을 낳을 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15세에 시집 장가를 가던 시기에 비해 수명은 엄청나게 늘어난 일은 최근 200년이 채 안되는 시기에 일어났던 변화이기에 직접적으로 진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 느린 삶의 주기를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 인간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한 개체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암, 프리래디컬, 텔로미어 등을 들 수 있다. 암은 다세포성으로 인한 위험이기에 모든 종이 걸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 종의 수명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개는 20퍼센트 , 흰돌고래는 18퍼센트가, 그리고 미국 인간은 25퍼센트가 암으로 죽는다. 마구잡이 세포 분열을 촉발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위협이 커지므로 몸집이 커지면 암의 유병률이 함께 비례해서 커져야 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반대로 개의 수명은 10년, 흰골도래는 40년, 인간은 약 80년이다. 리처드 피토는 대부분의 종은 노년에 암에 걸린다고 했다. 피토의 역설에 의하면, 장수하는 종이 단명하는 종보다 암에 대한 대비책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놀랍게도, 우리가 노쇠의 열쇠라고 알고 있는 텔로미어와 관계한다.

 

텔로미어로 곧 영원한 젊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꿈의 그 날이 가까와진듯 했던 것과는 달리, 이후 여러 연구에서 텔로미어는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수명을 결정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텔레미어가 짧아지는 '복제 노쇠는 젊을 때 암을 예방해주는 메카니즘이 만년의 일으키는 단점(p204)'이라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현상을 수리하는 텔로머레이스라는 효소가 체세포에 들어 있는 생쥐는 인체 세포보다 10배나 긴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다. 이제 역으로 그럼 인간은 왜 텔로머레이스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를 추론해볼 때,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적응이라는 가설이 나온다. 몸집이 커지면 암 위험이 커짐에 따라 이를 상쇄하기 위해 텔로머레이스 활동이 감소되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을 몇몇 설치류를 통해 관찰하였다. 실제로 포유류 내의 여러 종들을 비교해보았을 때,  텔로미어 길이가 수명과 반비례할 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오래 사는 포유류일수록 텔로비어가 짧다는 결과는 텔로미어의 진실을 말해준다.

 

프리래디컬의 경우, 산소혐오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우리 건강에 가장 큰 적으로 간주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건강식품점에서 노화를 억제한다고 주장하는 항산화 식품에 대한 어마어마한 연구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보조식품의 유익함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균형 잡힌 식단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으므로 자연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했고, 그러므로 보조식품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활성 산소가 대사에 있어 면역 체계와 성장과 발달과 같은 필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활성 산소가 잠재적으로 건강을 해롭게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한 손상은 생물학적 메카니즘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삶과 나의 죽음은 매우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수명을 인류의 한 종으로 보았을 때, 인류는 이미 수명의 최대치를 오래전에 달성하고도 170년전 이후, 매일 매일 시간당 15분씩의 수명 연장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언제 죽느냐 하는 것은 아주 오랜 선조로부터 삶의 속도에 의해 자연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음에도, 과학과 기술은 세분화된 메카니즘 속으로 현미경을 들이대 더 오래 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 죽는 것은 우주의 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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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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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떠나신 많은 책들 고맙습니다, 죽음과 대면한 후에 남기신 이 짧은 몇 개의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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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아름답다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지음, 방영호 옮김 / 생각과느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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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의 홍수가 이루어낸 거대한 대양에서 풍족한 지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쓰레기 더미에서 건초를 건져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듯,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들이 두뇌에 입력되면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종종 잊게 되는 것이다. 지식의 시각화는 지식을 아름답게 한다. 


미적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여야 한다.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지식이란 어떤 것일까. 책을 펼치면 아름답다는 말이 은유가 아님이 드러난다. 울굿 불굿 고운 색상과 상징적 지식이 압축된 형태의 기호에 담기고 통합되고 분류되어 연계된 정보와 매핑되고 말이나 텍스트가 되었을 때 지루하고 장황해졌을 뻔한 정보들이 강렬하게 시각화된다. 이렇게 해서 지식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진다. 꽃처럼, 나비처럼 생기있고 발랄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은유적인 아름다움도 역설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이 된 지식은 무한한 상상력과 해석이 가능하다. 상황을 가장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그래픽은 두뇌의 작용에 윤활류로 기능하지만, 어떠한 데이터들을 아이콘과 지도와 관계도의 형태로 꾸준히 시각화함으로써 어떤 지식이 다른 지식과의 연계성을 깨닫고, 그것들의 의미와 조화를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정보는 자기 조직화되고 세포처럼 증식하며, 경계와 한계를 가지고 지식체로 형성’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세계는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수십페이지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대신 이 책의 첫 도표를 읽으면 개별적인 이해에서 총체적이고 맥락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저자는 세상의 지식을 삶, 지성, 문화, 세상로 나누고 각각을 삶에 미디어, 건강, 음식, 교통을, 지성에 아이디어, 과학, 기술, 사상을, 문화에 사회, 대중, 역사, 금전을, 세상에 세계, 기업, 자연, 우주, 간단상식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세분화된 주제에 따른 지식들을 시각화였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시각화된 정보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역시 인포그래픽스로 보여준다. 아무리 두껍더라도 텍스트로된 백과사전으로는 얻을 수 없는 총체적인 지식을 가장 진보된 형태의, 아름답게 채색된 그림으로 감상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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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해서 산 것들이 사고 나서 일으키는 마음의 반전은 가끔은 쓸쓸하다. 그래서 안사려고, 독후감 대회서 받아 모은 적립금을 모두 없앴는데(물론 책을 사는 걸로), 산 것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어서, 다읽은 책들을 팔았다. 책 몇 권 팔았다고 해서 공간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대신 공간을 차지하지 않을 전자책 몇 권을 살 수 있는 예치금이 생겨서 다시 또 뿌듯해진다. 


몇일전부터 알라딘 들락거릴 때마다 이북 굿즈 앙콜전을 하기에 별로 갖고 싶은 것도 없고, 필요한 건 이미 구석에 처박혀져 있는 형편이었지만 자꾸 보니 뭔가를 사지 않으면 안될 거 같아서 이북을 뒤지다가 발견한 노다지다. 먼저 나온 10권만 하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권당 ebook 가격이 7천원에서 11,000원 선인데 10권 세트로 나왔다. 이런 세트들은 반짝 세일을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눈에 띌 때 구입하는 게 후회없다. 4만9천원인데, 매일 주는 적립금 2천원 적용하면 2천원 싸진다. 


세계문학 단편선 01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외 31편

<세계문학 단편선 02 윌리엄 포크너>
곰 외 11편

<세계문학 단편선 03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11편

<세계문학 단편선 04 대실 해밋>
중국 여인들의 죽음 외 8편

<세계문학 단편선 05 데이먼 러니언>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 외 24편

<세계문학 단편선 06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편

<세계문학 단편선 07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세계문학 단편선 08 오 헨리>
마지막 잎새 외 55편

<세계문학 단편선 09 기 드 모파상>
비곗덩어리 외 62편

<세계문학 단편선 10 대프니 듀 모리에>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내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해밍웨이, 토마스만, 오 헨리, 모파상 단편집과 많이 겹칠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세트가 전집인 경우가 많아서, 웬만한 단편집에서 빠진 소설들이 꽤 되는 것 같아서 그냥 샀다. 이 상품에 6월 굿즈도 적용가능하다. 쿠키트레이 선택했다. 네 개 다 가지고 싶은데, 앨리스랑 셜록이랑 둘 중 뭐할까 계속 고민하다가(책 살까말까 고민하는 시간보다, 선물 선택이 더 오래 걸림) 셜록으로 선택했다.


ebook 10년 대여  많이 업데이트되었는데, 처음 나왔을 때 사지 못하고 카트에 담아뒀던 거 몇 개 질렀다. 















종이책이나 이북 소장본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책 중 10년 대여로 풀린 책 중 추천할만한 책들도 골라봤다. 














금속의 세계사는 말 그대로 우리와 친숙한 금속이 세계사 속에서의 위치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아마도 내가 별 5개(혹은 4개- 4개 주었다면 농담이 안웃겨서) 준 책이다. 호메시스는 어떤 의사(한국 의사)가 자신은 믿지 않던 호메시스라는 개념의 (대체?)의학을 탐구하는 과정을 우리 몸의 작동과 건강과 관련해서 의사의 시선으로 쓴 책이다.  종이책으로 반 쯤 읽었는데 다 읽게 되면 아마도 별 5개 주게 될 거 같다.엑시덴탈 유니버스도 종이책으로 있는데 이원론을 주장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암튼 비추다(순전히 나의 식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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