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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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어두운 곳에서 멸시와 모욕을 당하며 일하는 사람의 직업을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창녀들일 것이다. 돈을 위해 육체적 욕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섹스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람들은 양심과 정의를 파는 부도덕한 일반 사람들의 무시와 천대의 두꺼운 장막 뒤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팔며 살아가던 나날들마저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이 되어 그리워하게 되는 더욱 참혹한 시간이 병든 노년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린다. 육중한 몸 속의 모든 장기들이 기능을 잃고 머리 속 뇌세포가 모두 뿌연 죽음으로 가득 차 과거와 현재를 구분할 수도 없을 때, 옷을 모두 벗고 추한 나체를 드러낸 채 부츠를 신고 레이스 달린 속옷을 스카프처럼 목에 감고 교태를 부리는 로자 아줌마의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소년은 열살(로 알고 있는)난 모모이다. 


도시의 가장 하층민으로서, 서로 다른 종교와 믿음을 가지고 프랑스인들과 유리된 채 가난한 유색인들이 섞여 살아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짜리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바로 그 왕년엔 창녀였던, 그리고 그 창녀였던 시절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빛났던 시간이 되어 버린, 로자 아줌마가 있다. 늙고 병들어버린 육체에 갇힌 로자 아줌마는 더 이상 팔아먹을 것이 없어, 창녀가 낳은 아이들을 맡아 기른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자신을 기르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날 충격을 받는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자기를 기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상심할 만큼 어린 소년은 로자아줌마와 깊은 밀착 관계에 놓여 있다. 창녀가 낳은 딸이지만, 아랍인이라는 사실에, 학교에 갈 수 없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모모의 교육을 맡게 되는 사람은 유태인인 로자 대신 아래층 카페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다.  학교에서 받는 교육 대신, 그가 자라면서 주워들인 환경이 그의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로자가 쓰는 유태인의 언어도 쓰고, 하밀 할아버지가 쓰는 자신의 아랍어도 배우고, 프랑스말도 할 줄 안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P13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과 조금은 다르다. 아이들이 자란 한정된 공간과 짧은 시간 동안 획득한 경험의 한계로는 어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아이들이 보고 알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과 사회의 잣대로 보는 세계와는 차이가 있다. 어린 모모의 눈에 창녀는 예쁘고 향기나는 존재며, 자신에게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엄마라는 그리운 존재다. 아이에게 창녀는 바로 로자 아줌마에게 돈을 보내는 사람들이며, 가끔씩 찾아와 아이들을 안고 입을 맞추고 데리고 나가 놀다 오는 부러운 존재다. 아이의 세계에는 로자 아줌마와 가난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조합해서 형성한 고유의 가치관이 있다. 아동보호법 같은 것으로 인해 창녀가 아이를 낳으면 양육권을 박탈하고 보육원 같은 곳으로 보내졌던 사회적 제도에 대한 적대적인 가치관은 로자 아줌마를 비롯하여 자기 아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창녀들의 세계가 그대로 아이에게 투영된 것일 것이다.  안락사에 대한 강한 지지와 병원의 치료에 대한 거부감,  창녀의 아이들이 보내진다는 빈민구제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아이에게 빈민구제소와 요양 병원이라는 기관은  로자가 죽으면 자신이 보내지게 될, 로자가 경험한 가장 비참한 아우슈비츠 같은 곳이다.


아이들 눈에 비친 세계가 우리 눈에 재조명되었을 때 때로 우리는 생각의 경로를 바꾸고 알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척박한 환경에 내몰린 아이들은 그 곳에서 적응한다. 매춘과 도둑질, 마약, 거짓말, 그런 것들을 일반인들이 악으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그들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매춘과 도둑질이 날 때부터 그저 생계 혹은 심심풀이나 주의 끌기의 한 방법일 때, 아이의 세계는 그것이 일상이 된다. 매춘과 도둑질과 거짓말마저 아이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해와 관용으로 읽어내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열 살짜리 어린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4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열 네 살이 된 것 일과 그 이유는 전체 스토리에서 매우 대단한 비밀이 드러나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존재와 태생에 얽힌 복잡한 출생의 비밀은 로자 아줌마와의 사랑 앞에서 아이에겐 거의 무의미한 것이 된다. 단지 열살에서 열네살로 뛰어넘는 경험을 할 뿐이다. 치매로 의식과 무의식을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씩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인지하는  로자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은 죽음이 아닌, 죽음의 연장이다. 치료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 치료에 의한 연명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로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지 못한 채 몇십 년이고 병실에 갇혀 고문받는 삶이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조차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죽을 권리를 갖지 못하고 처방전에 의해 온갖 학대를 받게 되었다고 믿게 만든다. 로자가 점점 죽음에 다가가고 혼수상태가 길어지자 아이는 이제 로자가 눈물 흘리는 것조차 살아있는 것에 대한 확인으로 기뻐하게 되는 처지가 된다.


잔인한 시간이 흐른다. 로자에겐 아우슈비츠의 망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지하 대피소가 있다. 그리고 삶의 어려운 순간에 종교처럼 위로를 주는 침대 밑 히틀러 사진이 있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힘든 시간이 찾아오면 히틀러의 시간들을 생각한다. 그 절대 절명의 끔찍한 기억은 현재의 끔찍함을 덜 끔찍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아이는 세 살 이후부터 자신이 본 세상을 고백하듯 이야기의 화자가 된다. 열 살의 나이로 오로지 자신이 의지할 단 한 명의 사람이 죽어가는 것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울까. 그러나 그가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로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병원으로 실려가고, 자신과 떨어져서, 고통을 당한 채 죽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지막의 선택은 가슴을 쿵 쿵 하며 여러 번 때린다. 충격적이고도 끔찍한 결말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묘사하다니.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의 필명이름이 만들어낸 로맹 가리의 스캔들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 그리고 가혹한 평단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으로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두번째 콩크루 상의 수상작가에 얽힌 이야기가 힘을 잃는다. 반 이상을 읽을 때까지도, 뭐 명성에 비해 그냥 조금은 뻔한 성장소설일 뿐이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덮고 난 후 한동안은 먹먹한 감동에 여운이 길다.  


사람은 사랑이 없어도 살 수 있나요?  하밀 할아버지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는 생을 떠났고, 그의 생은 남겨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로자 아줌마와 7층짜리 건물에서 로자의 죽음을 묵도하며 똥오줌을 치워주고 먹을것을 나눠주고 의사를 업어 올려가고, 의식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95킬로의 거구를 함께 들어 흔들던 세네갈, 알제리, 유태인과 아랍, 베트남인 사람들. 가족과도 같은, 아니 어쩌면 가족이라도 힘들만큼 그들을 서로 돕게 했던 끈끈한 연대의식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시간을 거꾸로 가면 자신의 과거와 만날 수 있듯, 이제 그 아이는 정규교육을 받고, 훔치지 않고도 먹고 입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겠지만, 아이의 각인된 사랑이 끝난 시점부터 남겨진 생 그 생경하게 펼쳐질 이제는 달라질 삶이 기기막힐 뿐이다. 하밀 할아버지의 말처럼 사랑이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순간부터 남아있는 생, 이제 시작일 뿐일 남아있는 생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스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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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07-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을 잘 읽었는데 독후감을 시작하기가 어렵네요. 서평 잘 봤습니다~

CREBBP 2015-07-21 17:51   좋아요 1 | URL
자꾸 쓰다 보면 늘더라구요. 처음부터 내용을 잘 정리하려 하지 마시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부터 공략하세요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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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사들의 <파수꾼> 판권 확보 경쟁과 선인세, 세계동시출간, 출간 전 치밀한 보안, 그리고 그에 잇따른 하퍼 리 여사의 출판 의지에 대한 관련 논란에 불붙은 와중 읽은 <앵무새죽이기>는 책의 내용보다 그 책이 영미권 문화에 미친 역사적 가치와 의의들을 먼저 생각하게 한다. '성서 다음으로'라는 수식어에는 많은 명사가 뒤따른다. 성서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최근 10~20년 사이에도 <앵무새죽이기>는 지역별 도서관과 학교 등지에서 가장 많이 추천되고 읽히는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꾸준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종문제가 의식의 뿌리까지 척결된 것은 아니지만,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정권을 잡은 오늘날 차별 문제를 바라볼 때 그 범위는 인종 뿐 아니라 ‘나와 다른 남’ 혹은 ‘소수’라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흑인을 짐승 취급하던 노예제에서 벗어난 지 반세기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흑인은 헌법에 명시된 ‘인간’으로의 존엄성과 가치를 부여받지 못했고, 법적으로 보호되지 못했던 1930년대 앨리버마 주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흑인 강간 사건이 이 소설의 표면적인 한 축이라면, 그 앞의 1부는 균질된 집단 내에서 미친 개 마냥 숱한 의혹과 두려움의 대상이 된 채, 음산하고 오래된 집에 갇힌 채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이를 바라보고 어린 소녀의 시각을 담는다.

 

그러기 전에 이 소설의 시점에 대해서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녀가 보고 경험한 1인칭 관찰자 시점이자, 성장 소설이다. 따라서 아이 스카웃의 행동은 매우 아이스럽다. 똑똑하고, 자기 할 말을 다 할 줄 알고, 떼로 친구를 패고 오빠와 싸우고 쫓아다니며, 말썽을 피우고 아빠에게 매달리는 아이다운 천진함과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이다. 그런 한편 그 아이를 기술하는 시점은 이제 다 자라 성인이 된 진 루이스로, 자신이 스카웃으로 불리던 그 아련한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는 지성과 판단력을 갖춘 성인의 시각에서 그 때의 일을 기술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우 철없고 단순하고 순진한 어린아이의 행동이 그대로 그려지면서도 문장이 어린아이들의 문법처럼 단순한 시점을 고수한 것이 아닌, 성인으로서의 통찰력과 어휘들이 문장 내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독자들을 끌고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시점 때문에 독자는 어린아이의 생생한 천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동화 같은 단순함이 아닌 현실적인 깊은 성찰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스카웃의 아버지는 과연 이 세상이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아이들을 민주적으로 대하고 세상의 편견과 맞선다. 흑인 강간범을 변호한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세상의 따가운 시선과 맞선다. 아버지는 사람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명사수였다는 사실을 숨기지만, 마을에 미친개가 돌아다니자 마을 보안관 대신 총을 쏘아 명중시킨다. 아버지는 앵무새는 쏘지 않지만, 미친개는 쏜다.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총구는 인간 미친개를 향한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온갖 차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죄 없는 톰 로빈슨을 변호하지만, 그는 이미 그것이 바위로 계란치기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까?

 

399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

 

작년에 읽은 <제르미날>에서도 노동자들의 그 아주 작은 바람을 실은 그들의 요구를 얻기 위한 투쟁은 실패한다. 주검 앞에 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상처와 패배를 그대로 안은 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참한 현실과 타협하고 되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숱한 실패의 부딪침들은 커다란 파동으로 울려나가 역사를 바꾸는데 기여했다. 비록 한차례의 감동적인 변론으로 평생동안 고착되어 온 배심원들의 편견의 벽을 허물수는 없었지만, 죄 없는 흑인 톰 로빈슨의 목숨을 구해내지는 못했지만, 그 오만한 의식 속에서도 그들은 안다. 미친개는 밥 유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아버지는 법정에서 졌지만 그 재판 과정의 불합리함을 모두 지켜본 관중들은 그들이 비록, 흑인을 경멸하고 침을 뱉는 백인들이라 하더라도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앵무새가 누구인지 확실해 보인다. 한 때의 비행으로 평생을 집안에 갇혀 살게 된 부 래들리, 그리고 어이 없이 강간죄를 덮어쓴 흑인 톰 로빈슨이다. 미친 개는 누구인가. 명사수 아버지가 쏜 미친개는 내세울 것이라고는 백인이라는 것밖에 없는, 한 선량한 인간에게 강간죄를 덮어씌우고 사형당하게 만들고도, 그를 변호했다는 이유로  그 아이들을 죽이려 했던,  배우지 못하고, 무식하고, 무능하고 가난하고 폭력적인 인간 쓰레기 밥 유얼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맞서야 할 편견에 대해 흑백의 노골적 편견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나와 다른 남'은 어린 소녀 스카웃이 매일 대하는 이웃들이다. 앞에서 앵무새라 생각했던 부 래들리는, 그 전 아이들을 구하기 전에는 이웃의 눈에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눈에 미친개였음에 틀림없다. 지금 당장은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 해도 끼치지 않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물릴 지 모를 미친 개. 또한 밥 유얼은 악의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그가 사는 환경 그 냄새나는 쓰레기 장 옆의 집과 땟국물의 아이들과 술주정과 배우지 못함으로 인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그 역시 멸시와 천대라는 총구에 타깃이 된 앵무새일 수도 있다. 메이콤의 대다수 사람들은 아주 아주 오랜동안 가문을 이어오면서 집단적 동질감을 형성하지만, 그들마저도 따로따로 남들과 구분되는 이해못할 구석을 갖는다. 선량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정의의 사도 변호사 아버지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지만 백인 우월집단의 그 단단한 편견의 눈으로 볼 때 그들 사회를 위협하는 미친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트리거가 되면 그 어떤 사람이 앵무새가 어떤 사람은 미친개가 된다. 마지막 장면, 아이들이 구출되고 부 래들리에게 법망을 우회하기 위해 침묵하기로, 위조하기로 결탁한 결론이 과연 해피앤딩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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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과대평가되었다고 할 때 애티커스라는 캐릭터가 `너무` 모범적이고 흑인들은 `소극적`으로 그려진다고 비난하는 것 같더군요. 사실 애티커스라는 인물은 있을 수 없는, 목숨의 위협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라 놀랍구요. 흑인도 백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고 인정하기 보다는 흑인은 사회의 약자이지만 법 앞에서만큼은 평등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톰을 변호했다고 봤어요. 좀 모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약자를 위해 나선다는 장치는 완벽한데도요.. 감동적이지만.. 밥 유얼이 흔히 말하는 화이트 트래쉬가 아니었다면 얘기는 또 달라졌겠죠? 그도 어찌보면 앵무새이고 체제변화(?)를 꾀한 애티커스도 메이콤 사회의 미친개다- 기네스님의 표현이 쏙쏙 들어오네요. 핀치가 노예주 집안인데 친척들과 다른 길을 가고,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주는 점도 깨쳤지만.. 소설에서 흑인 여성과 결혼한 농장주였던가요? 어떤 면에선 그 사람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부 래들리 관련 결론은 솔직히 해피엔딩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죠. 스카웃의 의젓함도 그렇고..

갱지 2015-07-21 07:49   좋아요 0 | URL
1960년대 나온 소설이고 작가는 그 시대의 미국 남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여성이며 평생 소설은 이 한 권만 썼다는 사실이 꽤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보편적인 정서가 있지만, 사실 미국이라는 거대하고도 특수한 나라의 이야기라는 것이 먼저겠죠.

에이바 2015-07-21 08:22   좋아요 0 | URL
네 그 부분은 저도 인지하고 있고요, 이 소설이 인종차별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로 이슈를 넓혔다는게 중요하죠. 출간 후 50년대부터 시작된 차별-인권운동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생각을 바꿨으니까요. 괜히 성서 다음으로 꼽히는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비판할 요소 역시 존재하니까요. 완벽한 작품이란 있을 수 없으니.. 하퍼 리가 여러 번 원고를 수정하고 공들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영화도 그렇고 저도 팬으로서 이 책이 명성만큼 대단하단 생각은 변함이 없답니다.

CREBBP 2015-07-21 12:26   좋아요 0 | URL
아 과대평가되었다는 말이 있었군요. 저도 말씀하신 그 부분, 즉 선과 악을 너무 인위적으로 가른 것과, 또 화이트 트레쉬들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애티커스의 `감동적 변론`에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별 네개를 고려하고 망설였었어요. 제가 나름, 과대평가되거나 과대 이슈된 것들은 제가 주는 평균별점의 조정을 위해서라도 원가치보다 깎는 신념(?)이 있거든요. 그래도 그런 것들마저 치밀하게 고려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별점을 깎고 싶은 사람들은 그 곳(미국) 독자들의 얕은 감성으로 읽어냈을 흑백의 마인드와 아직까지도 흑인과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과 뼛속깊은 화이트 우월의식이죠.

에이바 2015-07-2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늦었죠. 특수한 나라의 이야기라는 말씀에 힘이 빠져서.. 과대평가되었다는 건 조금 심한 말이다 싶고 부풀려졌다 정도로 생각해요. 신화가 되었으니까요. 비판할 점으로는 애티커스란 인물의 수동성입니다. 판사의 지명으로 톰을 변호한 건데, 지원한 게 아니란 거죠. (지명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졌으리라 생각해요. 애티커스의 반응도 왜 날? 이니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도 새고, 확 늙는 걸 보면 본인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고 결국 법에 입각한 정의에 기대어 변론을 펼치기로 했다- 결과를 보면 이 정도 짐작하고요. 아이들이 우리 아빠는 정의롭다, 고 여기는 것도 `니 아빠는 달라` 같은 주변인의 대화나 말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화자가 어린아이다 보니, 독자의 시야도 좁아지는데요. 애티커스는 `깜둥이애인`이라지만, 흑인을 위한 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의회활동을 하면서 흑인을 만난다? 시대와 공간(미국 남부)상 거의 불가능하다 보고요. 남는 건 허드렛일을 하는 인부나 가정부 캘퍼니아 정도인데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캘퍼니아는 백인/흑인 사회에 따라 말씨도 다르게 할 정도로 철저하단 말이죠. 소도시이고, 지역 유지 출신이다보니 애티커스가 마을 사람들을 모를 리는 없지요. 나이도 있고.. 톰에 대한 측은함과 화이트 트래쉬 유얼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유얼이라는 악역을 정해서인지 대척점에 있는 톰의 역할은 순박한 흑인 역에 그칩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소모적인, 한계가 있는 캐릭터예요. 결국 흑백차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철저하게 백인 사회에서 자란 백인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본 이야기란 거죠.. 점수를 줄 수 있는 건, 60년대 인권운동이 활발했잖아요? 그 시기에 맞추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방금 얘기한 한계- 백인의 시선은 다시 말하면, 충격은 줄지언정 거부감은 확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여겨지고요. 어떤 면에서는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작품이 신화가 되었는데 굳이 후속작을 발표하여 신화를 깰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파수꾼은 아직 안 읽었어요.. 어제 북토크 했다던데 후기 보고 결정하려고요.

CREBBP 2015-07-28 20:31   좋아요 0 | URL
애티커스의 수동성에 대해서. 좋은 지적이시네요. 저도 그 부분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었던 거였나 아니면 누가 시킨 거였나. 그런데 사실 그런 마음의 소유자였기에 판사도 그에게 맡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또 아이가 아빠에 대한 무한신뢰와 정의라는 가치관을 심게 된 점이 파수꾼에서 (저는 아직 안읽어봤지만 풍문으로) 아이가 아버지에게 실망하는 과정과 연결시킬 때, 아이다움의 설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살짝 들고요. 아빠가 멋있는거죠. 여자아이는 더욱 더 아빠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되어 있는데, 게다다가 또 그렇게 정의의 편에 서 있으니까, 거의 정의의 신같은 존재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파수꾼> 에서 그 이면의 실체를 보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먼저 파수꾼을 주문했다는(예스에서 이벤트 했는데 떨어졌..).

그리고 이 소설이 백인의 시각에서 본 점이라는 것은 사실 저 역시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조금은 빼딱하게 바라봤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종을 단순히 흑백으로 나눈다면 인종의 흑백 역사에서 백은 악의 상징이죠. 그 악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구세주가 되었으니 서구적인 시각, 백인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제가 좀 놀랐던 게 아직까지 이 책이 널리 권장도서로 읽히고 그토록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터치되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특수성 아직도 별로 변한 게 없는 백인우월의식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토크도 했군요. 저도 찾아봐야징요.
 
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 -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로버트 라이시는 이 책을 한국어판을 내면서 라는 서문에서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추측을 한다. 무엇이 다르지 않다는 건가. 그토록 자만심에 빠져 함부로 죽이고 노예를 만들던 서구인들의 그 알량한 '선진' 문명이니 문화니 제도니 하는 것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여전히 우리의 머리 속엔 서구 지배적인 가치관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 그것은 부의 불평등이다. 그들을 쫓고 쫓고 또 쫓아 헉헉대며 이제 가까이 왔다 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만난건 '소수가 몽땅 차지하는 부'라는 글로벌한 현상이다.


이 책은 부자들이 어떻게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지 얼마나 소수의 부자들이 얼마나 거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부의 편중이 대다수의 국민들을 삶을 어떻게 서서히 변화시켜 왔으며 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미국 사회의 얘기다. 우리나라 일도 아닌데 뭐 읽을 필요가 있나. 한극 사회도 다르지 않다는 원저자의 말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부의 편중의 심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부자들의 전횡이 미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 오죽하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그리고 또 그 전에 '우리가 선거로 뽑은' 관료들은 최근  미국이 지나갔던 궤적들을 따라 끊임없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부는 극소수의 일부에게 쏠릴 뿐아니라 왕계사회처럼 핏줄단위로 재결합되고 상속되고  결속되고 상속되어 이미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생각할 때, 상대작으로 투명성을 가진 그들의 정보가 생성하는 사회적 현상들을 주목해서, 구체적인 자료를 들여다 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책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제 부는 20프로의 일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1프로의 소수에 의해 독점된다. 그것을 대다수는 잘 알고 있는 줄 알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멀었다. 아직 모른다. 자본이 어떤 식으로 정치권력을 획득하여, 다시 부의 재생산에 기여하게 되는지와 같은 순환 메카니즘과 또 어떤식의 자본이 누구에게로 어떻게 유입되고 있는 것을 똑바로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똑같은 식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겠다. 


부가 한쪽이 몰려 있으면 경제가 흔들린다. 소비의 위축은 부자들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러나 그 부자들은 위축된 소비에 대한 자신들의 탐욕을 연결시키지 않는 대신, 돈으로 권력을 사고, 그 권력으로 규제 타파와 부자 감세와 같은 정책을 사고,  납세자의 돈을 끌어와 다시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2008년 들어 미국 경제가 망가지고 회복하느라 지금껏 허우적거리는 진짜 원인은 근로자가 곧 소비자라는 기본 합의가 깨졌기 때문이다 68



소수의 소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는 벼락경기와 불경기를 유발하기 쉽상이다. 부유층은 자신의 자산 가치가 오를 때에는 돈을 물쓰듯 하고 투기를 하지만, 자산 가차가 폭락할 때에는 돈을 거둬들인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72


공화당은 기업에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고 정부의 범위와 규모를 줄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번영은 국민 대부분이 번영과 분리되어 있다 79


과도한 탐욕이 문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을 뺀다면 무엇인 않겠는가. 문제는 월스트리트가 과도하게 영향력을 휘두르는 것이다..의회를 움직이는 핵심인물은 정치자금을 제공한다 93


월스트리트가 기울이는 정치적 노력은 대개 밖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마치 거대한 지하 배수로처럼 워싱턴 밑바닥을 흐르는 규제 과정과 법적 절차의 범위 안에서 영향을 미친다.94



다수의 미국인은 월스트리트 입김 한 방에 경제 체제가 조작 되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가 미국에 몰고온 냉소주의 불길한 바람이 월스트리트의 불리한 방향으로 불었다. 그 책임은 월스트리트의 있다 95


실업률에는 임금 감소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직 의욕을 잃은 사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 점점 늘어나는 계약직 근로자들, 임시직 근로자들, 직장에 전혀 안정되지 않아 직장을 줄곧 옮겨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96



1920년대 월스트리트는 족쇄가 풀려 있어 부자는 훨씬 부유해진 받면... 나라는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빗장을 걸어 잠궜다.. 역행 주의자들은 부페가 정화되어 사라질때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경제 침체를 다루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1920 년대의 고전 경제학을 부활시키고 싶어한다103



미국 경제는 소수의 1퍼센트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까지 밀어부쳤다. 이 일이 계속되면 대공황보다도 더 끔찍한 불황의 늪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다릴 것은 뻔하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기 전에, 현상을 자각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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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19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이 발등에 불 떨어지자 소액주주 끌어모으려는 Tv 광고 해대는 거 보고 와, (언제나 변함없이) 이 나라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싶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얼마나 뻔뻔하며 얼마나 사람을 바보로 아는가. 그걸 보고 애국심 발동할 사람이 분명 있겠죠;

직시해야 할 게 이젠 부자들의 돈이 국내 경제의 수돗물로 돌지 않는다는 것.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 해외자본으로 계속 나가며 주식 등의 자본으로 바뀌죠. 이 판국에 광복 특사로 경제 재벌 사면? 어떻게 해야 도둑질 잘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 이 나라 경제를 살린다? 그런 환상을 깨려면 법인세, 부자 소득세 짱짱 때리면 확실하죠. 역시 여기서도 여당은 그런 세금 올리면 경제 무너진다 또 헛소리...

이번에 드러난 방산 관련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 돈은 수 조에 달하는데....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기득권 위치의 사람들이 잘 하길 바랄 게 아니라 철저한 제재입니다.

말할수록 화가 나서 좀 격앙된 말투였습니다;
이번 국정원 감찰 문제는 우연히 터져 나왔지만 그것이 또 다른 무언가를 덮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모두 정신차리고 봐야겠죠...

CREBBP 2015-07-19 22:03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쓰려니 막 흥분돼서.. 서둘러 마무리했어요.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들이 원하는게 탐욕이고 경제살리기가 우선이라면 그걸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냅둬야 한다는 거지요. 냅둔다는 건 이미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정책적인 문제로 인해 빼앗기지 않게, 또수요는 생각도 않고 부동산 경제 살린다고 빚내서 집사게 부축이고 그거 깔고 앉았다가 또 어느 순간 폭싹 내려 앉으면 집팔나도 오도 가도 못하면서 빚은 빚대로 남아있는 거지 신세로 만들지 말게 하자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보다 더 심하지만 미국의 경우도 중산층의 실질임금은 지난 30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실업률은 겨우 통계치를 맞추기 위해 그럭저럭 숫자를 유지하지만 제대로 들어다다보면 취업포기자와 불안정한 직업군이 대다수여서 소비를 이끌너낼 수 없다는거죠. 탐욕스런 경제가 목적이라면 그 탐욕이 활동할 수 있는 수요층을 만들어야 되는데 돈은 지들니 다 걷어가고. 그들이 아무리 수요를 만들어낸다 한들 새발의 피라는 거죠. 대통령이 읽어보고 야당이 읽어보고 삼성가의 똥꾸녕을 핥아대는 정택입안자들 결정권자들이 읽어보고 해야 한다는 생각. 화나는 사람끼리 읽고 화 내봤자 변화가 어떻게 올까.. 이베 와 혁명을 할 것도 아니고 선거철 빤한 지역감정 니슈 판치겠고.. 살기 싫어지는 거죠. 현실도피적으로 책을 읽지만 늘 만나는 건 현실..
 
과학 수다 1 : 뇌 과학에서 암흑 에너지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8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1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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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즐겁다. 수다는 정의상 말이 많아지는 상태다. 말이 많아지는 건,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어떤 주제에 대해 만났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생각의 교환이 더욱 생각을 확장시켜주고 지평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음악 애호가들이 만나면 음악 얘기가 즐겁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요리 이야기가 즐겁고, 캠핑매니아들이 만나면 캠핑 얘기가 즐겁다. 과학자들끼리 만나서 나누는 과학 이야기도 즐거워보였다.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21세기에서 가장 뜨거운 과학적 이슈들을 나눌 수 있는 기반 지식이 확보된 과학자들끼리의 수다라는 자리가 그리 흔치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종 새벽까지 이어지는 유쾌한 과학자들의 수다를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프레시안>에 이들의 수다를 기획 연재되고 사이언스북스에서 출판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아직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때로 아직 발견 단계에 있고 때로 그 정체를 확실히 증명할 수도 없는 최첨단 이슈들은 우리가 오래전에 학교에서 접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또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광풍같은 사건을 몰고 왔던 것들도 있다. 1부와 2부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주제는 암흑에너지, 근지구 천체, 뇌과학, 양자역학, 줄기세포, 힉스 입자, 핵에너지, 3D 프린트의 8개 주제로 분리되어 있고, 각 주제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와 김상욱 물리학 박사, 이명헌 천문학 박사,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함께 했다. 개스트 한 명과 세 명의 진행자로 이루어진 구성으로, 잘 기획된 질문과 수다에 가까운 토론들이 과학계의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존재에 대한 수다를 함께 한 황재찬 박사는 우리가 가장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과학의 배후에 어떤 '신념'이 항상 존재함을 강조한다. 결국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속에서만이 어떤 과학이라는 것이 성립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 대부분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와 여전히 정체 파악이 안된 암흑 물질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에 대한 수다가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이런 엄청난 가정을 해놓고도 개의치 않아요. 왜냐면 이미 대다수 과학자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중력의 존재는 일정의 신념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은하 규모의 우주에서 중력 이론이 맞는지 검증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은 일종이 믿음의 산물 입니다. 중력은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런 믿음이요 p30


어쩌면 우주론을 둘러싼 상황이 그런 과학 혁명을 앞둔 정상과학의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정상과학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지요. 왜냐하면 가장 잘 만들어 놓았다는 우주 모형의 구성 요소 중에서 99.5%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게 정상과학이에요. 관점을 바꿔보면 현재 우주론의 엄청난 균열이 보이는 겁니다.35


양자역학은 말 자체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지는 분야지만, 최근에 두서 없이 읽은 몇몇 관련 책자에서 본 여전히 이해불가인 용어들을 환기하며 읽었다. 양자 역학의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비유가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탄생한 이유이다. 김상욱 박사가 설명한 얽힘 현상은 빨간 볼펜과 파란 볼펜 으로 비유하는데 상자 안에 두 볼펜은 아직 색깔이 없고 상자를 열어야만 색깔을 갖게 된다. 하나가 빨간펜이 되면 나머지 하나는 파란 팬이 되어야 하는 관계로 얽혀 있어 두 볼펜 중 하나를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지고 가서 상자를 열었을 때 빨간펜이 된다면 지구에 남아있는 팬은 그 순간 파란 펜이 된다. 그래서 230만 광년 떨어져 있는 두 곳의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볼펜이 빨간색이 되는 순간 지구에 있는 펜은 파란색이 되기 때문이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지만 이 얽힘 현상에 의하면 230만 광년 떨어져 있는 두 곳의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한 것이 있는 건지, 상대성 이론을 수정 해야 하는 건지 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 수 있다는 거다. 스팀 현상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류의 비유로 설명한다. 고전적 세계에서는 특정 행위가 물리적 속성을 바꾸는 일은 발생 하지 않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질량측정이 형태 확률에 영향을 끼치고 두 입자가 텔레파시라도 주고 받는 것처럼 얽힘 현상을 갖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양자 전송 실험에 성공을 했는데, 1997 년에는 처음 다른 곳으로 전송했고  2007년에는 그 거리가 144 km로 멀어졌으며  한 때는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서 획기적인 암호체계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10^-17초 음악 정확도를 가진 시계를 만들어내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얽힘 현상에 대한  획기적인 실험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와인랜드는 이렇게 정밀한 시계를 만듦으로써 이 시계가 지면에서 30cm 높이로 올라갔을 때 30cm 중력 만큼 시계가 영향을 받아 시간이 좀 더 빨리 간 것을 확인함으로써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수 있었다(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이 회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


여기서 권하는 책들 몇 개를 메모했다. 

- 양자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막스 플랑크의 삶을 다룬 <막스 플랑크 평전> 독일 과학 저술가 에른스트 핏 페터 피셔 지음.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 

-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삶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 에서 최초 제보자 닥터 k로 알려진 류영준 교수 가 함께하는 수다가 흥미롭다. 최근 네이처에 닥터K 라는 필명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와 한국 내 과학기자들의 현주소와 같은 내용도 다루어진다. 어쨌든 류교수는 PD수첩  일로 고생을 많이 하다가 다행히도, 지금은 강원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로 일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조직을 배신자 로서 폐쇄적인 의학계 내 발을 딛는다는 것이 힘들었음을 털어놓는다.


내용은,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PD수첩의 황우석 조작 보도 이후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줄기 세포 연구의 선두를 달리다가 급하락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 이후 배아연구 규제는 더욱 약하되었다는 사실을 짚고, 그에 따라 차병원에서 복제배아 800개의 사용허락을 받았으나 모두 실패, 황우석의 조작된 난자의 수까지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자를 사용했으면서도 복제배아에 실패한 이유를 여러 면에서 분석하였다. 여기서 차병원이 800개의 난자를 이용하고도 결국 실패하고 최근 미국의 메탈리포프에게 최초의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 추출 성공을 빼앗긴 이유로 '신선한 난자' 타령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 '신선한 난자'의 기준이 무엇이냐, 그것은 젊은 여성에서 바로 기증받은 난자 과배란제 투여 체취한 것으로 사실상 난자는 매우 민감해서, 냉동하거나 공기중에 매우 취약하므로 그 말은 사실이다, 그러면 메탈리포프는 어떻게 했느냐, 신문에 광고를 내서 380~800만원 선에 난자를 사실상 매매했으며 그 역시 윤리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등등의 수다가 이어졌다. 참고로 차병원에서 복제 배아를 위해 사용한 난자 800개는 대부분 냉동난자. 혹은 수정후 잔여 난자로 복제 실패의 원인은 신선한 난자가 아니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은 국경의 법적 규제 차이와 국제적 난자 매매로 루마니아 같은 곳의 20대 젊은 여성들은 실제로 생계형 난자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황우석 때도 지적되었던 바와 같이 과배란투여제와 같은 약물의 사용이 전제된다는 사실은 과학과 윤리의 시소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힉스 입자는 강남거리에 나타난 싸이 갑자기 나타난 싸이에 비교된다. 월드 스타 싸이의 갑작스런 출현은 강남 거리의 균일한 대칭성을 깨고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의 역할처럼 대칭을 깨고 질량을 생성한다. 이종필박사는 최고의 과학자도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경망을 바꿔 생각을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데,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면서, 그것은 불가능 하다,  우리가 인문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100년 전에 확인된 원자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같은 기초과학 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근데 과학 혁명 이후 수백년간 축적해온 인류가, 과학 교양을 초등학생 정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짧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힉스 입자에 대한 이명현의 추천서적으로 이강영 박사의 <보이지 않는 세계>(2012,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나누어 다루고 힉스 입자가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이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함)와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그리고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2014) 세 개를  꼽았다. 


핵발전소 문제는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긍정적 단어로 변환된 잘못된 말을 쓰지 말고 단어에서도 그디로 드러나는 그 부정적인 의미를 그대로 발전소 자체가 가지는 핵발전소라는 말을 쓸 것과, 가장 문제가 되는 핵 폐기물의 처리 문제,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된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한 핵발전소, 현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재처리 관련 이슈들을, 핵발전의 원리와 함께 보여준다. 핵발전소는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알고 보니 올드기술이다. 


10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할 위험한 쓰레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우리가 용인 해야하는지(p210)


핵 발전소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배출한 방사성폐기물 과연 우리가 앞으로 백년이 백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할 들면 아득해집 집니다 p212


핵 발전소를 오후 하는 이들이 가장 큰 우리는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 해도 분명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방사성폐기물은 그 대표적인 예죠 216



추천도서 <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11


뇌과학 관련 추천 서적 : 마이클 가자니가, 뇌과학의 구루, <왜 인간인가> (박인균 옮김 추수 밭 2009), < 내일로부터의 자유> (박인균 옮김 추수 밭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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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07-18 23:04   좋아요 0 | URL
저도 학교때 안한 공부를 다 늙어서 하는 재미가.. 아마도 그땐 개념을 이해할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라스콜린 2015-07-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열심히 읽고 쓰신게 보이네요 리뷰만읽고도 많이 도움되네요 덕분에 이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자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CREBBP 2015-07-18 23:51   좋아요 1 | URL
대담 형식이라 궁금한 게 있으면 서로들 묻고 대답하니까 어려운 내용도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더군요. 감사합니다

에이바 2015-07-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초과학 결핍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다는 말이 확 와 닿네요. 양자역학 암흑물질 힉스입자와 줄기세포까지 많은 주제를 명료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서까지.. 배아줄기세포 관련한 윤리문제는 성공이든 실패든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일텐데요. 당시 황박사 연구에 `제공된` 난자 채취 방법과 여성연구원들에게 강요되었다는게 밝혀져 더 놀랐던 기억이 나요..

CREBBP 2015-07-19 22:06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좋네요. 과학계의 이슈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전문가들의 수다빨로 얘기가 이어지니까 재미있는 방향으로 얘기가 자주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런 포맷 정말 좋아요.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고.. 또 질문이 빤하고 빈부한 내용이 아니라 주제에 대해 가장 궁금한 내용들 가장 이슈있는 내용들이라서요. 신선한 난자 얘기할 때 진짜 웃겼죠. 그게 정체가 뭐냐 그러고 또 답하고.. 지금 2편 읽는 중
 
생각수업 -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질문
박웅현 외 지음, 마이크임팩트 기획 / 알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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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휴가때 가져가서 읽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비교적 재미있게 읽은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 딱히 생각나는 강력한 한 방이 없다. 주제 자체가 조금은 일반적이면서도 모호한 것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매우 큰 강당에 대규모의 학생 및 청년들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멘토로서 또 논객으로서 주가가 높고 저서를 많이 펴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맡았다. 말로 전하는 담았기에 강연체다. 강연체는 가독성이 좋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듣기는 읽기보다 더 집중력응 요구하는 것 같다. 듣기 중에는 순간적으로 백일몽 모드가 조금이라도 우세해지면 방금 말한 부분을 놓치고 또 놓친 부분에 미련을 두다보면 계속되는 그 다음 부분을 놓친다. 반면 읽기로 받아들이는 책은 아는 부분은 빠르게 읽어 나가는 대신 이해에 시간이 걸리는 부분은 이해될때까지 반복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책의 그런 특징 때문에 일반적으로 문어체는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은 애초에 원고가 읽기가 아닌 듣기를 위해 배려된 부분이 많아서 읽기도 쉬워진다.


여러 사람의 강연을 모아 놓은 책이나 강연 자체를 보면 강연진들의 명성을 보지 않을 수 없는데, 대중적인 지지도와 말빨 글빨 등에서 국내 최고라 손꼽아도 될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는 화려한 강연진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이 책의 두번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연사들의 이름을 보면 책(강연)이 커버하는 분야를 추측할 수 있다. 진중권, 박웅현, 고미숙, 장대익,장하성,데니스 홍, 여기까지가 아는 저자이고, 조한혜정, 이명헌, 안병옥은 내게는 생소한 연사들이다. 예술 인문 동양철학 과학 경제 정치 환경 등 광범위에 걸쳐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강의를 주최한 마이크로임팩트를 찾아보니 다양한 종류의 오프라인 강연을 기획 판매하는 회사다. 여기서 Grand master class : big question - 생각수업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5시간에 걸친 컨퍼런스를 열었다. 주제 자체는 막연하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라는 구성만으로도 막연할 수 있는데 생각 수업이라니. 

여러 연사들이 청춘들에게 전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결국 의심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소리다. 그동안 우리는 생각할 여유를 충분히 가지지 않았으며 세상을 향해 질문함으로써 생각하는 법을 훈련받자는 것이다. 어쨌거나 각기 다른 연사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참고 삼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박웅현은 생각하기 위해 질문할 것을 권한다. 질문은 이 세상 모든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그 권위에 동의할 수 없다면 굴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진중권은 사회 정치적 제도 내에서 나의 위치를 따져보고 그것이 힙리적으로 젊은 청춘으로서의 개인인 내가 이길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게임인지 알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을 매우 설득력있게 강조한다. 

장대익의 눈동자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간과 고릴라의 차이잠 중 하나가 공막sclera의 유무인데 그것은 인간에게 있는 흰자 부분이다. 침팬지의 눈은 흰자가 없이 눈 전체가 검은 눈동자로 덮혀있는데 비해 인간은 하얀 공막이 눈동자에 드러나 있어 그것으로 눈동자의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공막의 존재는 눈동자의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인간의 협동에 기초가 된다는 가설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성은 강연 요청에 대부분 거절하는데 그 이 강연만큼은 20대와 30대가 주로 대상이라 수락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잘못된 한국형 자본주의의 속성 특히 기업으로만 흐르는 부와 불균등한 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보여주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유행했던 위로와 힐링에 기대는 대신 저항하고 요구하고 질문하여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갈 것을 촉구한다. 어떻게? 그의 청중 20대와 30대. 그리고 독자와 청중들 자신의 계층에 투표함으로써 말이다. 이 명쾌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정보도 유익했고 짧은 강연에 많은 내용을 압축 전달하는 힘이 과연 강연으로는 만나기 힘든 명사 다눈 내용의 연설이었다. 

로봇 골학자 데니수 홍은 본인의 성취를 바탕으로 창의력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주 내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가 생각하는 창의력은 기존에 있던 것들 가운데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연결시키고 새로운 것울 조합해내는 능력이고, 그 연결을 위해서는 기억들이 많아야 하는데 일상 속 경험과 소통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연습을 평소에 할 것을 권한더. 짧은 순간 번개처럼 번쩍이며 지나가는 아이디어는 휘발되고 나면 영원히 떠나고 말 지도 모르므로 메모 습관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그야말로 자기 계발의 기본 또한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데. 메모..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항상 실천이 어려운 순간에 뭔가가 떠로르니 말이다.본인의 경우 자다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를 경우를 대비해 노트를 침대 바로 옆에 두고 잔다고. 노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계속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믄 게으름이 문제인걸..

유명한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서 뭔가 더 새로운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본문에서도 썼지만 20대와 30대초반의 아직 삶이 궤도 밖에 있다는 느낌이 불안을 지배하고 영단어를 와우면서 스펙 쌓기에 녹초가 된 청춘들, 그리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으며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느낌표 보다는 의문 부호가 뒤따르는 시기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던지는 물음표와 느낌표다. 한 발 물러가 삶 속에서 나를 향해 세상을 향해 안팎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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