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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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때로 책 속의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들면 머리 속에서는 그 곳 세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희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 속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짜릿한 모헙과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배경 속에서 가슴 설렌 사랑을 하고, 온갖 고생을 하지만 결국은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고 해피 앤딩으로 자주 끝난다. 한 사람, 혹은 한 시대 어떤 사건들의 전체 중 가장 핵심적인 것들만 모아 잘 짜맞춘 이야기들을 책을 읽을 때는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무료하고 따분한 책 바깥의 세상, 글자 밖의 현실에서는 맞볼 수 없는 경험들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진짜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 좋겠어". 앤과 벤은 오두막에서 책을 읽다가 고둥을 찾으러 모래로 가득한  해변으로 나온다. 앤은 다리가 아프다면 오두막에 그냥 있는게 나을 뻔 했다며 툴툴거리지만 벤은 읽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벤이 말했습니다. 

"이야기란 단어들을 늘어놓은 것일 뿐이야. 단어는 글자에 불과해. 글자들은 그저 기호의 일종이고."


그 기호가 우리에게 주는 상상력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다. 이야기들은 때로 역사를 바꾸고 인생을 바꾼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모래 위에 글씨를 쓴다. 잼이라고 쓰자 잼이 나타나고, 빵이라고 쓰자 빵이 나타나고, 우유라고 쓰자 우유가 나타나고 왕이라고 쓰자 왕이 나타나고, 나무, 숲, 들, 숲, 성을 차례대로 쓰자 모든 것이 나타난다. 글자와 상징이 만드는 것들은 그렇게 일시적이지만, 분명 실제처럼 존재하는 것이라는 상징일까.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지가 무척 책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는데, 자세한 내막을 읽어보니, 사실 딱히 어른들을 콕 짚어서 쓴 글이 아니라서 무려 수십군데의 출판사에서 출판 거절을 당했고, 그러는 동안 계속해서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고 전한다. 크로켓 존슨이 이 책의 출간을 원했을 때 이미 매우 인기가 높은 삽화가이자 동화가였던 것 같은데, 책의 출간이 쉽지 않았던 건 어린이에게는 너무 내용이 어렵고 상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어렵게 출판 계약이 성사된 1965년 판 모래위의성은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는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고, 이제까지 원작자의 그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잡지에 작품을 싣던 삽화가 베티 프레이저가 정교하게 삽화를 따로 그려넣었던 책으로 유통되어 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작가탄생 백주년 즈음해서 작가가 직접 쓴 삽화를 엮은 책으로 나온 것이다. 


삽화가 제외된 이유는 간결함 때문일 것 같은데, 아이들을 겨냥했다면 프레이저가 그린 그림으로 나온 책이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이 색상이 없어, 단출하고 스케치만 있는 느낌이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스케치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적이고 명료함을 느낄 수 있지만, 작가의 그림에 약간의 채색을 해도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다. 


짧은 책이지만, 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상상력을 잃어버린" 성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다. 글자가 현실이되고 다시 그 글자들은 바닷물에 씻겨 없어지는 것은 우리가 책을 통해 경험하는 짧고 흥미로운 세계를 말하는 것 같다. 표지도 예쁘고 가지고 있기만 해도 보물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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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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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어긋난 사랑.. 그래서 더 영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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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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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가 연애 소설을 쓴다? 헐 남자 호르몬이 철철 넘칠 것 같은 문체로 연애 소설이 될까? 혹시 검거나 회색의 연애는 아닐까? 

기억과 시간은 함께 호흡한다. 기억이 날숨이라면 시간은 들숨이다. 기억은 시간 속을 미끄러진다. 맑은 빙판 위로 아이스 스케이트 날처럼 시간 위로 기억이 미끄러져간다. 때로 엄청난 스피드를 내며 쏜살같이 사라지고, 때로 우아하게 제자리를 스핀하고, 때론 중력을 거스르며 드높이 뛰어올라 허공 속에서 뱅그르르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를 성공한다.  <요요>는 긴 인생 중 맞닥뜨린 몇 달간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한 사랑과 그것을 평생 간직한 시계공의 이야기다. 초침과 분침의 영원한 회전 속에 갇힌 시간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잊지도 흘려보내지도 못한 사랑의 어긋남을 닮았다. 달콤함은 순간이다. 나머지 시간들은 감내해야 하는 그리움과 슬픔 뿐. 그 어쩔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인 아픔은 시계 속에 갇혀 버린 시간 처럼 뻗어나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순환한다. 사랑은 그렇게 정지된 시간처럼, 멈추어버린 초침처럼, 만들다 말아버린 시계처럼 '독립시계제작자'의 같은 자리를 머문다.  


 
 어릴 때 부모님의 부부싸움의 근원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차선재는 이후 친구들과의 관계도 실패하고, 시계를 만드는 일에 침잠하던 중 장수영을 만난다. 관계를 부수지 않기 위해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차선재가 방어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수영의 등장은 낯선 풍경처럼 새로운 세상 속으로 그를 데려간다. 사랑이라는 따스함이 흐르는 그 세상은 창공을 날아오른 트리플 러츠처럼 강렬하게 기억되는 오로지 하나의, 변하지 않는 풍경이 된다, 중력을 거스른 채 영원히 멈추어 선 삶의 이유가 된다. 장수영은 왜 그를 떠났나. 훗날 그리 평생을 기억할 소중한 인연이었음을 깨닫지 못해 떠났을까. 이해한다. 그것이 무슨 이유였대도, 그 때 그 시간은 떠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사연들을 품고 있었음을. 다만 시간이 숱한 기억을 필터링하고도 남겨진 그 한 순간, '그냥 이대로 정지되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던 짧지만 영원한 순간만이 그대로 정지된 채로 남겨졌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를 독자도, 차선재도 알지 못한다. 떠난 장수영은 알았을까. 어쩌면 오해였을 수도,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사연을 품었을 수도, 또 어쩌면 철모르는 시절의 어린 치기였을 수도 있었을 헤어짐. 그러나 그게 치기였대도, 시간이 흐른 후 땅을 치고 후회해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 속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아마도, 우리가 후회하는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정의 기억을 시간 속에 흘려보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다. 그렇게 남겨진 섬광처럼 떠오르곤 하는 순간들을 멈춘 시간 속에 담아 둔다. 


<상황과 비율>은 김중혁스러운 문체와 능청스러움이 돋보이면서도 다른 소설들보다 조금은 더 희망적인 사랑의 가능성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작품이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실종된 포르노 여배우 송미를 찾아 설득하는 '상황감독' 차양준의 이야기다.포르노 여배우라는, 어찌보면 극한 직업인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야 했을 때에는 아마도 온갖 세상사의 파란만장한 질곡을 충분히 견뎌냈으며, 따라서 어떤 종류의 치욕에도 둔감해졌으리라 짐작한다.  포르노 감독이라는 직업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런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넘겨 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스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모호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든, 만족스런 선택이었든 그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것은 짧은 순간이다. 삶에서 진실을 가르쳐주는 순간은 때로 무참하다. 얼굴 가득 정액 묻은 모습으로 화면을 향해 환하게 웃어야 하는 순간은, 그 순간에 흐르던 눈물과 섞여 뒤범벅이된 정액은, 포르노 여배우의 삶을 조용히 찢었을 것이다. 


송이는 차양준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준다. 대중 앞에서 옷을 벗고 섹스를 하는 동안 몸을 달아오르게 한 건 탁구공이 통통 튀기며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퐁 하고 터져버리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라는 비밀을. 송이의 얼굴에 가득 묻은 정액과 섞인 눈물을 보았을 차양준에게서 받은 PD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짧지만 견고한 약속은 송이에게 찢겨진 삶의 일부를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다른 형태로 비약시켜주는 신뢰였을 것이다. 절정의 비밀을 공유한 두 사람은 이제 특별하다. 얼굴에 정액이 흐르는 엔딩 대신 새로 찍는 섹스 씬의 절정의 순간에 차양준은 송이와 두 눈이 마주친다. 여배우의 절정을 이끄는 탁구공, 그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차양준 이 두 남녀의 짧은 교감은 그 어떤 순수한 사랑 못지 않은 담백한 여운을 남긴다. 


때로 사랑은 서로 안아주는 것,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된다. <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서 이규호는 알콜중독자다. 오래 전에 아마도 자신의 알콜중독으로 인한 어떤 지긋지긋한 문제로 인해 떠나게 했을 옛 여자 친구 정윤을 만나 술을 마신다. 이규호는 정윤에게 알콜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피존이라는 필명으로 불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버려지고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드러낸다. 술을 마시면 거절당했을 때의 장면만 무한반복된다. 피존의 이야기를 빌어 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윤은 이규호가 점점 더 취해가고 있고, 취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더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언제 자리를 떠야 코꿰이지 않고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을만큼 그의 술버릇에 대해 익숙하다. 살살 구스르고 대화를 들어주며 이규호의 비위를 맞춰가며 언제 일어날까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내가 겨우 힘들게 상대방의 팔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전부 마네킹들이야. 나를 잡아올려주는 손들이 뚝뚝 부러지면서 나는 저 아래로 끝없이 떨어져. 그 기분은 진짜 아무도 몰라(p113)


한 번만 안아주고 가라. 이 부탁을 정윤은 들어줄 수 없다.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규호도 안다. 대답대신, 계산은 내가하고 갈께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정윤. 그녀가 앉았던 자리의 움푹 들어간 자리가 서서히 복구되는 것을 보면서 규호는 정윤이 마시던 커피잔을 치우고 그곳에 소주잔을 놓는다. 사랑이 떠나간 자리엔 바람이 불고, 먹다 남긴 땅콩 껍질이 바람에 흩어진다. 그렇게 초라하게 남겨져 홀로된 알콜중독자는, 살겠다고 붙잡은 가짜 팔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추락해가는 나약한 중독자의 영혼이다. 중독자가 아닌 사람은 중독자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함께 했던 시간이 인생의 일부였던 정윤은 그 아비규환 속을 통과했던 아픔 만큼이나 규환을 향한 측은지심이 남아있던 것으로 보인다. 붙잡으면 떨어져 나올 그 마네킹의 가짜 팔이나마 잠시 내어준 정윤이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남자 둘 여자 하나 이렇게 셋이 몰려다니다가 자신을 제외한 남녀가 커플이 되자, '애초에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빼았겼다'는 느낌 때문에 저주하고 살았던 정민철의 이야기를 담은 <뱀들이 있어>는 자신이 떠나온 고향에 살던 남겨진 커플의 남자가 지진으로 실종된 상황의 묘한 아이러니를 담았다. <명사분실증>이라는 단어 특히 명사를 기억하지 못해 대화에 필요한 명사를 불러오기 위해 계속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증상을 주인공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흔히 쓰는 명사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똑같은 증상의 두 남녀가 큐레이터와 예술가로 스치듯 맺어가는 인연은 유쾌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어느 순간 술 때문에 기억을 완전히 잃어 기억에 구멍이 뻥 뚫려 가방을 잃는 상황과, 매일 조금씩 언어의 일부인 명사를 잃어가며 그 분실된 명사를 찾기 위해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은 우습고 기괴하기 짝이 없다. 인간에게 단어의 습득 과정은 길고 긴 인생의 항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명사가 없으면 언어는 힘을 잃는다. 그리고 언어는 소통의 수단이다. 소통의 본질인 언어를 잃어가며 그 분실로 인해 소통하게 되는 두 사람의 만남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분실된 언어를 통해 남녀가 교감하는 모습은 우습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이 밖에도 픽포켓, 보트가 가는 곳,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 더 실려있다. 내면의 섬세한 감정과 풍부한 서사가 조건이어야 하는 연애 소설을 다소 남성스러운 문체를 가진 김중혁의 단편 소설 내에 어떻게 엮였을까 하는 궁금증은 기대를 만족시켰다. 김중혁 스타일이라는 견고한 실타래를 풀어가며 엮여진 스토리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녀의 짧고 긴 만남을 시간과 기억이라는 묵직한 주제와 함께 유쾌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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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 교과서 - 카센터에서도 기죽지 않는 오너드라이버의 자동차 상식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와키모리 히로시 지음, 김정환 옮김, 김태천 감수 / 보누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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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판사의 《자동차 구조 교과서》보다 1년 정도 먼저 나온 책으로,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문제가 생긴 경우 실제로 정비하는 방법까지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자동차 구조 교과서》와 두께나 표지가 거의 비슷해서 같은 사람이 쓴 건줄 알았더니 저자가 다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이지만, 부품 가격과 부품 용어 등을 국내용으로 잘 커스터마이징되어 있다. 


먼저 자동차 구조 교과서》가 동작 구조를 그림으로 잘 표현한 데 비해 이 책은 직접 점검이 필요한 차의 해당 부품들을 사진으로 설명하는 특징이 있다. 요리책처럼 모든 정비 내용이 사진으로 단계별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유용하다. 자동차 정비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되고, 고장이 나서야 정비소에 가서 고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조금만 알고 나면, 정기적으로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또 무엇을 스스로 점검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으며 특히 정비소에 가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먹을 수 있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자동차의 기본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지나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자동차 구조 교과서》를 통해 훨씬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간략하고 핵심적인 부분이 약 34쪽에 걸쳐 설명되어 있다. 내 경우 이 책을 읽기 직전 자동차 구조 교과서》를 읽었기 때문에 용어들과 이 부분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알 수 있었으나, 사실 그 복잡한 기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동작 구조를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엔진룸의 레이아웃과 일상점검 포인트를 비롯하여 아주 간단한 점검 방법 및 점검 주기들을 소개하고, 정비소를 가지 않고도 교환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울)한 부품 교체, 교환, 조절, 등의 내용이 소개된다. 내 경우 맨 첫장의 엔진룸의 레이아웃과 일상 점검 포인트만으로도 큰 정보가 되었다. 자주 교환하고 교체하고 손보는 곳이지만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보닛 안쪽의 엔진룸의 각 위치를 겨우 한두 페이지의 설명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억해두면 유용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선의 내용을 적어보면 이렇다. 

타이어의 경우,  공기압 부족은 백해무익이다. 타이어의 마모를 부추기며 연비까지 악화시킨다. 타이어의 수명은 홈의 깊이가 1.6밀리미터가 되면 홈의 일부가 사라지는 슬립사인이 나타나므로 타이어를 교체한다. 또한 휠의 안쪽이나 뒤의 균형추가 있는지 확인한다. 떨어진 자국이 있으면 바퀴의 회전 균형이 어긋났을 가능성이 있다. 스페어 타이어의 공기압도 확인한다(4.2km/cm2). 2년 전 미국 여행중 시에라산맥 꼭대기에서 뻥 소리가 나며 타이어가 터녔는데, 남편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타이어를 스레어타이어로 교체하는데 매뉴얼부터 찾아 읽어가며 하느라 엄청 시간이 걸렸는데, 책에서는 참 쉽게도 설명되어 있다. 주의할 점은 잭을 놓을 때, 각 타이어 근처의 차체 하부에 파인 홈이 2개 있는데 그 사이에 놓지 않으면 차체 손상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잭업을 할 때에는 타이어 버팀목을 작업하는 타이어와 대각선 방향의 위쪽 타이어에 설치한다. 그리고 차체가 완전히 들리기 전에 일시 정지해서, 미리 모든 휠 너트를 조금씩 풀어넣어야 한다. 너트를 풀 때나 조일 때 대각선 방향으로 한다. 2만 킬로미터 기준으로 앞뒤 타이어를 서로 바꿔 끼우면 타이어 네개가 비슷하게 마모한다. 


차체 아래를 점검할 때에는 누유와 부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장 점검이 필요한 곳은 드라이브사프트 부츠다. 보닛을 열고 닫을 때 기세좋게 힘껏 닫는 것은 금물, 천천히 손으로 내리고 마지막에 양손으로 확실히 눌러 락을 건다. 


엔진 오일은, 교환 주기가 되면 SK정비소에서 교환하러 오라고 문자가 오는데, 게을러서 자주 못가게 된다. 1만 킬로미터 1년에 1번이 적정한 교환시키이고, 오일필터는 오일교환 2회 1회의 비율로 교체한다.냉각수에 들어가는 LLC는 2년에 한 번이 교환 주기이고 평소 냉각수가 기준보다 적을 경우 수돗물을 리저버 탱크에 보충하고, 탱크가 지저분하면 떼어내서 희석한 중성세제로 내부를 청소한다. 브레이크와 클러치(수동인 경우)는 엔진 정지상태에서 페달을 2~3회 깊게 밟아 수 밀리미터의 유격이 있는지 확인한다.ㅣ 유격이 없으면 항상 브레이크가 걸려 있을 가능성이 있고, 유격이 너무 크면 브레이크의 감도가 안좋은 것이다. 에어 필터의 교체주기는 5만 킬로, 엔진벨트는 손으로 눌러보아 장력이 안좋으면 교체한다. 점화플러그는 2~4만 킬로를 주행하면 신품으로 교체하지만 업체 순정백금 플러그를 장착한 차에는 10만킬로까지 교체할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패드는 5~6만 킬로 정도를 달리면 상당히 닳아 없어지므로 두께가 1밀리미터 정도라면 교체해야 한다.사이드 브레이크의 경우 단순한 기계장치이므로 커버를 벗기고 조절용 너트를 돌려 레버의 당김 거리를 바꿈으로써 간단히 정비(조절)할 수 있다. 워셔의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워셔 노즐의 막힘 혹은 노즐 방향이 원인이므로 물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잘 살펴보면 어디에서 누수가 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와이퍼 고무의 교체주기는 길어야 1년이고 블레이드도 흔들림이 심해지므로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래된 자동차의 경우 암까지 교체하면 외관도 젊어진다고.


이렇게 간단한 정비 작업들에 대해 각 작업 별로 작업시간, 부품 총액, 사용 공구 그리고 정비 이유가 간단하게 표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과 함꼐 단계별로 설명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으로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챕터에는 공구 및 화학 용품의 사용법에 대한 내용으로 여러 종류의 렌치와 스패너, 망치 같은 공구들의 쓰임새와 특징 사용방법들이 상세하게 사진과 곁들여서 나와있고, 부품 청소 및 윤활에 필요한 각종 화학 용품 제품들이 소개된다. 그 중 주목한 것이 십자 렌치로, 축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튼튼한 렌치로 타이어 교체 작업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고 힘도 덜 들여서 작업 가능하다. 방청 윤활 스프레이는 녹이 슬거나 잘 풀리지 않는 볼트 또는 너트에 뿌리면 쉽게 잘 풀리고 금속 표면에 뿌리면 방진 효과도 발휘된다고 한다. 에어컨 클리너 스프레이 역시 차내의 통풍구에 뿌리기만 하면 되는 제품으로, 사용법은 노즐을 끼우고 모든 통풍구에 뿌리면 되고, 단순히 뿌림으로서 불쾌한 냄새가 퇴치된다고. 


4번쨰 챕터에서는 배터리, 타이밍 벨트, 라디에이터, 히터, 서모스탯, 엔진마운트, 엔진벨트, ATF, 댐퍼, 브레이크 패드, 브레이크 호스, 등의 고난도 정비 작업이다. 복잡한 구조의 장치들을 해체해야 하는만큼 부담이 되는 작업이고 장비와 장소가 필요하므로 따라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사진으로 설명된 것을 유심히 관찰할 수 있다. 


다섯번째 챕터, '내차를 업그레이드 하다'는 네비게이션 정치와 같이 장착이 필요한 장치들을 장착하는 바법과 성능 향상을 위한 제품 설치 방법으로, 카네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블랙박스, 하이패스, 이리듐 플러그, 스포츠 에어 클리너, 간이 보안 시스템, 제진재 등을 장착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마지막 챕터에 여러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엔진과열, 시동 실패, 제동시 소리가 나는 현상, 변속이 부드럽지 못할때 등등에 대한 대처법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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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24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볼까 고민 중에 추천에 주문합니다.

2015-08-24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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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과거, 한국은 강대국의 틈 사이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변방의 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외국에서 어쩌다 Korea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베트남을 전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한국을 전쟁으로 기억했다. 못살고 못입고 못먹는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나라로 각인된 기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같은 세기 동안 한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에 때로 자만함과 의아함 섞인 자조를 발견한다. 새로운 패션,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집, 새로운 길, 새로운 문화, 새로운 제도, 우리가 5000년 동안 세대와 세대를 통해 전하고 받아서 다시 전해온 것들은 멸시와 천대 속에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언제든 부수고 새로 만들 수 있는 윤나고 반짝반짝하고 편하고 가벼운 것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발전이라고 불렀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은 예일대에서 중문학 학사,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 하버드에서 동아시아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으로 현재는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어에 능통한 분이다.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의 아내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매운 음식도, 불고기도 싫어하며 한류의 핵인 아이돌의 노래도 모르고 드라마도 보지 않는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적인 것,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사라져가는 한국적인 것을 발견햇고, 그것을 사랑한다. 이 책은 이만열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가진 저자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책으로, 책의 전반에 걸쳐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것으로부터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찾고 세계로 도약하자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샘해밍턴처럼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마저 외면하고 버려지는 한국적인 전통을 찾아 연구하고 이것을 다시 현재의 한국적 현실에 적용하고 발전시키자고 제안하는 만큼의 애정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기초한 깊은 애정을 그의 글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한국 홍보의 핵심 개념으로 선비 정신을 추천하고,  세계와 인간을 읽는 틀로서 주자학을 바탕에 둔 소박하고 검소한 전통적 사상을 한국적 삶의 가치로 삼고 극도의 소비 문화와 환경 문제를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없어져가는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 새마을 운동과 함께 없어져 간 수많은 그 푸근하고 애틋하고 소박하기 짝이 없는 초가 지붕의 시골 집들을 생각했다.  이만열은 그렇게 한국인이 잃어버린 것들, 값싸고 인스턴트적 직각의 생활공간과 무비판적 서구문화 추종으로 인해 버려진 수많은 한국적인 것들이 사실은 더없이 훌륭하고 가치있고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주요 문화 유산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공기와 물의 원활한 흐름과 자연과의 조화와 배치를 분석하는 풍수지리를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고, 생태도시의 롤모델이자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주요 문화자원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우리가 오래 전에 버려 버린 한국적 문양, 자개와 목조 공예를 새로운 디지탈 기기들의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한 나라의 문화와 속성에 대해 자신이 가진 약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시켜, 다 아는 것처럼 떠드는 것들을 경멸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대체로 내가 평소에 나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것들과 비슷하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세계는 더 넓고, 한국인이 갖는 내 애착보다 더 크고,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부끄럽지만, 저자가 여러 번 책에서 지적했듯, 외국인이 한국에서 오래 살면서 함께 일하고 대화할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그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걸 신기하게 여기는 것 또한 잘못된 편견이다. 우리가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 갔을 때,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는 일을 그들에게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서구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한국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기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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