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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
토니 모리슨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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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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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순서대로 적어봤습니다. 마션은 오랜만에 재미있고 새로운 소설, 지적 만족과 이야기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밤새는 줄도 글자 읽는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은 소설입니다. 영화가 기다려집니다. 그믐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읽으면서 쓰려오던 가슴 한구석의 쓰린 맛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잔잔하게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의 저력이 한국문학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황석영의 한국명단편세트는 한편만 읽었지만, 그 한편과 서두 그리고 각 작품에 실린 황석영님의 알기 쉬운 해석, 그리고 작품을 고르던 정성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만족스러운 소설이고, 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SF 명예의 전당은 과학소설의 역사적 의의만으로도 충분히 큰 점수를 주고도 남을 작품집인데, 30년대의 소설이면서도 지금 읽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구병모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오래된 구전 이야기의 변형을 좋아하는데, 그런 제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읽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젊은작가 수상집은 좋은 소설도 잘 이해가 안되고 재미없는 소설도 있었지만, 대상을 받은  정지돈의 작품 및 몇 개의 작품은 이렇게 작품집으로 만나지 않는 이상 개인적으로 읽어볼 기회가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냅니다.에브리데이와 호모도미넌스 지루하지 않게 술술 잘 읽혔지요. 소설책다운 소설책이었습니다. 파수꾼은 전작 아니 후작 앵무새죽이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매력적이고 만나고 싶은 딜과 젬을 만날 수 없어서 흥미가 덜했고, 모든 캐릭터가 덜 생동감있는데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앵무새죽이기와 겹치는 장면들이 많고, 기타등등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어린왕자는 별점으로 평가하고 싶은 종류의 책은 아니어서 스킵했습니다. 


<소설>

마션(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                   ★★★★★

그믐(장강명, 문학동네)                             ★★★★★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 - 전화(염상섭, 문학동네)  ★★★★★

SF 명예의 전당 1 (켐벨 외, 오멜라스)              ★★★★☆

빨간구두당(구병모, 창비)                           ★★★★
2015 젊은 작가상 수상집(정지돈 외, 문학동네)    ★★★
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민음사)           ★★★ 
호모도미넌스(장강명, 은행나무)                    ★★★ 
파수꾼(하퍼 리, 열린책들) 

어린왕자(생떽쥐베리, 인디고)


<비소설>

책공장 베네치아(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책세상)               ★★★★★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고종석, 로고폴리스)                    ★★★★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니시우치 히로무, 비전코리아)  ★★★★☆

무계획의 철학(카트린 파시히, 와이즈베리)                      ★★★★

내가 가고싶은 유럽VS유럽 (최철호, 최세찬, 시공사)            ★★★★

언던사이언스(현재환, 뜨인돌)                                    ★★★★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임동근, 김종배, 반비)                ★★★★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박민아, 선유정, 정원, 한국문학사)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와이즈베리)

메이블 이야기(헬렌 맥도널드)

인생을 만들다(요시모토 바나나, 윌리 레이넨, 21세기북스)


비소설의 대부분의 책들이 기억에 잘만 남아있게 된다면 마음의 양식이 될 양서들이었습니다. 역시 좋았던 순서대로 나열했습니다. 그 중 책공장 베네치아가 읽을 때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일단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어서 좋았고, 책이라는 매체가 쓰여지고 유통되는 역사가 너무나도 흥미로와서 한자 한자 읽어 나가면서 내용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습니다. 대단한 내용도 없는데, 그냥 좋은 거 그런 종류입니다. 고종석님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책을 썼습니다. 언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통계책은 통계책 중 드물게 개념을 이해시키는 시도가 훌륭했습니다. 무계획의 철학은 이 역시 개인의 취향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많다는 것, 또 그리고 일반적이라는 것이 많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유럽유럽은 사진이 멋졌고, 흔하디 흔한 관광지만을 선택하지 않은 여행책자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언던사이언스는 과학이 말해줄 수 없는 것들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거짓말에 대한 통찰이 돗보였습니다. 과학과 인문의 중간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역시 흔하지 않은 행정 서울의 역사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과 과학을 접목시킨 책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니 딱히 깊이 감동적이거나 영향받은 것은 생각나지 않는군요. 지방소멸은 주제는 강렬했으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인구 대책이라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이 다소 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메이블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슬픔을 매 사냥에 대한 집착으로 해소한다는 내용으로 정말로 깨알같은 행동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감정선들을 그대로 담아, 문학적인 완성도는 있었을 테지만, 저에게는 그녀의 그런 집착적인 행동과 동물에 대한 가치관이 타협되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만들다는 전생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과의 편지 교환인데,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공감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냥 두분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끝내고 간직하면 될 내용을 굳이 출판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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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01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공장 베네치아>를 한번 읽어볼까 말까 잠깐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까먹었지만....
guiness님이 오성을 주시니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CREBBP 2015-10-01 09:46   좋아요 0 | URL
애서가로서 이런 주제가 좋고 무엇보다 오롯이 베네치아라는 도시만을 배경으로 한 책시장이라는 헌신된 주제가 독보적이었습니다.
 
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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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구병모는, 국내 단편들은 어딘지 답답하고 가독성도 떨어지고, 어렵다는 편견을 깬 작가다. 가독성과 문학적 깊이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읽혀도 마음을 오랫동안 흔들어놓는 작품이 있고, 여러 번 읽어서 어렵게 해독한 문장도 쉬이 휘발해 버리는 서사가 있다. 띄엄띄엄 읽어서 한국 문학의 흐름을 제대로 잘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읽은 몇몇 수상집 단편과 비교해보면 일단 과도한 자의식이나 지식의 나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고, 기묘한 세계,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데, 그 세계에 현실보다도 더욱 불편한 리얼리티가 있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풍자로 읽어내고 말 수는 없는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과 풍부한 서사를 제공한다. 


어릴 때부터 주워듣고 읽어온 서양의 동화들은 활자화되기 이전부터 이동네 저동네로 구전되어졌다. 시대와 시대, 공간과 공간 사이를 실어나르는 동안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고,  변형되고, 일부는 잘려나가면서 생명력을 가졌다. 우리가 동화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은 활자화될 때의 장소와 시간에서 스템프처럼 찍어낸, 죽은 이야기들이다. 활자의 탄생이 인류에게 무한한 지식의 확장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제시했지만, 이야기의 생명력으로 따지자면 활자는 이야기를 획일적으로 동결시켜 죽였다. 빨간구두 이야기가 계속 구전되어 산넘고 물건너 너른 사막과 시베리아를 지나고 바다건너 우리나라까지 구전되어왔다면 그것은 어떤 이야기가 되어 우리의 토속 민담이 되었을까. 호랑이가 물고간다는 전설은 있지만 빨간 구두 신겨진 발이 춤추는 것을 멈추기 위해 발을 잘라낸다는 잔인한 이야기는 무언가 다른, 우리 선조들이 이야기로서 받아들일만한 다른 변주로 바뀌었을 것이다. 신데렐라형의 이야기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민담들은 국경과 대륙을 넘나들며 서로 영향받았을 거 같다. 


구병모의 사인본을 받았는데, 거기에는 "닫힌 이야기에 갇히지 않고, 구병모",  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 우리가 언젠가는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던 많은 종류의 동화들은 대개 해피하게 끝을 맺는다. 위기에 빠진 공주는 왕자와 만나 결혼하고, 못된 계모들은 천벌을 받고, 저주받은 마법은 풀린다. 불행하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왕자를 사랑한 인어공주는 한마디 항변도 못한채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성냥을 팔던 소녀는 추운 겨울에 남의 집 창문 앞에서 시린손을 성냥불로 녹이면서 죽어간다. 이렇게 닫겨진 이야기의 문을 다시 열고, 활자 이래로 박제되어 있던 이야기의 먼지를 툴툴 털어내고,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것이 이 책이다. 


빨간구두당은 색을 잃은 세계에 어느날 찾아온 빨간색에 관한 스토리이다. 색을 잃은 세계에 색깔은 전설이다.  까마득한 윗 대의 선조, 증조부의 증조부의 증조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색이라는 개념에 대해 현재 세대는 완벽하게 무지하다. 색이 없이 흑백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판단 능력은 그들이 식별해낼 수 있는 흑백의 색만큼이나 원시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한 무지라는 질서 속에 찾아온 빨간구두를 신은 춤추는 처녀는 마을을 찢어놓는다. 빨간 구두를 신은 처녀는 춤을 멈추지 못하고, 빨간 구두의 빨간 색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빨간 구두가 보이면서 빨간 색을 가진 물건을 식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렇게 마을은 빨간색을 아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뉜다. 빨간구두가 보이는 사람들, 그들은 빨간구두당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이고, 첫번째 이야기의 제목이다. 


여기에 포함된 단편은 빨간구두당을 포함해서, 개구리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기슭과 노수부, 카이사르의 순무, 헤르메스의 붕대, 엘제는 녹아 없어지다. 거위지기가 본것, 화감소녀전의 총 9개다. 빨간구두당은 안델센의 빨간구두의 변주이고, 개구리왕 또는 강철의 하인리히는 그림형제의 동명 동화의 변주인 것 같다. 새뮤얼 콜리지의 노수부의 노래, 그림형제의 영리한 엘제, 거위지기 아가씨, 성냥팔이 소녀 등이 그림형제의 동일 제목의 민담 동화에서 따왔으나, 내용은 수많은 설화와 전래동화들을 다채롭게 변형하고 윤색하고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전혀 새로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최근 민음사에서 주최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구병모의 전작 소설집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단편 소설 한편 한편 내에 넘치도록 많은 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이런 저런 동화와 전설에서 가져왔지만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서사의 뼈대와 혈관이 되어 이야기를 완성한다. 동화속의 모티브들은 처연하며 아름답고 스토리의 힘은 강렬하지만, 그것의 은밀한 내면은 현재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시끄럽고 화려하고 잔인한 환상의 세계 속에서 현질을 소환하는 것. 그 조용한 성찰. 그것이 구병모 소설의 특징이자 책을 쥐고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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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의 저자 카르란 파시히와 사샤 로보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되면 그 일을 다시 그 다음 날로 미루는 사람들이다. 습관적인 미루기의 대가, 지연행동의 보고, 마감 날짜가 코앞에 닥쳐야 일을 시작하고,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지내면서도 일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탓한다. 우편물을 뜯어보지 않아,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다, 세금 독촉이나 카드 연체같은 중요한 우편물을 방치하여 때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무지막지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을 저자들은 LOBO(로보:Lifestyle Of Bad Organization)이라고 명명하고,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책을 썼다. 


이들에게 미루는 습관은 불치병이며, 이를 고치기 위한 수많은 자기개발서들은 아무 효과가 없는 무용지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할 일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과 우울과 불안이다. 저자들은 LOBO들의 행동 유형을 고쳐보겠다는 허울좋은 약속 대신, 즐겁게 LOBO로서 머무는 것으로부터의 이점을 알려준다. LOBO들은 단순히 편지를 이메일 답장을 하지 않는다던가 공공기관에서 보낸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 것 같이, 재미없는 일들을 제때 하지 않은 죄로, 엄청난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거지가 되어 거리에 나앉게될 수 있다. 최소한 이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생활 방식을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LOBO로서의 삶이 가치있는 것이며,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 설명한다. 


우선은, 그런 LOBO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지런하고, 잘 미루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제시간에 딱딱 해 없애는 성실한 사람들. LOBO들은 그들에게 꼼꼼한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짓고 있다. 하지만 LOBO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LOBO가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무계획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의 경우 LOBO가 조용히 찾아와서 곁에 머무는 것이다(49)


맘잡고 시작한 책상 정리 중 발견한 책 한권이 청소를 미루게 하고, 일을 하다 부족한 자료가 있어서 찾아 들어간 인터넷 웹 페이지에 링크된 광고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다. 너무 많은 물건들과 너무 많은 인간관계, 너무 많은 자료들, 이렇게 모든 것이 과잉한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집중은 가뜩이나 힘든데 타고난 LOBO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미루기, 지연, 자제력 부족과 충동조절 부족, 무계획, 그리고 죄책감은 같이 묶여 다닌다. LOBO들이 미루는 일들은 대개 강제되는 일들, 해야 되는 일들, 재미없는 일들다. 따라서 '미루는 사람에게는 원래 업무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힘이 충분히 매력적이다(89)'. LOBO들은 해야 할 본연의 업무들을 미루고, 다른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우리에게 어떤 업무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라도 시간은 제한적이다. 하이젠베르크는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감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무엇을 선택할 지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루는 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라는 임무가 주어졌을 때  일탈로 선택하는 B가 신발끈매기나 설겆이 청소 같은 경우에는 죄책감을 몰아내어 무언가를 했다는 밝고 긍정적인 기분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평생 설겆이와 청소와 신발끈만 매봤자 크게 도움될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A라는 임무대신 매우 흥미롭지만 매우 어려워보이는 B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 아이작 뉴튼은 책을 읽느라 어머니가 시킨 농장 일을 게을리했다.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다빈치는 궁정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더 흥미로왔기 때문이다. 코엔 형제가 (칸 영화제 수상작인) 바톤핑크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밀러스크로싱 시나리오 작업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90)


미루기의 대가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완성하는 데 16년 걸렸다. 모나리자 최후의 미소라는 방점을 찍기 위해 걸린 시간이 16년이었다. 영감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지 불러 내거나 찾아내는게 아니다(109)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많은 자기개발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와는 달리 이들은 한 보험설계사의 말을 인용하여 서류(메모)는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한다.  프로젝트에도 약육강식의 다윈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머리 속의 아이디어를 모두 실행할 필요는 없다. 고집스럽게 계속해서 등장하는 강한 놈들만 선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면 된다.


LOBO의 반대편에 서서, 매 시간시간을 정확히 배분하여 계획하고 이행하는 성실한 사람들에게는 동의되지 않겠지만, '일의 결과가 투자한 시간과 비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p127)'. 이들은 자신의 경험 뿐만 아니라 댄 애러일리와 같은 과학적 실험 결과와 여러 책의 인용을 통해 대드라인에 가까와져야 업무의 효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마감일 바로 직전이 되어야 비로소 일이 손에 잡히고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말은 개인적으로 정말 맞는 말이다. 10일이 주어지면 8일 동안 거의 아무 진척도 없다가 2일남아야 20%가 진전되고 나머지 날 숨이 턱에 달해야 모든 에너지와 의지와 투지가 불태워진다. 즉, 작업에 투자하는 노력은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에 반비례한다. '데드라인에 가까워질수록 노동의지가 높아진다(p271)'.


창의력은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오는 게 아니야. 상황이 돼야 한다고. 

어떤 상황?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패닉 상황  - <캘빈과 홉스> 271




여러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데, 가장 유효한 방법 하나를 예로 든다. 지연행동과 싸울 때는 자신의 주특기인 게으름을 이용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환경적 요소들을 제거한다. 5시간동안 공부하려면 책만 있는 방에 들어가 문을 참그고 옷을 벗고 비닐에 꽁꽁 싸서 구석에 처박아둔다. 놀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라도 가지고 놀 것이 없고 옷도 입어야 하므로 주특기인 게으름이 도와줄 것이다. 



계획오류라는 용어가 나온다. 필요한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희망찬 미래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과제를 미루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실수라고 한다. 내가 사실은 챙피해서 마치 LOBO가 남의 얘기인 것처럼 썼지만, 리뷰를 쓰려니 고백을 해야겠다. 사실 이 책은 내게 너무 많은 공감을 주었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데서 나오는 기쁨이 독서의 즐거움이 된 게 아니라 공감의 기쁨을 누린것이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저 지구 반대쪽에서 이런 책을 쓰고 있다는 안도감, 또한 그들이 연구한 바로는 지연 습관으로 곤란을 겪고 죄책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쌓여가는 주차 딱지와 세금 독촉장 보험금 납부와 청구 등을 생각만 하면 죄지은 사람처럼 심장이 쫄깃거려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루고 있는 나는, 책을 읽는 이유가 현실도피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결국 억지로 해야 하는 일들과 이런 보안 경고창에 100번  클릭을 해야 납부가 가능한 세금 납부와 같은 잡다구리한 일을 하기 싫어서라는 은밀한 음모를 나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LOBO들의 공통이라는 말을 읽으니, 스스로 LOBO임을 인정해야 하는건지, 그래도 이 책에 나와있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니 이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자부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밑줄

자기가 생각하는 시기보다 훨씬 일찍 포기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훨씬 의미있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50퍼센트가 늦게 혹은 너무 늦게 중단되었다. 146


머리속에서 200개나 되는 생각이 동시에 튀어나오며 나야 나 내차례라고를 외친다면 잘 정돈된 책상이 무슨 소영이겠는가, 책상에 컴퓨터가 놓여 있고, 머리속보다 더 무질서한 인터넷이 손짓한다면 잘 정돈된 책상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156


(청소와 정리정돈을 미루는 사람들은) 물건을, 우리 살림살이에 둥지를 틀고 우리를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는 바이러스나 밈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물건은 모든 생활전선에서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이다. 159


충동을 오랫동안 억제할수록 충동자제력이 약해졌다 230 (한정된 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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