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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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된 생물체가 남긴 것은 뼈밖에 없지만, 유전학은 그것으로 많은 정보를 알려주죠. 뼈만 열심히 파도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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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니와 오픈샌드위치
아사모토 마코토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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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이태리 여행을 갔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어보고 완전 반한 빵이 파니니와 치아파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흔한 빵집에서도 제대로된 치아파타와 파니니를 만나기 어렵다 커피셥이나 전문 샌드위치 가게에서 비싸게 치아파타와 파니니에 속을 채운 샌드위치를 사먹어도 가격만  비싸고 속재료를 얼마나 아끼는지 흉내만 낸 느낌이다. 


맛있는 파니니를 구입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자. 만드는 법이 나와있는데, 일반 식빵 반죽과 큰 차이 없고 물과 밀가루의 배합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궁극적인 차이는 2번 발효후, 반죽을 동글리지 않고 그냥 평평하게 편다음에 그것을 대략 6등분 덩어리 지게 해서 구워내는 것이다. 6등분해서 자를 때 카드주걱을 이용하고, 그 물렁물렁한 반죽을 들어올릴 때도 카드 주걱을 사용한다. 카드주걱은 플라스틱 신용카드 약 두 배 크기만 하고, 끝쪽이 조금 둥글려져 있다. 밀가루는 중력분을 사용한다. 


빵을 언제 만들고 앉아있나, 오븐도 마땅치 않고. 걱정할 것 없다. 식빵을 사서 잘 눌러 구우면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책에서는 특정사의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데, 나는 집에 있는 줄 그어져 있는 일반 사각팬을 사용했는데, 불조절을 잘못해서 두 개를 태워먹었다. 빵을 토스트나 그릴에 굽지 않고, 후파이팬에 굽는 일은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정성이 들어간다. 



파니니나 치아파타를 다시 구워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위에서 누르면서 양쪽에서 열을 주는 샌드위치 기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계는 공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기에도 부담스럽다. 이 책의 띠지에는 도구 한 개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줄무늬 사각 프라이팬과 유리로된 누름쇠로 기계를 대신한다. 나는 누름쇠마저 없어서 살신성인 뜨거운 빵을 손바닥으로 눌러가며 구웠다. 애가 얼마나 잘먹는지, 식빵 두 쪽을 태워붙이느라 망쳤더니 식빵 한봉지로 놈의 한끼 거리밖에 되지 않아서 싸주기 위해 한 봉지 더 사와야 했다. 



샌드위치의 생명은 물론 잘 채운 속이지만, 미묘한 맛을 좌우하는 것은 소스이다. 이 책에서는 머스터드 마요네즈 소스, 시트러스 드레싱, 머스터드 드레싱, 비네그레트 소스, 바질 소스, 베샤멜 소스, 사우전아일랜드 드레싱, 타르타르 소스 이렇게 8가지 정도 있는데 이 소스의 레시피가 두 페이지에 걸쳐 한꺼번에 모두 소개되어 있어 유용하다. 나는 샌드위치에는 이런 소스들을 많이 뿌리면 빵이 젖어져서 생 빵에는 마요네즈나 버터만 살짤 빠르고 다른 묽은 소스는 피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구워 바삭한데다가 바로 먹을 거라 이 중 타르타르 소스를 선택해서 레시피 지시대로 그대로 만들어보았다. 


레시피를 보고 한다고 하더라도 내맘대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엉뚱한 재료들을 추가하거나 빼거나 하는 걸 애가 귀신처럼 알아내고 싫어하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케이퍼만 빼고는 모든 재료를 갖추었기에 계량은 직감으로 하고 만들었는데 대성공이었다. 마요네즈 피클다진것 케이퍼 다진것 삶은 게란 다진것 레몬즙 파슬리 다진것 소금 이게 레시피의 다다, 마요네즈 100그램 분량에 나머지 다짐들은 1작은술 정도 들어가면 된다. 파슬리 대신 이태리 시즈닝 이것 저것  섞어놓고 파는 것을 이용했다. 여기에 파프리카를 약간 추가했고, 오이피클은 이걸 오이피클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일전 집에서 대충 담근 오이 초절임을 썼다. 



샌드위치의 종류는 주로 오픈샌드위치와 닫힌 샌드위치 합해서 약 50여가지 정도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무엇을 올리느냐에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어서, 구하기 쉬운 일반적인 것들로 쌓아올렸다. 이거 참 양상추와 토마토의 진부한 조합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레시피책을 들고 다니면서 구하기 보다는 먼저 마트부터 다녀온 후, 거기에 레시피를 맞추다보니 샐러드와 샌드위치 야채는 양상추와 토마토를 떠난적이 없다. 반성반성



커피숍에서 꽤 비싸게 주고 사먹어도 아쉬운게 얇디 얇은 햄 달랑 한장 들어있는 점인데, 푹푹 넣었다. 이런 햄을 마트에서 팔더라는 


애를 불고기해주려고 고기를 사왔더니만, 입만 고급인 놈이 살치살이나 꽃등심 같은 거 아니면 싫다고 해서 일일히 떼어서 소금 후추뿌려가며 구워 샌드위치 속에 넣었다. 노란색 소스 역시 응용.


빵은 한쪽만 구웠고, 구운쪽이 바깥으로 하게 해서 뚜껑을 덮어 완성.


두번째 만든 버전은 넉넉해서 나중에 먹을 것.



북유럽 스타일의 훈제 연어 오픈 샌드위치와 미트볼 파니니, 정어리와 오일 채소 처럼 웩 소리 나올 것 같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오픈 샌드위치 등 다양한 샌드위치를 시도하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책도 얇고 가격도 그럭저럭 저렴. 


책에 나온 보너스 레시피 하나 더.  엄청 간단하다. 이름하여 뮤질리 오픈 샌드위치

소스로 플레인요구르트, 크립치즈를 1:1 비율로 섞고 호두2개와 뮤즐리 꿀을 거칠게 부수어서 섞어 빵위에 얹어먹는다. 뮤즐리 대신 그래놀라를 섞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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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주얼 아름다워요. 집에 빠니니 프레스 있는데 이거 은근히 좋으면서 크기 때문에 귀찮은 그런 기계에요. 가격이 좀 부담되긴 하는데 가끔 세일할 때 생각해봄직 해요. 그릴로도 쓸 수 있는데 그렇게는 안 써 봤고요. 저는 치아바타 반죽도 귀찮고 해서 생각나면 사러 가거나 아님 식빵에 햄 치즈 넣고 눌러서 먹어요ㅎㅎ

CREBBP 2015-11-02 20:30   좋아요 1 | URL
우와 프레스 부럽부럽~. 그거 있으면 사실 파니니 필요없지 않나요. 동네 슈퍼에서 파는 샤니 식빵도 맛있어질텐데 뭐하러 비싼빵 구하러.. 이런이런 또 기계뽐뿌가, 울집 주방은 온갖 쓰지 않지도 않으면서 아주 가끔씩만 쓰는 기계들이 많아서.. 주로 노동력을 줄이려는 의도로 산건데 관리 노동력이 더 필요해지더라는.. 아 그래도 프레스 부럽당~

서니데이 2015-11-0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실린 사진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사진을 찍으신 거군요. 과정마다 사진찍으려면 일이 많아지는데, 그래도 이렇게 올려주셔서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어요. 보다보니, 먹고 싶은 마음도 막 생겨요.^^
어쩌다 치아바타나 포카치아 파는 곳이 있긴 하던데, 식빵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높아서 잘 안먹게 되더라구요.
guiness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CREBBP 2015-11-02 22:21   좋아요 1 | URL
네 그래도 재료들을 미리 다 꺼내 담고 준비해서 둔 후 하나씩 올리면서 찍어서 다른 것보다는 수월했어요. 지지구 볶는 요리는 불 앞에서 요리하랴 찍으랴 과정샷 정말 힘들죠. 서니데이님도 좋운 저녁 되세요

AgalmA 2015-11-0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 인증샷의 시대는 지났다! 시범인증샷으로~~ 점점 책리뷰 쓰기도 힘들어지는 상황인가ㅎ))
사진 보니 guiness님 노고가 절절히 느껴져요👏🏻(박수)

CREBBP 2015-11-03 03:32   좋아요 0 | URL
실은 요몇일 친구들 밴드 수다방 트랜드가 과정샷 올리는 거였어요. 뭐 헤어롤 올리는 과정샷 집수리 비포 애프터 과정샷 그렁거.. 저도 따라해봤는데 비주얼 죽인다거들 하기에 재활용했다는
 
1℃ 인문학 - 하루가 더 행복해지는 30초 습관
플랜투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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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업계는 시대를 반영하는 자구책으로 이런 트랜드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으로 된 책, 하지만 사진이 꼭 예술의 범주 내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진들과 그 사진을 설명하는 길지 않은 짧은 글뭉치들. 그런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아 진짜 왜 자꾸 찔끔찔끔 눈물이 나오려 하는 거야. 


대충 보면 신문이나 잡지책처럼 어지럽게 사진과 글이 뒤섞여 있는 듯 보이는데, 이건 정말 감성을 건드릴 줄 아는 사람들의 솜씨로 잘 짜여진 드라마를 압축해 놓은 것인 것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리뷰애 책 사진 찍어 올리는 분들 정말 존경하는게, 한 손으로는 책을 잡아야 하고, 또 한 손으로는 찍어야 하고, 보통 품이 드는 일이 아니다. 특별히 이 책은 편집 상태가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양쪽으로 책을 책으로 눌러놓고 마구 셔터를 눌렀다. 


이러하다. 





새 아파트로 이사온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 신고를 하였다. 누가 옆집에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주민들은 폭풍감동해서, 저 벽보 옆에 훈훈한 메모를 남긴다. 



영국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게스트 연주자로 소록도를 방문했던 조용필은, 개스트 입장에서 많은 노래를 불러드리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섭섭하고 아쉬웠고, 몇년 후 다시 찾아, 혼신의 힘을 다해 소록도 주민을 위해 노래를 불러드렸다. 울먹울먹 너무 감동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여기서 버스를 타면 어느 쪽 방향으로 가는 건지를 표시하는 저 빨간 색 점과 화살표. 개인이 일일히 붙이고 다니는 거라고 한다. 공무원들은 집에 가서 책만 보지 말고, 이런 연구를 할 필요가.. 


많은 청춘들이 미래를 저당잡히고 노랗게 시들어가는 노량진에 용기를 주는 한 마디 따뜻한 말들...


땅이 없어 물위에 떠있는 마을, 그곳에서 축구를 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뗏목으로 축구장을 만드는데...


보스톤 마라톤에서 생긴 폭발 사고에 대처하는 용기와 사랑의 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증오와 복수 대신, 의족을 끼고 다시 마라톤을 뛴다. 


시각을 잃은 고양이의 산책


아빠들의 임심 체험


기름 유출 사고로 긴급 구조된 아기 펭귄들이 자연으로 방사될 때, 너무 추울까봐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힌 사람들


사라져가는 공중전화에, 동전을 달아놓고, 오늘 바로, 지금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라는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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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30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잘 찍는 것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이미지로 하나씩 올리는 것도 시간 많이 걸리고요,
guiness 님, 이 책 사진 올려주셔서,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CREBBP 2015-11-01 21:27   좋아요 1 | URL
그쵸. 정말 애룰 먹었답니다. 자새히 찍으려고 클로즈업하면 폰 그림자 샹기고 ㅠㅠ

서니데이 2015-11-01 21:3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요즘 이것저것 사진 찍는데 휴대폰으로 찍으면 그렇더라구요, 그림자도 그렇고 색상도 실물과는 다르게 보이기도 해서 여러번 찍어야해요, ^^;
 
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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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감정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베네 리얼리가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가볍게 일어나는 감정도 의사결정의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력은 감정이 소멸된 뒤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사소한 감정적 사건이 그 이후에 내릴 어떤 결정이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우리 개인이 어떤 옳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라우드의 지혜란 개인의 극단적 경험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아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걸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 레오르 조레프가 말하는 주제는 결국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의 합은 진리에 가까와진다는 것. 그 예로, 저자가 TED에 톡에 황소 한 마리를 데리고 나갔던 경험은 흥미롭다. 그 커다란 황소가 강연장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조레프가 TED 조직위에 황소 얘기를 꺼냈을 때 아마도 쇼맨쉽을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기는 TED인들은 이 아이디어를 기발하다고 여겼겠지만, 소는 무슨죄. 어쨌든 조레프는 강연장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이 황소의 몸무게를 맞춰보라고 했다. 100kg에서 1톤에 이르기까지 상상 가능한 숫자들이 제시되었으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합쳐서 낸 평균 무게는 정확하게 황소의 몸무게와 일치했다. 삐딱한 나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사실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했다. 


집단지성과 집단적 문제해결의 등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다. 함께 앉아서도 따로따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세상에서 스마트폰이 개인을 고립시키고 소외시켰지만 그 고립과 소외는 다시 집단 지성의 형태로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함께 있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익명의 수십 수백명과 소통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심지어 오프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대화한다. SNS가 인간을 더욱 친밀하게 하거나 아니면 반대이거나 어쨌든 집단의 의견은 개인의 견해보다 더 똑똑하다. 집단은 더 많이 알고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더 객관적이다.


그룹 씽크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크라우드에 기반한 생각 공유하는 다른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일치를 제거하고 합의을 이끌어가는데 더 의미를 두는 그룹 사고는 '어떤 집단에 대한 잘못된 충성도에 기초해서 소그룹 구성원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쉬운데 반해 옳은 결정이나 기준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 관심사, 전문성이 다양한 상호 충돌적인 관점을 통해 궁극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이끈다.


약한유대는 온라인 SN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네트웍 상의 많은 개체들과 엄청나게 많은 교감을 하고 지식을 얻고 정보를 전달하지만, 상호간의 사생활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라노베터에 따르면 이러한 약한 유대를 많이 가진 개인 역시 유용한 자원을 더욱 빠르고 많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강한 유대는 나 자신과 가장 닮은 것 동질적인  것이기 싶지만 약한 유대는 그렇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어떤이 이질성에 나를 연결시켜 준다는 것이다.


크라우드라는 개념은 널렸다.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컴퓨팅 크라우드 서비스. 크라우드소싱 응 아웃소싱의 대한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위키와같이 전문가나 단독 조직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커다란 집단으로 아웃소싱하는 프로세스다. 맘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누구라도 편집하기를 클릭하여 표제어 하나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 가능한 위키피디아에 자료의 정확도는 최고의 전문가가 만들어낸 대영 백과사전과 비슷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개인의 에피소드 중 재미있던 것 중 하나는 차를 사기 위해 페북 친구들에게 구한 조언의 결과다. 가족이 쓸만한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유지가 간편한 차를 골라달라고, 페북에 올렸는데 100개의 응답을 검토한 결과 현대 i30cw가 가장 많은 추천이 들어온 집단 대답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전문가를 만나 차량 선택 기준을 말하고 어떤 차를 추천할 지 물었는데 그의 조언 역시 현대 i30cw였다는 것이다. 장하다 현대차.


크라우드가 병을 진단하는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다. 기침이 심해져서,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했으나 낫지를 않자 페북에구구절절 자신의 증상을 써서 병명을 호소했고, 수십건의 답변을 받아 분류한 결과 백일해 11, 위 식도 역류 8, 알레르기 6, 스트레스 3, 천식 2, 바이러스 1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다음날 주치의를 찾아가 백일해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고, 그래도 고집을 부려 검사를 요청해서 해봤더니 백일해로 나왔다는 것이다. 자랑질로 일관하는 나의 SNS 친구들은 쓸모가 없다. 페북 친구들이 많지 않아도 의료 관련 특화된 사이트들이 크라우드의 집단 지성을 이용하여 의학과 약학적 발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트리토(treato)는 블로그, 포럼, SNS 등으로부터 수십억건의 건강 관련 대화와 텍스트들을 특정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과 처방받은 약들간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실제로 많은 여성사용자가 기침약인 뮤시넥스와 로비투신을 복용하여 임신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내 제약회사에서 임신과의 연관성 연구에 착수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현존하는 약의 새로운 용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1만 5천건이나 찾아냈다고 한다. 


재미있는 가십거리를 공유하는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는 한 때, 어떤 남자가 임신진단기를 장난삼아 테스트했더니 임신 양성 반응이 나와, 최초로 임신한 남성이라는 조롱거리이자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댓글 중, 이 경우 고환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남자는 우연히도 고환암을 일찍 발견할 수가 있었다는 훈훈한 스토리도 있다. 


*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나' 말고 '필자', 혹은 '저자'라고 쓰는 책들을 종종 보는데, 일관되지 않게 저자와 나를 섞어 쓴다. 섞어쓰는게 문제가 아니라, 주로 저자라는 지칭을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은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많이 인용하는 책에서 저자가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고, 널리 쓰이는 편이 아닌 것 같아서 꺼끌꺼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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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3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집단지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 저자는 그 반대의견이군요. 소셜미디어 뿐만이 아닌 포괄적인 집단지성의 긍정성을 말하는 듯 싶군요. 단점은 제시한 게 없나요?

CREBBP 2015-11-01 21:30   좋아요 0 | URL
네 비판적인 견해를 함께 제시하지 않고 본인의 경험 위주로 적고 있억서 한계가 있어요. 단점이라고 조금 적긴 했는데 깊은 통찰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AgalmA 2015-11-02 00:36   좋아요 1 | URL
반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쓰다니 기본 중에 기본인데...;;; 교양서라고 해도 이건 좀;;
답변 감사드립니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정경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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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알쏭달쏭한 표정이 만들어지는 책들은 원제를 보면 이해가 쉬운데,  이 책의 원제는 Inheritance로 한 마디로 유전적 질병에 대한 현대 의학적 지식이 망라된 책으로 유전적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실 유전적 질병이라고 하면, 다운증후군이라던가 하는 선천성 질환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고혈압이니 심장병이니 하는 만성적으로 퍼져 있는 수많은 질병들에서 희귀질병까지 유전적 이유와 환경적 인자의 고유 결합이 만들어낸 산물임을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게놈 프로젝트가 인간의 유전자의 모든 염기 서열을 분석해 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다 밝혀낸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마치 아무도 모르는 외계어로 된 방대한 책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일 것 같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동안 유전학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을 했던 모양인지, 이 책에서는 최근에 발견된 것을 포함한 각종 유전적 질환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이 실려있다. 


저자 샤론 모알렘은 희귀 유전병에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진화의학 박사로 많은 저서를 출판했고, 국내에서는 <아파야 산다, survival of the sickest>, <진화의 선물, 사랑의 작동원리 How sex works>가 있다고 하는데, 내게는 처음으로 접하는 저자이다. 얼마전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대를 이을 대중적인 의학전문작가들이 많이 거론되고 마케팅시에도 함께 비교하곤 하는데, 유전질병 연구에 있어 한사람 한사람의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성과를 거두는 타입이라는 알 수 있었다. 


우선 1장을 펼치면 신기하게도 책이 술술 잘 넘어가는데, 그것은 저자가 마치 점쟁이가 관상을 보듯, 사람의 생김새로부터 질병을 파악하는 능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염기 서열은 엄청나게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턱대고 모든 유전자 염기 서열을 검사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의 신체적 특징으로부터 가능한 유전적 질병을 필터링해서 조사하는 것이다. 얼굴이 대칭적인가, 입술이 얇은가 두꺼운가, 이마는 넓은가, 관지놀이가 좁은가, 이런 신체적 해부학적 특징이 특정 유전적 질환을 나타내는 표식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저자는 유전병을 진단하기 위해 온갖 장비들과 침습적 방법으로 환자를 위협하기 전에 '가장 비침습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정교한 접근'을 선호한다. 


사실 단 하나의 글자 하나, 수억개의 염기 쌍 중, 그 한 글자의 잘못된 조합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유전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이 넓은 우주에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다루었거나 알고 있는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실제로 유전병의 유전학적 구조와, 발생경위 등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남의 질병을 가지고 흥미롭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세상에는 희귀한 질병들이 많고, 그런 얼토당토 않은 것처럼 보이는 희귀한 질병의 사례를 만났을 때는, 인간으로서 왜 그렇게 다른 개체들이 출연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흥미를 갖게 된다. 


저자가 직접 만난 선청성 고관절이형성이라는 질병이 그 중 하나인데, 고관절이 자꾸 탈골이 되는 흔한 장애이지만, 저자가 만난 그레이스는 살짝만 움직여도 몸에서 총소리 같은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다리가 부러진다. 이 중국에서 입양된 아기의 스토리는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과 환경적 변화로 질병을 극복해나갔다는 흔흔한 스토리로 이어지지만 이 병과 정 반대로 내피세포가 조골세포로 바뀌는 골화성 이형성증은 더욱 미스터리하다. 뼈가 굳어지기 시작해서 사망할 때까지 입술 이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하는 끔찍한 유전적 질병이다. 이러한 어마무시한 유전적 질병들은 단 하나의 글자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몸에서 콜라겐을 만드는 COL1A1 유전자 코드는 수십억개의 뉴클리오티드 순서중 GAATCC-CCT-GGT 부분인데, 이것 대신 GAATCC-CCT-TGT로 바뀌면 골격이 대리석처럼 뻣뻣해지거나 부서지는 뼈를 갖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많은 유전적 질병이 설명되고, 그러한 유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상없이 일생을 건강하게 지내는 사람과 매우 심각한 질병을 안고 사는 경우가 생기는 환경적 후생유전학적 측면에서의 연구 결과들을 다량 소개하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를 결정하는 유전자에 관련된 이탄의 이야기였다. 이미 전통적으로 태국과 네팔,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의 동남아에서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제3의 성을 법적으로 하나의 정상적인 성으로 인정해 여권에 기입하는 사례가 등장했는데, 이것은 자유분방한 서방 사회로부터 얻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4천년 넘은 역사적 산물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다양성이 이들 지역의 유전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성이란 것은 무엇일까. 


이탄의 경우 남성적 특성을 지닌 아들로 태어났지만 분명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그런 경우 대개는 CYP21A라는 유전자의 한 버전인 선천성 부신과형증에 의해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는 질병일 가능성이 많았지만, 이탄의 경우에는 달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원래 여자로 발달하는 아이들은 두 개의 X 염색체에 두 개의 SOX3 복사본을 가지지만 하나의 X 염색체는 꺼지거나 침묵하는데 이탄의 X 염색체에는 SOX3 유전자에 반복이 있었고, 이 반복이 유전자가 더 발현될 기회를 주게 된 것이다. 이 유전자는 남자로 발달하는 데 중요한 유전자인 SRY 영역과 90퍼센트 이상의 염기서열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SRY는 Y 염색체에만 있는 것이고 SOX3은 X 염색체에존재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어떤 사람들은 SOX3 유전자의 중복과 여성 XX 상보 염색체를 가졌음에도 정상적으로 여자가 되는데 이탄만 남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한 순간의 환경적 영향이나 다른 이유로 인한 유전적 발현이나 억제가 삶의 경로를 영원히 바꾼다는 사실로 설명하고 있는데, 결국 아직 성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유전적 유산은 경험을 바꾸고 유전적 유연성은 삶을 결정한다. 태내에서 발달하는 동안 유전체의 발현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심지어 그 사람의 성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수십억개의 염기쌍이 똑같이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 하더라도,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개인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유전자가 삶을 결정하지만 그 유전자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이고 환경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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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중에 시간나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용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guiness 님, 좋은 하루 되세요.^^

CREBBP 2015-10-30 14:36   좋아요 1 | URL
구체적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특정 유전자 코드를 언급하기 때문에 그 눈에 익지 않은 이상한 알파벳 코드가 어려워보이게 만들 뿐이지 내용은 대중적인 책이라 어렵지는 않습니다. 방문과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