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에서 살아남기
심현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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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는 귀촌 이야기나 시골 생활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은 전원생활의 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기대를 하나씩 걷어낸다.


산골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발효액을 담그는 방법, 먹는 습관, 운동, 오지의 지리 같은 것들이다. 겉으로 보면 생활 정보서 같지만 읽다 보면 느껴진다. 이건 이렇게 하면 좋다는 조언이 아니라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말에 가깝다.

저자가 직접 다니며 보고 겪은 이야기들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내용이 공허하지 않다. 오지가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산다는 게 어떤 선택인지 조금씩 체감하게 된다.


문장은 전반적으로 담담하고 차분하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과장도 없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구니 스님의 이야기는 크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서 읽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대신 공간 이야기, 생활 이야기, 몸 관리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처음엔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하나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오래 버틸 수 있는가로 시선이 옮겨진다.


이 책이 말하는 오지는 힐링의 공간이 아니다. 자연은 친절하지 않고 몸과 시간을 관리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귀촌에 대한 환상이 줄어든다. 대신 지금 내가 사는 방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돌아보게 된다. 편하냐 불편하냐가 아니라,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를 묻게 된다.


'오지마을에서 살아남기'는 가볍게 읽고 덮을 책은 아니다. 읽는 동안은 잔잔하지만 덮고 나서 생각이 오래 남는다.

어디로 떠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조용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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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은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 : 문제가 무엇인가 - AI와 함께 모색하는 한국 교육의 출구
강귀용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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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은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길을 잃는 이유


'한국의 교육은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꽤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책이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핵심은 지금의 한국 교육이 학생을 가르치기보다는 선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험과 평가를 위한 구조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입한한 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학생들이 학습목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수업 시간마다 학습목표는 제시되지만 왜 그걸 배우는지, 그것이 자신의 삶이나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 결과 학습은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할 내용이 된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게 어디에 쓰이냐는 질문을 마음속으로만 반복하게 되는 이유를 이 책은 비교적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비유는 교과서를 북극성에 비유한 부분이다. 북극성은 길을 안내하는 기준일 뿐 목적지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교과서가 목표가 되어버렸고 수업과 평가는 교과서 범위를 얼마나 정확히 따라왔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거나 관심사를 확장하기보다는 정해진 답을 얼마나 잘 맞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책의 장점은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논지가 일관되다는 점이다. 교육이 학생의 성장과 미래 설계를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읽는 내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산출물 중심 수업, 자기주도 학습,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한 설명은 추상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예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주장이 반복되면서 다소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 입시 구조나 제도적 한계를 고려하기보다는 방향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 인상이다. 그래서 실천 지침서라기보다는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책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 교육을 경험해온 학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학교에서 왜 공부가 의미 없게 느껴졌는지, 왜 잘 외우는 것이 곧 잘 배우는 것처럼 여겨졌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우리가 너무 오래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교육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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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 - ESG를 둘러싼 새로운 자본주의의 얼굴
홍상범 지음 / 알토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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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정의’라는 말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졌을까


처음엔 제목 때문에 트럼프를 옹호하는 책인가? 하고 약간 경계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트럼프를 칭찬하는 책이라기보다 왜 트럼프 같은 인물이 계속 힘을 갖는지,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가치 싸움의 구조를 설명하려는 책에 더 가까웠다.


책에서 계속 나오는 단어가 ESG, PC, DEI인데, 사실 나는 이걸 그냥 좋은 일 하자는 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환경을 생각하고, 차별을 줄이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말이니까 당연히 좋은 방향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말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읽으면서 내가 너무 쉽게 동의해왔던 말들이 사실은 꽤 복잡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ESG 같은 가치들이 점점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나 관리의 방식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점이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리스크라는 이유로 특정 고객의 계좌를 제한하는 디뱅킹 사례를 보면서 이런 결정들이 계속 쌓이면 결국 누가 사회의 기준을 정하느냐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의로 시작한 기준이 언제든 조용히 누군가를 배제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꽤 불편하게 다가왔다.


젠더, 정체성, PC 담론을 다루는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갈등이 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왜 분노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읽는 동안 이건 좀 과한데? 싶은 부분도 있었고 반대로 이런 시각은 생각해본 적 없었다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책을 대충 넘기지 않게 됐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딱 떨어지는 결론을 얻은 건 아니다. 대신 질문이 더 많아졌다. 정의라는 말은 누가 쓰고 있는지, 좋은 가치라는 게 언제부터 규칙과 통제가 되는지, 기업이나 금융은 어디까지 사회를 관리해도 되는지 같은 생각들이 계속 남았다. 정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살아가는 사회와 직접 연결된 문제라서 더 크게 느껴졌다.


'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은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ESG나 PC 같은 단어를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만든다. 나처럼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던 사람도 한 번쯤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결국 이 책의 미덕은 독자를 특정 진영으로 설득하기보다, 너무 익숙해진 가치 언어들을 잠시 멈춰 세우고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불편함은 이 책의 결함이 아니라 의도된 효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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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는 카피가 안 된다 - AI시대, 당신만의 진짜 경쟁력
김을호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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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복제돼도, 사람은 복제되지 않는다


요즘은 정말 뭐든지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시대다. 검색만 하면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은 금세 따라잡힌다. 그래서 더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 사이에서 끝까지 남는 건 뭘까?

'태도는 카피가 안 된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열심히 하면 된다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르다. 저자는 실력이나 성과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책 속에는 조직에서 흔히 벌어지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팀 프로젝트의 공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순간, 회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지워지는 장면, 성과는 뛰어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계속 지치게 만드는 인물들. 낯설기보다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말하는 태도는 겉으로 보이는 친절이나 밝음이 아니다.

성과를 나누는 방식, 책임을 대하는 자세, 화가 났을 때 말을 선택하는 태도,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지키는 기준 같은 것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평판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기록이 남는 시대에는 평판이 이력서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지적이 인상 깊다.


책은 일은 잘하지만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과 능력은 평범해도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을 대비시키며 현실적으로 후자가 더 오래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상론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보고 겪어온 장면에 가깝다.


또 하나 감정 조절을 인격의 문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감정은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선택이며 책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십이란 말솜씨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 책은 조직 구조나 제도의 문제를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개인의 태도로 설명하려는 단순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끝까지 붙잡는 질문은 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나는 실력을 증명하려 애쓰는 사람일까, 아니면 조용히 기준을 지키는 사람일까.


'태도는 카피가 안 된다'는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현실적인 한 가지를 말한다. 기술과 스펙은 따라잡히지만 태도는 끝까지 복제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태도가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이 된다는 사실이다.


추천 대상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평가 기준이 헷갈리는 사람

실력은 쌓고 있는데 신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팀을 이끌거나 사람을 평가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자기계발서가 부담스럽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는 필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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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존재는 이미 아름답다 - 최영 이영애 포엠 캘리그라피 시집
최영(영업의신조이).이영애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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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되묻게 되었다.

저자는 화려한 표현이나 어렵게 꾸민 문장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아주 부드럽지만 단단한 말들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감정의 결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그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조금씩 풀리면서도 동시에 조용한 사유의 층이 생겼다.


책에서 특히 새롭게 느낀 점은, 존재의 가치가 누군가에게 직접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관점이었다.

시 속 화자는 빛이 직접 닿지 않아도, 상대의 눈빛 속에서 반짝인다는 식의 은유를 사용한다.

그 표현이 오래 마음에 맴돌았다.

누군가에게 즉각적으로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다정한 방식이 꼭 말이나 행동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부분은 슬픔 앞에 서는 인간의 태도였다.

책 속에서 서로의 눈물과 미소를 마주하는 장면들은 과하게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슬픔을 나누는 방식이 꼭 조언이나 위로의 말일 필요는 없다는 점. 그저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떤 치유가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건 책을 통해 다시 배운 것이라기보다 예전에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 경험에 가까웠다.


물론 책이 주는 모든 메시지가 나에게 완전히 편안했던 건 아니다.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종교적 서사는 내게 조금 낯설었다.

그 장면들도 나름 의미는 있지만 감정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면서 시집 전체의 결이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이 부분은 개인적 취향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지점이다.

그렇지만 이 한계가 책 전체의 진심을 가리는 건 아니었다.


문체에 대해서는 분명히 장점이 있다.

말이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렇다고 얕지는 않다.

캘리그래피와 함께 배치된 페이지들은 시적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이런 시각적 장치가 때로는 감성을 조금 과하게 유도하는 듯한 순간도 있어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건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괜찮다는 단조롭지만 묵직한 위로였다.

그 위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억지로 다정하려 하지도 않는다.

삶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조용한 문장이 하나쯤 떠오르는 것. 그게 이 책이 가진 힘이라고 느꼈다.


이 책은 읽고 나면 삶이 달라지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온 마음의 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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