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귀여우니까 -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메리버스스튜디오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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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자꾸 느려진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사람들 앞에선 괜찮은 척 웃는데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공기가 무겁다.

괜히 내가 부족한 사람 같고,

조금만 실수해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하며 자책하던 요즘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나는 꽤 귀여우니까'.

솔직히 처음엔 그냥 귀여운 그림책이겠지 싶었는데

읽다 보니 그 단순한 귀여움 속에 꽤 깊은 위로가 숨어 있었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

내 안에서 조용히, 분명히 자라는 순간이 있으니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내 안에서는 뭔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말.

그게 얼마나 다정한 문장인지,

요즘처럼 마음이 무너질 때 읽으면 진짜 가슴이 뜨거워진다.


책 속 고양이들은 느리고 서툴다.

어떤 날은 괜히 예민해서 친구에게 미안해하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못 해서 속상해한다.

그런데 마지막엔 꼭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해봤잖아, 오늘의 나를 기록해.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잘한 날보다, 그냥 버틴 날을 인정해주는 문장.

나를 혼내지 않고 쓰다듬어주는 느낌.


나는 요즘 이 책을 자기 전에 한두 장씩 읽는다.

딱히 줄거리도 없고 짧은 문장과 귀여운 그림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아무 일 없는 하루라도 괜찮고 조금 흔들렸던 하루라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친구 같아서.


💜 조금 덜 흔들렸다면, 그만큼 자란 거야.

그 한 문장이 오늘의 나를 버티게 했다.

서툴러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다고

이 책은 정말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말해준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그냥 이렇게 기록해두려 한다.

나, 꽤 귀엽고, 꽤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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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거지가 국회의원
원광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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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솔직히 제목이 너무 세서 웃었다.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이라니, 이건 영화 아니야?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웃음이 점점 조용해졌다.

이건 성공 신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맨손으로 버틴 인생의 증언집이었다.


원광호는 고아 아닌 고아로,

배고픔을 친구 삼아 살던 시절의 냄새까지 솔직하게 쓴다.

그가 말하는 절규는 문학적인 장식이 아니라

정말로 배에서 울리던 절규다.

그 시절, 한 줌의 밥과 한 사람의 격려가

어떻게 한 소년의 세계를 조금씩 바꿨는지를

참 단단하게 보여준다.


📖 특히 ‘필름 한 통’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580원짜리 필름을 사서

동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장면.

그건 그냥 취미나 호기심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그는 배고픔보다 더 큰 결핍,

즉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를 채워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또 한 결혼식, 주례가 둘이라는 챕터에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결국 그는 정치보다 사람에 더 마음이 가는 인간이었다.

그게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그 허술함 때문에 신뢰가 생긴다.


책을 덮고 나니 꿈이 있으면 아직 실패한 게 아니다라는 문장이

그냥 문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여주는 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지독하게 진심인 생존의 기술이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도 깡통이 있었다.

텅 비어 있었지만 그 덕분에 뭘 담을 수 있었던 시절.

그때 나는 그게 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

이제야 안다. 그 깡통이 나를 키웠다는 걸.


결국 성공이란,

깡통을 발로 차다가 그 소리에 놀라 멈춰서서

이게 내 리듬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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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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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같은 바다를 다른 방향으로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눈발이 흩날린다.

뉴욕의 겨울, 오래된 집.

세 자매가 그 안에 서 있다.

누군가는 손에 남은 먼지를 털고,

누군가는 부엌 불빛에 기대어 있다.

말은 적고, 공기만 가득하다.

집 안의 온도가 약간씩 달라지고,

그 차이만큼 각자의 마음이 어긋난다.


작년 겨울,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던 길,

거리의 공기가 너무 차가워

그냥 숨만 쉬며 걷던 그 시간.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고,

그냥 존재만 남아 있던 그 느낌.

그게 이 소설의 리듬이었다.

말없이 버티는 삶의 속도.


'블루 시스터스'는 거대한 사건이 없다.

그 대신, 흐름이 있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고

눈빛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그 스침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

누군가 울기 직전의 얼굴,

손끝의 주름,

컵에 남은 물자국 같은 이미지들이

그들의 삶을 대신 말해준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세 자매가 남겨진 집을 정리하면서 시작된다.

그 집은 마치 시간의 잔해 같고

서로의 얼굴엔 각자의 실패가 묻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함께 식탁에 앉는다.

불편하고, 서먹하지만

결국 함께 밥을 먹는다.

그 장면이 유난히 따뜻했다.


읽으며 깨달았다.

삶은 거창한 화해나 깨달음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다시 공유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 한마디 없이도,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은 살아진다.


커튼을 걷었다.

늦은 오후의 빛이 벽에 부딪혀

부서지듯 번졌다.

잠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때 느꼈다.

이 책은 나를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지금 어떤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줬다.


좋았던 점.

문장이 투명하다.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저 빛처럼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내 생각들이 한결 느려졌다.

삶의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보게 됐다.


아쉬운 점.

조금 더 거칠었으면 했다.

삶은 늘 정리되지 않은 채 남는데,

마지막은 약간 너무 잘 닦여 있었다.

그 미세한 불균질함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을 덮고,

싱크대에 남은 컵을 씻으며 생각했다.

인생은 결국,

식지 않은 커피처럼

어중간한 온도를 유지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뜨겁지도, 완전히 식지도 않은 그 중간의 시간.

그 미묘한 온도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견디고,

또 견디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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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이야기 - 생물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상징까지 목에 대한 모든 것
켄트 던랩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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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목이 자주 뻣뻣하다.

몸은 컴퓨터 앞에서 고정돼 있고,

머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하루 종일 생각만 하고 사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이 나의 일부가 아니라

그저 생각을 운반하는 도구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켄트 던랩의 '목 이야기'를 읽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목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던랩은

이 짧은 부위를 통해 생명과 의식의 연결을 탐구한다.

목은 머리와 몸을 잇는 다리이자

생각과 감정, 숨과 목소리가 오가는 통로다.

우리가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것,

하늘을 올려다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울음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

모두 목 덕분이다.

읽는 내내, 자꾸 내 목을 만졌다.

긴장하면 단단히 조이고,

불안하면 미세하게 떨리고,

말을 삼키면 뜨겁게 응어리진다.

목은 연약하지만, 그 연약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하루의 피로가 왜 목으로 몰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단순히 자세의 문제만이 아니라

머리와 몸이 따로 사는 삶의 문제였다.

책을 덮고 나서,

잠깐 핸드폰을 내려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 생각이 몸에 닿는 느낌을 느꼈다.

'목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몸의 언어를 되살려준다.

몸은 늘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걸,

생각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걸.

요즘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 목은 어떤 상태인가?

그 질문 하나로도

하루의 리듬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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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 - 복잡한 심리전에서 무조건 이기는 설득의 프레임
조슈아 와이스 지음, 김용준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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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상대를 바꾸려 할 때, 협상은 이미 실패하고 있다.”


요즘 나는 대화를 하면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회의에서, 가족과의 대화에서, 친구와의 의견 충돌 속에서도

결국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승리 뒤에는 항상 피로가 남았다.


‘하버드 로스쿨 협상수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책이 말하는 협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래의 기술이 아니다.

그건 관계 속에서 나를 새로 이해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라, 나와 상대가 함께 버티는 방법을 찾는 일.


조슈아 와이스는 협상을 대화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침묵을 선택할 줄 알고,

상대의 말 뒤에 숨은 진짜 욕구를 읽어내는 감각.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안의 낡은 대화 습관이 드러났다.

듣는 척하며 기다리던 내 차례,

상대의 말 속에 끼어드는 내 불안,

결국은 내가 옳지? 라고 되묻는 내 마음.


“협상이란, 네가 옳다는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는 방법의 탐색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함께 길을 찾는 일이 더 어렵지만,

결국 그게 인간다운 대화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하버드라는 이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 안에는 감정의 결, 말의 온도, 관계의 틈 같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협상들이 숨어 있다.


나는 이제 조금은 다르게 말하려 한다.

조금은 덜 단정하게, 조금은 더 기다리며.

이 책이 가르쳐준 건, 말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마음으로 남는 법이다.


협상이란, 결국 타인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타인을 다시 듣는 일이라는 것.


📚 《하버드 로스쿨 협상수업》

by 조슈아 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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