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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이어령 교수님의 글을 읽노라면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듣던 이야기가 그리워집니다. 우리 할머니는 호롱불을 벗삼아 기나긴 밤에 어김없이 사랑하는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기나긴 밤의 초입에 할머니이는 손자에게 '옛날 옛날'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어령 교수님의 글을 읽다보니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의 자장가이며,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의 미래였다. 갑자기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이어령 교수님은 우리 조상들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후손들과 만들어 가고자 했던 세계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 사실을 이어령 교수님은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12 꼬부랑 고개를 넘어간다.
"우리 조상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과는 전연 다른 허구와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신화와 전설과 머슴방의 '옛날이야기' 같은 것입니다."
이어령 교수님의 글은 구수하다. 교수님의 글은 가슴을 추억속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교수님의 글은 고개를 떨구다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교수님은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재능을 응원하고 인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동물과의 확연히 다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동물로 통해 진화된 존재라는 생각으로 동물과 같은 재능적 한계를 갖고 있음을 말하지만 결코 사람들은 한계속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의적 세계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도전한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더라도 사람들은 도전한다. 설령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는 동물과 다르다는 분명한 사실을 교수님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도전을 교수님은 12고개를 통해 풀어간다. 교수님과 함께 12고개를 넘어가면서 인간의 대단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고개를 넘다보면 '내가 사람임을 감사'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기에 하게 된다.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는 우리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는 포기라는 것을 내려놓게 된다. 정해진 지점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래를 멈추지 않고 걸어가게 했던 것이 꼬부랑 고개이다.
우리 나라의 애환이 담겨진 아리랑은 끝이 없다. 하염없이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노래할 수 있다. 동서만의 노래가 아니라 남북의 노래, 지역의 노래가 아리랑에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12고개를 만나지만 아마 12고개의 시대에 살았던 교수님이기에 12고개로 끝났지 더 미래를 걸어오셨다면 24고개, 48 고개의 이야기를 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어령 교수님의 찬란한 글과 가슴속에 도전과 미래를 갖게 된다는 것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의 할머니의 무릎의 포근함에서 나오지 않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내가 고개를 들어 보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