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서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 노천명님***
이전에 읽었던 사슴과는 다르게 읽힌 건 아마도
나의 내면의 변화로 인해 달리 읽히는 것이리라.
어쩜 나는 사슴을, 아니 노천명시인의 삶을 닮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나만의
이상을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보며
향수에 젖는 사슴의 마음처럼,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보며
나는..
그 마음에 오늘도 말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