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화요일은 태풍대비하라고 휴무였고, 수요일 어제는 미리 휴가를 신청해놓은 상태여서
계획에도 없이 이틀을 연달이 쉬게되었다. 그래서 오늘이 꼭 월요일 같은 느낌이다.^^:::::
28일은 나름 태풍대비 한다고 창문에 테잎도 붙이고, 길냥이들 급식소에 돌도 덮어 놓고
그러면서 집에서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었다,
뭐 한마디로 그의 말을 빌려 "딱 좋아!"
1Q84읽다가 덮어 버린 뒤로 하루키는 영원히 빠이빠이 일듯 했는데
다행이다 다시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줘서 말이다.
29일 어제는 그래도 날씨가 꽤 괜찮아진듯해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생각따위없이 지하철 1호선을 탔다.(쉬는날 내가 주로 하는 짓이다.)
전철안에서 물만두 님의 <별다섯 인생>을 읽었다.
물만두라는 이름은 이곳저곳에서 여러번 보긴 했지만 막상 그분 서재는 가본일이 없다.
아마도 나와는 너무 다른 독서취향때문일것이다.
나는 장르소설을 읽지 않는다.
내가 읽은 유일한 추리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뿐인데
그 후로도 그 전에도 이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서평집이 아니라 에세이였고, 더구나 알라딘 1세대라고 하니 왠지 궁굼했다.
책 읽는 일 말고는 자신의 질병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수 없었던 그녀.(물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할수도....)
알라딘 서재에서의 소통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녀의 글들을 보면서
아...이런점은 나와 참 비슷하구나하고 생각했다.
나 역시 한달 핸드폰 요금 만삼천원이라는 아주 저렴하게 소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고,
책 읽는 일 말고는 다른 뭔가 하지도 않고 있고 할수도 없는 처지이다.(물론 회사생활은 빼고)
하지만 아주 많이 다른 점 하나는 가족이다.
나는 결혼이란걸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또 하나의 가족이 탄생할일은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 나의 형제와 부모가 혈연적 가족관계로는 이 사람들 셋이 마지막이 될것이다.
내가 바라는 가족상은 각자 알아서 잘 살아주기.
너무 싸가지 없게 들릴것이다. 네 부모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겠냐
네가 하늘에서 떨어진줄 아냐 뭐 등등....그럴수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물론 이곳에서 주절주절 다 말한순 없지만.(이미 너무 주절거리고 있어 응?)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사정이란것이 있지않는가.(그렇죠?)
내기 이 이야기를 하는건 이상하게 나이먹어 갈수록
청소년때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한다는것이다.
그것은 바로 부럽다는것. 나이 40을 이런 태풍 너뎃번만 더 겪으면 맞이할 내가 그러고 있다는거.
이건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점점 한심해지는거냐고 아...우........
이런걸 쓰려고 했던게 아니였는데 쓰다보니 하......거참.....
1호선을 타고 가다가 부평역에서 내렸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를 모두 인천에서 다녔고, 20대 초중반도 역시 인천에서 보냈다.
지금 이곳으로 이사온지 10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게 고향이란 느낌은 역시 인천쪽이 강하다.
그야말로 할일없이 젊음을 불싸지르고 싶었으나 그냥 대~충 흘려버린 내 '나와바리' 그 부평역이였다.
하지만 전철에서 내리자 마자 나는 완전 '멘붕'상태가 되었다.
역사에서 바로 이어져 있던 길다란 지하상가 골목들은 어지간한 대형 쇼핑몰처럼 넓어 졌고
지상으로 나와서도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는데 한참 걸렸다.
그 와중에 찾아낸것이 바로 CHI CHI 커피숍.
솔직히 젊었을땐 술마실돈도 모자랐기때문에(지금도 모자라지만 ㅎㅎㅎ)
어지간해선 커피숍따위에 가는 일이 없었지만
단골 술집이나 노래방이 우리 약속시간보다 한참 후에 개점을 할땐 어쩔수 없이 가는 곳이 바로 CHI CHI커피숍.
요새처럼 별다방 콩다방 등등 원두커피전문점이 대세인 시대에
떡하니 번화가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니 주인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 가게 건너편 대각선 쪽을 보니 이게 왠걸 그때 그 노래방도! 하루에 두번씩 가던 그 노래방도 그대로 있었다.
너 아니면 죽겠다던 연인들도 너 아니면 누가 내맘 알아주겠냐던 친구들도
이젠 없다. 물론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만 그렇게 이십대 초반 가장 순수했던때는 함께 보낸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냈다는건 참 서글픈 일이다.
좋은 추억들도 참 많았는데 왜 대부분 지난 시절을 떠올리면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더 먼저 떠오르건지.
그래도 아직 건재한 커피숍과 노래방(나와는 별 상관없던 은행도 아직 있더라)들 덕에
아주 기분 좋게 추억에 잠겼었다.(고백 받은날,첫키스한날 뭐 등등 그런거 흠 흠 흠 )
아........이런 설마 아니겠지.
2012리뷰에 넣어야 할것을 짧은평에 넣었네....
남보기 부끄러운 글인데 그 사이 갑자기 왜 방문자가 늘어난거냐......아........이런........이런...........이런..........
이런 거지같은 실수를 하다니!
비도 오는데!
에휴.........퇴근하고 짜파게티에 깍두기 안주 삼아 소주나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