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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농민 계급의 팍팍한 현실을 사실적이며 투쟁적으로 그런 소설이다. 오랫만에 소설읽는 재미에 푹빠져서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아니였겠으나 계급내 젠더폭력(지주의 소작인의 딸 강간) 문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인간 사회는 늘 새로운 문제가 생기며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투쟁함으로써 발전될 것입니다 대개 인간 문제라면 근본적 문제와 지엽적 문제로 나눠 볼 수가 있을 것이니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시대에 있어서의 인간의 근본 문제를 포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요소와 힘을 구비한 인간이 누구이며 또 그 인간으로서의 갈 바를 지적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끝까지 보아주시고 오류와 모순을 들어 진지한 질책을 내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1934년 7월 27일

                                                                                                      강경애

 여성이며 카프계열 작가의 글이기에 친일파의 글은 교과서에 실려도 이분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될 일은 없겠다. 아쉽고 아깝다.

 

 

 

 

 

 

  제목과는 다르게 엄마에 대하여 아니 전세대의 여성의 삶에 대하여 쓰인 소설이다.

딸은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시간제 강사로 근근히 생활하는 동성애자이고 엄마 역시 교육받은 인텔리 이지만 현재는 요양보호사일을 하고 있고, 엄마가 돌보는 환자인 젠 역시 젊은 시절 세계를 무대로 큰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하기야 요줌엔 어디나 저런 사람들 천지잖아요. 얼마 전엔 구청에 갔더니 그 앞도 난리더라고요. 다들 무슨 불평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우는소리 하면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것도 문제예요. 다들 감사하게 생각할 줄은 모르고. p94

 

 세상일이라니, 자신과 무관한 일은 죄다 세상일이고, 그래서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말하겠지, 제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겠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세상일이라고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만들어지는 거겠지, 한두 사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p126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나는 간신히 삼킨다. 내 잘못이 아니지, 너의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 부인은 혼자 떠들다가 돌아가 버린다. 젊은 새댁과 간호사들에게 드디어 그 늙은 여자가 돌아 버렸다고 수군거릴지도 모르지. 그보다 더 심한 말을 속닥 거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시시한 비난과 조롱을 치하자고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것.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 내가 너무나 많이 반복해 왔던 그런 일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 p162

 세상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모른척 덮어두고, 그저 남이 시키는데로 주는데로 받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투덜거리고 싸우는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물들을 아무 죄책감 없이 취한다. 나역시 많은 것들을 감사한지 모르고 받아왔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수 있는 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변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겠다.

 

 

 

 넘치도록 애정하는 유유출판사.

양자오 선생의 ~를 읽다 시리즈는 발간되는 대로 모두 사서 읽었다. 특히나 묵자는 예전에 강신주의 책에서 가장 흥미 있는 사상가 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공자와 더불어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묵자의 사상은 어째서 공자만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마천이 의도적으로 묵자의 사상을 배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공자의 사상과는 다르게 백성을 위해 위정자가 지켜야할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은 전쟁의 시대에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것인가가 아니라, 전쟁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을 하니 당연히 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버려질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묵가가 대대로 이러져 내려오며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주나라 문화에 반대하고, 또 주나라 문화를 회복하자고 요구한 유가에 반대한 것입니다. 이는 '겸애' '비공''비악''절장''절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묵자의 실천 정신 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사상 유파에 그친 것이 아니라 행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일이백년 동안, 그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며 생활 속에서 '절용'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했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전쟁을 막으려 했습니다. 묵자가 설파한 이론과 함꼐 이런 실천이 있었기에 묵가는 '현학'의 지위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p140

 

 너무나 좋아하는 양자오 선생의 글이지만, 고전의 특성상 여자는 이들이 말하는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들을 재확인 할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여성이 하나의 인간으로써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심지어 어느 부분에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자신의 언어도 없고,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의 언어로 나 역시 너와 같은 인간이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여성들의 책이 너무 쓸데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수천년동안 남자들의 이야기만 있던 속에서 고작 몇년 사이에 나온 책들이 어떻게 너무 많을 수가 있는가..(수준미달의 책들도 많다는 것은 인정) 더 많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중에서 졸작도 가르고 대작고 찾아내야 한다. 쉬운 책들은 생활서로 어려운 책들은 이론서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험이 보편화 되어야 하고 그안에서 개별성을 찾아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 래디컬 페미니즘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책이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들이고 현재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본격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참고해 볼만하겠다. 다음으로 함께 읽을 책은 당연히 성의 변증법과 성 정치학.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등 좋은 실용서를 발간했던 봄알람이지만, 유민석 같은 사람을 지지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로써의 호의라고 할 지라도 여성혐오하는 남자작가를 페미니즘 서적을 발행하는 곳에서 그의 강연 홍보를 해주고, 그런 사람에게 페미니즘 강연을 맡기는 한국여성철학회의 선생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이왕 샀으니 읽어는 보겠지만, 봄알람 앞으로도 이런식이면 매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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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1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뭔가 내가 좋아하는 아무개님의 글이 돌아온 것 같아요! 역시 아무개님 글이다! 하면서 씐나서 읽었어요.
부지런히 독서해주세요 아무개님. 부지런히 독서하고 부지런히 글 써주시기 바랍니다. 제발요!! 쫌!!

아무개 2017-11-19 15:59   좋아요 0 | URL
아 그게 . . 읽기는 하는데 워낙 느리고 쓰기는 하는데 그게 참 . . .ㅡ‥ㅡ

syo 2017-11-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유유 사랑으로 알려진 syo입니다.

책 사진이 인용 칸 모퉁이에 어여쁘게 자리잡은 저 레이아웃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무개 2017-11-19 19:24   좋아요 0 | URL
죠기위에 인용부호 따옴표를 누르면 인용호가 생겨요^^

단발머리 2017-11-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물도 들어왔고 우리 아무개님 노도 부지런히 저으셨네요~~ ㅎㅎㅎㅎ

페미니즘 책들이 더 많이 나와야된다는 생각에 완전 찬성해요. 더 많은 이야기가 말해져야 하고, 더 많은 연구가 발표되어야 하고, 더 많은 논문이 쓰여야 해요. 일단 많이 팔리고 읽히는 가운데서 더 많은 생각들이 공유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성의 변증법이랑 성 정치학 좀 빨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성 정치학은 책을 어떻게 구할것인지 거기서부터 알려주세요.
전 근처 도서관에 책이 있어서 이야호!를 부르고 상호대차 신청했다가 책 상태 때문에 대출불가하다는 문자를 저번주에 받았더랬죠.
기다릴께요. 노 더 많이 저으세요. 제발요!! 쫌!!(넘버 2)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참, 아무개님!!! 여기 서재 화면 위에 책들이 안 보이고 완전 빈칸으로 나와요. 설정 확인 바랍니다. ㅋㅋㅋ)

아무개 2017-11-20 11:42   좋아요 0 | URL
성 정치학은 올해 제생일에 애인님이 윗돈을 주고 구매해서 주었어요. 음홧홧
그러나 1년이 되가도록 안읽고 있. . . . . . . .
 

한참을 생각했다. 사랑의 다른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한 타인으로 남을수 없는 걸까.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날 선 말로 서러의 굳은살을 해체하며 예민하게 성장할 수 있는 관계로. 여전히 나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힘들 때가 많지만, 많은 부분 이 욕망이 상대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란 걸 떠올리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아니라면 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누구도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으며, 어떤 사람도 누군가의 구원이 되지는 못하니까. 상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서 영향을 주는 것보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친절한 타인으로 남는 게 더 어렵다. 관계 맺음의 상상력 갖기, 존재 앞에서 겸손해지기, 그것이 관심이 아니라 침범이었다는 걸 인정하기.p47

 

 "폐미니스트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잘 몰라요, 특히 저와 여러분의 세대가 직면한 차이에 대해서는 더욱 그래요. 우리가 서로의 경험을 초월하고 온전히 알 수 있을까? 회의감도 들어요. 그래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어요," 지난여름, 카페에서 열린《젠더 감정 정치》출판기념회에서 여성학자 임옥희 교수께서 하신 첫 마디였다. 수십 년 페미니즘을 공부하고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자세는 괜한 겸손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 같았다. 페미니즘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철학자 강신주가 "페미니즘은 수준이 떨어진다"고 확신했던 자세와 대비된다. 모든 것을 하나로 설명하는 '단순화하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끊임없이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이야기 하려는 시도는 어렵더라도 꼭 필요하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겪은 부분에 한해서만 잘 느끼고 알 수 있을 뿐이고, 다른 상황은 분명 모를 수 있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그렇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p122-3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은 '노여움'이었다. 노여움은 주로 권력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인데, 남성이 자신의 뜻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여성에게 기본적으로 갖는 감정이 이와 같다고 했다. 네가 감히 나를 거부해, 나에게 토 달아, 나를 미워해, 나한테 뭐라고 해? 나와 술자리를 가졌던 그도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은 나에게 노여움을 느꼈을 것이다. '칭찬이었는데, 감히 나에게 정색해?'p132-3

 동등하게 소통할수 있는 존재가 아닌 고분고분한 대상을 찾는 심리는, '내 뜻을 거스를 때 혼낼 수 있다'는 당위를 전제한다. 상대가 여성일 경우 으레 가르치려고 드는 남성의 특성을 일컫는 '맨스플레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단지 '가르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가르칠 수 있다는 불평등한 구도 자체가 폭력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맨스플에레인이 대중적인 언어가 돼서 대화를 하다가 "아, 내가 또 맨스플에인했네"라고 말하는 남자가 많아졌다. 문제는 '말'만 그렇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인식을 성찰하고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 "내가 또 맨스플레인했네, 이렇게 말하면 또 맨스플에인으로 보이나?"라는 손쉬운 반응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의화시키며 권력관계는 그래도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반영한다. p135-6

 

 임신중절수술을 진료 목적 외에 마약을 처방하거나 환자에게 성폭력을 행한 것과 같은 의료 범죄와 등치시켜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분류해 처벌하겠다는 정부를 보며, 누구를 위한 도덕인가 묻지 않을수 없다. 자생력이 없고 아직 생명으로 볼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존재를 고려하는 도덕은 이처럼 공공연하게 얘기 되지만, 원치 않은 임신으로 신체적·사회적 단절과 험을 끌어안아야 하는 여성을 위한 도덕은 없다. p158

 

 내가 비혼을 고집하게 된 데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다. 동거를 경험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대로 함께 살아도 충분하다고 여기게 된 점, 동물가족과 살면서 종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갖게 된 점, 지구를 위해서라도 인간을 재생산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생긴 점, 반한적인 성향 탓에 스스로 용남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점,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된 점, 그리고 역할극을 하지 않고 내 고유의 존재로 관계 맥조 살아가는 지금 주위 환경의 영향도 크다.p173

 

 데이트폭력은 언제나 무 자르듯 단순한 구도로 나뉘지 않는다. 피해자는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다. 순결하고 합리적인 피해자는 없다. 함꼐 욕하고, 대응하고, 저항하는 , 심지어 '나쁘기도'한 복합적인 존재이다. 피해자를 수식하는 말이 무엇이든, 어떤 존재도 폭력을 당해선 안 된다. 그것만이 절대적 원칙이다. 또한 피해자에게 합리적 대처를 요구하는 것도 터무니없는 기계적 잣대라는 걸 나는 안다. 데이트폭력은 잧선 남자에게 폭력을 당한 일이 아닌,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은밀하고 친밀한 폭력이다. p.187

 

 여자라서 주목받는 '의외성'은 반동적으로  '여자는 역시 ~하다'와 같이 비하하는 평가의 연장선에 있다. 사회운동을 하며 만났던 전 남자친구는 "너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사회문제에 관심 있고 말이 통해서 좋아"라고 말하곤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너는 여자들 특유의 감정적인 명이 있어, 너는 나처럼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해"하며 나를 깔아 내렸다. 남자친구만이 아니라 사회적 활종을 하며 만난 남자들도 나를 동료라고 여기기 전에 잠재적 연애 대상 혹은 자신이 가르쳐줘야 하는 부족한 여자로 여겼다. 역사와 각종 철학을 줄줄 읊으면서도 젠더 감수정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p271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문제를 사소하게 만드는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소한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을 '년'으로 욕하지 말라는 발언이 집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거라는 식의 글을 당당히 올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발언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순진한 태도는 자신이 누리는 권력을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의 오만함 일뿐이다. 그들이"조개"라고, "사소하다"고 외면해왔던 문제는 여전히 나와 내 주위 사람을 떨게 하는 일상적 공포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면서 왜 자신의 폭력은 성찰하지 못하나. 당신의 폭력은 술때문인가? 박근혜 때문인가? 자본주의 때문인가? 통일이 안 돼서? 미국의 공작 때문에? 왜 당신은 자신의 잘못을 그대로 보고 성찰하지 못하는가?p275

 

 이제 막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찾아서 더듬더듬 기존의 '역할'을 벗어나는 중인데, 여전히 많은 여성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자리를 이탈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미안해 한다. 또 타인게게 그것을 알릴 때, 그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는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상처가 됐거든요,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누군가 흔들 때 충격이 컸어요. 제 세계가 온통 흔들리는 경험이었어요. 밤새 울었어요. 그런데 같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줘도 될까요?" 한 청년이 글썽이며 물었다.

 나는 말했다."여성학자 정희진은 '안다는 것은 상처 받는 일'이라고 말했어요. 아는 게 편하기만 하면 무슨 소용일까요? 저는 무언가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담해왔던 세계를 직면하면, 나도 모르는 새 저질러왔던 폭력이 선명해지면서 자책과 후회·부끄러움이 밀려와요. 동시에 내가 폭력인지 모르고 당하고 지나쳐왔던 일이 선명해 지면서 분노와 슬픔이 밀려오고요. 그렇게 복잡한 감정속에서 상처받는 게 아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어떤 조건에서도 '정상'의 범위에만 안주할 수 없느 현실이니까, 당장 상대가 앎을 삶으로 잇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알게끔 해주는 건 중요한 일 같아요. 침묵이 평화가 아니듯, 모른다고 폭력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가 불현라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계속 상처받더라고, 적어도 전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요" p295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 인간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그저 세상에 툭 던져진 존재이고, 다만 살아 있기에 살아가는 것뿐이다. 점점 죽어가는 몸, 영원할 수 없는 관계, 불확실한 삶에서 어쩌면 눈물은 필수다, 독방에서 울 것인가, 광야에서 울 것인가, 어디에서든 울어야 한다면 나는 광야를 선택할 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울고 있는 누군가가 보이는 곳에서 함께 울고 싶다. 그때 나는 인간이, 내 존재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니까.p296

 

 조근조근한 글과는 다르게 여러 사회운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신분이다..

지친마음에 큰 위로를 받고 많이 울기도 했다.

페미니즘 시작하는 모든 분들이 이게 맞나 싶고 지치고 힘들때 한번씩 찬찬히

읽어 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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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0-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불편한데 인용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좀 찬찬히~~~~

아무개 2017-10-27 19:22   좋아요 0 | URL
에세이집들 읽다보면 가시처럼 목에 탁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책에선 그런 점이 없었어요.
저보다 열살넘게 어린분인데 언니 삼고 싶기도 하고요^^;;;

다락방 2017-10-28 07:06   좋아요 0 | URL
어리다구요?!!!!!!!!!!!

다락방 2017-10-28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들이 참 좋네요. 추천 받아들여 저도 읽어볼게요.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라고 말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나를 앞에 두고 말했지만 나를 향해, 나더러 들으라고 말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은 말만 하고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는 누구보다 잘 듣고 가장 잘 드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오래전에 아버지가,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라는 말을 내 앞에서 했을 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야말로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들은 말은 ,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였다고 기억하는데, 그것은 그가 정말로 하거나 듣기를 원했던 틀림없는 말, 완전한 그의 말이었을까, 라고 질문하게 되는것은, 그렇게 말한 사람이 이 세상을 (견디지 않고)떠났기 때문이다. p11-12

 

 어머니는 아버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해서만 그런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타고난 성격 같은 것이었다. 다른 모든 일에 대해 그런 것처럼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쉽고 단순하게 이해하려 했다. 쉽고 단순한 접근을 통해 명쾌하고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어머니에게는 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자신감과 적극성에 기반한 그녀의 그런 처세 방법은 대체로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쉽고 단순한 파악을 일삼아온 사람은 쉽고 단순하게 파악되지 않은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불확정의 상태로 내버려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쉽게 결론 내리고 의심없이 믿어야 편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 내리고 의심 없이 믿는다. 그럴 때 그에 의해 파악된 것은 그의 믿음 외에 무엇일까. 그가 믿고 싶은 것 말고 다른 무엇일 수 있을까.p13

 

 이승우의 글은, 저자를 모르고 읽어도 이승우를 아는 사람이면 단박에 알아 차릴수 있다. 그만큼 작가의 스타일이 두드러 진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자기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일텐데, 이 한국남성소설가의 자기복제는 자기연민 덩어리인 나에게 낯설지 않다.  이승우 소설의 주인공 대부분은 현실적인 책임감 보다는 윗 발췌글에서처럼 '불확정의 상태로 내버려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쉽고 단순한 자신감과 적극성에 기반한 책임감 있는 누군가가 그를 현실에 잡아둔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도망자이며 화자는 그 도망치는 자와 그로부터 버림 받는 사람을 바라보는 방관자이다.

 

그 누군가로부터 도망자이길 바랐고, 그 누군가에게 버림받은자이며 그 누군가들에게 방관자인

나는 이 자기복제의 소설을 복제하듯이 또 찾아 읽는다.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 웅얼웅얼...

 

 

 

 

 

 

 

 

 

 

 

 

 

 

 

 

 

 

 

 

 

 내가 좀 도와줘요? 하고 말을 꺼내놓고 나는 움찔했다. 정말로 도와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도와줄 마음이 전혀 없다고할 수도 없었다. 그보다 그 말을 할 때 설명하기 힘든 가학적인 쾌감이 혈관을 타고 빠르게 휘돌아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기는 해요? 하고 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어투에서 그가 경솔함이나 교활함을 읽었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꼭 그에게만 그런 건 아니지만, 예의바르고 교양있는 사람으로 이해받으려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부정할수 없다. 그 때문에 가끔 마음속에서 종이 구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것도. 그때도 종이 구겨지는 소리 같은 걸 들었으므로, 되도록 ,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 서둘러 무슨 말인가 하려고 했다.p142-3

 

이 구절을 읽으며 내 마음에서 파삭 소리가 난것 같다. 나의 코르셋은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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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0-17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이승우가 좋으면서도 약간 두렵기도 하고요. 뭐, 그런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좋아하는 작가, 정말 좋아하는 팬심을 넘어 존경심까지 갖게 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런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양가적이라고 하나요.
좋은데 부담스럽고. 감탄하면서 읽고 다시 또 읽으면서 절망하고. 그런데 다시 또 찾아읽고 ㅠㅠ

잘 지내시죠~~~
오늘 아침에는 특히 바람이 차네요. 아침에는 두툼하게~~~^^

아무개 2017-10-17 13:10   좋아요 0 | URL
이승우 소설들이 기본적으로 종교적이어서 단발님께는 더 그럴수도 있겠어요.

아침 출근길엔 4도였는데 지금은 18도네요. 감기걸리기 딱좋은 일교차에 건강유의 하시구요.
*^^*
 

바로 직전에 읽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과 성차별, 성폭력」에서는 수렵•채집 사회에는 남녀에 따른 불평등은 없었다고 했다.
사회학자마다 불평등을 어떻게 볼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권의 책이 진리일수 없고 하나의 이론이
모든것을 설명할수 없다.
내가 아는것은 내가 모른다는 것 뿐.
‘내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나만의 생각‘일수는 없으며,
‘객관적으로‘ 라고 말하지만 ‘말하는 나의 주관‘이 완벽히 제거된것도 아니다.

페미니즘도 모든 곳에 적용시킬수 없고, 모든 페미니스트가 같은 이론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과학은 현재 사회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불가능을 꿈꾸는 학문인듯하다.
시각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고 현재는 늘 변한다.
그러한 사회적인 변화들을 읽어 내는것이 이론이지 이론에 맞추어 사회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정치•문화중에서 가장 반동적이며 경로유지를 하려고 하는것이 문화.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로 정치경제는 변했어도
가부장제 문화는 지금껏 버티고있는것이 이런 문화지체 현상인것이다.

문화지체. 다른것들에 비해 늦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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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9-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읽고 싶어요‘에 들어있기는 한데... 흠... 어려운 책이군요. 전 좀 더 수련한 후에 도전하는 걸로~~~
잘 지내시죠? ㅎㅎ

아무개 2017-09-21 19:56   좋아요 1 | URL
입문서라 매우 쉬워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아서 단발님이라면 패쓰~하셔도 ^^
단발님 글 좀 자주 써주세요. 그럼 더 잘지낼듯요. *^^*

단발머리 2017-09-21 20:01   좋아요 2 | URL
키햐~~~ 열독을 부르는 이 아름다운 댓글이라니요~~~~ 아무개님 잘 지내시는데 제가 254분의 1이라도 기여해야겠어요~~~~*^^* 빠샤~~!!!

AgalmA 2017-09-2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대사회에 무덤들-고인돌, 피라미드, 건축들 보면 위계질서가 확연히 보이는데 그런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남녀 불평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죠. 여성들도 지배계층일 때나 힘을 부릴 수 있었고요.
싸우지 않는 역할 분담쯤으로 남녀 불평등이 없었다고 보는 건 너무 나이브한 거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참고되는 밑줄긋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개님 글은 저널리스트적인 면이 있어 좋아요👍

아무개 2017-09-22 07: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래서 그책읽기 좀 그랬어요.

존경하는 분의 댓글이라 저널리스트적인 면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마냥 좋은 아무개입니다^--^

AgalmA 2017-09-22 07:45   좋아요 0 | URL
예? 존경요? 저한테 올만한 단어가 아니라 당황요;;; 친근한 농담조로 한 말인데 제가 넘 진지하게 듣는 것인지도(제가 그런 해석력이 좀 떨어져서-,-); 암튼 저는 아무개님이 치열하게 사회적 문제에 고민하시는 것을 보며 존경스럽던데^^*
아무개님 글 보면 자료, 통계 등 조사를 많이 참고해 힘있는 글을 쓰셔서 저널리스트적이라고 말씀드린 것^^

아무개 2017-09-22 08:02   좋아요 1 | URL
A님의 글을 읽으며(거의 이해못하고) 이렇게 읽는거 다음 생에나 가능할까 싶겠구나 생각하다가 부러움을 지나 시기와 질투를 지나 존경으로 끝이 났어요.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샐죽거리며 좋아 죽는 아무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