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가 생각하는 여성운동은 여성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남성이 '사적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할'집단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남성들이 집에서 노동하지 않는 한, 여성에게 사회 진출은 이중의 중노동만을 의미할 뿐이다. 얼마 전 나는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남성과 가족'이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평소 나와 절친하며 여성운동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진 어느 남성으로부터 '충고'를 받았다. 그는 '페미니즘은 자기주장을 하기 전에, 남자는 불쌍하다. 남자도 피해자다·····.이렇게 남자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한국 사회는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것, 사회적 약자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참비 못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10대, 동성애자,장애인 이주 노동자, '학벌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견디지 못한다. 이들이 지배 규범에서 벗어난 '다른 목소리'라도 내려 하면, 그 작은 소리마저 '폭력'이라며 흥분한다.

나는 그 남성의 '충고'를 결코 '대중적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5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온 남성 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전략'은 지나치게 거대하고 비대한 기존의 획일적 목소리를 더욱 강화시킨다. 또한 그러한 요구는, 모든 부분에서 여성보다 이성적·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는 성욕을 억제할수 없다.'며 스스로를 '동물'수준에 놓는 것처럼, 남성 스스로가 자신을 여성과 동등한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 마치 '성장이 멈춘 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유일한 것으로 군림해 온 목소리가 조금 낮아질 떄, 비로소 다른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파괴하는 것은 가부장제지, 여성의 '직설적인'목소리가 아니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는, 갈등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는 사회다.  p50-52

 

여성이 자궁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어야 하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는거? (...)모든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다. 또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반드시 어머니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해부학적 운명'이라는 프로이트의 가정은 여성에게만 해당한다. (...)사실 '생계 부양자 남성/가사 노동자 여성'이라는 성역할 모델은 긋히 일부 중산층만의 전형일뿐,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은 생계 부양자이자 가사 노동자다. 하지만 여성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 임금의 절반을 받고, 남성은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많이 받는다. p58

 

가부장에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들 간 권력 관계의 표지이며 점령지로 간주된다. 남성 정치학의 연대와 계승은 '전쟁시'에는 적군이 소유한 여성에 대한 집단 강간을 통해, '평화시'에는 부계(父系, 夫系)가족을 통해 어머니의 몸을 빌려 작동한다.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정치학이다. 모성은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다. 모성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의미한다.

만약 모성이 본능이라면, 미혼모도 어머니이므로 차별받아선 안된다.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합법적 아버지가 있어야 어머니와 자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남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여성은 존재의 근거도 의미도 없다.  p63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험악한 욕설 중 하나는 '니 에미 씨할(씹함)', 'fuck your mother'이고,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결의의 말은 '내가 성(姓)을 간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일상적 담론은 남자 사회에서 어머니의 섹슈얼리티 법칙이 어떤 것인가를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어머니랑 섹스하는 녀석은 아버지를 거역하는 오이디푸스가 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것은 가부장제를 조금도 위협하지 않는 사건이지만,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는 그것이 강간이든, 상간이든, 사회적 추방을 의미한다. p64

 

누가 나더러 여성주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착한 여자는 천당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라는 말을 소개한다. "착한 여자만이 천당 갈수 있다"가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생각이라면, 여성주의는 "나쁜 여자가 천당간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유와 거리가 멀다. 여성주의는 남성을 미워하거나 반대하는 것이아니라, 애정이든 증오든 이제까지 남성에게 쏟았떤 기운을 여성 자신에게 돌릴 것을 제안 한다. p77

 

남성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욕이 생기지만, 분노했을때 성 욕구가 일어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남성의 입장에서 해석된다는 데 있다. 남성은 성촉력 상황에서 여성의 목숨을 건 저항을 '자극'으로 이해하고 수용한다. 가정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쳔의 성역할이라고 빋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쳔은 '부부 싸움 후 섹스로 화해'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 후 강간'당했다고 생각한다. p109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적이요, 자신의 몸은 늘 배신자가 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는 자기 혐오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된다. 나의 타자가 내가 되어서는 해결이 어렵다. 타인의 내몸에 대한 판단은 나의 생각을 경우한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이 먼저다. '아름다운' 옴은 자기 사랑의 수많은 열매 중 하나일 뿐이다.p114-115

 

남편이 아내를 떄리다가 죽이는 것은 '과실치사'지만, 아내가 정당방위로 남편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때리는 남편이 가정차괴범이 아니라, 폭력에서 탈풀하는 피해 여성이나 이들을 돕는 여성운동가가 가정파괴범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가정폭력이 범죄가 아니라 일상이며, 일탈적 사건이 아니라 규범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가 발명한 제도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것은 전쟁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시대와 지역, 종교, 인종, 계급. 교육 수준,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를 막론하고 인류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역사가 있다면 그것은 가정폭력일 것이다. p137-138

 

인간은 누구에게나 맞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아내일 때는 예외이다. 그 인간이 여성이라면, 여성이 아내가 되면, 맞지 않을 인간의 권리보다 여성으로서 참아야 할 도리가 더 강조된다. 여성은 너무도 쉽게 인간의 범주에서 죄외된다. 그래서 가정폭력 방지법으로 고소당한 폭력 남편들은 "(사람이 아니라) 집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억울해 한다.p140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서 강간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었을 경우에 한정된다. 성폭력을 피해자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임신 가능한 부녀자 보호'라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대에서 남성 간 성폭력,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 여성 성기에 이물질 삽인 등은 강간이 아니라 추행죄가 적용되어 강간보다 형량이 낮다.(...)가부장제 사회가 '임신 가능한 부녀자'만을 '여성'으로 볼때, 성폭력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니라 남성 각자가 소유한 '임신 가능한 부녀'에 대한 침해죄 -'사유재산권' 침해-가 된다. (...)자기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성촉력은, 다른 남성의 '감임 가능한 부녀자'가 아니므로 남성연대의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지 않기때문다. p172

 

여성주의 인권은 여성에게도 남성과 같은 근대적 개인, 근대적 주체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주장과 동시에, 기존 인권 개념의 기준 자체에 도전한다. 양성 평등이 누구 중심의 평등인가는 언제나 논쟁거리다. 정의(justice)로서 평등한 인권은 같아짐(same)이라기보다는 공정함(fairmess)를 추구하는 것이다. (...)같음의 기준이 남성의 경험에 근거한 것일 때, 여성은 남성과 같음을 주장해도 차별받고 다름을 주장해도 차별받는다. 이것이 소위 '차이와 평등의 딜레마'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과이 차이를 주장하면 남성 사회는 그것을 차별의 근거로 삼고, 같음을 주장하면 사회적 조건의 다름은 무시한 채 남성의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양성평등을 "여자도 군대 가라."."숙직해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함의 시각에서 평등은 기회의 평등에만 머물지 않고, 조건의 평등, 더 나아가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 P179-180

 만약 내가 탈 성매매를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여성주의자인 나의 주장이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되거나, '당사자','민중 여성'의 목소리가 그 자체로 권위를 갖는 것은 ,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에도 없는'민중의 목소리를 자기 주장의 근거로 내세움으로써(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 그 자신은 '민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하기의 위치를 선점하고 관념적인 정치적 올바름을 경쟁하며 관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숱했다. p212

 

여성의 입장에서 성매매가 왜 문제인가, 누구의 무엇을 침해하는 문제인가는 아마 여성주의 이론을 '총동원'해아 할 논쟁거리일 것이다. 성매매는 섹슈얼리티를 통한 젠더 억압의 모형(母型)이라는 점에서, 남성은 그렇지 않지만 여성의 성을 성교환 가치로 삼는 제도라는 점에서, 성은 인격으로 상품화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모두 비판 가능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대안적 섹슈얼리키가 계발되어야 하겠지만, 장애인, 노인, 죄수,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성별 구분 없는 성매매를 제안하는 이들도 있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가능하다면, 그때 성판매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종사하는 계급 문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그 어느 경우에도 성매매는 옹호되기 힘들다.

(...) 특히 한국의 중산층 남성들은 근대화 역군, 새마을 운동적 인간, '회사 인간'이다. 가장 이들은 과다한 업무로 인해 같은 남자들하고만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낸다. 큰 문제는 , 남자들이 그 많은 시간을 남자들과 보내면서도 ㄱ들 내부에서 친밀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여성에게만 그것을 전가, 요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갈망하면서도, 여성에게 집착하지는 말라고 배운다. '진짜 인생'은 남자들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자의 일생 중, 여자와 소통하기 위해 자아를 조절하는 기간는 연애할 떄가 유일하다. 결혼하면 남자들이 돌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p216

 

군 가산제를 주장하는 남성들에게 군 경력은 '희생'인 동시에 '대한민국 남자'로서 정상성과 자부심의 원천이다. 이들은 이중적, 분열적 위치일 수밖에 없다. 국 가산제 논란의 본질은, 남성들 간의 계급차이가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치환, 전가된 것이기 때문이다.(한국 사회의 많은 사회적 갈들이이렇게 성별화된 구조를 갖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군 가산제 논란은 이른바'이회장 가(家)'와 같이 군대를 가지 않는 남성 혹은 남성을 군대에 동원할 수 있는 남성 지배 세력과 군대에 가야 하는 남성 간의 갈들이, 군대를 가는 남성과 '군대로 못 가는' 여성들 간의 갈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말한 것도 없이 성차별적 현상이다. 군대를 가는 남성은 안 가는 남성에 대해서는 부러움을, 못 가는 여성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느낀다. 군대를 안 가도 되는 남성에 대해서는 분노와 적대감을 가져도 그것을 공식적인 저항으로 표출하지는 않으면, 여성, 장애인, '방위'등에 대해서는 남성성에 미달, 남성다움이 훼손된 존재로 인식하고 비하와 조롱을 일삼는다. p248

 

성별에 상관없이 전 국민 징병제인 이스라엘이나 북한의 경우를 보면, 군대 자체가 성별화되었기 때문에 여성이 병역을 이행하려면 여성성을 부정해야 하고, 배제되면 2등 국민이 되는 이른바 '같음과 다름의 딜레마'가 반복된다. 평등의 기준 자체가 남성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때 평등은 공정함을 추구하는 정의가 아니라 , 남성과의 같음을 강요하는 남성 동일화이다. 때문에 여성의 '평등한'군대 참여는, 역사상 어느 국민국가에서도 채택된 적이 없고, 어떤 여성해방 이론에서도 주장된 일이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징집을 실시하는 이스라엘은 여성이 남성보다 4개월에서1년까지 복무 기간이 짧다.(...)'전인민의 군사화'를 시행하고 있는 북한 역시, 여성의 군대 참여는 철저히 성별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북한 여성은 결혼 전까지만 군사 훈련에 참가하며, 결혼하면 그 의무가 중단된다. p250

 

보호관찰소에서 상담 명령을 받은 성폭력 가해자들을 심층 면접한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치해 여성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기보다는, 성폭력으로 인해(정확히 말하면 성폭력이 발각됨으로 인해) 남성의 명예를 훼손시켰기 때문에 남성 일반과 자기 자신에게 죄의식을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존재나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남성의 자기 연민, 자기 도취는 한국 사회에서 유일한 사회적 자아, 시민은 남성뿐이라는 남성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목소리, 남성의 자존심, 남성의 기, 남성의 상처는 너무나 중요하고 지나치게 존중받는다. p254

 

전쟁과 군대는 성별화된 제도이자 남성들 간의 계급 정치다. 평화를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지배 계급 남성의 아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이들은 전쟁으로 돈을 벌고 권력을 얻는다. 정작 전쟁에 참가한 혹운 끌려간 남성은 전쟁의 이익과 무관하다. 아타까운 것은 전쟁의 피해자 이자 가해자였던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자신을 사회적 주체로 만드는 방식이다. 그들은 자신이 베트남전에서 저질렀던 반이도적 행위를 보도한 신문사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는 것으로 주체가 된다. 군 가산제 폐지론에 화가 난 남성들은 현행 징병제를 문제삼는 대신, '2등 국민'으로 군대에가지 못한 여성이나 장애인을 공격함으로써 피해를 보상받으려 한다. (...) 군대와 전쟁을 경험한 한국 남섣릉에게 '해병대 문화'외에는 없는 것일까, 군사주의는 성차별을 발판으로 한 남성들의 계급을 초월한 남성 연대로만 작동 가능하다. 군 제도에 동원되는 피지배 계급 남성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성찰하여 지배 계급 남성과의 연대와 동일시 욕망을 극복하고 여성들과 연대할 때, 군사주의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p268-269

 

폭력의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론을 강조한다. 피해자가 '잘못'이 있다면, 개인적 항의도 사회적 저항도 어렵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잘못 했으면 몰라도……", 내지는 "잘못 했으면 맞을 수도 '잇다'"혹은 "맞아야 한다"는 통념을 수용한 대응이다. 일단, '잘못'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철저히 성별적, 계급적, 인종적, 연령주의적 개념이다. 질못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아니라 사회규범(위계)에 의해 구성되고 판단된다. (...)

남남(男男)간 폭력과 남녀 간 폭력에는 근본적인 인식론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사건이며, 갈들이고 폭력이다. 후자는 그러한 남성 간 갈들의 부산물(side effect)이거나 '장난','격렬한로맨스','희롱','추근거림','스트레스 해소','농담','잘못 바로잡기', 심지어 호감의 표시(예를 들면 남자 아이들의 치마 들추기, 고무줄 끊기 등)'로 여겨진다. 남성은 여성을 때릴 권리를 타고났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폭력 그 자체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떄의 폭력은 폭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쟁점은 행위 자체라기보다 어느 정도인가. 왜 언제인가 등의 폭력을 인과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들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당신 미쳤어? 너도 나한테 맞을래?"가 아니라 "왜 이러세요?(지금이 그때인가요?)"라고 가해자에게 묻는것이다. p274-275

 

국가는 의인화된 상징이자 그 상징성으로 인해 시리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가라는  정체(政體)와 개인의 몸의 경합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이었다. "개인이 중요한가, 국가가 중요한가? 국가가 없다면 개인도 없다" 이것이 모든 언성을 침묵시키고 사고를 정지시킬 수 있는 안보 논리이다. 국가 안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하지 않는 국가의 상징 권력을 위한 것이다. 이 논리 구조 안에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아니 , 보호할 수 없다. p282

 

 

내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내가 무슨 구한말 선각자가 지사처럼 현실에 비분강개하며 '상록수'를 자처하는 모습이 보인다. 민망하다. 부끄러움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 결국 나는 자기 변화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한국 사회를 성(젠더)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실천하는 것은 단지'여성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 일상, 개인들 사이의 관계의 민주화 없이, '정치' 개혁이나 역사의 진보가 가능하겠는가? 일상의 정치학의 핵심은 성별 관계, 즉 젠더이다. 공적인 것도 사적인 것의 분리에 저항하는 여성주의는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민주주의를 대립시키지 않는 사유 방식이다. 나의 변태는 곧 사회의 변화이다. 사회와 나는 연속선상의 한 몸인데, 어느 지점에서 그 몸을 자를 수 있단 말인가?

 

<역자 후기 발췌>

 

 

 

 

함께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거나 읽으려는 책들.

 

 

 

 

 

 

 

 

 

 

 

 

 

 

 

 

 

 

 

 

 

 

 

 

 

 

 

 

 

 

 

 

 

 

 

 

 

 

 

 

 

 

 

지금까지 내가 알고자했던 지식들, 생각해오던 방식들.

이것은 나의(여성의) 지식과 방식이 아닌 나를(여성을) 제외시킨

남성들만의 지식과 방식들이었다.

혼란스럽다. 당황스럽다.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고, 이제 공부가 시작이니 이것이 옳네 저것이 그르네 이것이 내 생각이네 라고

할수 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직 없다.

 

결국 자기 변화를 위해서 글을 쓰는 정희진씨 처럼

결국 자기 변화를 위해서 글을 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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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5-2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핸폰 들고 하염없이 들여다 보는 사람,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북플로 아무개님 페이퍼를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네요. 저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요. 생각해보면 사회에 만연한 이런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는지도 모르죠. 요즘엔 딸아이가 그런 말을 자주 해요. 왜 여자만 그래야돼? 왜 남자가 그러면 괜찮은거야?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의문을 갖고 있는 딸아이가 아니라 순응하며, 이해하며, 이해를 강요당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고 있는 저인것 같아요. 인용해 주신 구절이 모두 강렬하네요. 쉬워 보이지 않은 책이예요. 전....@@

아무개 2015-05-21 08:26   좋아요 0 | URL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는것이 오히려 편안할 수도 있으니까요.
따지기 시작하면
이 엄청난 차별들 속에서
질식해버릴지도. . .

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기회되시면 도전(≥∀≤)/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들이 좀 딱하다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이런 남자들을 만든것도 여자들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튼, 이런류의 책들을 읽을때마다 내가 얼마나 심각하게 잘못된 남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정말 많이 놀라고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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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0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법대를 다녔던 금발의 백인 미녀 tv스타가 거식증에 걸려서 죽을뻔 한 이야기.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졌다해도 자존감이 낮은 이에겐 무용지물.

'자존감' 은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다.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정신병증은 자존감의 문제인듯하다.


눈뜨자 마자 공복에 몸무게를 측정하고, 공복유산소 운동하고 집에서의 짧은 거리도  '런지'로 이동하고 하루종일 내가 먹었던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사실 닭가슴살 고구마 토마토만 먹기 문에 딱히 계산할 필요도 없다(내 식단)-그러다 한번씩 엄청나게 폭식을 한다.
불과 한달 전까지의 내모습이다.

물론 지금은 아침에는 한식 점심저녁은 다이어트식 주말엔 먹고 싶은데로 먹기로 식단과 마음가짐을 바꾸었지만....

 

아침에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하기위해서 새벽 4시에 기상하는 것도 그만뒀다.

발단은 이 책이라기 보담(영향이 없없던건 아니다) 뒷다리와 목이 저려서 병원에 갔더니

5,6번에 초기 디스크 증상이 있고 골반뼈가 틀어져 있고 척추가 많이 휘어 있고 목은 일자목이란다.

초등학교때 유달리 좋은 성장발육  때문에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기 시작했던게

내 체형이 이렇게 무너지게된 이유인거 같다. 아무튼 이놈의 가슴은 당췌 내겐 쓸모가 없다....

그런 이유로 PT프로그램 자체를 다이어트에서 자세 교정과 코어운동에 집중하는걸로 바꾸었다.

어차피 체형이 틀어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근력운동도 할수가 없으니까..

 

거식증 때문에 죽을뻔했던 포샤 드 로시는 이제 없다. '자존감'은 돌아오는거얍!

스스로를 뚱뚱한 돼지 레즈비언이라며 비하하던 그녀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고,

동물 보호 운동을 하며 레즈비언 코메디언인 엘렌 드 제네레거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당신 삶 전체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라고 그녀가 이야기 했던거 같다.

책 읽은지가 너무 오래됐다....

 

 

책을 본인지 직접 썼는지 알수는 없으나 읽기 편하게 잘쓴거 같다. 하지만 너무 길다.

반으로 줄였어도 충분했을듯.

 

 

 

 

 

도서관에서 이책을 보면서

정말 한가지 표현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아..진짜 이 사람 쩐다!"

이런 표현은 뭐 쫌 그렇다는거 알지만,

저 표현 말고는 이 만화와 작가를 표현할 단어를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심야식당이나, 마스다 마리풍의 잔잔함 따위는 전혀 없다.

 

먹는존재... 이 먹어야만 살수 있는 참 추접스럽고 찌질한 존재.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다"

이따위 말들을 하는 정치인들을 용납한 정치적 죄.

 

"직접적인건 아니여도 암묵적으로 과적을 지시했고, 명령이기에 따라야만 했다"

나는 '을'이기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도덕적 죄.

 

수백명의 살아있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지한몸만 빤쓰 차림으로 도망나온 그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죄.

 

 

 

 

 

인간이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는 생명체라면, 그러니까 먹기 위해 무언가를 죽이거나 없애지 않고

식물처럼 광합성같은 것만으로도 생명을 유지 할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그것도 인간일까 아닐까?

나 아닌 모든 다른 생명체에게 죄 짓지 않을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인간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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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5-1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완전 궁금증을 일으키네요~ 야스퍼스 책에도 눈이 가구요~ 마지막 문장 아무개님 물음에 답하고 싶은데... 답은 하고 싶은데... 나도 답을 모르겠어요TT 나도 많이 먹거든요.

다락방 2015-05-19 15:34   좋아요 1 | URL
아 단발머리님.. 뭔가 이 댓글은.. 단발머리님을 사랑하게 만드네요....

단발머리 2015-05-19 15:4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맘 변하면 앙 돼요!
기쁨의 날, 악동뮤지션이 부릅니다~
`Give love!`
사랑을 좀 주세요~ 사랑이 모자라요~~ : )

아무개 2015-05-19 20:09   좋아요 0 | URL
아니 두분 왜 넘의 서재에서 이러십니까요들
ㅎㅎㅎ

먹는다는게 지극히 본능적이고 개인적인
일 같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처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행위도 없는듯 해요

라로 2015-05-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렌 더 제너러스라고 여기서는 부르는데 한국에선 엘렌 드 제네레거라고 부르나 봐요. 암튼 엘렌 더 제너러스를 생각하면 전 저의 동료 데이빗씨가 생각나요. 엘렌의 쇼에 초대 받아서 가서는 미국 돈으로 $30,000이나 넘는 선물을 받아왓잖아요!! ㅠㅠ
암튼 다시 데이빗씨가 마구 미운 요즘 아무개님의 글을 읽으니 급반성모드^^;;;

아무개 2015-05-19 20:07   좋아요 0 | URL
크핫 제가 이름을 잘못 적었어요

그런데 데이빗씨는 여전히 얄미움모드인가봐요 (-_ど)

2015-05-19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5-19 20:05   좋아요 0 | URL
정확하진않지만 그런 구절이 있어요.
이 음식을 지금 먹고나면
내일은 다시 식이조절 해야하니 못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폭식을 부추긴다구요
지금 적당히 맛있게 먹고 내일 또 먹어야지 라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고요
전 이말에 격하게 공감했어요

런지로 이동은 더이상은 안해요 =_=

Jeanne_Hebuterne 2015-05-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존재는 몇 장면만 보았는데 대사가...대사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주인공이 `만물의 영장이면 광합성이라도 해야지 왜 인간은 밥을 벌어 먹어야 하는가`라고 한탄하는 장면에서 감동했더랬어요. 무척 궁금했는데 아무개 님의 서재에서 이렇게 보게 되는군요!

아무개 2015-05-20 10:32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그 대목에서부터 이 주인공에게 반해버렸어요 ^o^
 

YouTube에서 `꽃다지 - 바위처럼 (1994)` 보기
https://youtu.be/8NbYbef-39o

신입생때 이노래와 율동배우면서
이거 뭔가 했었는데.....

이노래 아시는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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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5-18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옛날생각 나네요. 옛날 ... 저도 이 노래 첨 듣고 뭔가 했었는데... 오늘에도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아` ... 참....손을 어떻게 들어요? *^^ 아님 이렇게요? 👻

아무개 2015-05-18 12:34   좋아요 1 | URL
요렇게요 (≥∀≤)/
ㅎㅎ
 

YouTube에서 `노찾사 - 임을 위한 행진곡` 보기
https://youtu.be/uVH9wuFt0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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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5-05-18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8 묘역에 막 들어서던 순간이 재생되네요.
노래 틀어 놓았더니 그 다음에는 노무현 추모로 이어지네요. 아침부터 먹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