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글쎄요. 병에 걸렸다는 사실로 인해 질병을 생각하기 시작한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제게 사유할거리니까요.(...)하지만 에세이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의 일면으로 보면,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질문은 '내가 지금 무슨 경험을 하고 있는 거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병자들의 세계에서 정말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가?'였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념은 무엇인가? 저 자신 역시 병, 특히 암에 대해 수많은 판타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 생각을 검토하고 있었어요. 저는 질병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유하지 않으면 흔히 통용되는 클리셰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 십상이거든요. 상당히 계몽된 형태의 클리셰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p25-26
클리셰:상투적인 표현,진부한 생각.
손택: 그래요.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의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그러나 제 독서는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요.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대다수 사람들에 비해 저는 속독가라고 생각되는데,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유리하지만 어디 한 군데 진드근히 머루르지 않기 때문에 단점도 많아요. 저는 그냥 전부 흡수한 후에 어디선가 숙성되기를 기다리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답니다. 구조주의나 의미론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아마 말을 못할 꺼에요. 바르트의 한 문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느낌을 감지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지는 못해요. p66
구조주의:어떤 사회 현상에서 각각의 요소들보다 서로 얽혀서 기능적 연관을 이루는 하나의 얼개를 우위에 두고 파악하려는 사회학ㆍ철학의 한 경향.
의미론:1. <논리> 기호 논리학에서 기호와 그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련을 연구하는 학문. 기호론의 한 분야이다.
2. <언어> 단어와 문장의 뜻과 실제 상황에 나타나는 발화의 뜻을 연구하는 학문. 언어학의 한 분야이다.
손택: 이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사적인 방법으로 대답해야겠어요. 사유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이론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방식이란 암시들과 저변에 깔려 있는 은유 또는 패러다임을 파악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그게 제게는 자연스러운 이해의 방식이었요. 열네 살인가 열다섯 살 때 처음 철학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은유 때문에 몹시 고생할 거라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런 생각도들죠. 뭐 다른 은유가 있으면 또 다른 의미가 나오겠지, 하고요. 전 항상 은유에 대해서는 그런 불가지론을 견지해왔어요. 그에 대해 나 자신의 생각을 갖기 오래전부터, 은유를 찾자마자 그걸 알았죠. 하지만 그거 역시"자. 이거야말로 사유의 원천이 될 수 있겠군"하고 말하는 한가지 수단이었어요. p99-100
사유:1.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2. <철학>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은유: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
지지지지~~뭐 이런 배경음악이 들리는것 같은 느낌이든다.
소녀시대의 gee~이런게 아니라 知 知 知~ 이거.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면서 '아 이사람 왜 이렇게 멋진거야, 열네살때부터 철학을 읽고 은유를 생각했던 사람이 자기가 무식하데 아 진짜 멋있어!' 이렇게 꺅꺅거리며 흥분해있다가 딱 떠오른 생각 하나가 모든것을 망쳐 놓았다.
5월22일 암투병중이던 직원분이 돌아가셨고, 행정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중간에서 절차가 꼬여서 행정처리 책임자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변명같지만, 어느누구도 그 사람에게 연락하라고 해주지 않았고,
중간 책임자도 내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때문에
솔직히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도 풍문을 듣기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돌아가신분의 사망처리는 이래저래 해결이 되었는데,
문제는 내가 행정상 필요한 서류를 이일로 곤란을 당했던 행정부서의 책임자만 발급할수 있다.
"전화로 할까? 이메일을 써? 찾아가야하나?"
풍문으로 너무 많은 곳에서 그 사람이 나를 질타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과를 해아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사과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필요한게 있는 내쪽이 꿇었다 무릎.
뭔가 굉장히 지적으로 고양되어 있다고 생각하던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발이 오그라들게 찌질한 '나'가 되어버렸다.
아..이렇게 좋은 책들을 읽으면서 왜 너는 이따위로 찌질한가.....
내가 몰라서 한일이지만 그 일때문에 그 사람이 힘들었느니 시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끝내질 못하고,
전화를 해서 사과를 하면서도 무릎이 달달달 떨리게 분했다.
사유. 문제는 사유다. 읽는것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지않고 읽기만 하니
점점더 크고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단단해진다. 마치 짱돌처럼.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하잖아요."
어떻게 한구절도 밑줄긋고 싶게 만드는 구절이 없나.
미국백인중산층여성이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자책과 상실의 감정에서 독서로 벗어나려는 발버둥.
질리게 끈끈한 가족애도, 책으로 모든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도 영......
겁나 끈끈한 가족애와 소설을 좋아하는 어느분에게는 상당히 좋은 책이될수 있기도 하겠지만
하루에 한권씩 일년을 읽었다는 끈기에만 별점 반개.
아!아! 비비아롬나비모리님!
이 멋진 책을 4월에 받고, 5월에 읽었는데,6월이 되어서야 글을 쓰는건요...
여기 첨부된 시디를 어떻게라도 책 읽으면서 함께 들어 보려고 했는데
휴대용 시디도 그 어떤 장치도 구하질 못해서 아직까지 못들고 있어요.
그래서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까지 늦어져 버렸네요.
클래식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히려 이책이 잠재워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책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좋은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