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책을 읽고 싶어서 M 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그중엔 절판인 책도 있어서 시립도서관 자료를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았는데...

있다. 솔직히 있을거라고 전혀 기대도 안했는데 있다.

물론 서재에 있는건 아니였고 서고에 있던것을 직원이 찾아다 주긴 했지만...





일인당 5권 까지 대출이 되는데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편이라 2주안에 5권은 한번도 완독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도 매번 늘 다섯권을 꽉 채워서 대출을 받아왔고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올리브 키터리지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D님의 서재에서 보고 관심이 생겼던 책이고

인간은 조건은 P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책이였다.


해방을 제일 먼저 읽으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인간에 조건에 손이 먼저 갔다.


항상 이런 에세이(?)종류를 읽을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했던 말들, 생각들 그리고 남들이 했던 말들 행동들을

어떻게 몇년이 지나고서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서술할 수 있는지

기억력이 하루를 못 넘기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돼지농장, 주유소, 편의점, 하우스, 자동차 부품공장에서의 비인간적인 노동현실 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잠입취재를 했던 것도 아니다.

생계를 위해 돼지 똥밭에서 구르고 목숨 걸고 바다에서 통발과 전쟁을 치루고 감정을 말살하는 감정노동 등에 실제로 종사했다.

너무나도 구체적인 대화내용과 세밀한 장소의 서술이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메모를 하였다는 내용도 없다.

그럼 천재야? 다 기억해? 작가들은 다 그래? 그럼 이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 


서너군데 포스트 잇을 붙이긴 했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나

내가 경험해 봤던 편의점과 주유소 그리고 살아봤던 고시원 부분이였다.


10만 원짜리 방은 현관 바로 앞에 있는 방이었다. 11만 원짜리는 바로 앞 고시원과 마주한 방이었다. 창문을 열면 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12만 원짜리 방은 벼랑 쪽으로 창이 난 방이었다. (.....)나는 12만 원짜리 방으로 게약했다. 2만 원짜리 전망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였다.   p.105


물론 내가 살던 고시원은 작가가 살던 곳에 비하면 거의 타워펠리스 수준이였을꺼다. 각 방에 샤워실,화장실이 따로 있었고 남녀 취사실 세탁실도 따로 있었다. 중국산 쌀과 김치였지만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고,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너무 추워서 겨울용 자카드 이불을 덮고 잤고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속옷만 입고 자야 했으니까 말이다. 좁다는 것, 아주 인체공학적으로 좁다는것 그리고 창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살아 내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창이 있는 방은 28만원 이였고. 나는 창이 없는 가장 안 쪽 방 25만원 짜리 방을 선택했다. 3만원의 창 값이 내겐 사치로 느껴졌었나 보다. 고시촌이 아닌 곳의 고시원에는 고시생은 없다. 대부분이 나같은 직장인이거나 대학생이다. 남편의 폭력에 백일도 안된 아이를 들쳐 업고 들어온 맞은편 방의 어린 여자나 부부가 같이 조금 넓은 이인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게 그랬다. 맞은편 방에 아이와 아이 엄마가 입실하기전 총무는 내게 괜찮겠냐고 내 의사를 물었다. 옆방 사람 꼬르륵 소리까지 들리는 고시원에서 아기라....나야 뭐 어차피 술에 취해 잠들면 모르니 상관은 없다고 했지만 그 방 역시 창이 없어 환기도 채광도 안되는데 아기라.....신경이 쓰였다. 가끔씩 새벽에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몇번 잠을 설치긴 했어도, 고등학생 녀석들이 벌이는 정사소리만큼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고 아이 엄마는 약 보름정도 머문후 떠났다. 어디든지 창이 있는 곳으로 갔기를......늦은 밤마다 주말에 데이트 하자고 문을 두드리던 옆방 아저씨도 장가 갔기를!


반말을 듣고도 울컥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건  길어봐야 2주 정도다. 다른 행동들도 시간이 지나면 반말만큼이나 불쾌하게 느껴진다. 종업원이 손을 내밀고 있는데도 돈을 카운터에 던지는 것.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카운터에 담배 포장지나 아이스크림 껍질을 버리고 가는 것, 게산 중에 생각이 바뀌었다며 그대로 나가버리는 것. 진열대에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고 내버려 두는 것 등등.   p.160


이때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반말에 익숙하지가 않다. 내가 하는 것도 듣는것도 둘다.

지금은 살이 많이 찌면서(늙어서 라고 하고 싶지 않다) 덜해졌지만 좀 동안인편이라 30대 초반까지 어디서든 왠만하면 누구든 나에게 반말을 했다. 나보다 어린사람들도 당연히 내가 어릴꺼라 생각해서 말 놓고 시작. 


내가 처음 일을 했던 편의점은 그당시  유행이던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이였다. 나는 시급이 좀 더 많은(그래도 최저임금만큼은 아니였다) 야간반을 했지만 주유소 남자 직원이 밤에 카운터를 같이 사용했기 때문에 혼자 있어서 무섭다거나 취객이 소동을 부릴일은 거의 없었다. 술취한 손님은 꼭 남자 직원이 없을때만 소동을 부렸으니까....대신 나는 편의점 바깥에 놓인 파라솔에서 술마시는 손님들에게 유동골뱅이를 만들어서 팔아야 했다.

젠장! 손님이 주문을 하면 주유소 숙소에 딸린 식당에 가서 주물럭주물럭~만들어 가져다 줘야 했다. 아저씨들은 왜 꼭 술 한잔만 따라주고 가라는걸까? 왜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맛있다는 걸까? 나는 왜 편의점에서 골뱅이를 팍팍 무쳐야만 했을까? 다시 떠올려도 너무나 짜증스러운 기억들이다. 물론 전면 유리창에 대고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며 소변을 보는 사람이나, 매장 타일바탁에 온통 토사물을 쏟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진저리쳐지게 싫은건 마찬가지였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잘 웃지 않는다. 미소? 속없이 실실거리다 왜 "쪼개냐?" 며 맞을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눈 만 마주치면 웃는다. 이건 뭐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마주치면 바로 싸악~물론 입만 웃는다.

가짜 웃음.  나는 원래도 잘 웃지 않는다. 내 눈가에 주름이 없는건 비싼 아이크림때문이 아니다.

사실 나의 인상은 꽤나 강렬한 편이다. 정대세의 친누나라고 해도 믿을수 있게 11시 11분을 가리키고 있는 눈, 각진 턱, 짧은 머리, 심지어 나름 노력해서 웃으면 '왜 비웃냐?'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하긴 거울을 보니 그런 소리 들을만도 했다.

이 ooo이란 곳에서 처음 직장을 구했을때부터 얼마전까지 근 8년 정도를 계속 서비스부서에 있었는데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딱 한가지 있었다.

바로 그놈의 "Smile~~~~~"

처음엔 그래도 따라 웃어 주었는데 나중엔 너무 짜증이 나서' 나는 웃고 싶지 않아, 내가 왜 웃어야 해?' 라고

손님에게 항의를 했던 적이 있다. 아...그 때를 떠올리니 글을 쓰면서도 다시 울화가 치민다.쓰읍!

몰론 서비스 받을때 상냥한 직원에게 받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웃음'을 강요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폭력적이다.


<인간의 조건>속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어쩌면 "남의 돈 벌어 먹고 사는건 원래 힘들다"라는 말인듯 싶지만

저자는 강력하게 그 말을 거부 한다. 왜 그게 남의 돈인가? 내 몸과 영혼을 판 대가인데 정당하게 일해서 받는 돈인데

어째서 눈치보고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해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친구들이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면서 돈만 밝힌다고 투덜댔다. 이런 평가는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고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작업장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보수도 적은 일을 참고 버티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걸까? 누군가 그런 일을 그만둔다면 그건 그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명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p.389


아..이 부분 뭔가 되게 맘에 안드는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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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8-2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게 남의 돈인가? 내 몸과 영혼을 판 대가인데 정당하게 일해서 받는 돈인데..."
저 완전 공감... 회사에서 말이죠, 윗사람이라고 으시대는 인간들 진짜 웃겨요.
지 돈 주나? 회사돈인데... 그것도 내가 정당하게 일한 댓가인데. 그건 작은 회사 사장도 마찬가지인거죠.
계약에 의해서 해주고 받은 댓가인데, 선심쓰는 양.... 큭큭, 이건 어디까지나 토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죠.

그런데 마지막 인용 글귀, 이거이거 폐부를 찌르는데요.
맘에 되게 안 드는데,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 되는 심정....... 저도 조금 그렇네요. 아무개님과 제 심정은 다를 수 있어도.

전여, 이 글귀를 읽으니, 그럼 내가 현명하고 이성적이지 않아서 참고 있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ㅋ

아무개 2013-08-21 14:15   좋아요 0 | URL
현명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 둘수도 있는 상황이기때문이지 않을까요?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그만 둘수 없는 그보다 더 수 없이 많은 굽은 어깨의 가장들이 있잖아요.
이 사람이 무슨 말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저 말에는 공감하기 어렵더라구요.

제가 편의점에서 골뱅이 무쳤던건 참을성이 많아서도 이성적이지 않아서도 아니였거든요.
그만둘수 없는 상황이였어요. ㅠ..ㅠ

다락방 2013-08-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 이 책 사뒀는데(사둔게 너무 많다능;;) 아직 안읽었거든요. 사두긴 했지만 뭔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올리신 인용문을 보니 흐음.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 말이 아주 많을 것 같아요.

아무개 2013-08-22 09:36   좋아요 0 | URL
전혀 어렵지 않아요~~
저자가 직접 격은 일들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같은거라 쉽게 금방 읽힙니다.
두세시간이면 휘릭 읽을순 있지만 이것저것 생각해봐야 할것들이 있긴 해요.
 

 

헌책방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것들.

 

1.채무가 없어야 한다. (자신의 집을 소유한 이들도 의료보험걱정을 하더라)

2.곁다리 직업이 있어야 장사가 안돼도 굶어죽지 않는다.(둘다 교수)

3.기존에 자신의 책이 만권이상은 있어야 한다. (그 만권을 가지고 시작하면서도 어려웠다)

4.사람 상대하는 것을 반드시 책보다 더 좋아해야 한다.(책을 사는 이보다 이야기 하러 오는 이들이 더 많다)

5.손님들의 시선을 끌수 있는 매력적인 고양이가 필요하다.(고양이 때문에 이 책방에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6.잭 같이 맛있는 차와 스코틀랜드 전통빵을 만들줄 아는 남편이 필요하다.(웬디와 잭은 이 책에서만큼은 완벽한 커플로 보인다)

 

 

내가 가진것은 딱 한개뿐이다. 5번.........

6번이 가장 부럽긴하다.

 

저자인 웬디 웰치가 재치가 넘치는 입담꾼이라는 것은 책을 한두장만 넘겨봐도 금새 알수 있고 또한 역자도 상당히 재치있게 번역한것이 느껴진다. 특히'상남자'라고 번역된 부분에서는 역자에게도 참 잘했어요~하고  손가락을 치켜세워 주고 싶었다.

 

그저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난 그 순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작부터 해버린 두 사람의 용기와 순수함에는 자신들도 모르고 있는

나름에 대책들이 있었던거다. 바로 1~6까지의 것들.

 

이래저리 재고 따지느라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그저 부러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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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8-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되게 궁금해서 사뒀는데 저 조건들을 보니 읽기 싫어지네요. 일단 채무가 있고 ㅠㅠ 상남자 없고 고양이 없고 책도 지금은 꼴랑 오백권?? 흐음 읽고 용기백배하여 서점 차려야지 했는데 못차릴거 읽지말자의 심정이 되어버리는 orz

아무개 2013-08-14 08:32   좋아요 0 | URL
저자가 이런 조건이 딱 필요하다라고 쓴건 아니고
제가 읽고 난후 이정도는 있어야 되겠다 싶은걸 적어 놓은것이니
다락방님이 읽어보면 또 다른 결론이 나올지도 몰라요.

꼭 헌책방이 아니더라도
책과 관련된 어떤 다른 멋진 새로운 아이템을 열심히 고민해 봅시다!

그날 길고양이 줬던 사료 요책 사고 받은거였죠? ^^

마녀고양이 2013-08-1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만 권 이상 있다 하여도, 내 책을 팔기 싫다라는 소유욕에서 딱 걸리는군요... ㅠㅠ
물론 만 권의 책이 없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아무개 2013-08-14 08:31   좋아요 0 | URL
본인들이 꼭 소장하고픈 서적들을 빼놓고도 만권여 정도 되더라구요.
워낙에 둘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었더라구요.
저자말에 따르면 쓸데없는 고학력자들.ㅋㅋㅋ

저는 책장이 딱 6칸인데 중고서점에 팔던 어떻게 하던 그 칸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어디선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낭비라고.... ㅠ..ㅠ

2013-08-16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7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전태일의 1970년 8월9일의 일기에서-



그러므로 그는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라고 말하였다.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들을 구출하는 것이'이상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심정의 단순함, 이 단호함, 이 절절함이야말로 그의 결단이 어떠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제 전태일에게 있어서'평화시장의 어린 동심'을 위한 투쟁이란 곧 비인간적인 현실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있는 모든 인간상을 위한 투쟁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어린 동심들, 아니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인간들을 전태일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건방지다하는가?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과대망상이라 하는가? 아니, 이것이야말로 참된 인간의 목소리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전태일이 가난하고 못 배운 밑바닥 인간에게 강요되어온 무력감과 열등의식을 완전히 청산해버리고, 자신의 힘과 인간성의 승리를 확신하는 한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제 발로선 것을 본다. 여기서 우리는 전태일의 성숙한 모습, 한 각성된 청년노동자가 스스로의 인간적인 책임에 대하여 가지는 강한 자긍을 보는 것이다.

-P241



늘 궁금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확연히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가...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든시절.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어떤이는 자신보다 더 약한자를 짜내어 자신의 목을 축이고

어떤이는 자신의 점심값으로 굶는 아이들에게 풀빵을 사먹이고 자신을 굶는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전태일 열사는 어머니 이순옥 여사가 꽤나 강단있게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아버지의 잦은 사업실패로 인한 구타와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몇차례 가출까지 했었다.

그런 상황에 딱히 가정교육이랄 것도 없었을테고.

학교는 거의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청옥공립고등학교를 채 일년도 다니지 못하고 아버지의 강제에 의해 그만두고 미싱질을 배우게 된다.



과거가 불우했다고 지금 과거를 원망한다면

불우했던 과거는 영원히 너의 여역의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

-전태일의 1969년 12월31일 일기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면서 어머니는 죽어가는 아들의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근로자를 위하여 애쓰는 태일이의 뜻이 이 모양으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하나님 뜻대로 하옵소서, 참새 한 마리도 당신의 뜻이 아니고는 떨어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이 가엾은 목숨도 당신 뜻대로 하소서." ......"어머니 담대하세요, 마음을 굳게 가지세요, 그래야 내가 말을 하겠습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고 아들은 말을 계속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만은 나를 이해할 수 있지요? 나는 만인을 위해 죽습니다. 이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버림받은 목숨들, 불쌍한 근로자들을 위해 죽어가는 나에게 반드시 하나님의 은총이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조금도 슬퍼 마세요, 두고두고 더 깊이 생각해 보시면 어머니도 이 불효자식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 저를 원망하십니까?" ..."나는 너를 이해한다. 어찌 원망하겠니? 원망하지 않는다." 아들은 빙그레 웃었다,"역시...우리 어머니는 나를 이해해."...."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십시오"하였다.

P299


아니 도대체 왜? 어째서? 원망하지 않는거냐구. 왜 절망하지 않는거냐구.

뭘 하나님 뜻대로 하고 은총은 무슨 은총!

희망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죽어가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 어떤것도 원망하고 포기하지 않을수 있는것인지.

난 이해할수 없다.


그러므로 고통받는 한 인간의 의식을 살펴보자.
그가 태어났을 때 이미 억눌리는 고통에 찬 현실은 존재하고 있었다. 이 현실 속에서 자라나면서 그는 그 현실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하여 자신에게 강요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사실은 바로 인간이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똑히 보지 못하게 된다. 이 거대한 힘에 비하여 볼 때 자기 자신은 너무나도 약하고 초라하고 무력한 존재로 느껴진다. 조만간에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현실의 사회구조와 질서 앞에 무조건 머리를 수그리고 거기에'순응'해야만 생존이 보장된다고 느끼게 되며, 따라서 현실 앞에서 위축되고 기가 죽어서 비굴해진다. 현실에 대한 모든 비판은 그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무모한 짓으로 되며, 따라서 자신에 대해서는 불성실하게 되고 나중에는 부도덕으로까지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비판정신의 싹을 자신의 의식 속에 싹트기도 전에 잘라버리고, 사회가 강요하는 모든 명령 , 모든 가치관, 모든 선전을 무조건 받아들여'순한 양'이 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할 줄 모르는 ,주체성을 빼앗긴 정신적 노예로서 길들여지는 것이다.

등 어루만지고 간 빼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강한 자들은 이 길들여진 양들에게'착실','겸손','온건','성실','적응성 있다' 하는 등의 온갖 아름다운 찬사를 퍼부으며 환영하고 칭찬하면서 최대한으로 그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털을 뽑는다. 고통받는 인간은 한동안은 얼떨덜하여 그가 고통을 당하는지 털을 뽑히는지 모른다. 설사 어렴풋이 그것을 알게 된다하더라도, 그는 다만 생존하기 위하여 현실의 부당한 행태와 그러부터오는 자신의 고통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만다. 때때로 무언가'부당하다' 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나. 역시 자신은'무력'하며 그것은 시정될 길이 없으므로 그는 곧 머리를 흔들어 그런 건방진 생각을 털어버린다. 인내는 그의 영원한 금과옥조로 된다.

P138-9



"나는 누구보다 참는 건 잘 했다. 누구보다도 질길 수 있었다. "

-김이설<환영>

저 글을 읽고 나니 김이설의 소설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다. 나도 그랬다. 그렇다. 그럴 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외국 여자가 리처드 버튼이라는 외국 남자와 몇 번 결혼하고 몇 번 이혼했는가를 사람들은 안다. 신문에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시장의 열세 살짜리 여공들이 하루 몇 시간을 노동해야 하는가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신문에 안 나기 때문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라는 외국 여자가 승마를 하다가 발가락을 삐었다 한다면 사람들은 늦어도 바로 다음날까지는 그 사실을 알게된다.'신속 정확한' 신문보도 덕분이다. 그러나 강원도 어떤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광부들이 매몰되어 죽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반드시 알지는 못한다. 신문에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구석자리에 작은 기사로 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신문인 것이다.

P266


1982년 조정래 변호사의 이 말이 2013년 우리 언론자유가 어디까지 회귀하였는지 보여준다.

얼마전 광화문에 일이 있어 갔다가. 엄청나게 많이 정차되어있는 전경버스를 보고

일행에게 여기 무슨일 있냐 물었더니.

춧불집회중이란다. 왠??

언론에서 말하지 않아 몰랐다고 관심이 없었던게 아니라고

나혼자 재빠르게 속으로 변명했다.



1970년 8월 둘째주 토요일에 전태일은 '어린 동심의 회복'을 위하여

죽기로 결심했다.

2013년 8월 둘째주 토요일에 나는

'불쌍한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위하여 통덫을 설치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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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참 막막하네요. 저도 휴가 다녀왔더니 전경 차가 잔뜩 있어서
뭐냐 물었더니 그날이 촛불집회더군요. 내가 계곡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저 사람들은 그 한증막 같은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었구나 생각하니
굉장히 부끄럽더라고요... 촛불 안 드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습ㄴ다.

아무개 2013-08-13 08:17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이에요. 에혀...

더이상 촛불이 시민들의 눈물과 땀을 대변하는게 아닌 시절이 오길....

마녀고양이 2013-08-1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원래 관심있었기 때문에 촛불 집회 1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메인 공영 방송에 안 나와도, 다들 알고 계시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주일 전에 같이 일하시는 분이, 무슨 촛불 집회? 하고 물어보셔서 정말로 모르는구나,
사람들이 모르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요.

지난주에 5만명 모였는데, 방송은 하나도 안 되었지요, SBS 토막 YTN 토막뉴스로 밖엔. ^^

네 저도 촛불 안 드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무개 2013-08-13 08:21   좋아요 0 | URL

네 부끄럽지만 몰랐습니다.
SNS도 안하다보니 공영 방송이외에는 다른 언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더구나 박통이 된 이후론 그나마 보던 뉴스도 잘 안보고...

그날 같이 있던 일행분이 몇만명씩 모인다고 하는 이야기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큰 촛불집회를 이 더위에 시민들이
절절 끓는 아스팔트바닥에서 하고 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언론은 한마디도 안하는구나.
대한민국 대다나다! 싶더군요.

마노아 2013-08-1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는 10만이 모였다고 하네요. 오늘 민간인까지 국정원 댓글 사주에 동원된 기사 보고 계속 늘어나겠구나 싶었어요. 피같은 세금이 그런데로 흘러가네요. 모 재벌은 월 전기세가 기천만원이라는데... 머리가 더 뜨거워집니다. ;;;

아무개 2013-08-13 15:04   좋아요 0 | URL
10만이요? 세상에!!

민간인 모모씨에게 9천만원인가 흘러들어 갔다는 기사는 저도 어제인가 봤어요.
어디까지 예전으로 회귀할지....수구들의 단합된 힘이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광화문에 가야할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너무 더워요, 더워. 도대체 이 더위에 어떻게 그런 결심들을 하고
모이는지 참 대단하신 분들..
하아......주뎅이만 동동뜬.....아무개 같으니라구....
 

다락방님과 마노아님만 함께 만날줄 알았는데

마테우스님과 메피님까지 뵙게 되서 정말 좋았어요.

맥주랑 맛난 안주 아주 잘~~ 먹고 마셨습니다. 감사해요.^^

 

성황리에(!)강연회 마치신거 축하드려요.

굳이 알바 풀지 않으셔도 됐을뻔 했던거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베란다쇼에서 *님 인터뷰 해간거 방송에 꼭 나왔음 좋겠어요,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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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8-05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힛,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뵈어요!


2013-08-05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5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8-0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가 뛰어나서 인터뷰도 장시간 했고...아마도 방송에 나온다면 또다른 TV스타가 탄생하는 건 아닐지...(싸인을 미리 받아둘껄..)

아무개 2013-08-05 16: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싸인을 꼭 미리 받아 둘것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만약 방송에 나오면 어디로 뛰어들 태세입니다 ㅋㅋㅋ
 

 

책 말미에 수록된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옮겨 놓는다.

자.....제 점수는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ㅎㅎㅎ

 

 

 

 

 

 

 

 

 

당신은 지금 얼마나 우울한가? 지난 한 주 동안 여러분이 겪은 일을 회상하며 아래 물음에 답해보자. 표의 각 문항을 읽고 오른쪽 답지에 해당되는 번호를 하나 골라 그 번호에 체크하면 된다. 응답을 다 했으면 점수를 계산해보자. 응답지에 나온 번호의 숫자대로 점수를 주면 된다. 즉 1번을 고르면 1점, 3번을 고르면 3점을 준다. 20개의 문항이므로 점수는 0~60점이다.

 

0:거의 그런 적이 없다(하루 이하)

1:가끔씪 그럴 때가 있다.

2:종종 그럴 때가 있다.

3:거의 한 주 내내 그렇다.

 

1.보통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나를 괴롭힌다.

2.식욕이 감퇴했다.

3.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도 울적했다.

4.내가 다른 사람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5.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6.우울했다.

7.매사를 어쩔 수 없이 한 것 같다.

8.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9.내 인생은 실패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10.두려움을 느꼈다.

11.편안히 잠자지 못했다.

12.불행하다고 생각했다.

13.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14.외로웠다.

15.남들이 나에게 불친절했다.

16.사는 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17.갑자기 서럽게 운 적이 있었다.

18.슬펐다.

19.남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20.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

 

 

 

결과 해석

0~9점에 해당된다면 당신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이다. 10~15점이면 약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며, 16~24점이라면 꽤 우울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24점 이상이라면 우울증이 삼각하므로 심리 상담사나 의사를 만나야 한다.

 

자........... 제 점수는요~

읭? 하고 놀랄 필요 없이,예상대로, 우울증이 심각하므로 심리 상담사나 의사를 만나야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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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2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2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3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3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3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3-05-14 22:40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