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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강신주는 ‘대중철학자’이다. 그가 쓴 저서 <철학vs철학>,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괴로움>시리즈는 일반 사람들이 막연히 철학에 대해 어려운 학문이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그들만의 언어로 이뤄진 사상이라는 선입관을 깨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기에 철학분야 인사들이 그에게 붙힌 칭호는 ‘대중철학자’. 하지만 강신주 본인은 내색 안할지 몰라도 이 표현 자체는 상당히 거북스러움을 안겨준다. 철학이 철학을 연구하는 이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이유와 왜 인간이라면 이래야는지 그 이유를 독자들의 수준에 영점 조절하여 설명하는데 대중 영합적인 책장사를 하려는 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듬뿍 담은 표현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책들을 처음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 열광했다. 아니 너무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벤야민의 <아케이드프로젝트> 등을 읽고 우쭐(?)하며 인터넷에 지적 장광설을 늘어놓는 이들을 보며, 같은 언어를 쓰지만 동상이몽도 언감생심인 서로간의 대화에서 절망감을 느꼈고, 헤겔, 칸트의 이론들을 얘기 할때면 자리를 미처 피하지 못한 내 자신에 짜증이 날 정도로 철학은 어렵고 멀기만 한 학문이었으며 동시에 그만큼 다가가고 싶기도 한 분야였는데 말이다.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때, 그 첫 페이지를 넘길 때 생각은 다른 두 분야의 컨버전스가 아닌가 하는 얄팍함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으며 머리로 들어와 가슴으로 내려가는 철학과 가슴부터 흔들며 머리로 올라가는 시의 완벽한 조화와 시인의 사유와 내면을 철학가의 사상으로 읽어내고 치유하는 모습에 감동하였다.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은 말과 글과 행동이 같아야 함을 깨닫고 늘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철학가 강신주와 인터뷰어 지승호의 5주 50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강신주는 인터뷰를 통해 늘 나 자신에 대해 육박해 들어가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를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육박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책을 읽더라도 육박해 들어가는 정도가 다르기에 책에 대해 이해한다 해도 급이 다르단다. 우리가 아닌 나와 너에 관한 것이 철학이라는 점. 나를 사랑하고 너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야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고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파한다.
그러기에 강신주는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고 언젠가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강력하게 비판하는 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삶의 주인이 나 자신임을 망각시키고 신에게 의지하고 목사에게 기대는 기독교 등 종교의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 질 수밖에 없기에 눈치 볼 것 없이 비판에 나서겠다는 그의 굳센 결의는 말과 글과 행동이 같아야 함을 늘 강조하는 강신주다움을 엿보게 하며 ‘그 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스스로 개혁의 일선에 서지 않고 새로운 인물만 기다리는 현재의 우리가 가진 비겁한 수동성에 날카로운 펀치를 날린다.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인간을 경쟁으로 내몰고 모든 가치를 돈에 두게 함으로서 마땅히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행복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강신주는 진단한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소중한 삶이 정치권력에 의해 유린되는데 심각함을 느끼고 인간의 소중한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에 인문학의 회복만이 해결방식임을 깨달아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부르짖으며 그래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고 토로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삶을 위해 찾아 나섰던 인문학이 어느 덧 상품으로서 퇴락해 버리는 출판시장에서의 자본주의적 폐해에서 다시금 그의 인터뷰는 소중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우리는 소중한 실천 철학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