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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소득 3만불이 되면 절대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없다고 하는데 지난해 12. 3 계엄사태를 통해 친위쿠데타(?)가 일어나면서...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면서 참담함을 금할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입법권을 거머쥔 야당이 탄핵정국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인사들에게는 무차별 탄핵을 시도하는 야만(?)의 모습을 보면서 바이든과 트럼프간 미국 대선결과 승복하지 않은 트럼프의 여론몰이로 미의회가 습격받았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은 결코 무리한 상상이 아닐 것이다. 얼마전 우리는 서부지법을 습격한 극우 지지자들의 폭력사태를 보았고 얼마 안남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여부는 첨예하게 맞선 좌우진영 지지자들의 폭력사태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하게 한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시기에 발행된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전이 단순히 빈곤국이나 약소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사회가 양극화될 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는 민주주의 뿌리가 약하고 민도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무기를 갖고 있는 군벌 등이 정권을 찬탈하려고 쿠데타를 시도하려다 정부군과 치열한 내전으로 휘말리는 아프리카, 남미에서나 있을 법한 사건이 내란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정치·경제적 불평등과 정체성 갈등, 권력의 집중화가 폭력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에 우리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야당에 거대 의석을 안겨다 줬기 때문이며 위선적이고 부패한 야당 정치인들은 맹목적인 지지율에 기대 폭주를 거듭하는 것은 아닐까? 즉, 저자가 언급했듯이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법치가 무너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내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지금의 정치 지형이 바로 내전이 자라날 수 있는 가장 좋은 토양이 아닐까 싶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독재자를 위한 토양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내전의 주요 원인은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다. 즉, 특정 민족·종교·이념 집단이 배제되고 억압될 때 갈등이 폭발한다는 것인데 독재자들은 국민을 하나로 묶기 위해 '적'을 만들어내고, 이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폭력적인 정권이 된다. 그리고 내전으로 비화되고 독재로 마무리된다는 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또한 저자는 독재(autocracy)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와 정치·사회적 복잡성을 담은 표현 '아노크라시(Anocracy)'를 거론하며 사회가 분열될수록, 민주주의가 흔들릴수록 폭력적인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우리도 이런 폭력적인 지도자의 등장을 목도할 날이 얼마 안남았을지도 모른다. 이책이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가는 비극을 중단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