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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엄청난 글자수에서 드러나듯 조선왕조의 하루를 기록한 소중한 사료이다. 특히 실록의 사실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왕조차 열람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엄청난 가치를 더하는 요인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조선왕조 기간 평민의 삶과 지역의 풍토를 기록한 내용이 지금까지 전해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왕들의 일상은 물론 역사적 사건과 외교, 문화 등은 기록물로 충분히 연구되어 왔지만 반대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부분들은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민간의 생활풍속이나 지역의 특성, 기후, 전통문화 등을 다룬 내용이 아쉬운데 <우리가 몰랐던 옛적 서울 이야기>는 그 아쉬움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풍속사에서 좀더 서울=한양을 들여다 보는 이 책은 현재 서울 지명의 유래와 이를 뒷받침하는 희귀사진, 그림, 지도 등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재미를 선사한다. 쌀이 귀한 시절임에도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소고기 왕국’이었다는 사실은 왜 지금 우리 체형이 채식과 어패류를 즐겨 섭취하던 이웃 일본보다 큰지 설명이 된다. 한해 40만마리의 소를 도축했다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술을 좋아하는 풍속도 결국 조상의 DNA덕(?)임을 알수도 있다. 오죽하면 83세까지 장수한 영조도 애주가였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자손이 풍족해야 복을 얻는다고 해서 산모들이 많은 아이를 낳다가 안타까운 일들을 겪는 경우도 많았고 특히 호랑이가 우글거려 ‘호환’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도 설명한다. 정말 신기한 점은 이렇게 조선에 호랑이가 득세한 이유가 청나라의 사냥대회를 피해서 도망 온 호랑이들 때문이라는 점.

조혼이 유행하다 보니 어린 산모들이 죽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서 남아선호사상이 높았던 조선시대라는 인식을 달리할 만한 일들도 많이 보인다. 영의정 김수항은 늦둥이 외동딸이 14세에 시집을 가 16세에 후손을 낳다가 사망하면서 그의 <문곡집>에 실린 <제망녀문>은 그가 얼마나 딸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절절함에 같이 슬픔을 느낄 정도다.
또한 임진왜란 시기 왜군에 점령당한 한양의 일상을 설명하는 부분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무척 흥미롭다. 이처럼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과 생활을 자세하게 서술한 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저자의 치열함이 묻어 있는 역작이 아닐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