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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평점 :
현대지성사에서 40권까지 발행중인 고전 중 39번째가 <군중심리>다. 이 책은 현재 중요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120여년전 귀스타브 르 봉이 가르쳐주는 혜안일 것이다. 왜냐고? 우리는 이미 광우병과 보수정권의 궤멸을 가져 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두차례 촛불집회를 통해 군중심리가 반영된 대중의 선택이 결과의 유불리를 떠나 역사적 변화등 얼마나 놀랄만한 결과를 가져왔는 절감했고 그 부담을 오롯이 우리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지, 그리고 출판사 측에서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왜 지금 발간했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당선될 수만 있다면 과장된 공약을 남발해도 괜찮다. 유권자는 공약에 박수를 보낼 뿐 얼마나 지켰는지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흑색선전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되 증거를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여론이 협박으로 돌변해 정치인의 행동 노선까지 바꾼다.”
마치 작금의 정치현실을 들여다 본 귀스타브 르 봉의 발언처럼 느껴지고 내년 대선을 앞둔 대선후보들의 작태를 똑같이 묘사하는데서 120여년전 책이 아니라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쓴 책처럼 여겨진다.
군중심리는 저자가 보불전쟁이나 파리코뮌을 보면서 군중의 힘이 어떻게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크게 놀라면서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일반 국민이 민중으로 집합했을 때 변화되는 부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단지 같은 장소에 모여있지만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심리가 결합하면서 전혀 다른 심리적 군중으로 탈바꿈하는데 여기에 속한 개인은 충동적으로 사고하며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군중심리의 사례는 비단 광우병 촛불집회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실한 복학생이나 직장인이 예비군 훈련만 가면 군모 삐딱하게 쓰고 껌씹고 침 뱉는 등 전혀 다른 모습들만 보이는 것도 군중심리의 하나다. 주중에는 성실한 노동자로서 일을 하던 영국인들이 축구장에만 가면 상대팀 팬들과 격렬한 몸싸움은 예사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장 내 유혈사태나 폭동을 일으키는 것도 군중심리다. 이런 행태에는 지식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군중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한 때 군중의 심리를 평가절하 했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책이지만 여전히 인간 집단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한 최고의 분석서가 아닐 수 없다. 상당히 감정적인 군중은 정의하기 어려운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만들어 한 문명을 해체해버리거나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까지도 야기할 때 우리는 개성은 소멸하고 의지와 분별력도 상실한 채 모든 감정과 생각이 의도한 자들의 뜻대로 향하는지는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현 정치현실을 볼 때 이 책은 앞으로도 인간의 본성이 있는 한 그 본성을 감정적으로 타락(?)시킬 의도가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잠시 냉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적 기제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