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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한 기자가 공개하는 우리가 알아야 할 언론과 뉴스의 비밀들
송승환 지음 / 박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언론기자들은 피곤하다. 최근 지라시(‘찌라시’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대개 사용한다)를 받아보면 언론기자들이 주니어나 고참급 구분 없이 기업 홍보실로 ‘이직러시’가 빗발친다고 한다. 박봉에 시달리며 취재환경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의 조어로 언론기자를 비하하는 표현)라는 멸칭에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은 취재원을 ‘찾고 만나고 듣고 쓰는’직업인 기자의 세계,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떻게 언론기자를 통해 기사가 만들어지고 일반에 찾아가는지 그 과정에서 비하인드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자에 대해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는 일반의 반응을 애써 반박하기 보다 사회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언론이 정작 그 자신은 투명하지 않다는데 인정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이 책에서 기자인 저자가 찾고 만나고 듣고 쓰는 과정에서 겪은 53가지 현장 사례는 독자들에게 투명하지 않은 언론에 소속된 기자로서 느끼는 자괴감은 물론 취재과정에서 치열한 고민과 노력 등 애환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존 언론에서 생성되는 기사의 가치가 결코 비난으로 매몰되서는 안됨을 공감하게 만든다. 저자의 결론은 여전히 언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53가지 방법은 자의반 타의반 기레기를 피하려는 모든 이들(여기에는 언론내 구성원도 예외는 아니다)에게 저자가 겪은 고민과 제안에 대해 진지한 접근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깨닫게 한다.
나는 오랫동안 홍보업무를 담당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일련의 언론위기를 보면 상당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기자들이 편향되거나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취재가 들어와서 아무리 방어해도 결국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 곤혹을 치룬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언론기자의 역할을 여전히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논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 즉, 저자의 시각과 입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소위 기존 언론, 방송은 여전히 ‘게이트키핑’이 있지만 언론보다 더 1인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페이스북, 유투브 등 소위 SNS는 절대로 공신력있는 언론의 지위를 차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로지 갈라치기와 어설픈 정보로 대중에 대한 마타도어에 치중하는 이들이 거창하게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구호에 취해 소위 ‘완장질’을 하는 갑질을 서슴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언론이 예전과 같은 위상이 아니고 기자 역시 과거와 달리 비하당하고 있지만 적어도 언론과 언론기자로서 오랜 기간 수련을 거치고 다듬어진 취재기법과 보도 작성 능력은 여전히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언론기자에 대한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고 토론하며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향의 언론관을 갖는 시간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