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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찾습니다 - 진보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박찬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있다. 5년마다 있어 왔던 대통령선거,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어느때 보다도 다른 정치 환경과 국가의 운명이 다른 상황에서 치러진다. 표면적으로 지난 대선처럼 비선실세 논란에 휩쓸려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상황도, 보수야당에 궤멸적 타격을 안겨주고 집권여당에 180석이라는 초거대 정당의 지위를 부여한 지난 총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포퓰리즘이라는 망국적 선동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못지 않게 펜데믹화하는 지금,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그동안 자부해 왔던 우리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정치 환경의 변화에 엄격하고 스스로 지켜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투표권을 부여받은 지 30여년, 나 스스로는 늘 진보가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고 진보를 지향한다고 외치는 정치인, 정치세력에 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고민한다.
진보가 사라진 세상. 진보라고 부르고 불리우길 원하는 정당은 정녕 진보를 지향하고 스스로 그 가치에 걸맞는 노력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이러니하게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탄생을 목도하면서 우린 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표면적으로 위한다면서 이면에는 피눈물이 고인 과거를 욕되게 했고 고달픈 현재를 묵인했으며 진보의 가치를 외치며 기수 역할을 자임했었던 이가 ‘조로남불’이라는 비아냥 섞인 신조어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알았을 때 상실감을 넘어 분노하게 되었다. 그 분노는 쉽사리 사그러 들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진보는 어디 있을까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고 싶었다.
<진보를 찾습니다>는 오랜 동안 국내 전통의 진보 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가 격주로 연재한 ‘진보를 찾아서’라는 글을 밑바탕으로 수정, 보완해서 새로운 글도 포함해 단행본으로 펴 낸 책이다. 저자는 진보든 보수든 이제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집권 여당이 180석이라는 전례없는 승리를 거둔 한켠에선, 젊은 세대의 분노와 비판이 분출하는 정반대 흐름이 가사화 했다는 점을 주목한 것에 동감한다. 이번 대선도 2030의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이미 많은 이들이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야당 대선후보가 급락한 지지율에 당황하는데는 2030의 지지율 급락이 가장 큰 타격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진보 정치가 첫 제도권에 안착하고 권력을 잡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진보를 돌아보고 현 문재인 정부의 진보 지형을 분석한다. 아울러 진보적인 언론학자이면서 사회비평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강준만 교수와 인터뷰도 실어 진보에 진정 필요한 것이 바로실천임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 책은 분명 진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답을 주지는 못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명제는 진보만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통합과 거리가 먼 갈라치기를 더 조장하고 보수보다 더 부패하며 예의 진보의 속성마냥 분열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진보는 공정과 정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함량미달이 아닐까 싶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야당 대선후보의 평가에 날 선 비판과 독설을 아끼지 않았던 진보진영이 왜 대장동 비리의혹을 받으며 도덕적인 면에서 결코 용인 받기 어려운 여당 대선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는 침묵하고 외면하는가? 민주주의 가치는 오직 진보와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전제는 결코 수긍할 수 없다. 아직도 오만한가? ‘낡은 진보’로 퉁(?)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말라. 이 책이 진보에 대한 성찰로 더 이상 감성적 선동과 퍼포먼스에 기울어진 포풀리즘에서 진보가 깨어나는 하나의 계기가 됨을 바라지만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가지 않고선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장벽을 넘어서기란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견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보는 철저한 성찰과 진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참 멀었다고 여겨지는 건 왜일까? 여전히 과거 군사독재정권, 보수정권의 실정에 기반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인가? 진보정권 15년의 기간 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