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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츠 -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 ㅣ KODEF 안보총서 54
브레이턴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전쟁 영웅을 낳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아이젠하워는 훗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고 패튼의 경우는 <패튼 대전차군단>이라는 영화화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인기있고 개성있는 장군이었다. 필리핀에서 일본군에게 패해 수많은 전쟁포로들을 뒤로 남긴채 ‘나는 돌아온다’고 외친 맥아더는 그 후 속 시원한 복수를 안겨주며 태평양전쟁의 영웅으로 부상했고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그 명성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각인시켰다. 비록 패전국이었지만 독일에는 사막의 여우 롬멜도 있었고 ‘전격전’을 완성시켰던 구데리안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이력 뒤에 결코 못지않은, 아니 더 큰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제함으로서 훗날 대중에게는 잊혀졌던 인물이 있다. 바로 태평양전쟁 중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서 2차세계대전의 한 축이었던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에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 준 체스터 니미츠가 그다.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 니미츠>은 군인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애썼고 결국 미국의 운명을 결정 짓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해군 제독 니미츠에 대한 평전이다.
선원을 지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한 니미츠는 그 이후 22세의 어린나이에 구축함 디케이터호의 함장을 역임하면서 시작한 해군 인생과 그이 군인 경력에 가장 큰 전기를 마련했던 태평양 전쟁까지 그의 개인사와 전쟁사를 한편의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는 맥아더나 아이젠하워 못지 않게 화려한 전공을 자랑했던 그가 왜 그들보다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는지를 언급한다. 부하들에게 최대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해당 부하에게 지휘권을 부여함으로서 개성이 강하고 주위와 때론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는 부하 장성들의 단점을 훌륭하게 커버해 주고 장점을 극대화 시켰다.
이러한 니미츠의 능력은 태평양 전쟁중에 불거진 고집불통의 맥아더와 갈등 등 육군과의 지휘체계 단일화 여부로 빚어지는 혼선을 최소화시키고 양측의 양보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빛을 발했고 상관인 어네스트 킹 제독과의 마찰 또한 극복해 내면서 전후 해군참모총장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이러한 조율과 통합을 이뤄내는데 탁월했던 그의 능력은 그를 눈여겨 보고 발탁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공이 지대했었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적재적소에서 발휘하는데 최대한의 롤을 부여받았던 핼시, 스미스, 스프루언스 등 장성들의 전공으로 보답하게 되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특히 두 번이나 태풍속으로 자신의 함대를 이끌고 들어감으로서 많은 함정이 침몰하고 비행기와 인명손실을 겪게 만들었던 핼시를 끝까지 지지하며 훗날 그가 혁혁한 전공을 세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던 부분과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전쟁에 있어서는 화려한 공격을 지향하는 핼시보다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공격전술을 전개하는 스프루언스를 중용했다는 에피소드는 그가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면서도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늘 염두에 두면서 극대화 시킬 것과 최소화 시킬 점을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왜 니미츠를 태평양전쟁의 영웅으로 부각시키려는지를 이해시켜 준다.
이 책은 한편의 훌륭한 전쟁사이기도 하다. 진주만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은 미 해군이 니미츠를 새로운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 선임하면서 재기하는 과정과 전세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미드웨이 해전의 긴박함, 과달카날 전투와 일본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오지마, 오키나와 전투에 대한 묘사는 전쟁사에 목마른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는 좋은 읽을 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전쟁후 ‘해군 무용론(無用論)’을 들먹이며 해군을 육군으로 통합하려 시도했던 논란들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젊은 날 잠수함 함장을 역임하면서 경험했던 기억을 통해 훗날 원자력 잠수함의 해군 도입을 추진하여 미 해군의 주요 전력으로 성장시킨 점도 그가 근데 미 해군에 끼친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화려한 군경력을 가졌던 그가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났던 점은 왜일까? 이 책은 그 이유로 그가 자신의 군경력을 자서전 발간 등 돈벌이에 이용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뒤로 물러나 자신의 부하들의 전공을 드러내는데 노력했을 뿐 자신의 공은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의 시대에 미국은 큰 행운을 누렸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 책이 군인의 길을 가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들에게는 좋은 귀감이...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리더십의 전형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별다섯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