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음의 현대사 -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김영주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일제 치하와 해방이후 혼란기를 거쳐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차라리 죽는게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더 나았던 시절, 고단하고 서글펐던 민중의 삶에 한줄기 빛과 같은 웃음을 안겨주었던 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한류’컨텐츠의 대표주자로 동남아는 물론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 수출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모습에는 100여년 가까운 우리 한국인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드가 있었고 그것이 전세계적인 보편화 과정 속에서 강력한 문화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추억을 먹고 산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청소년 시절이나 삶 자체가 희망과 풋풋한 사랑, 우정이 우선되던 20대(물론 지금의 20대는 그런 여유를 가지기에 너무나 팍팍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불행에 있다.) 시기는 그래서 더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한 추억의 자국을 남기고 있다. 이 시기에 풍부했던 부족했던간에 누렸던 대중문화에 대한 감성은 남은 인생의 전부를 관통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 다시금 확인한다.
그러면 우리네 희로애락을 담은 웃음의 기원, 역사는 어떻게 될까? ‘유느님’이라 불리우는 유재석은 우리 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개그맨일 것이다. 그럼 해방전이나 한국전쟁 후에 유재석과 같은 위치에서 우리를 웃고 울렸던 이들은 없었을까?
<웃음의 현대사>는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자 중년을 넘은 장년층의 기억속에 자꾸 희미해져 가는 추억의 예능을 불러오는 ‘슈가맨’(모 종편 방송에서 방영중인 흘러간 가수와 힛트곡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의 역할을 자임하는 책이다. 26년차 방송작가인 저자는 일제 치하의 유재석 ‘신불출’의 일대기부터 현재 잘나가는(?) 예능프로그램의 현주소까지 그야말로 대중의 웃음 하나만을 목표로 때론 신명나게 때론 처절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대한민국 예능인과 예능의 역사를 이 책으로 풀어내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예능을 눈여겨 보기 시작한 나는 ‘유머 1번지’의 등장이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소개에 반갑고 또 숨겨진 뒷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근현대 대한민국 역사속에 아로새겨진 정치, 문화, 사회적 배경과 여기에 씨줄과 날줄로 수놓아진 예능과 코미디언들의 에피소드는 그래서 더 소중하고 보존해야 할 구전물로서 가치가 남다르지 않을까? 이젠 구전물이 아니라 <웃음의 현대사>라는 책으로 모셔졌지만 말이다.
다른 얘기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웃음의 역사에는 열광하면서 정작 반대로 최근의 예능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만큼 ‘꼰대’스러움이 더 익숙해 지는 것일까? 그래도 난 이 책을 통해 내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 날 웃음짓게 만들던 웃음의 컨텐츠를 보유하게 되었다. 추억으로서 말이다. 그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