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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이해
이수정 지음 / GIST PRESS(광주과학기술원)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미디어를 통해 유행이 됐던 표현이 있다. ‘단언컨대...’
어줍 잖은 서평을 올리면서 늘 똑같은 패턴은 이 책을 왜 선택했고 어떤 면에서 특징이 있고 좋은 책이라면 추천을 해주고 싶다는 식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그런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선택이었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책이라면, 그래서 그 책을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고 비록 공감 받지 못하더라도 그 책을 올해 가장 잘한 일로 꼽는 것이라면 난 ‘단언컨대’ 올해 가장 잘한 일로 <시의 이해>를 주저 없이 선택했고 읽었고 또 읽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저자가 살고 계신 곳을 향해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또 고맙다. 이 책을 집필하고 또 출간해 주셔서....
학창시절 시는 무색무취한 분야였다. 늘 떠올리는 기억 속에 시는 일반적인 표현이 있는데 굳이 비유와 은유등 현란한 어휘를 사용해가면 ‘장난’을 치는지 이해가 안가는 장르였다. 단지 좋은 측면이라면 선생님의 강의를 메모하는데 여백이 많다보니 한결 여유가 있다는 정도....
저자가 이런 나를 보면 아마 뒷목 잡고 쓰러질 것이다. 그러던 내게 복학 후 처박혀(?) 있던 대학 도서관에서 가장 큰 벗은 시였고 또 그렇게 시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럴 듯한 계기도 없었고 또 대단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는 시로 설레이고 자아에 대한 성찰과 존재에 대한 궁금증 등 행간에 담긴 무게가 더 진중한 시를 통해 절제된 어휘가 주는 함축과 모호성이 담긴 긴장을 느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시가 주는 희열로 행복감 마저 가진 적이 있었다.
이런 개인적 추억이 담긴 시를 문학으로서 자리 잡게 만들어 주는 책이 <시의 이해>가 아닐까 싶다. 시문학에 대한 강의서로 보일지 모르지만 읽다 보면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시의 정의, 기능, 구성, 문학 분야로서 위치 등을 설명해 준다. 마치 시에 대해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해 주듯이.
그렇다 보니 이 책은 시에 대한 관심도와 별개로 시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독성이 좋고 상당한 도움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금을 넘어서 유명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시를 소개하면서 시에 함유된 은유와 비유, 언어적 기교 등을 설명해 주는 저자의 내공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저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읽었고 감동했으며 가슴속 간직했던 시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이해하는 좋은 시간을 가질 것이다. 새롭게 이해될 수도 있고 기존의 감정을 새록새록 되새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 책이 시에 대한 시선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주는데 분명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