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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불평등 - 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김영선 옮김, 홍기빈 / 북트리거 / 2018년 12월
평점 :
조지 오웰의 명작 <1984>에서는 지배계층(‘빅브라더’로 불리운다)이 피지배계층을 대상으로 TV처럼 보이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24시간 감시하며 조작하고 쇄뇌시킨다. 이들은 끊임없이 유토피아라고 선전하지만 현실은 암울하기만 한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그런데 피지배계층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지배계층의 존재를 인정케하고 텔레스크린을 통한 감시와 선동은 일반 대중을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판단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섬뜩하지만 수단과 방식의 다소 차이만 있을 뿐, 현재의 세계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통찰력과 예상의 날카로움이 경이롭기만 할 뿐이다.
소설 속 텔레스크린은 현재의 자동화된 전산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지속적으로 과도한 양의 이미지를 대중 앞에 풀어 놓으며 생각할 시간을 빼앗아가는 온라인 기반 정보 교류 등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속속들이 파고들고 있다. ‘빅브라더’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기업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나는 지금도 늘 섬뜩한게 사용중인 노트북 오른쪽 아래 계속 온라인 광고 팝업이 뜬다는 점이다. 물론 관련 프로그램이 나도 모르게 깔렸기 때문이지만 문제는 내가 무심코 봤던 책, 골프용품, 코트, 양복재킷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등이 끊임없이 릴리스 된다는 점이다. 마치 내 성향을 직접 조사한 양, 아니 그것보다 더 정확하게 니즈에 맞춘 상품 이미지들이 뜨는데 나중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빅브라더’가 텔레스크린으로 대중을 감시하는 소설과 유사하게 현실은 ‘빅데이터’를 통해 수집된 나의 소비성향 관련 정보가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업체의 서버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가 평등하고 균일하게 제공된다면 ‘빅브라더’의 존재는 대중에게 유익한 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화된 불평등>은 그런 진실을 현실 속에서 악몽처럼 직접 경험한 저자가 자동화된 서비스, 시스템이 결코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하는 책이다. 저자는 모든 현대인들이 디지털 감시의 표적이 되고 있으나 유색인, 이민자, 비인기 종교집단, 성적 소수자, 가난한 사람들, 그 밖의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혜택받는 집단 보다 감시와 추적의 부담을 훨씬 많이 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화된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법 집행부터 의료보험, 사회복지사업까지 미국의 자동화된 공공 정책이 시민권 및 인권, 경제 형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조사를 통해 낱낱이 보여 준다. 체계적인 조사에 착수해, 미국의 공공 정책에 도입된 데이터마이닝, 정책 알고리즘, 위험 예측 모형의 실상을 파헤친 저자는 빈곤가정일시지원, 영양보충지원계획, 메디케이드 같은 인디애나주의 공공 부조 제도에서부터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인 서비스, 앨러게니 카운티의 아동복지에 이르기까지 연구햇으며 첨단 디지털 기술과 이들 제도간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결국, 디지털 정보의 공유 및 접근성 강화가 인간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빈곤을 개선하며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 것이라는 선전이 결국 얼마나 허황된 것임을 이 책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기술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와 맥락을 삭제하는 움직임에 대한 저항”의 차원으로 ‘디지털 구빈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며, 빈곤을 관리하는 첨단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일갈한다. 디지털 구빈원은 소외 집단이 공공 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단념(공공 서비스를 제대로 받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지 실제로 경험한 이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소수에 불과하다)시키고, 심지어 이런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처벌하고 범죄자 취급당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고발한다. 결국, 낮은 인권 수준을 기반으로 가장 광범위한 디지털 의사 결정 도구가 시험되고 있는데, 우선 가난한 사람들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이용될 것이라는 저자의 우려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답답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결국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