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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인간은 스스로 원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삶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희망’이라는 명제가 큰 동인(動因)으로 작용한다.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많은 부를 가지며, 더 많은 소유가 가능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자세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이 없는 삶은 어떨까? 지금 보다 더 비참할 것이며 가진 돈이 없어 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내 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가 예상된다면 삶을 이어갈 의미가 있을까?
1960~1970년대 경제발전 시기에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희망했고 1990년대 IMF외환위기가 오기 직전까지 대부분 희망은 현실이 됐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얻을 것이라는 일념 하에 높은 교육열과 투자를 통한 재테크 등에 열중했으리라.
하지만 오늘날 그런 희망은 공염불이 되어가고 있다. ‘뉴노멀’로 표현되는 저성장사회의 등장,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로 인한 상시적인 기업 도산은 결국 급격한 소득 저하와 소비위축을 불러일으키고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 불만의 폭증 등을 수반한다.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체제가 가장 핵심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풍요는 그야말로 경제사(經濟史)에서나 회자될 얘기가 될 것이다.
일본의 네티즌들이 유튜브를 통해 80년대 사회상을 담은 코카콜라의 광고를 보고 풍요로웠던 당시 일본을 그리워하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호황이었다고 얘기하듯 우리 역시 그런 시대를 이미 지나고 있다. 특히 견강부회라는 반응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층과 자영업자 몰락의 가속화는 갈수록 한국경제의 회복 가능성마저 혼돈 속으로 내동댕이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수축사회>의 저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축사회>는 경제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지속화되며 고착화되면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일컫는다. 저자는 성장을 기반으로 한 팽창사회는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본격화된 미국 경제침체를 기점으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경제상황은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진단한다. 암울한 미래지만 이 또한 당연히 감내해야 할 몫은 우리다. 그래서 저자는 수축사회 도래시 생존전략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돼 온 소비 중심의 경제 체계가 붕괴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 도입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져 복지 부담은 커지고 소비는 줄어드는 등 양극화가 불가피해졌고 환경오염 방지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도 연간 100조원 이상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이 자금을 복지나 경제성장 재원으로 쓴다면 세상은 여전히 팽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한국은 5년 뒤 700만 명 이상의 베이비 부머가 60세를 넘기는데 재정 적자가 본격화하고 가계부채도 더 이상 쉽지 않단다. 한국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중국도 5년 뒤면 고성장이 멈출텐데 자유무역이 쇠퇴하면서 한국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정부까지 과거의 성장을 기반으로 한 팽창사회를 염두에 둔 경제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문제였으며 이는 문재인정부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동시에 수축사회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핵심 관점을 5가지로 제안한다. 수축사회로 인식 전환, 사회 전체를 거대한 생태계로 파악하여 대안 마련, 입체적 혁명, 미래에 대한 집중,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비전 등이다. 물론 진입을 늦추기는 하지만 피할 수는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남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한, 즉 골든타임이 5년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그래서 더욱 절박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