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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독일의 씻을 수 없는 죄악이자 전세계 모든 국가의 악몽과도 같았던 제2차 세계 대전은 유대인을 몰살시키고 소련의 슬라브 민족을 경멸하는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등 게르만 민족은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우월주의에 입각한 나치즘(국가사회주의)를 생성하였고 여기에는 백인귀족 중심의 엘리트계급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나치즘은 이너서클에 소속되지 않은 모든 인종, 국가, 성별 등을 차별하는 심각한 편견과 공격성을 띄게 되었고 갈등은 심화되었으며 결국 최악의 사상자를 낸 2차 세계대전이라는 지옥도 속에서 파멸했다. 그리고 엘리트주의는 이러한 파멸 속에 민주주의의 확장속에 그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안고 수면 아래로 잠수해 버렸다.
하지만 엘리트가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민주주의라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 하는 제도 아래서,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부와 교육 혜택 아래서 온전히 자신들의 지위를 전달 계승해온 엘리트 들은 사회 지배층으로서 세력을 더 공고히 해왔다. 엘리트집단은 비단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어디에든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엘리트 제국의 몰락>은 30여 년간 전 세계의 엘리트집단의 소위 엘리트주의를 연구해온 저자가 자신의 조국인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여러 국가 간 비교를 통해 정치·경제·사법·언론 등 각 분야에서 지배층을 형성해 온 엘리트들이 사적 이익집단화 되면서 모든 사람과의 평등에 배치되는 행태가 당연하지만 사회 불평등으로 확대되고 갈등을 조장하는지 살펴 보는 책이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대결과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경제간의 우열을 가리는 표면적 관심 아래 엘리트들은 이념과 경제체제를 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봉사해 왔고 이것이 오히려 교묘하게 앞서 언급한 체제간 대립에 숨어 일반 대중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엘리트들이 사회지배층에 포진하면서 일반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프로파간다도 서슴치 않는 것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동서진영의 이념대결 끝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승리했으며 개인의 능력과 철저한 시장의 시스템에 따르는 신자유주의의 등장은 결국 엘리트들에게 손쉬운 지배구도 확립을 가능하게 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확증편향의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서 나타난다. 모든 미국 주류 매체와 월스트리트는 물론 유럽, 일본 등 모든 정치, 언론계에서는 당연히 힐러리의 당선을 예측했다. 하지만 ‘샤이보수’라고 칭하는(이러한 표현 역시 반갑지 않다. 엘리트주의에 물든 주류 민주당 성향의 언론들이 자신들의 실패를 숨기려는 하나의 핑계에 불과하다.) 백인노동계층의 절대적 지지와 신뢰 속에서 트럼프는 보란 듯이 당선했고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엘리트 집단이 증가하고 폐쇄성이 커지면서 점점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과 여론주도를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앞서 언급한 트럼프의 당선 역시 엘리트 주류 언론의 대중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다. 이는 그동안 대중의 정치 혐오와 포퓰리즘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아 왔고, 민주주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결국 저자는 불평등과 갈등을 조장하는 엘리트주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소수의 세력이 지배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포괄적이면서 열린 엘리트 사회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엘리트 계층에 대한 저자의 오랜 분석과 사례, 문제점과 폐해,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단과 처방전이 어떻게 개개인에게 다가갈지 모르지만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 그들만의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책임, 결과가 그들에게 국한하지 않고 나머지 99%의 대중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 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깨닫고 계속 경계하며 감시하고 순기능을 유도하기 위한 고민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