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끝이 보이는지 양측간 대화를 통한 화해의 길이 모색되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접한다. 워낙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 즉 북핵 위기로 인한 남북대치와 북미간 갈등의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실리외교에 관심을 갖다보니 다소 관심의 대상에서 밀려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 중국간의 무역전쟁은 그 양상과 결말은 물론 배경까지 어느 하나 대한민국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지 않은게 없을 정도로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강력한 우방인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분야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력 만큼은 분야나 강도면에서 결코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은 마치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전통의 우방 미국을 지지하느냐, 150년전 아편전쟁 등 서구 열강의 침탈로 수퍼파워의 지위를 잃어버린 채 절치부심하며 ‘중국몽’을 내세울 정도로 국력의 신장을 이뤄낸 중국의 과거 추억을 되살리는 관계로 재편되느냐. 어느 하나 속시원히 결정내릴 수 없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내부적으로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난제중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길은 없을까?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중국편>은 오랜 기간 중국 전문가로 연구활동과 활발한 대외 발표를 이어 온 저자가 세계 최강의 자리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지속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또 최종적으로 누가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지를 가늠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패배로 귀결되는 모양새로 비춰지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 무역전쟁이 발생했고 양보하기 어려운 형세인지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무역전쟁은 봉합되는 듯 하다가 지속될 것이며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결코 중국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이는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이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에 성공했으며 중국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시진핑 우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시진핑이 내세우고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전술적 차원을 규정짓는다고 말한다. 즉, 중국은 과거 영화를 복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미중 무역전쟁이 결코 제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미중간 분쟁의 중간에 놓인 대한민국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지에 대한 저자의 충고와 조언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의 ‘가속화’를 주도하고 있으므로 미중 사이에 ‘균형’원칙을 세워 기준점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중이 북한 문제에 대해 ‘엇박자’를 낼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국익에 기준을 가지고 혼란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고 슬기로운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언급하지 않은 부분은 다소 아쉬울지 모르나 전반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세계최고의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요즘 어떻게 이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할지 가장 이성적이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평가할 만하다. 곧 미국편도 발간된다고 하니 이 두 책을 같이 놓고 앞으로 전개될 미중간의 갈등과 전개양상을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