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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평점 :
최근 국내외 정치상황을 보면 대중 상대의 다양한 ‘프로파간다’(물론 이 단어 하나로 지금 언급하는 책의 서평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가 우리가 흔히 규정짓고 있는 ‘진실’에 대해 근원적 회의감을 갖게 한다. 도대체 진실이란 존재하는 걸까? 아니 하나의 진실을 왜 달리 받아들일까? 혹시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철저히 확증편향에 기댄 것들만 진실로 둔갑시키고 또 전파할 때, 때묻은 진실은 우리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바로잡는데 어려움이 클까?
너무 어렵게 이 글을 시작했을 수 있지만 일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얼마전 십수년 넘게 집권여당을 하던 보수(자칭) 정당이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드러내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과욕인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독재정권의 추악한 만행을 만천하에 드러낸 광주항쟁의 가해자를 남파공작원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중을 오도하려는 행태에 씁쓸해 했었다. 특히 한 보수인사가 남파공작원의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할 때, 이를 받아주는 야당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아는 진실은 남파공작원의 광주 시민 대상 폭동 유도에 따른 진압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단 우리만의 사례도 아니다. 과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충분한 근거도 없이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사실인양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대통령을 처단하기도 했다. 진실의 실체는 없고 개개인이 이해하고 느끼는 사실만이 진실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점차 피부로 와닿는 것을 체감하고 있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해야 할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정보가 개개인이나 집단의 감정에 의해 변색되고 오용되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포스트트루스 – 가짜뉴스와 탈진실의 시대>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포스트트루스에 대해 저자는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진실이 무의미할 정도로 ‘퇴색’되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사실전달과 신속, 정확성을 기하는 기존 언론이 아닌 누구나 자신이 뉴스를 인용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손쉽게 가짜뉴스를 생성, 유통하고 이를 통해 탈진실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확장되면서 실시간으로 누구나 자신의 시각을 공유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수단이 기존 언론, 방송의 전달 수단을 속도경쟁에서 앞서가게 되었다. 결국 이런 부분이 가짜뉴스와 탈진실에 대한 유혹에 쉽사리 빠져들게 만들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기존 언론마저 자신이 가진 특정 논조를 강조하기 위해 가짜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들에게 쉽사리 감정에 경도되게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가짜뉴스의 기원과 탈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하면서 동시에 진실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탈진실에 맞서 싸워야 하는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중앙대 정준희 교수가 이 책을 기반으로 쓴 후반부 해제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탈진실에 대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탈진실의 정신상태를 제어하고 방향성을 재조정하기 위해 진실에 좀 더 가깝거나 체계적으로 의존하는 과학, 교육, 언론, 정치, 경제 분야 주체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더 굳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정준희 교수의 지적은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