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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 -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 경제 패권을 거머쥘 차이나 테크 타이탄이 몰려온다
레베카 A. 패닌 지음, 손용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우선 이 책을 읽은 소감에 앞서 몇가지 소회를 말하고 싶다. 이 소회가 정제되지 않고 긴 분량을 차지하더라도 내가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생각이 왜 이 책과 연결되어 글로써 표현하게 되는지 의미를 떠나 기록으로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에....
올해 쉰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하지만 하늘의 뜻은 커녕 우리의 삶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엑스세대로 불리우며 뭔가 다른 마인드와 인생관을 가진 첫 세대로 불리우던 우리는 객기어린 마초적 숫기마저 빠져버린채 오히려 갱년기에 우울하고 또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방향성을 갖고 인생을 이끌어 나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살아온 날을 돌아보고 현재의 국제정세나 역사에 대한 지식을 종합해 보면 우리 70년대생만큼 복받은 세대도 없을 것이다. 물론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이지만 적어도 우리 부모세대가 고생한 바에 비해 우리가 겪은 사회는 경제개발의 토대 속에서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는 시기의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후세대, 그리고 미국이라는 든든한 동맹의 후원아래 비록 독재정권과의 연대로 인해 폐해도 많았다고 하지만 그 영향력은 네거티브보다 포지티브가 더 많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또다른 역사적 존재, 중국이 본격적인 국력 회복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라는 일당 독재체제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정치체제와 무력감에 빠진 통제사회의 모순은 ‘문화혁명’이라는 극좌적 사회적의 운동과 ‘톈안문사태’로 인한 개혁개방의 후퇴로 정치사회 분야는 물론 경제개혁에 있어서 수십년 뒷처지면서 우리가 일본 경제발전의 전형을 이어 받은 자양분으로 8,90년대 경제성장이라는 충분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국민성과 한민족의 역량이 충분했기에 그러한 기회를 차지할 자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생각해 보자, 문화혁명으로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인문학적 소양의 세계사적으로 기념비적인 결과물을 스스로 파괴해 버린 중국이 이후 엄청난 실수를 깨닫고 한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 논어, 맹자등 동양철학에 대한 연구결과물을 참고해야하는 어이없는 일이 한동안 일어났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우리를 ‘넛크래커’처지로 몰아붙이고 빠르게 성장해 어느새 미국가 패권을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일대일로’를 외치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구대륙 국가들을 자신의 경제적 속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기에 빠르게 IT산업을 중국의 ‘굴기’를 위한 중요 수단으로 삼으면서 삼성, 엘지로 대표되는 국내 IT산업은 점차 그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있다. 본원인 미국도 버거워 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의 발전을 통제하려한 ‘반화웨이 동맹’은 어느새 가쁜 숨을 내쉬면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예의 그 음흉한(?)미소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 경험에서 묻어 나온 뼛속 깊은 우월의식이 자리잡은 한중관계에서 중국은 자신의 국제적 지위 상승과 맞물려 우리를 압박한다.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나온 ‘한한령’은 물론 수시로 우리를 무시하거나 압박하는 외교부 발표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최근 후진적인 식문화로 비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국제적 망신은 현재 진행형으로 전세계 많은 국가들을 공포로 밀어 넣으며 민폐를 끼치고 있다. 여러모로 불편하면서 그 존재감에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중국. 나는 운좋은 세대였을지 모르지만 당장 내 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중국이라는 존재로 평탄한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다.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할 때, 내키지 않는 손으로 집어든 책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다.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룬 ‘기생충’이 현 자본주의 체제하에 전세계 국가의 빈부격차와 ‘개방사회’(계층간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를 뜻한다)의 몰락을 극명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영화사적 의미 외에도 큰 울림이 있다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기생충급 디스토피아를 넘어서는 중국발 충격이 미세먼지처럼 일상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며 그 삶은 우리의 힘으로 통제되지 않는 무기력함에 더 피폐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 너무 긴 서론이 있었다. 이제 이 책에 대해 느낀 바를 언급해 보자. 이 책은 4차산업혁명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팍스아메리카나’의 재현을 꿈꾸는 미국에 속한 저자가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바이두, 메이투안 디엔핑, 디디추싱, 센스타임등 IT분야 테크기업들이 어느 수준까지 기술향상을 이뤄왔는지,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지만 미래 전세계를 기술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분석하는 책이다. 단순히 과거 기술을 훔치고 베끼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당히 미국의 첨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은 물론 궁극적으로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업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란다.
끊임없는 정부 차원의 투자와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가능한 인재 공급풀의 양적/질적 우수성, 유교문화권 특유의 치열한 교육열 등은 테크 기업의 소프트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충분한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중국은 판도를 바꿀수 있고 주도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책의 저자가 바라보는 중국의 테크 기업은 그야말로 신화속 거인을 의미하는 ‘타이탄’이다.
이제 모방을 넘어 모방의 대상이 되었고 드론과 로봇기술에 있어서 이미 미국 기업을 좌절시켜버리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차이나포비아’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영문이니셜을 뜻함)’의 첨단 기술붐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낚아채기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원격의료, 자율주행 등 첨단분야 진출 등 주요 전략은 갈수록 중국을 제외한 타국과의 차이를 벌려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짙은 패배감이나 무기력감 속에서 달리 방안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패배의식 속에 중국을 바라볼 수는 없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한 내수부진은 우리의 성장동력을 자체적으로 파괴해 버릴 것이다. 이미 이로 인해 국내 유수의 유통기업인 롯데가 점포 200여개를 폐쇄하는 등 본격화되고 있는 위기에 빠져 있다. 지정학적 위치는 여전히 불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중국이 지금 이 책처럼 그대로 ‘팍스차이나’를 향유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수를 차치하고 현 중국의 현상을 상수로 놓고 그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 기댄 진단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의 첨단기술력과 인재풀은 버겁더라도 틈새를 파고들어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내고 선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 바둑의 외길 수순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정확한 수순을 찾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꿋꿋하게 걸어가야 할 길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가하게 갱년기 우울증을 호소하고 방향성을 잃은 인생을 고민하기에는 내 딸들, 우리의 자식들이 겪게될 미래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개인적 고민은 미뤄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