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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딱 3년 만 하라 - 간호학 전공에 날개 달기
김정희 지음 / 북마크 / 2020년 3월
평점 :
지난해는 내 인생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한해였다. 개인적으로 연말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의 영광도 있었지만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큰 딸이 재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3 성적이 시원치 않아 선택한 재수고 분명히 큰 딸은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주말도 없이 새벽에 차로 1시간 거리 학원에 데려다 주고 저녁 10시면 학원에서 차로 집에 데려오기를 반복하였건만 수시 6곳, 정시 3곳 등 모든 대학은 내 큰 딸을 받아주지 않았다. 너무 속이 상했고 또 울분만 생겼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한 전문대 간호학과, 큰 딸은 지금은 그 학교에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로에 당황스럽긴 나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는 간호사라는 진로가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하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입장에서 오히려 더 대우받는 직업이라고 걱정말라는 권유가 많았다. 하지만 귓등으로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태움’문화로 고통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간호사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착해빠진 내 큰 딸이 모진 환경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어느날 오랜만에 J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후배와 점심을 같이 했다. 늘 내 큰 딸의 근황을 묻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일부러 물어보지 않는 녀석이다. 부담스러워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큰 마음을 먹었는지 어느 전공을 하게 되었냐고 물었다. 간호학이라는 말에 얼굴이 환해지면서 졸업후 비단 간호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진로가 있다고 소개해 준 분야중 하나가 제약마케팅 분야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다. 취업이 바늘구멍 보다 더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책이 <간호사 딱 3년만 하라>였다. 이 책은 제목처럼 간호사로서 인생을 살아 온 저자가 간호사 생활을 일찍 접고 뛰어든 제약 마케터로서의 성공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간호사의 모습이 실제 간호사의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병원에서 의사를 보조하고 환자를 돌보면서 완쾌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나이팅게일’의 이미지는 일부일뿐이라고 한다. 즉 임상만이 간호사 진로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임상 경험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책 제목처럼 딱 3년이면 충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직종으로 뻗어 나갈수 있는 베이스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병원에서 나와 의료기기 영업사원, 손해사정회사 조사원 등을 거쳐 제약 리서처로 영역을 확장해 메디컬 콘텐츠 컨설턴트가 되었다. 스스로 간호사가 연관 산업에서 훌륭한 역할이 가능한 직종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저자는 임상을 오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간호사라는 직업은 본업 그대로도 좋고 관련 직종으로 진로를 변경해도 무궁무진한 보람과 처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내 큰 딸처럼 재수에 실패하고 우연히 들어간 간호학과에서의 생활과 챕터 끝마다 간호사들이 새로운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진로들, 예를 들어 제약마케터 외에도 국제진료간호사,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수술전문간호사, 임상연구전문가, Market Access Specialist, 심평원심사직간호사, 산업간호사, 해외취업간호사 등을 소해가고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간호학을 전공하는 큰 딸이 힘들때마다 힐링이 될 수 있는 자산이 되어 오래해동안 함께해 주길 바란다. 유명대학을 가지 못했고 본인이 원하는 학교, 전공을 가지 못해 속상해 하지만 저자처럼 우연히 접하게 된 길이 자신의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와 같은 존재이고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소중한 부분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