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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찾은 경제 위기 돌파 전략
데이비드 앳킨슨 지음, 임해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SNS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유튜브는 동영상 기반 플랫폼인데다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자료 화면들이 쏠쏠한 재미를 줘 강한 중독성을 갖게 만든다. 1980년대 떠오르는 신인모델이었던 심혜진과 이종원이 출연한 ‘난 느껴요’의 코카콜라 광고는 미국 코카콜라 본사가 일본의 코카콜라 판촉을 위해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친 ‘I feel coke’의 CF광고를 그대로 따라 했다. 표절에 대한 경각심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의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지만 이 CF를 보면서 일본의 네티즌들은 과거 화려했던 1980년대의 일본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현재의 일본을 한탄한다.
슈퍼파워였던 미국을 경제력으로 압도하며 번성기를 누리던 당시 일본은 모든 게 풍요로웠고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있었으며 그 희망은 부와 삶의 질로 실현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일본은 전성기를 지난지 오래고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방향에 속도를 더하는 외면할 수 없는 추세에 일본 정치권의 실정(失政)은 예상을 확신으로 바꿔주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의 대부분이 일본을 따라 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략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10~15년을 앞서 간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현 정치권이 친일과 반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국민들도 나뉠지 몰라도 일본의 고령화, 저출산, 미국․중국에 밀리고 한국에 격차를 허용하는 경제 구조는 탄력을 잃은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에 시달리고 중국에게 시장을 뺏긴 ‘넛크래커’신세가 된지 오래다.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자연인구 감소 등 일본을 기다리고 있는 암울한 미래를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들어가 일본의 불량채권 실태를 파헤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 받은 저자가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재 일본의 문제와 암울한 미래, 그리고 이 진단을 통해 대한민국은 어떻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조언해 주는 책이다.
저자가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지적한 부분은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근본 원인을 찾아내 뿌리부터 갈아 엎어야 하는 경제문제를 단순히 당시 현상만 놓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이 아베 정부의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삶 등 운명을 좌우하는데는 직접적으로 경제가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근원은 제대로 된 정치가 선행되어야 함을 저자는 일본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들어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 경제의 침체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소위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은 일본에 비할바가 아니다. 그만큼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팬데믹이 야기한 전세계 위기와 변화는 일본에게는 치명타를, 우리에게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줄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우리를 숱한 좌초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줄 것이다. 다만,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 모두를 지켜보는 감시자 역할을 통해 사회 전반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스스로 얻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