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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 다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은 모르는 그 음악에 대해서
남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요즘이야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등극하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처럼 아이돌 그룹들이 대세지만 소위 ‘응답하라 1988’세대인 내가 청소년이던 1980년대는 그 역할을 마이클 잭슨,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 MC해머 등이 차지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 청소년들은 말랑말랑한(?) 팝 장르에서 더 나아가, 어찌보면 타고난 성징으로 주체하지 못하는 테스토스테론을 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음악장르 ‘헤비메탈’에 더 열광하였다. 당시 헤비메탈 앨범 정도는 당연히 보유하고 있었고 적어도 본 조비등 비교적 유순한(?) 팝메탈 밴드는 널리 알려져 있는게 보편적이었다.
나 역시 헤비메탈 매니아였다. 지금은 재즈에 심취해 있지만 청소년 시절 친구들과 매일같이 마이마이로 건즈앤로지스, 메탈리카, 스콜피온스에 열광했고 대학에 진학하면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모아 메탈리카 해외 콘서트에 참가하자고 다짐했었다. 물론 의지부족인 나는 포기했지만 친구 중 한명은 착실히 그 목표를 실행, 메탈리카의 캐나다 공연에 다녀와서 열띤 목소리로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물론 그 후 라이브인 서울 98에 다녀왔지만...)
하지만 청소년 시절에도 아쉬웠던 부분은 헤비메탈이 미국 음악시장에서도 비교적 마이너 장르이다보니 당연히 국내에서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잡지들이 없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잊혀지고 요즘에도 여전히 스마트폰 안에는 헤비메탈 곡들이 젊은 날의 열정을 고스란히 유지해 준다. 하지만 재즈에 더 심취하면서 조금씩 잊혀져 가던 순간,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의 등장은 사그러들던 헤비메탈 넘버들과 그룹, 계보의 망각을 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더 놀란 점은 이 책의 저자가 1994년 생이라는 점, 헤비메탈에 열광하던 세대가 나와 같이 소위 ‘X세대’인 1970년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국내 가요가 한류로 아시아시장을 석권할 조짐을 보이던 시기에 청소년 시절을 보냈기에 더 생소했다.
특히 저자가 헤비메탈에 대한 평가, 꽉 짜여진 정교한 연주와 사운드를 필요로 하는,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음악이라는데 고마움을 넘어 헤비메탈의 귀환마저 느끼는 감동의 울림을 느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헤비메탈에 대한 소개서이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 헤비메탈의 기원과 왜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명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단순히 ‘시끄럽다’고만 느끼는 헤비메탈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또한 최고의 명반으로 분류되진 않더라도 저자 나름의 추천 넘버들을 찾아서 들어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메탈 분야에서도 코어한 스래쉬 메탈을 듣기에 아직 부담된다면 딥 퍼플의 하드록, 본 조비의 팝메탈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26곡부터 들어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저자의 지속적인 헤비메탈 관련 서적의 집필과 출간을 기대해 본다. 너무나도 반갑고 너무나도 즐거운, 아련함 마저 느끼는 향수의 귀환에 눈가가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