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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시장의 조건 - 동양의 애덤 스미스 이시다 바이간에게 배우다
모리타 켄지 지음, 한원 옮김, 이용택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의 저자가 경외해 마지않고 소개하는 일본 경제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상인철학가 ‘이시다 바이간’은 처음 접하는 인물이었다. 경제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와 감히 비교한다니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였고 이시다 바이간이 살아간 시대는 그야말로 경제·경영학이 서구에서 태동한 이래 변방에 불과했던 일본 에도막부 시대였는데 어떻게 자본주의에 도덕성을 가미한 철학을 완성했는지 흥미로웠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 칭하며 <국부론>을 저술한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결정이 이뤄지면 사회 전체에서 자원은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통찰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그는 <국부론>보다 <도덕 감정론>이라는 저서에 더 애정을 나타냈고 <도덕 감정론>의 저자로 불리우기를 원했다고 한다. <국부론>을 통해 알고 있는 애덤스미스와 <도덕 감정론>을 통해 나타나는 애덤 스미스의 실체는 천양지차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요와 공급, 가격과 이윤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경제학의 출발은 일부만을 바라보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즉, 경제철학은 결코 인간을 도구로 보지도, 이윤추구에만 집착하는 ‘경제동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애덤 스미스 당시 유럽의 기독교사회에서 가장 경멸하는 이들이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던 ‘유대인’상인집단임을 감안할 때 이해할 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전 설명이 길어졌는데 애덤 스미스처럼 다소 잘못 알려진 사상가의 면모가 있다면 바로 이시다 바이간처럼 알려지지 않은 경제사상가의 통찰을 접하는 것도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시기에 이시다 바이간을 거론할까? 바로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상황에서 제로섬 게임처럼 나의 이익이 곧 어느 특정인의 손해의 합과 같은 약탈적인 경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래를 내다 볼 때, 코로나 19보다 더 큰 위기로 작용할 것임이 아닐까? 이시다 바이간은 20여년 상인활동을 하면서 얻은 통찰이 부의 원리가 아니라 노동이며 부의 주체는 천하의 만민(萬民)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이윤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을 위해 도덕을 먼저 앞세우고 정직함을 설파하며 인생관과 일의 가치를 일치시켜야만 상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수 있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르쳤다. 그야말로 일본식 자본주의 사상을 동양의 유교철학과 접목시킨 훌륭한 석학이 아닐수 없다.
‘감히 애덤 스미스와 비교를?’했던 처음의 마음이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우리,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점이 바로 공동체의 힘을 기르는 것이고 이는 인간에 바탕을 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본성으로 갖고 올바른 도덕관을 확립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 더 그의 사상과 그의 저서 석문심학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위기인 시대, 이 책의 발간은 시의적절하지 않을까? 꼭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