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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한민국 유권자는 진보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무려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지위를 부여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 ‘국민의힘’은 20대 국회의원선거(2016년)부터 내리 연달아 4번의 선거를 패배했다. 그야말로 고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더 암울한 점은 야당의 정체성이다. ‘보수’를 참칭하지만 기본적인 정치의식과 지식을 가진 국민들은 그들을 보수로 보지 않는다. 친일수구가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건 현 여당이 진보를 내세운 마당에 반대 정치이념을 지향하는 보수세력은 야당임에 분명하고 여전히 지리멸렬하다. 다음 대선때도 현재 유력 당선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 1, 2위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보수는 밀릴 곳이 없는 낭떠러지까지 물러날 판이다.
개인적인 나의 정치성향은 중도보수로 생각한다. 그리고 현 여당의 최근 정치행보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점에선 보수세력과 일정 부분 교집합을 갖고 있다. 진보진영의 한축인 시민단체(윤미향으로 대표되는 정의연 등)의 부패에 눈감으며 180석을 겸손과 상생협치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보수정권과 다를 바 없는 일방적 정치를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분명한 주적인 북한에 비굴하고 그 후원세력인 중국에 거스리지 않으려는 일련의 스탠스에는 분노한다.
그래서 보수가 살아남고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길은 과연 정말 없는가라는 절박한 질문 속에서 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는 국내 최고 권위의 정치학자인 저자가 보수가 부활하고 건전한 정치세력으로서 진보세력과 함께 각기 좌우의 날개로 대한민국을 훨훨 날아오르게 할 수 있는 길을 민주주의 정치의 발원, 영국의 보수당 300년사에서 찾는 책이다.
‘토리’당으로 시작한 보수당은 농경사회부터 지금까지 300여 년 넘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으며 보수란 케케묵은 꼬리표를 달았지만 강력한 경쟁력으로 영국을 이끌어 왔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어도 곧 집권당의 지위를 되찾았던 그 경쟁력의 근원을 살펴봄으로서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길이 있다고 내다본다. 민주주의 역사상 그 어느 국가에서도 이렇게 오랜 기간 성공적인 역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저자가 분석한 보수의 성공은 크게 3가지다. 그리고 이 성공요인은 바로 대한민국 보수정치세력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변화하는 현실과 타협이다. 이념적 원칙이나 순수성보다 권력 장악이라는 실용성에 두고 권력장악의 역량이 어디 있는지 항상 주목하였다고 한다. 이는 야당으로 지위가 바뀌더라도 정치적 지지를 빠르게 회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둘째,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유연함이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양보할 것은 영리하게 양보함으로서 정치적 혁명을 겪는 비극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 배타적인 집단이 아닌, 당의 외연을 넓히는데 적극적이었다는데 있다. 이 세가지 모두 현 대한민국 보수정치 집단의 행보와 전혀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를 꿈꾸는 이들과 지지자들, 그리고 정치변혁을 통해 국가의 발전을 염원하는 민족주의 보수진영의 모든 이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다. 친일수구는 더 이상 보수를 참칭하는 대표 정치세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수의 정화가 필요한 시기고 그 과정에서 대원칙을 이 책은 충실히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