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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평점 :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유세시절 국민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이제는 조롱의 대상이 되다 못해 책 제목으로도 나와 현 정권의 이율배반적이고 ‘내로남불’식 언행에 대한 비아냥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말이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진보(?)여당에게 180석이라는 권력을 주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영화 ‘변호사’에서 송강호가 일갈하듯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 헌법1조는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에게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재단되서도 안되고 될수도 없는 존재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마약은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미명하에 자신을 되돌아 보지 못하는 권력자들의 말로를 반복하고 있다. 안타깝다.
권력의 속성은 무엇일까? 아니 권력이라는 명제에 국한할게 아니라 권력을 장착한 정치인이 보여주는 이념을 불문한 유사 언행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이 점차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려 할 즈음에 국내 좌파, 진보 지식인으로 불리우며 활발한 정치, 사회, 문화 비평을 책으로 펴내는 강준만 교수가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를 집필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우연히 펼친 부분이 유명한 사상가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는 문구는 지금의 여당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심리학에서 어떤 신념에 중독되면 신념을 가진자는 사고방식이 왜곡되어 다른 이들을 깎아내리고 괴롭힙으로서 도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스스로 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권력의 오․남용을 이미 과거 토마스 홉스, 니체, 니부어, 러셀, 콜린스 등 사상가들은 우려했고 그 우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보수․진보 구분 없이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왜 개인과 집단은 권력을 누리면 달라지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는데 도전한다. 더 이상 권력을 가진 자와 집단의 오․남용에 희생되거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되야 하기 때문에.
미국 노예해방의 선구자 에이브러헴 링컨 대통령은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주어 보라”고 말했다. 링컨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조직생활을 하면서 성실하고 유순했던 직원이 직급이 올라가고 권한이 많아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전횡을 일삼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현 정치권 역시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권력을 추구할땐 정의롭고 약한자를 위해 발벗고 나서더니 권력을 수호할 위치에 가면 과거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진보적이고 약자를 위한다면서 정작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기금을 횡령하고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를 또 한번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권력은 끊임없이 비판받아야 하고 견제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여당이 아무리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유연한 정책대응을 해서 인기가 높더라도 우리는 그들에게 늘 경고하고 견제해야만 했다. 지금은 권력의 팽창이 어떤 부작용을 주는지 경고하지 않아서 180석이라는 거대여당을 만들어줬고 온갖 부작용으로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동산 3법,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출마 등 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아쉬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들이 하나의 이념으로 뭉친 정당의 정체성과 운명에도 심각한 결과로 나타날지 모른다. 이를 감안할 스스로 교만했는지, 권력에 취해 오․남용은 없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점검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