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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ㅣ 메디치 WEA 총서 10
마이클 타이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작은 거인 등소평이 남긴 유훈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덩샤오핑 시기 중국의 외교방침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중국은 점차 저물어 가는 미국의 지위를 넘보며 어느새 G2의 지위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대한민국보다 더 압축성장을 지향하다보니 주변국은 물론 전세계 여러나라의 눈총을 받는 ‘애물단지’신세가 되었다.
코로나19의 발원국이고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바이러스라는 의심은 거의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일대일로를 지향하며 중앙아시아와 유럽 각국에 받는 원망은 중국이 세계의 일원으로 환영받는지 의심받는다.
중국의 무리수를 좁혀서 아시아만 국한해 보자 정치체제나 경제적으로 볼 때 중국은 해양으로의 진출이 시급하다. 그래서 동·남 중국해로의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력신장에 나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일본과도 날 선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남중국해는 오랜 숙적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으며 그 갈등의 정점은 스프래틀리군도에 있다. 동중국해는 대만 위 조어도(釣魚島), 즉 센카쿠열도를 중심으로 일본과 상당한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동·남 중국해의 패권전쟁은 어떻게 촉발된 것이고 각국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는 남방해양과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통해 최고 파워를 지향하는 중국과 경제적, 지정학적 우위를 뺏기지 않으려는 일본과 동남아 국가간의 역학관계를 역사적 관계를 살펴보며 이해를 높이는 책이다. 특히,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대외정책과 전략적 사고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앞으로 어떤 정치적 판단을 통해 접근할지를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힘쓴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당초 독서의 목적과 달리 상당히 중국에 우호적이다.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이 책의 장점(생각해 보라, 중국에 대한 최근 이미지는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변국을 무시하는 새로운 깡패의 등장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 책만큼 중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극히 예외일 것이다)이자 한계다. 저자는 시진핑의 발언 “중국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코 헤게모니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외교관 찰스 프리먼 주니어나 영국의 대외정책 조언자 찰스 파월은 “중국에는 나머지 세계가 필요 없었으며 세계를 이끌겠다는 큰 야망도 전혀 없었다”고 인용한다. 일부는 인정한다. 그리고 이 책이 중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맞닿는 동남아 국가들과 일본의 관계를 역사의 중심에 놓고 돌아보는 성과도 크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의 ‘조공주의’에 오랜 동안 업신여김을 받아왔던 동남아시아 및 우리를 포함한 극동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은 이 책의 담긴 저자의 분석을 차용만 할 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서문에서 “중국의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오늘날의 중화인민국공화국만을 염두에 둔 채 중국을 연구할 경우 중대한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 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정작 저자 역시 그 중대한 잘못의 흐름에 휩쓸리진 않았을까? 옮긴이는 독자들에게 판단해 달라고 마지막에 언급한다. 남중국해 분쟁 등 중국을 영토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커진 힘을 과시하려는 ‘중화주의 악당’이미지로 몰고 가려는 최근의 세계 여론에 대한 항변을 담은 책인지 아닌지 말이다. 난 이 책을 통해 저자의 항변이 오히려 공허한 외침에 불과함을 더 깨달았다. ‘답정너’지만 난 또다른 ‘답정너’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중국이 더 강해진 국력을 보유할수록, 대한민국과 우리의 후손들은 더 힘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동·남 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발호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각 국가간 보이지 않는 연합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