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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불공정사회 - 세상은 왜 공정해질 수 없는가? 법은 어떻게 우리 사회 불공정을 보호하는가?
우리사회정의 엮음 / 독서일가 / 2021년 1월
평점 :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의 정치참여인 촛불집회는 이듬해까지 누적인원만 1600만에 달했고 그들의 염원을 담아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와 더불어 징역형까지 살게되었다. 아래로부터의 혁명, 우리 국민은 그만큼 변화를 꿈꿨고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일까?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라 평가하기 어렵더라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주겠다느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와 한다’고 일갈하던 현 대통령과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지위를 얻은 집권당은 결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며 정의로운 결과보다는 자신들의 이너서클 안에 있는 구성원에 대해서만 정의로운 결과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반발을 사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골수 지지자들의 지지율을 반증하는 30%대 지지율로 추락한데서 현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이들로부터 자질부족임을 지적받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느 한 지도자의 원맨쇼에 가까운 역량보다 시스템의 체계화와 일관성이 정치, 사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기본 동력이며 그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대통령이 센스가 부족하더라도 시스템이, 인재풀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힘들더라도 가는 길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분열시키고 진영논리에 함몰돼 자신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며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는 지금의 정치권 행태는 대한민국의 국운을 심각하게 염려할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도대체 정의는 왜 부정되어야 하고 불공정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는가?
우리나라는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정의는 진영논리에 치우쳐 상대를 공격할 때 아군(?)을 결속시키는 명제이되 상대는 당연이 불공정해야 한다. 보편적이고 타당한 심리적 공정은 이들에게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합법적 불공정사회>은 정의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문학적, 철학적, 종교적 차원에서 다각도로 접근하기 위해 종교계 지도자는 물론, 학계, 법조계, 철학자 등이 모여 지난 10개월간 모 월간지에 연재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발표한 책이다. 너무나 정의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문제 해결 방안이 다르다보니 결국 ‘부정의’를 통해 정의로 접근하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한다. 갑을문화, 사회경제적 격차로 인한 보이지 않는 신분제의 망령, 이를 지지하는 법적제도 등을 부정의로 보면서 이런 상황을 정의의 실현 여부와 별개로 계속 고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 시기에 공정에 대해 토론하고 담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공정이 훼손된 시대, 결과적으로 악을 악으로 물리친 꼴이 된 지금의 정치, 사회, 문화현상은 진정한 공정은 무엇이고 우리가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방안이나 의지를 어떻게 찾고 다져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시대다. 폐단을 철폐했다고 믿었으나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악취나는 실체를 드러낸 폐단이 공정으로 포장해 편가르기를 하는 요즘, 이 책이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긴 어렵더라도 진심을 담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고민하는 하나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