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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독이다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오경화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흔히 축구는 '전쟁'이라고 표현하지만 야구는 '인생'으로 표현한다. 90분 동안 모든 걸 쏟아 붓는 축구나 9회까지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왕년의 MLB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의 말처럼 공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이들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라면 오히려 손발이 오글거렸을 기적을 현실에서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히 야구는 공수교대와 대기시간이 많음으로서 경기에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에 시즌중에도 잘나가던 선수가 슬럼프에 갑자기 빠지는 경우가 많은, 그러기에 팀간 실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음으로서 팬들에게 더 큰 짜릿함을 주는 것이라 본다.(악의 제국으로 불릴 정도로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 모음으로서 뉴욕에 납부하는 사치세 규모만으로도 소규모 MLB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인 뉴욕 양키스가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즈 등을 보유하면서도 리그를 마냥 지배하지 못하는 경우도 그런 사례중 하나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실력차가 있는 팀도 얼마든지 나타난 핸디캡을 극복하고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고 그런 측면에서 시즌 중 꼴지 후보였던 팀이 우승을 하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만년 꼴지의 역사를 세워가는 일본 프로야구 가상의 팀 엔젤스를 떠맡은 왕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 프로야구에서 요미우리의 영향력은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다) 출신 히로오카 타츠라가 꼴지팀을 일약 만년 우승팀인 요미우리와 수위를 놓고 다투는 기적을 그린 <나는 감독이다>는 그 반전의 드라마틱한 묘사와 관련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책이다.
일본내 중견 건설사를 유지하는 구단주가 만년 꼴지를 하면서도 도전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고 그저 자신의 현재 실력에 안주하면서 프로로서의 근성을 잃어버린 엔젤스를 히로오카 감독에게 맡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엔젤스의 '미운 오리새끼' 일기이다.
꼴지일 수밖에 없었던 팀의 수많은 요인들을 두루 섭렵하고 어느 하나 빼놓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갖춘 팀과 팀원들을 하나하나 바꿔가며 근성있고 프로다운 팀으로 만들어가는 히로오카의 모습은 진정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스포츠의 경쟁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게 한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이유로 승부사가 되기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선수들의 모습과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부화뇌동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언젠가 자신이 감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수도 모르는 타카야나기와 쿠사노 코치를 바꿔나가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히로오카 감독의 역할은 마치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렸던 현 고양원더스감독인 김성근 감독을 연상시키게 한다.
뛰어난 감독, 코치의 자격을 언급했던 알 캄파니스의 <다저스 전법>에 나온 것 처럼 선수와 팀을 통솔하는 능력, 어떤 경우에도 선수들의 베스트를 끌어내는 능력, 야구의 기본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 경기와 작전에 관한 충분한 지식, 자신의 신념이나 영감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 등 5가지를 모두 갖춘 히로오카 감독과 친구이자 코치인 와타라이의 모습은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고 선수들과 소통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몰입감이다. 6,70년대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이들의 활약상이 비록 엔젤스팀과의 대전을 통해 등장함으로서 허구로 이용되지만 마치 한편의 일본 프로야구사를 읽는 것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그리고 게임마다 상황에 따른 두뇌회전과 심리적 상황을 주시하는 감독의 역량은 팀의 운명을 순식간에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한편의 훌륭한 리더십 관련 책이자 실패를 통해서 성공을 배우는 실패학 교과서인 이 책이 더운 여름 8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프로야구 선수들과 프로야구에 열광(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된 LG트윈스 팬이지만..)하는 본인과 같은 팬들에게도 시원한 청량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