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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마법의 서랍에서 탄생하는 그림책 : 하야시 아키코

아름다운 녹음에 둘러싸인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하야시 아키코.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그녀가 털어놓는 소녀시절의 추억과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945년 도쿄 출생.
마나헤히로시 디자인사무소를 거쳐『종이비행기』(고바야시 미노루 글; 복음관서점)로 그림책 데뷔.
다수의 그림책 이외에도 많은 삽화작업을 하였다.
1998년부터 남편인 소야 키요시씨와 가루아자와에 살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즐겁게 배우던 소녀시절

-어렸을 때의 추억이 그림책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딘가에 반영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법의 그림물감』에는 그림을 배우던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아틀리에에 있는 그림물감의 냄새라든지, 그림붓이나 물감의 감촉이라든지, 모두가 새롭고 재미있어요. 선생님이 그림물감을 어떻게 섞는지, 물감 뚜껑을 닫을 때 튜브를 돌려 닫는 모습까지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죠.
그림을 손봐주실 때 선생님은 리듬감 있게 점을 찍듯이 붓을 움직이시죠. 그걸 보던 나는 나도 빨리 그렇게 그려야겠다는 조바심에 그만 죽-하고 붓이 미끄러지는 실수를 하고 말았지만 정말 재미있는 붓놀림이었어요.
선생님처럼 그런 마법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역시 자유롭고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법의 그림물감』
복음관서점 (『숲속의 요술물감』 한림출판사)


 

-정말 세세한 것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어렸을 때는 어찌되었든 여러 가지를 보게 되잖아요. 엄마가 화장하는 모습이라든지, 화장을 다 마친 후에 눈썹만 닦아내기도 하는 모습도요(웃음). 그런 모습이 좋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그냥 바라보기만 할 뿐이에요. 한순간 한순간을 느끼고 마음 속에 새기는 것이죠. 저도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신경을 써요. 아이들이 내 모습을마음 속에 새겨놓을 테니까요.




 창작의 비밀은 엄청난 갯수의 사진에 있었다.

그림책의 모델이 된 아이들의 사진.아틀리에에 있는 서랍에 정리해 두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버려서 "지금은 나의 귀중한 재산이랍니다" 라고 아키코는 말한다.

-지금 아이들을 그릴 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할 때도 있나요?

내면을 묘사할 때는 기억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겉모습은 조카들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확실하게 포즈를 취하도록 하고 상으로 장난감을 사주기도 하죠.
그렇게 해서 사진을 몽땅 찍고 묶음으로 만들어서 서랍에 넣어두지요. 그림을 그릴 때 '그 사진이 있었지' 하면서 찾아봅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사진을 뒤적이는 것이 일과가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웃음).

-그림책이 탄생하는 마법의 서랍이군요. 사진은 몇 장정도 있나요?

글쎄요. 몇 장이나 될지. 이제는 몇 장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예요.
모델을 세워두고 찍을 때 말고도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도 찍은 사진들이 많으니까요.
'어머, 이런 포즈도 있구나' 하는 뜻밖의 포즈말이에요. 놀고 있을 때 찍었던 사진 한 구석에 우연히 찍힌 모습들 가운데 정말 좋은 느낌의 것들이 있어요.
제가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내는 포즈는 역시나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우연히 얻은 모습들 덕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빙빙 팽이가 돌면』을 그렸을 때는 근처에 사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이 놀러와서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대신 집안은 엉망이 되어버렸죠(웃음). 장지문에도 발자국이 나있고 카펫은 구깃구깃. 그 연령대 아이들의 에너지를 알게되었어요.

-남자아이들 힘이 대단하지요?

맞아요. 그래도 남자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여자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데가 있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을 갔을 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짝을 지어 손을 잡고 동굴로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저랑 짝이었던 아이가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라면서 손을 꽉 잡아주는 거예요. 정말 감동했었어요(웃음).

-그건 하야시 아키코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요? 모든 남자아이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럴까요? 저는 남자아이들이 다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콘과 아키』라는 그림책에서도 콘이 아키에게 "괜찮아, 괜찮아" 하고 말하도록 한 거예요.



 

 

 

 

 

 

◀『콘과 아키』에서 「콘」의 모델이 된 인형.
아키코가 만든 인형인데, 그림책과 똑같다.
(『은지와 푹신이』한림출판사)


 

 

 

 

◀『10까지 셀 수 있는 아기염소』의 모델 로 만든 산양과 소인형.
(『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염소』한림출판사) 


그림책 속에 남겨놓은 많은 추억들

-헝겊인형 콘이 오빠가 되어 어린 아키를 할머니 집까지 데리고 가죠?

『콘과 아키』(『은지와 푹신이』한림출판사)는 편집담당자가 저한테 제안을 해서 쓴 거예요. 여자아이가 인형이랑 같이 할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어요.
제가 돗토리에 사시는 할머니 이야기를 자주 했거든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3년 정도 지났지만 할머니를 그림책 속에 남겨두고 싶었어요. 인형이 오빠가 된다는 발상이 대단히 신선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은 여자아이가 "그래 그래" 하면서 인형을 귀여워하잖아요.

그렇죠. 아키가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할머니가 콘을 만들어 주면서 콘이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아키가 태어나기 전에 콘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콘이 오빠가 된 것이지요.
우리 할머니도 바느질을 무척 좋아하셔서 저에게도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러니까 그림책 속의 할머니도 콘과 같은 인형정도는 아키에게 만들어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콘을 만든 헝겊은 죽은 할아버지의 낡은 코트예요. 그래서 콘이 할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사구 마을에서 아키네 집까지 여행을 간 거예요. "아키를 잘 지켜 주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들으면서요.
저는 뭐든지 보지 않으면 그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책을 만들 때도 먼저 인형을 만들고 나서 그걸 보고 그렸어요.

-하야시씨도 어렸을 때 할머니 집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간 적이 있나요?

네, 제 경우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갔어요. 하지만 저는 멀미가 심해서 기차를 타면 새파래져 가지고 토하기만 해서 기차여행을 즐길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짬짬이 '차창 밖으로 풍경이 휙휙 지나가는구나' 라든지, '왜 창틀은 움직이지 않는데 밖에만 움직이는 걸까?' 하면서 꽤나 도취되기도 했었지요(웃음).
사구(砂丘)에도 할머니가 데려가 주셔서 사촌들과 놀기도 했어요. 사구란 참 신기해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리거든요. 과연 넓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사구의 좋은 점은 바다로 해가 가라앉는 거예요. 동그란 해님이 '쑥-' 하는 느낌으로 가라앉거든요.




 
『콘과 아키』의 한 장면. (『은지와 푹신이』한림출판사)
 
-아키(은지)가 콘(푹신이)을 업고 사구를 걸어가는 장면이 그런 장면이죠?

그 장면도 여자 조카를 모델로 했어요. 진짜 이름도 아키라는 아이인데 기차도 함께 탔어요. 볼을 유리창에 붙이도록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주었어요.
아키에게는 언니가 있는데 그 아이가 『처음 가는 캠프』에 나오는 나호라는 아이의 모델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키를 모델로 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아키가 내년에는 간호사가 된답니다. 소아과 병동에서 책을 읽어 주기도 하는데 『콘과 아키』를 가져오는 아이가 있다고 해요.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다고 하더군요(웃음).

-그 아키(은지)가 어른이 되었다니. 『처음 가는 캠프』에 나오는 나호는 조금 큰 아이와 사귀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죠?

"어린애는 안돼" 라는 말을 듣고 "괜찮단 말야"하고 화를 내기도하고, 처음 겪어보는 일에 대한 두근거림, 그리고 노력한 뒤의 성취감들이 정말 현실감 있게 전해져와요.
그래요. 나호는 뭐든지 서툰 아이들의 대표격이죠. 사실 그런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무리인데 나호가 그런 아이들을 대신해서 해주고 있는 거죠.

-밤에 혼자서 화장실에 간다든지, 어린 시절에는 무서운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죠? 정말 무서운 일들이 많았어요. 주사도 무서웠고, 지하철에서 만난 술에 취한 아저씨가 무서웠고, 어른들의 '목이 잘렸다'라는 말에 해고되었다는 의미인줄 모르고 정말 무서워했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이란 어른보다 백 배 정도는 더 무서움을 느끼니까 절대로 놀라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는 뉴스들이 많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제 경우에는 부모님이 정말 상냥하셔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는데도 무서웠던 일들이 많았는데 말이에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버지나 어머니도 상냥하고 멋진 사람들이더군요. 『오늘은 무슨 날?』이나 『외출하기 전에』에서도 그렇고요.

제 부모님도 그림책에 잠깐 등장하기도 해요. 『콘과 아키』의 표지에 보면 플랫폼에 서있는 부부라든지, 또 『산타클로스와 레이』(복음관서점)에서 레이의 이마에 대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손은 제 아버지예요. '조금만 도와주세요' 하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었죠.
어린 시절에 저는 자주 몸이 아팠어요. 아파서 누워있으면 "아빠 왔다" 하며 아빠가 돌아오시고 엄마가 "아키가 말이에요..." 하면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면 장지문이 '쓱' 하고 열리고 "괜찮니?" 하면서 아빠가 꼭 이마에 손을 대고 열을 재주셨지요. 바로 그 손이랍니다. 그렇게 해서 그림 속에 남겨 두고 싶었어요.
그림책 속의 아이들도 지금은 모두들 다 커버려서 이제는 없지만, 그림책 속에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 남아있어요.


한사람 한사람이 전혀 다른 아이


-아이들을 계속 보고 있다보면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느끼시나요?

글쎄요. 전체적으로 이렇다할 변화는 느낄 수 없어요. 겉모습만 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요. 또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데려오신 아이들이 정말 착한 아이들뿐이라서. 그래서 '신세대'라든지 하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다만 한사람 한사람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조카들이 전부해서 열 명이 있지만 형제라 하더라도 전혀 다르니까요. 모두들 정말 귀여워요.

-모두를 한데 묶어서 '아이들'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을 보고 계시군요.

'세상에서 단 한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개성적이라니까요. 태어나기 전까지는 무(無)상태였는데 태어난 뒤에는 이 아이가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느껴져요.
하지만 모두 쑥쑥 커버리죠. 그래서 이제 작고 어린 아이들이 하나 둘 없어져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태어날 거니까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시댁 쪽에서나 친정 쪽의 조카들에게 또 아이들이 태어나서 한시름 놓았죠(웃음).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들을 그릴 수 있겠군요?                        

네. 서랍 속의 아이들도 살아있고(웃음). 역시 더 많이 아이들들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마감날짜에 쫓겨 정신 없이 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리고 싶은 것을 천천히 그리고 싶어요. 남편과 둘이서 같이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우리 집에 오는 다람쥐 가운데 '꼬리 잘린 엄마다람쥐' 라고 부르고 있는 다람쥐가 있어요. 다른 다람쥐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 대단한 절약가예요(웃음). 호두 같은 것을 내놓으면 우선 자기가 먹고, 먹다가 생각이 난 것처럼 어딘가에 숨겨두러 가곤 하지요.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남편에게 나도 데생 많이 해둘 테니까 엄마에 대한 이야기 한 번 써보라고 하고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곳에 오고 나서 식물이 가진 모양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어요. 한 장 한 장의 잎이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 잎을 벌레가 갉아먹고 나면 또 다른 아름다운 모양으로 변신하기도 하구요. 겨울이 되어서 잎이 전부 떨어진 나뭇가지도 정말 아름다워요.
곤충도 정말 귀엽고요. 얼마 전에 날개에 독특한 광택이 나는 호랑나비를 봤는데 세상에 이렇게 예쁜 나비가 있었다니 하고 감탄을 할 정도였어요.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지금 이렇게 여유를 갖고 볼 수 있다니. 그것들을 그림으로 남겨둘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이 가진 5가지 매력

1.어린 시절 특유의 생동감이 빛을 낸다

포동포동한 작은 손과 무심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눈동자. 100% 행복한 웃는 얼굴, 천진난만한 행동들. 하야시 아키코는 어린 아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가득한 빛나는 그런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2.어른이 되어가면서 잊어버리는 마음

세상이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있고, 기쁨과 슬픔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격심한 어린 시절, 어린이 되어가면서 잊어버리고 말았던 섬세하고 부드러운 마음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림책.

3.따스한 관계의 건강함

상냥하신 부모님,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사이좋은 형제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 편안하고 따스한 관계가 당연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는 이 건강함은 하야시 아키코의 확실한 실력.

4.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그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유리로 만들어진 담배상자 옆에 우유와 빵이 놓여있던 작은 가게. 키 작은 상에 마시는 차가 담긴 통이 놓여있던 차 마시는 시간...... 지금보다 유유히 시간이 흘러가던 시절의 풍경은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듯 그리움이 묻어난다.

5.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진지한 유머

웃기려는 의도는 아닌데 미소를 자아내는 진지한 유머도 매력적이다. 놀란 아이들의 필사적인 모습이나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동물의 포즈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키코의 그림책들

『마법의 그림물감』 복음관서점 (『숲속의 요술물감』 한림출판사)
『아사에와 어린 여동생』 즈츠이 요리코 글 / 하야시 아키고 그림 : 복음관서점(『순이와 어린동생』 한림출판사)
『숲과 숨바꼭질』 스에요시 아키코 글 / 하야시 아키고 그림 : 개성사
『첫 용돈』 즈츠이 요리코 글 / 하야시 아키고 그림 : 복음관서점
『목욕은 정말 좋아요』 마츠오카 코 글 / 하야시 아키고 그림 : 복음관서점 (『목욕은 즐거워』한림출판사)
『여동생의 입원』 즈츠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복음관서점(『병원에 입원한 내동생』한림출판사)
『처음 가는 캠프』 하야시 아키코=작 / 복음관서점 (『나도 캠핑갈 수 있어!』한림출판사)
『오늘은 무슨 날?』 세타 테이니=작 / 하야시 아키코=그림 / 복음관서점 (『오늘은 무슨 날?』한림출판사)
『돼지 아기새』 즈츠이 요리코=작 / 하야시 아키코=그림 / 복음관서점
『외출하기 전에』 즈츠이 요리코=작 / 하야시 아키코=그림 / 복음관서점
『잎으로 만든 집』 소야 키요시=작 / 하야시 아키코=그림 / 복음관서점
『빙빙 팽이가 돌면』 미야카와 히로=작 / 하야시 아키코=그림 / 동심사 (『윙윙 실팽이가 돌아가면』한림출판사)

 

출처 동심여선 http://www.dongsi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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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itournelle > * 정민 선생의 지식경영 비법을 다산에게 배우다.

 

 

 

 

* 정민 선생의 따끈한 신간이 나왔다. 놀랍게도 책의 제목이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이다. 정민 선생은 안식년 동안 이 책의 내용을 집필하였고 이를 출간한 것이다. 그 동안 선생이 냈던 책과는 이번 책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서술된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새로운 내용을 가득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정민 선생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죽어가고 있는 인문학을 다시 살리는 첨병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야말로 '인문학적 콘텐츠'를 가장 포스트 모던한 방식으로 전유하는 대표적 소장학자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동아일보(2006. 11. 29)와 한겨레(2006. 11. 30)에 실린 책의 소개 내용이다.

* 동아일보(2006. 11. 29) / “茶山의 500권 多産… 그 비법은 지식경영”



정민 교수는 “다산의 지식경영은 오늘날에도 논문작성법 가이드, 경영지침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18년간 약 500권의 책을 썼으니 1년에 28권꼴이다. 그것도 참고 서적이 변변치 않은 귀양지에서다. 한 분야만 들이판 것이 아니라 행정가, 교육학자, 사학자였으며 토목공학자 기계공학자 지리학자 의학자 법학자 국어학자이기도 했다.

다산(茶山) 정약용.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동시에, 그것도 탁월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정민(46)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그 비결을 “정보를 필요에 따라 수집하고 배열해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탈바꿈시킬 줄 알았던 지식경영의 힘”에서 찾았다.

최근 정 교수가 펴낸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이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미쳐야 미친다’로 잘 알려진 정 교수는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1년간의 안식년을 마친 뒤 고전에서 현대에 필요한 지혜를 퍼 올린 이 책을 들고 돌아왔다.

“18세기 지성사를 연구하다 보니 그 시기를 실학이 아니라 정보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대 ‘사고전서’ 간행 이후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 18세기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경전에 대한 사소한 해석 차이를 두고 티격태격하던 시대는 힘을 잃고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재편집해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 것이냐가 중요해진 거죠.”

수집벽과 정리벽이 대단했던 18세기 지식인들을 좇다 정 교수가 마주친 사람은 ‘지식경영, 지식편집의 귀재’인 다산이었다. 정 교수가 연보를 통해 저술 연대를 추정해 본 결과 다산은 언제나 동시에 7, 8가지의 작업을 병행해 추진했으며 한 작업이 다음 작업의 원인이자 결과로 엮여 있었다.


 

                

책을 계통별로 분류해 놓은 조선시대 선비의 서재를 보여 주는 ‘책가도 8폭 병풍’. 일본 구라키시 민예관 소장. 사진 제공 김영사

예컨대 ‘목민심서’는 역대 역사기록 속에서 추려 낸 수만 장의 카드를 바탕으로 정리한 목민관의 사례 모음집이다. 이 책을 쓰다가 형법 집행의 중요성을 절감해 이 부분만 확대해 ‘흠흠신서’를 엮었다. 또 ‘경세유표’는 이 작업의 결과들을 국가 경영의 큰 틀 위에서 현장 실무경험을 살려 하나의 체계로 재통합한 것이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다산의 정보 처리 방식을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묶어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등 50개의 방법으로 정리했다.

“다산의 작업 진행과 일처리 방식은 아주 명쾌합니다. 먼저 필요에 기초해 목표를 세우고 관련 있는 자료를 취합해 카드 작업을 합니다. 이를 분류한 다음 통합된 체계 속에 재배열하는 것이죠.”

스스로 정교한 체계를 세워 지식을 조직화했을 뿐 아니라 다산은 자식과 제자들에게도 하나의 정보가 나오면 계속 찾아서 체계를 잡고 질서화하는 것이 공부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다산은 아들이 닭을 기른다고 하면 빛깔에 따라 구분해 보기도 하고 횃대를 달리해 보기도 하고 닭에 관한 글들을 모아 ‘계경(鷄經)’을 쓰라면서 그것이 ‘글 읽는 사람의 양계’라고 가르쳤습니다.”

정 교수는 다산이 ‘목민심서’를 집필할 때와 똑같은 방식을 따라 이 책을 썼다. “이전엔 대개 몇 년에 걸쳐 쓴 글을 모아 책을 냈는데 이번엔 처음부터 설계 도면을 만들어 작업하면서 다산식의 작업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체험했다”고 한다.

“다산의 위대성은 그의 작업량이 아니라 작업의 방식에 있습니다. 그의 지식경영은 효율적인 공부 방법과 경영 지침서로도 여전히 유용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과거가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한겨레(2006. 11. 30)

18년간 경·문집 500권 쏟아낸 다산의 ‘다산’ 비결
틈만 나면 정리…카드작업·교정·제본·필사인력 풀가동

소학보전, 삼창고훈, 이아술, 기해방례변, 아학편훈의, 주역사전, 단궁잠오, 상례외편, 예의문답, 제례고정, 다산문답, 가례작의, 상례사전, 시경강의, 시경강의보, 상서고훈수략, 매씨서평, 소학주천, 아방강역고, 상서지원록, 민보의, 춘추고징, 역학서언, 논어고금주, 맹자요의, 대학공의, 중용자잠, 중용강의보, 대동수경, 소학지언, 심경밀험, 악서고존, 상의절요, 경세유표, 목민심서, 국조전례고.

강진유배기(1801~1818)에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저술·편집한 서목이다. 경집 232권, 문집 260여권. 한해 평균 두 가지의 책을 지은 셈이다. 그저 베껴쓰는데도 수십 년이 걸리는 일이란다.

그저 베껴쓰는데만 수십 년 걸릴 일…1년에 동시에 아홉 가지 작업하기

거기다가 한 가지 책을 두고 적게는 1년, 길게는 10년간 씨름했음을 감안하면 동시에 대여섯 가지 작업을 병행했음을 알 수 있다. 1810년에는 무려 아홉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 마무리했다.(464~465, 56쪽) 조선 후기 학술계의 기적으로까지 일컫는 이러한 작업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낮에는 구름 그림자와 하늘빛, 밤에는 벌레소리와 대바람소리만 들리는 유배지 생활이어서였을까?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 <한시미학산책>,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꽃들의 웃음판>, <초월의 상상>,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내가 사랑하는 삶>, <죽비소리>, <돌위에 새긴 생각>, <비슷한 것은 가짜다>, <미쳐야 미친다>.

 정민 교수 다산 지식경영법 원용해 분석

» 18년의 유배기간 동안 경집 232권, 문집 260여권을 집필한 다산 정약용. 그 왕성한 생산성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외부와 절연된 유배지라는 특수성이나 복사뼈가 세번 구멍이 났다는 끈기 등의 대답으로 만족하지 못한 정민 교수가 다산시문집을 중심으로 다산의 내밀한 지식경영법을 재구해냈다. 사진은 다산의 산실이었던 다산초당. 김영사 제공
1996년부터 10년에 걸쳐 11권의 책을 써낸 한양대 정민 교수(국문과)가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원용하여 다산의 각종 저술을 분석함으로써 정리해낸 공부법이 10강 50목 200결이다. 2005년 8월부터 딱 1년동안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도서관에 머물면서 다산과 씨름한 결과다. 유배와 진배없는 시간, 다산처럼 복사뼈에 세번 구멍이 나지는 않았을 테지만 다산의 고통이 어떠했으리라는 상상은 충분했으리라.

지은이의 학교 연구실에는 둥그런 의료차트 보관대가 있다. 수백 개의 차트를 꽂아두고 빙빙 돌려가면서 꺼내볼 수 있게 돼 있다. 차트집 하나가 책 한 권의 기획안 모양을 갖추면 여기에 꽂아놓고 추가할 것이 있을 때마다 꺼내서 보충한다. 그가 ‘씨앗창고’라고 부르는 보관대는 이미 수백개 파일로 가득 차 있다. (18도, 한국의 글쟁이 ⑫ 정민)

지은이가 귀띔하는 이 책 저술과정. <다산시문집>(민족문화추진회) 9책을 몇 차례 통독하다가 떠오른 메모를 책상 앞에 따로 붙여두었다. 정보를 조직화한다, 겉만 보지 않고 의미화한다, 집체작업으로 시간을 효율화한다 등 9개 항목이다. 카드작업을 계속하면서 문목의 대강을 세웠다. 요긴한 대목을 발췌해서 초록했다. 1차 초서작업이 끝난 뒤 항목들을 재배열했다. 항목별 집필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많고적음에 따라 덜고 더하는 작업을 하고 문목을 변경하거나 추가하기도 했다.(145~147쪽)

한 수레 넘치는 보고서, 정조 명 받고 도표 1장으로 딱!

지은이가 다산시문집에서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읽어낸 것은 다산이 <서경>이라는 텍스트를 고대의 인사고과와 논공행상하던 자취를 정리한 책으로 이해한 것과 흡사하다.

지은이가 초록한 카드에는 이런 내용도 분명 들어있을 테다. 정조는 화성 신도시 건립에 착수한 뒤 수원, 광주, 용인, 과천, 남양 등 여덟 고을에 명해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도록 했다. 1789~1795년 7년동안 여덟 고을에서 나무를 심을 때마다 보고문이 계속 올라와 수레에 가득 싣고도 남을 지경이 됐다.

서류가 하도 많고 복잡해서 어느 고을이 무슨 나무를 심었는지 알 수가 없고 심은 나무의 총수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정조의 명에 따라 다산은 그 자료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가로는 한해 열두 달 열두 칸, 세로는 여덟 고을 여덟 칸의 도표를 만들어 칸마다 그 수량을 적었다.

도표아래 나무 종류별 그루수를 따로 적었다. 이렇게 총수를 헤아려보니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나무가 모두 12,009,772그루였다. 결과를 보고받고 정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소 한마리가 땀을 흘릴 만한 분량을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올라온 것이다. 지은이는 다산식 지식경영이 거둔 성과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말한다.(125~127쪽)

초고 정리 뒤 초본 만들고 수정 첨삭 거듭해 중간본 거쳐 최종본으로

다산은 끊임없이 초서하고 틈만 나면 정리했다. 열흘쯤에 한번씩 집안에 쌓여있는 서찰을 점검하여 번잡스럽거나 남의 눈에 걸릴 만한 것이 있거든 하나하나 가려내어 심한 것은 불에 태워버리고, 덜한 것은 노를 꼬고, 그 다음 것은 찢어진 벽을 바르거나 책표지로 만들어 정신을 산뜻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461쪽)

다산은 초고를 쓰면 빈 공책에 정리해서 초본을 만들었다. 그 초본에 수정과 첨삭을 거듭해 잘못된 것은 지우고 새로운 생각은 여백에 채워넣고 그래도 부족하면 별지를 붙였다. 너무 어지러워 지저분해지면 중간본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질정하고 수렴해서 최종본을 만든다. <주역심전> <마과회통>은 다섯번 고쳐 초고본을 완성했다.(196쪽)


다산의 다작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다산초당은 일년내내 풀가동됐다. 제자들은 역량에 따라 카드작업을 하는 사람, 베껴쓰는 사람, 교정보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했다. 작업목표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정보가 모이며 각각의 정보를 교차대조했다. 정보의 우열과 정오를 판단하고 스승이 내려준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침에 따라 분량을 나눠 작업했다. 일단 이들의 1차작업이 끝나면 다산이 이를 총괄하여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잘못된 곳을 수정 검토했다.(430~431쪽)

다산이 살아돌아와 봤다면 “어, 나하고 비슷하네” 할 판

» 다산 정약용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서 다산을 정민으로 대체해 제목을 삼아도 무방할 만큼 다산과 정민은 뒤섞여 일체화돼 있다. 다만, 30권30책으로 남은 이익의 <성호사설>을 두고 자신이 정리하면 7~8책이면 충분하다고 말한 다산이 살아와 후학이 정리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보면 “엇비슷해 구별되지 않는 항목이 눈에 띈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까.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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