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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초등학교때 독서가 평생 좌우

초등학교 때 독서가 평생 좌우"

"TV·컴퓨터 게임·인터넷·휴대폰, 독서 습관 해쳐… 아이의 독서이력서 만들어 보세요"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드군. 지금 같아서는 윤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 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마지막 대목)

㈜클애들교육 남미영(南美英) 교육개발이사가 수 년 전 성장소설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서울 압구정동 모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소나기’를 읽게 한 뒤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 여러분! 이 소설의 주인공 소년은 자기가 사랑하는 소녀가 죽어서 매우 슬프겠지요? 그러면 좋아하는 소녀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소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한 남학생이 자신있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주인공 소년은 이제 다른 여자애를 사귀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아무도 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때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에는요, 이제는 건강한 여자애를 사귀겠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남미영 이사는 중학생들에게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와 같은 철학적인 명제에 대한 사고를 확장해주기 위해 ‘소나기’를 읽게 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23년간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근무하면서 국어교육연구실장 등을 역임한 남미영 이사는 국내에 몇 안되는 독서교육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문학박사이자 동화작가이기도 한 남미영 이사는 독서교육이론서 ‘엄마가 어떻게 독서지도를 할까’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독서 기술’ 등을 펴냈고 현재 한국독서교육개발원( www.kredi.co.kr) 원장과 디지털독서학교 엄지북( www.umjibook.co.kr)을 운영하고 있다.

▲ 어릴 적 습득한 어휘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말하는 남미영 이사

슬픈 장면에서 깔깔깔 웃는 아이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아이들이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인터넷, 게임보이, 휴대폰 등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책을 잡더라도 진득하게 집중을 못하고 건성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고전소설 ‘심청전’. 소설에 나오는 클라이맥스 중의 하나는 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1300석에 뱃사람에게 자기 몸을 팔아 인당수(印塘水)에 몸을 던지는 장면이다. 유교적 윤리에 따라 부모를 위해 자식이 희생되는 가장 비극적인 장면이다.

남미영 이사는 몇 해 전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에서 깔깔거리며 웃어대는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다.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된 게 우리 아이는 슬픈 장면에서 웃는지 모르겠다”고 찾아왔다. 남 이사는 그 아이에게 왜 웃음이 나는지를 물었고 그 아이는 이런 취지의 대답을 했다고 한다.

“치마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바다에 빠지면 팬티만 보일 것 아니에요.”

남 이사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아이들이 독해력은 높아도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상상력이 없으면 주인공에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미있는 책을 갖다줘도 “재미없어요”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컴퓨터게임과 휴대폰이 대중화된 이후 초등학생들의 독서에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그것은 100쪽 내외의 책을 5분에서 10분 사이에 다 읽었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어떤 책을 10분 만에 읽는다는 것은 줄거리만을 읽은 결과입니다. 책을 읽을 때 저급한 독자는 줄거리만을 읽는 반면 고급 독자는 생각하면서 읽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최근 매년 초등학생들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서 읽은 아이들과 속독 학원을 다닌 아이들이 주로 10분 안에 읽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이 5권 읽을 때 10권을 읽으면 공부를 잘 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책을 빨리 읽는 것은 음식을 소화를 못시키고 설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남 이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고급 독서의 단계로 올라가야 아이들이 정서가 풍부한 청소년으로 자라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학교 교육에서는 이런 독서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슬픈 책을 읽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반대로 기쁜 책을 읽으면 낄낄거리고 웃어야 정상이지요. 저급 독자를 상상력이 풍부한 고급 독자로 키우는 게 독서 교육의 핵심입니다. 공부는 잘해도 대화하다 보면 말이 탁탁 끊기는 애들이 있습니다. 문학과 역사와 위인전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지요. 이런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기가 어렵지요.”

“어휘력 달리면 만화만 탐독”

남 이사에게 상담하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이 만화만 보지 책을 읽으려하지 않는다는 것. 남 이사는 “아이들이 만화만 보려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어휘력 문제 때문입니다. 어휘력이 달리니까 책을 읽지 않고 쉬운 구어체만 나오는 만화에 집착하게 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만화책은 사용하는 어휘가 제한적이지만 책에서는 어휘의 색깔이 다양하지요. 예컨대, 시나브로와 같은 단어는 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어휘지요. 따라서 폭력 만화만 보는 아이들은 폭력적 언어에 익숙해져 결국 사고도 폭력적으로 하게 되고 행동도 그렇게 됩니다.”

남 이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용하는 어휘는 대부분 부모에게서 배운다고 한다. 아이들은 말과 행동을 부모를 따라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부모의 영향이 줄어드는 대신 책의 영향이 커지게 됩니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느냐에 따라 머릿속이 고급 언어로 채워지기도 하고 반대로 저급 언어로 차게 됩니다. 한번 성장기에 머릿속에 저급한 언어로 채워지게 되면 이건 절대로 고쳐지지 않아요. 사람은 습득한 어휘대로 느끼고 그대로 생각하고 또 그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美 리더들 초등학교 때 500권 읽어

성장기의 독서가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미국의 리더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 미국 사회 전분야의 리더 1000명을 선정해 이들에게 초등학교 때 읽은 책을 써내도록 했다. 각 분야 지도자 1000명이 읽은 평균 책 수는 500권. 주제별로는 위인전, 세계 명작 등이었다. 반대로 미국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킨 1000명을 선정해 똑같은 조사를 했다. 1000명은 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흉악범들이었다. 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읽은 책은 평균 5권. 이것도 대부분 선정적이거나 폭력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미국의 리더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조사는 결국 사람은 성장기에 읽은 책을 통해 영향받고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부모들은 읽기와 쓰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그러나 입시교육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사실상 읽기와 쓰기 교육이 전무한 상태다. ㈜클애들교육( www. kredl.co.kr)은 독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남 이사는 최근 ‘어휘력 무료진단 사이트’를 개발했다. 교과서, 국립국어연구소 기초어휘, 동화책을 토대로 5000개의 어휘를 선정해 어린이들이 어휘력을 시험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어휘력 측정에 걸리는 시간은 15분 가량. 아이들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0~60점 수준. 남 이사는 “어휘력을 측정해보면 아이의 어휘량, 이해도, 활용능력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남 이사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독서이력서를 만들어 보도록 권한다. 독서이력서는 곧 아이들의 정신의 지도이자 사고의 밭이기 때문이다.

독서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흰종이에 초등학교 때 읽은 책의 이름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하고 각각의 책 옆에 그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이름을 쓰게 만든다. 마지막으로는 세 번째 칸에서는 그 책의 줄거리나 생각나는 내용을 쓰게 한다. 책을 건성으로 읽는지 꼼꼼하게 읽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읽은 책이 100권인데 주인공이나 줄거리를 기억하는 게 10개도 안되면 이것은 건성건성 읽었다는 증거다.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인터넷, 휴대폰 등에 마음을 빼앗긴 당신의 자녀들에게 지금 당장 ‘독서이력서’를 써보게 하자. 아이들의 정신의 지도가 순식간에 펼쳐질 것이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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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독서치료 - 친구사귀기

 <독서치료-마음의 상처, 책으로 다스려요>

동화 속 그 아이는 왜 친구가 없었을까

어린이가 가족을 떠나 처음 만나게 되는 사회적 세계가 친구다. 부모나 형제 간의 상호작용과는 확실히 다른 관계인 것이다. 어린이가 친구를 쉽게 잘 사귀느냐 못 사귀느냐는 어린이의 기질·신체·언어·정서·인지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렸을 때 또래들과 어울리는 태도나 행동은 어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어렸을 적 친구관계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 준다. 어린이들은 또래와 상호작용하면서 대인관계의 기술도 익히고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도 도움을 받는다. 좋은 친구를 둔 아이들의 자아 개념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친구를 잘 사귀는 아이들은 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도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방을 잘 설득해 해결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또래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거나 사회적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또래와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하려면 부모나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책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그리고 친구와의 문제를 다루는 독서치료는 집단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럴 때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으므로 직접 책을 읽은 후 여러 활동을 친구들과 어울려 해보게 하는 것이 유익하다. 이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주는 방법으로는 문학작품을 통한 독서치료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지금까지 독서치료 자료로 사용된 그림책이나 동화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 많았다. 그러나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판타지도 훌륭한 독서치료 자료가 된다.

예를 들면 『나 친구 안 사귈래』는 새로 이사 온 로베르트가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방에서 벽지의 정글처럼 생긴 모양에서 가상의 친구 트르베로를 만든다. 로베르트의 이름을 거꾸로 한 것도 다른 재미를 주는데, 그 친구와 역할을 바꿔가며 친하게 놀게 된다. 학교에 간 지 3주나 되었는데도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었지만 왠지 시몬네라는 여자아이가 맘에 든다. 그러나 그 아이는 반에서 가장 힘이 센 남자 아이 프랭크의 친구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로베르트는 프랭크와 싸워 시몬네의 목도리를 빼앗아주면서 일이 잘 풀리고, 둘은 집에 가서 함께 노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제 로베르트는 정글 속의 친구를 지운다. 가상의 친구가 더 이상 필요없어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 속의 환상적인 요소에 빠지는 것을 걱정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도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보는 동안이나마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위안을 얻는다.
친구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책도 많은데 그중 『불꽃머리 프리데리케』는 빨간 머리와 뚱뚱한 외모 때문에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는 이야기를 그린 동화로 환상적인 요소가 많다.

사실 프리데리케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는 우체부 아저씨는 색맹이며 결국엔 그 부부와 고양이와 이모와 함께 마법을 써서 현실세계를 탈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다분히 현실도피적인 결말로 끝나는데 이 책도 책을 읽은 후의 질문과 활동이 중요하다. 주인공이 마법의 나라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런 질문은 책 속의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함으로써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모색하게 하고 따돌림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돌림을 다룬 책 중에 『모르는 척』은 흑백 그림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하고 있다. 따돌림당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친구의 입장과 따돌림시키는 아이 역시 다른 집단에서는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설정, 따돌림당하고 있던 아이가 결국은 공공연한 학예회 장소에서 연극의 한 장면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멋지게 보복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긴박감과 동시에 설득력을 준다.

이 내용도 읽은 후의 질문과 활동이 중요하다. 모른 척해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의 심정, 다른 곳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아이가 누군가를 따돌림시켰을 때의 심정, 마지막 졸업식 때 모른 척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용기있게 말하던 주인공의 태도에 대한 느낌 등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친구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아니야”라고 거절할 수 있는 방법도 단계적으로 시연해 보도록 적극 권하는 것이 좋다.

‘왕따’에 관한 책의 대부분이 전학하거나 졸업하는 걸로 끝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 경우에도 전학을 선택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토의하고 어른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런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한 경험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과감히 개입해야 한다.

김현희(한국 독서 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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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독서치료 - 형과 동생사이

 <독서치료-마음의 상처, 책으로 다스려요>  형을 미워하는 동생, 동생을 구박하는 형

형제 역할 바꿔보니 우애가 튼튼해져요

내 동생 앤트
베치 바이어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보림, 32쪽.

 
장난감 형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이경임 옮김
시공주니어, 28쪽.

동생의 비밀
윌리엄 블레이크 외, 장경렬 엮음
문학과지성사, 165쪽.

형제간의 경쟁적 관계와 출생 순위에서 오는 긴장과 질서가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다. 이러한 형제 간 갈등(여기에는 자매 간이나 남매 간도 포함된다)은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으려는 아이들의 몸부림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과 인정이 생존을 위한 ‘심리적 젖’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형제 간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사람은 일차적으로 부모일 수 있다. 한 자녀를 유난히 사랑하거나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형제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커가면서 스스로 상대방과 비교하거나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비교당하기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 가운데 열등하다고 느끼는 형제는 항상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독서치료라고 하면 ‘치료’라는 단어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 다른 측면의 독서치료이다. 이럴 때 독서치료 자료로 많이 사용하는 책이 그림책이다. 연령 불문하고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 간에 잘 싸우는 아이들을 위한 책 중에서 형 입장에서 쓴 책으로 『내 동생 앤트』를 권할 수 있다.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중 어린 동생을 둔 형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네 장면으로 나뉘어 있다. 책에서 동생은 형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해 형을 귀찮게 하고 난감하게 만들지만 이 형은 화를 내면서도 그런 동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여기서 부모는 동생 편만 들고 있는데, 이런 책을 보며 형은 책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형의 입장에서 많이 공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발하기도 한다. 너무 착한 형이 못마땅하기도 한 것이다. 이때 부모들은 형이 실제로 언제 가장 억울한지, 책 속의 동생이 언제 맘에 안 드는지 맘껏 얘기하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형 입장에서 불만을 얘기할 때 부모나 치료자는 형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동생에게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 후 형과 동생의 역할을 바꾸는‘역할 놀이’를 하면 동생의 입장도 이해하게 돼 스스로 어떻게 동생을 대해야 하는 지, 형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억지로 바람직한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행동 변화에 훨씬 효과적이다.

동생의 입장에서 쓴 책으로는 『장난감 형』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형은 동생을 귀찮아해 동생이 자기를 따라다니면 때리기도 한다. 그런 형이 아버지의 실험용 약을 잘못 먹어 장난감처럼 작아진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점차 형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려 노력하다 결국 온 식구가 힘을 합한 끝에 원래 모습대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다시 형제는 싸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형에게 구박받던 동생이 장난감 크기로 변한 형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며 즐거워하다 결국 형을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는 심경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책 속의 동생과 형의 특징을 살펴본 뒤 실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 보게 하면 훨씬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때도 역시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내놓기 전에 충분히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게 하고 아이들의 말에 공감하며 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생의 비밀』이라는 동시도 활용해 보자. 시는 누나에게 설탕나무를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 정원에 설탕 덩어리를 심어놓는 동생의 이야기다. 설탕나무가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 동생이 비가 와서 다 녹아버린 설탕을 보고 우는 것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시는 같이 낭송해 보고, 어디가 재미있었는지 느낌을 나눈 후에 첫 연만(내 생일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인데요) 놔두고 비슷한 시를 직접 써 보게 할 수 있다.

독서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책이나 시를 읽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 마음을 제대로 읽어 위로해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역할놀이를 통해 억울했던 점을 충분히 풀어주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면 그 다음에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 형제 간의 갈등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제라는 이름의 타인』이라는 성인용 책이 나올 만큼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뒤에도 우리와 함께 가는 문제인 듯 하다.

김현희(한국독서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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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세실 > 어린이의 발달단계와 독서지도

어린이의 발달단계와 독서지도

1. 어린이의 발달 단계와 독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책을 무척 많이 읽는다는 아이가 나왔다. 만 2세 정도에 글자를 완벽하게 익혔고, 그 후로 혼자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세계명작동화를 읽기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삼국지를 비롯하여, 인물전, 역사이야기는 물론이고 어른들이 보는 책까지도 무척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지만, 아이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가 남녀간의 복잡한 사랑과 인간의 고뇌와 존재감을 다룬 철학적인 책, 난해한 과학과 생물학적 원리가 서술된 책, 권모술수가 오고가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들까지 두루 읽고 있다.

  과연 이 아이는 행복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다른 아이에 비해 비범하기 짝이 없는 영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린이의 발달 단계를 생각하고, 그 어린이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세상을 견주어 본다면 과연 그렇게 얻어진 지식을 아이가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피상적인 지식과 경험에 머무르고 말 책을 읽는 아이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자기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통해서 외부 세계를 알게 된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인식할 수도 없고, 인식한다해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즉 사람은 아는 만큼만 인식할 수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연령에 따라 경험의 양과 질이 다르므로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린이의 발달 단계를 알고 책을 권해준다면 분명 그 아이는 자신의 지적수준과 맞는 책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있고 폭넓은 소양을 갖추게 된다.

 물론 아이들의 개인차는 존중되어져야 한다. 몇 세에는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발달단계상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결국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취향을 무시하게 되어 책과 더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발달 단계에 따라 어느 단계에서는 대단히 빠른 발전을 보이다가 어느 단계에서는 몹시 느리기도 하다. 엄밀하게 발달단계에 선을 그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올바른 독서지도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지고 평생독서의 습관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는데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발달단계와 특징을 알고 어린이를 이해하는 기초로 삼아 적합한 책을 골라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발달단계에 맞는다는 것은 어린이의 지적수준과 흥미에 맞아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 초등학생의 발달 단계와 독서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을 가진 저학년 (1-2학년)   

  1학년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인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읽어주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똑같은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한다. 독서의 이미지는 마음속에 그리는 이미지 속에서 나온다. 유아시절에 그림책 독서를 충분히 했다면 상상력이 풍부해서 이미지 그리기에 익숙하다. 1학년이 되어 그림보다는 글씨 위주의 그림을 곁들인 동화책이나 교과서를 보면서 스스로 이미지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독서를 어려워한다.

그렇지만 들으면서 읽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좀 더 길고 복잡한 다른 나라의 환타지 동화, 마음을 울리는 생활 동화 등의 좀 더 문학성이 있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원한다. 더불어 그리고 자기 스스로 그 책들을 읽고 싶어한다.  더구나 글자를 이미 다 알게 되었다면 스스로 읽고 싶은 욕구도 더욱 강해져서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2학년이 되면 그 단계는 더욱 발전하여 혼자 책읽기를 자꾸만 시도하고 스스로 좋은 책을 찾아보고 싶어하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들의 개인차가 아주 커서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부터 스스로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렇게 시작이 다른데 글자를 알고 모르느냐에 한계를 둔다면 독서로부터 아예 멀어지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은 좋은 책을 잘 골라서 읽어 주면서 책 읽는 즐거움도 알게 하고 좋은 책과 만나는 경험도 꾸준히 갖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책과 친해지면서 글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쉽다.  어린이들이 글자를 안다고 해서 문장에 담긴 뜻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아직은 듣고 즐기면서 상상의 세계에 젖어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한층 풍부하게 펼쳐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든든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 시기의 아이들은 환타지적인 세계를 좋아한다. 5.6세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인간의 상상력은 7세가 되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의 어린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맑고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보다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든지, 학교 가는 길에 악어를 만난다든지 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나오는 책이라면 아이들은 푹 빠져서 좋아한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조화된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은 더욱 상상력을 키워가며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금세 글씨만 있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은 글자 해독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그림책도 많이 보도록 해야한다. 요즘에는 저학년이 읽기에 알맞은 옛 이야기,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과학 책, 또래의 경험을 배우는 생활동화까지도 그림책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그림책은 유아기에만 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림이 풍부한 책은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하고 부담 없이 읽도록 해준다.

 어떻게 도와줄까

아이들의 개인차는 무척 크다. 좋아하는 분야, 독서력, 이전의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다. 어떤 아이는 그림 있는 책은 시시하다고 싫어하고, 과학에 관해서는 통 관심도 없는 아이, 맘에 드는 책만 계속 읽는 아이, 읽어주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모두가 다르다. 그런 개인차를  배려해주면서 늘 칭찬해주어야 한다. 책과 본격적으로 친해지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도와주어야 한다.

 우선 많이 읽어 주어야 한다. 함께 읽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주고, 관심사도 찾아내어야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는 시기이므로 걸 맞는 책도 함께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책의 필요성과 유익함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깊이 있게 이해할 기회를 준다면 탐구력을 키우는 기초도 닦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 책을 읽을 여건을 준비해 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책을 읽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중학년 (3-4학년)

  자기 중심적 심성에서 벗어나는 시기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나와 가족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공감하는 등 자주적 판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옳고 바른 것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자기의 태도를 결정한다.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 이전의 독서습관과 읽은 책들에 따라서 개인적인 취향도 생긴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도 생겨나고 책과 이미 멀어진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초등학교 3,4학년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대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없고 행복한 생활 속에 있다. 이제 문자를 깨우쳐서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나름대로 친구가 생겨 우정 생활도 원활하다.

실제로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어떤 아이들은 하루에 한 권을 읽기도 한다. 이 때의 문제점의 하나는 엄청난 독서량에 비해 책이 부족할 경우 읽을 책이 없는 어린이들은 허드레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만화에 빠져들든지 , 오락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 부모의 할 일은 좋은 책을 많이 준비해 주는 것이다. 자기 전용 책꽂이에 읽을 책이 많으면 이 때의 아이들은 하나하나 격파하듯 읽어 나가게 된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제까지 환상의 문학에 즐거움을 느끼던 아이들은 아홉 살이 되면 환상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팬터지보다는 정말로 있었던 현실에 가치를 두게 된다. 그러나 팬터지를 몰아내고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전히 된 상태는 아니다. 이런 어린이에게 기쁨을 주는 읽을거리는 환상과 현실이 결합된 이야기의 형태이다.

그것이 신화와 전설이다.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세계의 새벽의 신비를 맛보는 일이다 이러한 신화와 전설은 3학년 아이들에게 경이감을 준다. 이제까지 양탄자, 마법 , 공주. 왕자의 이야기에 젖어 있던 그들은 천지 창조, 나라의 시조, 마을의 전설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그들의 상상력의 폭이 광활해진다. 시간의 화살을 타고 고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환상의 시기를 떠나 합리적 사고기에 들어선 3,4학년 어린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문학이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어린이는 역사와 전기적 인물의 입장에 자기를 두기를 좋아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쁨과 슬픔, 충성과 배신, 강함과 약함, 겁과 용기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영웅전을 읽으면 아이들은 웅대한 마음을 키우고 상상력이 확대된다 영웅의 훌륭한 행동과 견뎌 내기 어려운 곤란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는 흠모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초월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이는 정신적으로 격조 높은 경험을한 듯한 느낌을 얻게 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의 생활에서 중요한 관심의 하나는 친구이다. 가정이나 동네에 한정되어 있던 그들의 삶이 학교라는 공동체로 이동된 후 1, 2년이 지났으며 그 동안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읽을거리는 우정을 이야기한 책들이다, 우정을 이야기한 책은 아이들에게 친구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주게 되어 친구 사귀는데 도움을 준다.

 이 시절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이상한 것, 신기한 것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모험을 동경한 나머지 집안의 은밀한 장소를 찾아 벽장이나 창고 속에 저만의 은밀한 장소를 정해 두기도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의 이러한 특징은 어른에 예속된 생활을 떠나 독립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이야기가 바로 모험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도와줄까

그림이 많고 글씨가 큰 책보다는 거의 글로만 된 책에 익숙해지고 문장이 길고 줄거리가 복잡한 책들도 즐겨 읽게 되는 학년이다. 그러므로 그림동화, 단편동화, 장편동화를 함께 볼 수 있어 다양한 독서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주제도 다양하게 골라서 읽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생활주변의 이야기, 사회의 모습을 다룬 이야기,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이야기들로 세상을 참되게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기 시작하도록 한다. 특히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인물 이야기도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읽어서 관심의 폭이 넓어진 욕구도 충족시켜주고,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가도록 해야한다.  

 아이들이 관심이 다양해지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하는 시기도 거쳐가게 된다. 만화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만화의 내용을 따져서 좋은 만화를 읽도록 하고, 폭력이나 비도덕적인 내용을 다룬 것은 비판하면서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만화 읽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만화독서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독서의 수준이 그 자리에 머물 수도 있다. 만화의 내용과 관련 있는 책을 함께 읽도록 해서 만화에만 빠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 생각이 깊어지고 지식을 탐구하는 고학년 (5-6학년)

  5, 6학년이 되면 지적 호기심이 증대된다. 그래서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또 합리성이 발달하여 비현실적인 논리에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자격을 갖추기 시작하여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고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 시기의 아동이 사회 전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 신문 등 매스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도 흥미를 가기며 더 큰 집단성을 지니기도 하여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위치를 잡아가는 시기이다.

호기심의 분야도 각각 다르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사회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이렇게 관심의 분야가 생기게 된다. 갱인의 관심에 따른 독서지도가 필요한 시기다.

 고학년에 되면 아이들은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특히 요즘같이 학교 수업 외에 배우는 것이 많은 아이들은 교과서나 학원 교재 외에 다른 책을 들춰 볼 시간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중에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청난 독서량을 가진 것을 보면 시간이 없다는 것이 핑계로 생각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속독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책 한 권을 모두 인어 버리는 일도 있다. 물론 정독을 한 경우보다는 독해력 이 뒤지겠지만 안 읽는 것에 비한다면 나은 경우다.    

이 시기의 독서량은 저학년에서 습관을 키운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간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독서를 안 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보다 더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신기하게도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의 교과 성적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독서량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말을 쓸 정도로 독서량이 많은 아이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학년 때의 독서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책을 좋아할까

  이 시기 어린이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는 지식의 책에 흥미를 느낀다. 글은 정확한 지식, 명확한 설명을 해야한다. 어린이의 지적 호기심이 왕성할 때 그것을 만족시켜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때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충분한 책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책이 주위에 없으면 아이들은 오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합리적 사고기의 중간에 있는 5, 6학년 어린이들은 인간의 삶과 운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역사를 다룬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독해 수준과 지적 수준이 발달한 어린이들은 이야기로 풀어 쓴 역사책을 읽기도 한다. 역사 소설은 그 본질에 있어, 역사가 아니고 픽션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알고 있지만,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시대의 삶과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는 부모나 형제로 이루어진 가정의 세계로부터 독립하려는 정신적 이유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가정에 불만이 없어도 부모보다는 친구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밥만 먹으면 친구를 찾아다니고 자기들끼리 그룹을 만들기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독서는 우정을 다루거나 의리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그밖에 탐정, 추리 소설에 흥미를 가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상상의 세계나 환상의 세계는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논리의 세계이다. 이런 아이들의 논리성을 성장시켜 주는 문학의 형태에는 탐정 소설과 추리 소설이 있다. 탐정 소설과 추리 소설은 우연의 세계를 배제하고 필연의 세계를 어린이 앞에 보여 준다. 날아다니는 양탄자나 이상한 램프를 통해 보물을 얻는 주인공에 박수를 보내던 아이들은 이제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갖은 지혜를 다 동원하고 용감하게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아이들은 동화의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에 한 발짝 들어선 것이다. 또한 건전한 추리 소설, 건전한 탐정 소설을 찾아 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할 일이다.

어떻게 지도할까

  이 시기는 생각이 깊어지고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역사와 사회, 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생긴다. 따라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지식을 탐구하고 독서의 폭도 넓혀가도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양서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10세 이상이 된 만큼 이 때부터의 독서는 의지력으로 해야 한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면서 그 책의 가치여부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저학년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스스로 양서를 구분할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책이 불량도서이며, 인쇄와 번역이 성의 없으며, 흥미 위주의 내용이 들어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을 욕심에 이롭지 않은 책을 읽느라 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서에 흥미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순식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끝까지 읽지 못하기 때문에 읽기 쉬운 만화책이나 유행하는 베스트 셀러 등에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아이의 독서 수준을 늘 점검하고 가방 속이나 책상 위에 언제나 읽을 만한 책이 놓여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3. 어린이의 책 읽기

  지금까지 발달단계에 따른 특성과 독서지도 방법을 살펴보았다. 발달단계에 따른 어린이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은 즐겁고 바람직한 독서를 하도록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독서능력에 맞추어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 아래로 학년을 뛰어넘어 골라주는 안목이 필요하다, 저학년 때 책의 재미를 못 느꼈다면 책 읽기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으니 저학년 단계부터 골라 읽히면서 서서히 단계를 높여갈 필요도 있다.

그리고 먼저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만들고, 끊임없이 읽을 거리를 제공하여 책과 친해지게 해야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린이는 저절로 자주적인 독서를 하면서 책을 즐겨 읽고 평생의 독서습관을 키우게 될 것이다.

즐겁게 좋은 책을 읽으며 자란 어린이는 늘 풍요로운 마음으로 삶을 가꾸며 아름답게 살게 될 것이다.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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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 > SHIRLEY NOVAK 의 아름다운 꽃그림들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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