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듣다가 한동안 안 들었던 팟캐스트 요즘 다시 듣기 시작했다. 

작가가 작가와 대담하는 방송 Other People. 이것도 다시 시작. 호스트인 브래드 리스티는 

75년생. (이런 거 왜 알고 있냐......) 지금 LA에 살고 있고 콜로라도 대학(볼더)에서 영화 전공했다. 

3-4년 전쯤 그의 방송 애청했던 거 같다. 그러다 갑자기 딱 끊기고 다시 시작한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는데, 4년 전만 해도 그는 좀 무명이고 고생하는("struggling") 작가였다. 소설을 하나 출간하긴 했는데 반응은 미지근에도 못 미친? 글쓰기 외에 이런 저런 어려움들이 그의 삶을 떠나지 않는.  


그 사이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두번째 소설이 나오게 되었는데 위의 책. Be Brief and Tell Them Everything. 그의 데뷔작도 자전적 소설이었다 (나는 이 데뷔작, 제목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었다. Attention. Deficit. Disorder, 이것이 제목. 그러나 제목말고 첫 페이지부터 재미 없고 의미 없고 읽을 수가 거의 없던.......) 이 두번째 소설은 더욱 분명히 자전적이라고 한다. 거의 회고록에 가깝게. 


그에게 방송인의 재능은 있어도 작가의 재능은 없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번째 소설은 많이 다를 거 같기도 하다. 데뷔작은 그 자신이 한편 진심으로 디스했. 한편 애정을 갖지만 한편 정확히 그게 실패임을 판단하면서. 두번째 소설을 어떻게 썼고 쓰는 동안 일어난 일들은 무엇이고 등에 대해 그가 하는 얘기 들으면서 이것은 뭔가 기대가 되었다. "예술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하던데, 저 구절에 순간 "아 알겠다" 심정. 삶에 형식을 부여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알았다는 뜻이지 않을까. 형식을 부여하고, 그를 통해 그는 무엇을 정복했을까. 



Crying in H Mart by Michelle Zauner | Waterstones




이 책 앞의 세 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매우 매우 매우 유망하게 출발했다가 아주 빨리 실망스러워지던 책. 

실망이 심지어는 첫페이지에서 시작했나 싶기도 하다. 

아 좋다, 완전 빠져든다... 던 첫문장에 이어 거의 바로. 


그런데 (내 실망이야 그게 무슨 상관) 한류, 정말 현실이구나 했다. 

한국어 어휘들을 과하다 싶게 많이 쓰기도 하고 

나는 한국인으로 이 기록을 남기고 있다.... 는 걸 처음부터 분명히 한다. 


이 책 포함, 대선 결과 때문에 피해 보게 될 한국, 한국인에 관한 책들. 

대선 결과 때문에 덜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질 책들.........  

이 있을 거라며 혼자 걱정하고 앉아 있음. 물론 하등 쓸데없는 걱정일 것이다. 

아마 거의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 (....) 그런데 그런가 하면 조금은 상관이 있을 거 같지 않? 

갑자기 7-80년대 독재국가 무엇이든 퇴보하고 억압되는 이미지 되면, 덩달아.... 

이 걱정 저 걱정, 며칠 우울하고 아주 힘들었다. 낼부터 작정하고 일하려는 참이다.

포스팅은 뜸하고 조용히 좋아요 하는 사람으로 다시. (한숨) 연쇄 포스팅 없이는 살 수 없게 될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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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14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쇄포스팅을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

몰리 2022-04-15 12:37   좋아요 1 | URL
아흑 계속 안절부절. 안절부절. 안절부절.
....... 물 많이 마시고 많이 걸어야겠어요. 우리 힘내요!

han22598 2022-05-11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더ㄹ 피플...얻어갑니다. 브래드 아저씨 목소리 좋네요 ㅎㅎㅎ

2022-05-11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0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4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4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7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7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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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itled Opinions는 스탠포드에서 공로상 같은 것 주어야 하는 방송이다. 

이 방송이 스탠포드를 좋은 학교로 보이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로버트 해리슨 자신이 몇 번 말하기도 했다. 넌지시. tongue in cheek. 웰즐리 재직하는 젊은 사학자, 독일 지성사 전공 사학자가 출연했던 어느 에피에서 로버트 해리슨은 "하버드 출판부에서 내게 이메일이 왔다"는 말로 시작해 자기 방송이 미국의 "지성의 삶"에서 갖는 작지 않은 자리를 (역시, 자화자찬으로 보이지는 않게 말하면서) 자랑하기도 했다. 하버드 출판부의 한 편집장이 그에게 보낸 이메일은, 이 젊은 사학자의 책을 최근 우리가 출간했는데 그와 당신 방송에서 만나줄 수 있겠느냐. 그는 당신 방송의 열렬한 팬이다. 나도 당신 방송의 열렬한 팬이다....  


해리슨이 2019년 보스턴의 라디오 방송 Open Source에 출연해 

전직 뉴욕타임스 기자였다는 진행자 크리스토퍼 라이든과 했던 대화가 Entitled Opinions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라이든은 40년생이라 19년 이 대화를 녹음할 때 거의 80세. 이들이 나눈 대화의 핵심 주제는 르네 지라르였다. 지라르의 욕망 이론, 미메시스 이론. 크리스천이면서 아방가르드였던 지라르의 독특한 면모들. 그의 독특한 종교 철학. 


지라르의 이론을 거의 예고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에서 라이든이 윌리엄 제임스를 인용하는 대목이 있는데 "Our man, William James" 이 말로 시작한다. "우리의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썼어...." 




그냥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our man, William James. 


Open Source 이 방송의 지향이 "An American Conversation with Global Attitudes"라고 한다. 

프랑스 사람인 지라르를 얘기하고 있으니 그와 대조하여 "우리 사람 윌리엄 제임스"이기도 했겠지만, 뭐 그게 그런 게 아니더라도. 이게 또 윌리엄 제임스에게, 그라서 "우리 사람"이 어울리는 면도 있다. 소로우라면 "우리 사람 소로우"? Our man, Thoreau? 어딘가 안 맞는 느낌.  


우리 모두 우리의 후대에게 "우리 사람"으로 불리.......;;;; 

누가 나 "우리 사람"으로 불러 줄 사람...;;; : 확장의 시도를 해보았. 

후대가 인용하고 같이 생각하는 문장들을 남긴다면.............. ㅎㅎㅎㅎㅎㅎㅎ 뭐 상상은 할 수 있. ;;;;; 그렇게 우리도 "우리 사람"이 되어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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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슐라르는 과학 이성의 객관성을 강력히 옹호했다. 

과학 연구자들의 심리, 주관성과 연결하면서 옹호하고 

그래서 주체와 객체가 "변증법" 안에서 작동하면서 형성하는 공동의 운명 같은 것으로다. 그가 펼치는 논의로 보면 경탄하고 동의하게 되는데 요약이나 정리는 느무느무 힘들다. 


순간 포착도 사실 잘 되지 않는다. 

한 문장 인용하고 그 인용문 해설하기. 이런 방식 접근이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책 안에서 가동되는 변증법 안으로 들어가기. : 이 방식만 허락하는 거 같음. 

그렇게 한 번 체험하면, 이거지! 맞아! 객관성이라는 이상은 무너지거나 회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는 입장이 확고히 생기는 느낌 든다. 그런데 어쨌든 이 주제로 일반적 철학 "논문"을 쓰기에는 너무 부적합하게 책을 써 놓으셔서, 그래서 그의 과학철학에서 객관성 이상의 옹호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던 게 아닌가 하게 된다. 토마스 쿤과 바슐라르의 유사성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쿤과 바슐라르는 사실 과학 이성, 과학 이성의 객관성에 대한 접근에서 완전히 달랐던 사람들. 영어권에서 바슐라르의 논의가 어느 정도 수용이 되었었다면, 90년대의 "과학전쟁"(과학에 비판적 입장인 진영에서 과학의 객관성, 합리성 주장을 공격했던)은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거나 다르게 진행되었을지 모른다. 



<미학 이론>에서 아도르노는 미적(예술적) 객관성을 옹호한다. 미적 합리성도 옹호한다. 

이 주제에서 아도르노의 입장을 재구성하는 건 위의 바슐라르 입장을 재구성하는 것보다는 덜 어려울 거 같기도 하고 실제로 적지 않게 재구성하는 논의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미 있는 재구성들을 가져다 쓰는 거 말고 연구자에게 각자 알아서 새로 해보라고 하면, 이 역시 극히 어려울..... 


바슐라르 책을 보면, 인류가 "과학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그에게 인류애는 마르지 않는 샘물. 바슐라르에겐 정말 그 말의 의미에 충실하게 "인류애"라 불러도 될 무엇이 있다 쪽이 되기도 한다. 인간에 대한 경탄. 인간이 인간으로서 이루어온 것들에 대한 찬탄. 인간성이란 가치의 집적, 가치의 실행. 


바슐라르의 저런 면모와는 아주 다르긴 한데, 아도르노에게도 인류의 역사, 인류의 선택에 대한 신뢰 같은 것 있다. "새총에서 시작하여 원자탄으로. 이것이 보편사의 방향이다" 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진보"에 대한 믿음을 일관되게 표명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면모는 인류가 생산한 예술에 대한 믿음, 찬탄과 함께 하는 것. 

 


객관성. 이것 아주 아주 느무느무 중요한 이상이 아닌가. 어떤 공격을 받았든 이것이 허물어지지 않았다면, 그 덕분에 허물어지지 않았을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있지 않나? 



박근혜 시절 힘들었던 건 그게 꼭집어 "객관성"은 아니어도 사방에서 이것저것 다 공격받고 허물어지는 중인 듯한 그 느낌. 국정교과서, 이런 것도 있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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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4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송이, 류아 많이 컸는데 

더 애기 때도 귀여웠지만 지금도 너무 귀엽다. 

48초 안에 완벽한 행복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 계속 보게 되는 영상. 

이 애기 보면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귀여워서 웃게 된다.  

너무 귀여우면 웃게 되는구나 하면서. 

귀여움이란 지금과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 (.....) 

귀여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syo님의 이 모토에 마침내 공감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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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dor Adorno | International graves




하튼 이래저래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아도르노 책들 힘들어도 견디면서 잘 읽고 있다가 며칠 전 그게 딱 어긋난 것임. 

그래 지금 나락에 빠져서, 어제 마시다 남은 술에 보태어 오늘 사온 술 마시는 중이다. ㅎㅎㅎㅎㅎ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 (급속히 늙어가는 처지에) 시간도 많지 않은데.... 이러면서 마시고 있음.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꿀떡꿀떡 (타이핑도 힘들다) 잘 들어감. 


 

이 나락을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감사함의 정체를 살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가 "진리 내용"을 말할 때 그건 대개는 "희망"이다. 

훌롯-켄터의 이 말에 적극 공감했던 건, 진짜로 그의 책들엔 "희망"이 있고 그게 공허한 희망이 아니라서. 인간이, 세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그의 책들에 있다. 이게 아주 직접적으로는 "너는 네가 살려고 했던 그 다른 삶으로 갈 것이다" 같은 메시지로 들려오기도 한다. ("메시지" 이건 그가 혐오했던 것인데.... 그냥 씁시다). 그 다른 삶이, 돈이나 지위에 관한 것은 물론 아니다.;;;; 모호하고 또렷한, 기억 같고 꿈 같은 무엇. 


변화를 믿는다, 변화를 안다. 

이게 없으면 "진보" "급진" "좌파" 사상가라고 할 수 없는 거구나. 

그리고 그 변화는 무엇보다 인간의 변화에 관한 거구나.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저렇게 적어두니 한편으로는 약파는 거 같고 

다른 한편으론 (그게 그거겠지만) 어둠을 통과하는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하게 보일 수 있을 거 같다. 

People don't change. They just grow old. : 식스핏언더가 주었던 교훈 중엔 이것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그의 책들에 담긴 희망이 공허하지 않은 건 

바로 저 변화가 실체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흐으. 이제 또 꿀떡꿀떡 벌컥벌컥 마시고 자러 가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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