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잃어버린 줄 몇 년 지나서 알았던 책들은 꽤 있다. 그 몇 년 동안엔 이사가 꼭 있었다.
며칠 전에도 본 거 같은 책인데 다시 찾아 보려고 하니 안 보임.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함.
이런 일은, 아예 없었던 거 같지는 않지만, 겪어 보니 새로움. NEW!
며칠 전까지는 아니어도 최근에 이 책 본 건 맞는 거 같은데, 아닌가.
작년에 이사한 다음, 이 집에서 이 책 읽은 적이 있는가. 없다면 이 책도 이사하면서 잃어버린 것 아닌가.
이사하고 나서 이 집에서 이 책을 보았다는 "증거"는 (일기에 기록을 했다든가 같은) 없지만
.... 기억은 있다. "사회의 그물이 점점 긴밀하게 짜이면서 개인들을 완전히 포섭할 때" 대강 이런 구절이 책 시작할 때 있는데, 이 구절 여러 번 기억했던 기억. ;;; 여기 실린 Bach 주제 에세이는, "바흐의 적들에 맞서 바흐를 옹호하겠다"고 하는데, 도입부 읽으면서 감탄했던 기억도 있다. 이 집에 와서 있은 일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거 사실 지금 무서워야 되는 거 아닌가.
없어졌다니. 어떻게 없어지냐. 누가 가져간 거 아닌가.
최근 이 집에 왔던 외부인은 세탁기 수리 기사, 가스 검침원, 두 사람이었다.
세탁기 수리 기사가 공대 출신인데 하필 또 습관적 도벽이 있는 데다 "Prisms" (공대에서 이게 중요한 과목이 있지 않을까) 제목을 보고 갑자기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 : 이런 가설도 세워보았다. 세우고 바로 허물었.
도어락 번호를 누군가 알아내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들어왔던 걸 수도.
(........) 이것에서 시작하는 가설도 몇 가지 세웠. 다가 바로 허물었.
잃어버려도 되는 책이 최소 2천권인데 그것들 다 두고 절대 잃어서는 안될 책을 잃었.
어떤 책도 서로 똑같거나 비슷하지 않고, 그 책은 오직 그 책이어야만 그 책이라는 것. (.....)
아도르노가 비슷한 회고를 하기도 한다.
프루스트 잃시찾 2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사려고 서점에 가서 책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직원에게 문의했을 때, 직원은 아도르노에게 이렇게 답했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재고가 없고 <5월의 소녀들>은 재고가 있습니다."
........... 으흨. (조금은 웃기지 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