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님 추천에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불어 교재라는 설명처럼 정말로 불어와 영어의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러니 집중이 안돼버림;;;; 1층 2층 설명하는 부분에서 멈추고 불어 원서를 주문했는데 어제야 도착했다. 그런데 알랭 로브그리에의 소설을 향한 내 마음이 식어버렸다는 게 문제. 늘 이렇다. 종이책 원서는 주문 후 열흘이나 두 주가 지난 다음에 도착하니 그 사이에 내 마음은 다른 책들로 바쁘다. 


얇은 책이라 부담은 덜한데 뭣하러 원서까지 샀을까...응? 과거의 나여? 


그나저나 1980년대의 미국 시카고 딸부자집 이야기 Hello Beautiful은 생각보단 다양한 색채의 인생사를 담고 있다. 생로병사 희노애락 다 있음. 일단 진djinn은 미뤄두고 조용한 키꺽다리 윌리엄, 야무진 쥴리아와 그 세 여동생 이야기를 이어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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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1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집중이 안돼버림;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2-13 13:22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이 문장이 뭘지 짐작이 쬐끔 되니까 너무 궁금하면서 이 탐정(들)이 만나서 미행하고 어쩌고가 다 엉키더라고요. 차라리 모르고 읽을걸!!!!

잠자냥 2023-12-1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불어판 표지 이쁘네요!

유부만두 2023-12-13 13:20   좋아요 1 | URL
책이 작고 예뻐요. 아이패드 미니랑 놓아서 비슷해 보이지만 크기도 아담하고요.
그런데 언제 읽을지 .... ㅋㅋㅋ

건수하 2023-12-13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어 책도 안 샀지만) 이럴 땐 불어를 몰라서 다행입니다...?

독서괭 2023-12-13 14:02   좋아요 1 | URL
저도요 ㅋㅋㅋ

새파랑 2023-12-13 14:08   좋아요 1 | URL
전 영어도 못해서 ㅋㅋ 이럴때는 좋군요~!!

유부만두 2023-12-13 16:20   좋아요 1 | URL
엉뚱한 책 쇼핑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매번 깨닫지만 곧 잊는 사람이 드리는 말씀)

페넬로페 2023-12-13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은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 원서도 읽기 가능하시군요.
존경해요^^
불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잘 못하니 그냥 한국어만 열심히 파야할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12-14 09:17   좋아요 1 | URL
전공 공부를 오래 했어요. ^^
아는 게 병이라고 번역서에는 더 찾아보는 버릇이 있어서 책을 많이 사게 됩니다...만 ... 다 읽는건 아니라 ㅜ ㅜ

꼬마요정 2023-12-1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어를… 멋져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가 불어였거든요. 그 땐 여자는 불어 남자는 독일어 이랬던 거 같은데(왤까요??) 시험에서 나는 무엇이다 이런 문장 만들라고 했거든요. 저는 C’est 머시기 적었던 기억이… Je로 시작해야 하는거죠? ㅋㅋㅋㅋㅋ 친구가 너 물건이야? 이랬던 기억이… ㅋㅋㅋ

알랭 로브그리예는 여전히 머뭇거려집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3-12-14 09:18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귀여운 요정님! 맞아요, 제가 고등학생 일 때도 여학교는 불어 선택이 많았어요. 요즘은 스페인어가 많더라고요.

단발머리 2023-12-13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ello beautiful 이쁘네요.
이쁘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2-14 09:18   좋아요 0 | URL
이쁘죠. 글자가 커서 더 이뻐요. 줄편집도 넉넉해서 노안에 부담이 덜합니다.
컴온 컴온.
 

또 옛이야기 찾아 본 감상문.

스티븐 킹의 페어리 테일에는 저주 받고 추방된 공주님이 나온다. 공주님의 현직업은 거위 치는 소녀, 구스걸. 이 이야기의 원전 그림 동화에선 여왕이 보물과 수행 시녀, 말하는 말 팔라다를 딸려 공주를 다른 나라로 보낸다. 아마도 시집 가는 길? 하지만 공주는 어머니 여왕이 준 소중한 물건을 잃고, 보물과 옷 그리고 신분을 시녀에게 빼앗기고, 시녀가 냉큼 왕자랑 결혼하며 말하는 말의 목을 베고 공주에게 비밀 약속을 강요한다. 그리고 공주 자신은 초라한 신분이 되어 힘없이 거위를 친다. 거위 칠 때 동료? 소년은 자꾸 찝적거리고 공주는 거절하고 피한다. 공주는 매일 말의 잘린 목을 끌어안고 (아...악) 슬퍼하지만 (말馬은 목을 베었지만 말言은 계속 한다) 그 이유를 묻는 왕에게는 약속 때문에 말을 못하지만 대나무숲 대신 솥단지에다 대고 인생역전 썰을 푼다. 그리고 그걸 다 들은 왕은 괘씸한 며느리에게 잔인한 벌(그것도 옛시녀 자신이 셀프로 고안함)을 내리고 진짜 공주를 새며느리로 들인다. 그런데 왕자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군.

이 책에선 이 이야기가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는 성장담을 보여준다고 한다. 시녀는 공주의 것을 선점, 탈취하는 나이 많은 존재, 즉 오이디푸스적 해설을 하자면 딸에겐 엄마, 아들에겐 아빠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강탈하는 행위를 바라는 게 바로 자신들임을 깨닫고 그런 생각을 포기하게 된다고. 딸이 제대로 크면서 아빠를 원하지 않게 되고 딸의 위치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딸/공주가 자기 확신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시녀에게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보물 등을 다 빼앗겨버린다. 또한 옛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인 잔인한 벌은 독자, 특히 어린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주인공의 고난과 노력 후에 오는 성공은 그 자체는 이야기 저변의 불안, 악의 존재를 없애지 못하기에 극도의 보복 같은 징벌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살벌한 벌의 묘사가 강렬하게 남는다는 걱정은 안하시나봐요? 난 젓갈 담긴 팥쥐랑 그 엄마 얘기가 콩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 보다 더 진하게 생각난다.

거위 치는 소녀는 스티븐 킹의 소설에선 약속 대신 저주로 말을 못하고 마법의 말 팔라다가 (목이 잘리지 않아서) 공주의 말을 대신 한다. 그리고 여기선 시녀도 충실하게 그 곁을 지킨다. 킹의 구스걸은 왕국을 탈환하는 액션, 악의 근원과 싸우는 결단을 내리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꾸 회피하는데 찰리가 옆에서 용기의 불쏘시개가 된다. 피한다고 지금의 고난이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해야한다. 그것도 남에게 기대지 말고 내가 내 손으로. 공주도 아니면서 돌볼 거위나 말하는 말도 없으면서 이 공주에게 과몰입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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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3 0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아이들이 이 스토리를 읽게 된다면 동심은 깨질 듯하네요.ㅠㅠ

유부만두 2023-12-13 07:28   좋아요 0 | URL
네. 원전 옛이야기들은 잔인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ㅜ ㅜ

호시우행 2023-12-13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잔혹동화란 용어를 싫어 해요.

유부만두 2023-12-13 16:20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가학적인 느낌이 들어요.
 



"독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자기가 읽고 있는 책이 저자의 책이자, 출판사의 책이며 동시에 자기 책이라는 걸 말이다. '구매해서 읽고 소장하고 있다'도 아니고 '읽었다(또는 읽다 말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책에 일정 정도의 지분이랄까 권리(최소한 발언권)를 갖는다는 것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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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스타프 님의 추천으로 읽었다. 함께 추천하신 오페라 <외투>의 영상을 보고 도밍고의 노래도 듣고 했더니 유진 오닐의 극을 이미 읽은 기분 마저 들었다. 하지만 <애나 크리스티>와 <외투>는 다른 작품이다. 배경이 되는 나라도 다르고 바지선의 의미도 다르고 무엇보다 결말이 아주 다르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은 서로 매우 닮았다.


다섯 살 이후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만나러 뉴욕의 한 술집으로 오는 애나. 스웨덴에서 이민와 미국 중서부 농촌에서 성장해 이십대 초반인 그녀는 이미 몸과 마음이 망가져 버렸다. 바다와 남자, 무엇보다 이 둘을 합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이다. 하지만 순진하게도 딸이 와서 기쁜 바지선 선장 오십대 크리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맞서 해결하기 보다는 도망 가거나 숨기는 스타일. 함께 지내던 사연 많은 여인 마티는 눈치를 채고 바로 퇴장한다. 크리스는 뒤늦은 아버지 행세를 하려들고 애나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가 조금씩 안개와 함께 바지선에 사는 그녀에게 스며든다. 


폭풍우가 치던 밤, 몇 명의 난파선 선원들을 구출하게 된다. 그중 웃통을 벗은 떡대 맷 버크는 애나에게 반하고 청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바다와 뱃사람보다는 뭍의 농장을 높이 치는 크리스는 맷을 반대하고 그 사이에서 애나는 갈등한다. 아버지와 맷 둘다 애나의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애나는 폭발한다. "내가 내 주인이야!" 애나는 아버지와 다르다. 애나는 문제를 덮지 않고 밝힌다. 나 이런 과거가 있어, 하지만 널 향한 마음은 진심이야. 놀란 크리스와 맷. 맷은 분노하며 애나를 죽이겠다고 날뛴다. 자신의 비겁함과 이중 잣대는 뭉개면서 애나의 과거를 저주하고 윽박지른다. 크리스는 이번에도 덮고 도망가기 바쁘다. 그럴리 없다 없다 없다 술이나 마시자. 크리스나 맷이나 똑같은 뱃놈들. 결국 바다와 남자 때문에 이런 인생 이런 결말이라니. 인물들 모두 자신이 제일 불쌍하고 힘들고 소중해서 다른 사람은 돌아보지 않는다. 세 명 모두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소리지르고 울고 뒹군다. 그나마 생각을 조금 더 할 줄 아는 애나는 가방을 싼다. (알고보니 다른 두  남자들도 가방을 싸고 있었음)


그리고 <외투>와 닮은, 하지만 아주 다른 결말로 4막이 채워진다. 팔스타프님 따라 나도 안 알려드림. 


유진 오닐의 극은 소설 읽는 재미를 주는 지문이 많다. 인물 표현은 연출과 배우 몫이겠지만 독자들도 연극 공연장에 있는 기분이 든다. 크리스가 함께 지내던 여인 마티는 "남자 같은 목소리로 커다랗게 이야기하다가 끝에는 거친 웃음을 한바탕 웃으며 마무리 한다. 핏발이 선 푸른 눈에는 고단함이 꺾지 못한 삶을 향한 젊은 욕망이 있고, 조롱이 섞였지만 착한 심성에서 우러난 유머 감각도 있다." 과연 이 여인은 젊고 고단한 애나와 얼마나 겹치는가. 


백 년 전 남자들 맷과 크리스의 대사를 읽다보면 복장이 터지지만 참고 읽다보면 바지선이라는 장소가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깨닫게 된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 그 위의 바지선. 극을 다 읽었는데 어쩐지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수습될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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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2-11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 장면 함 보셔요.
https://youtu.be/46ybS7cebuU?si=ZPbdNmD-JO0iLMgf
그레타 가르보가 애나 역을 하는, 그레타 역사상 최초의 유성영화 장면이랍니다.
전 이 영상 보기 전까지 가르보의 매력을 거의 몰랐답니다. 맨인블랙에선 그레타가 외계인이라고 하잖아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12-11 17: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뒤에 해설을 읽고 그 영화가 궁금했더랬어요!
 

고전동화집에 실린 이야기 중에서 낯선 이야기 하나 더.

“미녀 바실리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재혼한 아버지, 새어머니와 의붓 언니 두 명과 산다. 상인인 아버지는 자주 집을 비운다. 바실리사의 친엄마가 돌아가실 때 마법의 인형을 주며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인형에게 ˝밥을 해 먹이고 고민을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다.

팥쥐네처럼 새어머니와 언니들은 바실리사를 구박하고 힘든 일들을 시킨다. 그때마다 콩쥐처럼 바실리사는 비밀 인형을 잘 모셔 도움을 받는다. 밭을 갈고 청소를 하고 물을 길어오는 일은 다 이 인형이 해준다. 몰래. 어느날 새어머니는 바실리사에게 ˝불을 구해 오라˝며 마녀 바바 야가에게 보낸다. 바바 야가는 러시아 민담에 전해 내려오는 마녀의 이름이라고 한다. 사놓고 어딨는지 모르는 나의 바바야가의 밤 책이 이제야 생각난다.

숲속의 마녀는 새어머니랑 똑 같이 군다. 힘든 집안일을 시키고 구박하는 데다 잡아먹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이때에도 콩쥐 아니 바실리사는 적은 음식이나마 인형에게 주고 도움을 받는다. 결국 마녀 바바 야가는 해골에 담긴 불을 내주고 바실리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정의의 불로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은 불타 사라진다. 만세! 아버지는 죽었던가 어쨌던가 존재감이 없다. 돌아와봤자 새장가나 들고 자식들은 보살피지 못할 놈. 자유로워진 바실리사는 마을의 한 할머니와 살면서 고운 실을 잣고 고운 천을 만든다. 인형의 마법은 베틀을 마련하는 데 까지만 작동한다. 이야기에서 거의 처음으로 바실리사는 자기 손과 노력으로 실과 천을 만든다. 왕에게 진상된 이 훌륭한 천은 다시 바실리사가 손수 옷을 만들고 그녀의 뛰어난 솜씨와 더 뛰어난 미모에 반한 왕은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녀는 자기를 거둬준 마을의 할머니와 그 비밀의 인형을 끝까지 잘 보살폈다고 한다.

바바 야가와 나중의 할머니는 결국 동일인 아닐까. 혼자 사는 할머니, 불쌍한 여자 아이를 거둬서 원하는 복수와 중매를 해주는 사람. 낮에는 뭐가 바빠서 밖에 싸돌아 다니고 밤엔 외딴집에 돌아와 약초를 빻고 불씨로 뭘 만들고 밥먹고 식곤증으로 쓰러져 자는 사람. 요술 인형을 남겨준 친엄마도 그런 이상한 할머니의 도움으로 성장했던 이전 세대의 콩쥐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요술 인형은 딸을 낳으면 전해주는 도움의 손이지만 결국 엄마는 일찍 여의게 되는 저주가 아닐까. 인형은 일은 해주지만 먼저 밥을 차려줘야 하니까 귀신주머니 같은 느낌도 든다. 만약 밥을 주지 않는다면 인형은 대신 뭘 먹을까. 그나마 왕이 받는 소녀의 천과 옷이 인형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마음에 든다. 만약 그게 인형의 작품이었더라면 결혼 후 인형이 ˝내 왕비 자리 내놔˝라며 소녀에게 때늦은 정산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뭔가 반전 혹은 뒷통수가 있을까 겁먹었는데 이 인형은 의외로 현명한 조언으로 미녀 바실리사에게 조언한다. ˝저녁을 먹고 기도를 하고 잠을 좀 자두도록 해요. 아침이 되면 밤보다 현명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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