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바로미터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8
윌리엄 피터 해밀턴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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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주가는 그가 현실 세계에서 매우 유용한 과학적인 바로미터로 쓰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고안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 바로미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미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며, 다우 이론의 진정한 가치도 여기서 나온다. _ 윌리엄 피터 해밀턴, <주식시장 바로미터>, p64

윌리엄 피터 해밀턴(William Peter Hamilton, 1867 ~ 1929)는 <주식시장 바로미터 The Stock Market Barometer>에서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는 일정한 흐름이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주가 전망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해밀턴이 강조한 시장이 예측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알려진 모든 정보들이 즉각적으로 빠짐없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른바 완전시장(complete market)이다.

주식시장은 경제 상황과 관련한 모든 진실을 반영해 움직인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및 건설업 동향, 기업 부도율, 시중 유동성, 수출입 동향, 해외자금 이동, 상품가격, 자금시장의 사정, 곡물 수확량, 주요 기업의 순이익, 정치적 변수 및 사회 전반의 분위기 등을 포함한 모든 사실들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지만 실제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진실들 하나하나의 파급 효과는 아주 적다. _ 윌리엄 피터 해밀턴, <주식시장 바로미터>, p85

시장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알려진 정보는 모두 시장에 반영된다. 해밀턴의 주장, 주가에 정보가 모두 반영된다는 점은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EMH :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뒷받침한다. <주식시장 바로미터>의 많은 내용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지만, 과연 시장은 효율적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시장의 큰 흐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대세상승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조정장 직후 주가가 완만한 움직임을 보일 때 기회를 노린다면, 투자수익을 올릴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돈을 잃어버릴 생각만 갖고 월 스트리트에 들어오다 보니 이 같은 투자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_ 윌리엄 피터 해밀턴, <주식시장 바로미터>, p306

주식시장이 모든 정보를 담기 위해서는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쳐야 할 것이며,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이 투자라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가능하다. 행동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정보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어느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능성은 위험(risk)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이자율 상승으로, 다시 해당 국가나 기업의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보지만, 만약 시장참여자들이 그와 반대로 행동(채권 매입을 통한 가격 상승)한다면, 위험가능성이라는 정보는 시장에 제대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시장에서 정보 반영은 시장참여자의 행동으로 드러나지만, 투자자들의 행동은 위험에 대한 선호 차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등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국 시장에 나타난 것은 정보의 진의(眞意)가 아닌 정보에 대한 다수의 반응에 불과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장은 완전시장이 아닌 지극히 불완전한 시장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불완전시장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해밀턴이 <주식시장 바로미터>에서 말한 시세조종이나 공매도에 대한 긍정적인 관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완전시장에서 모든 노이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장청산(market clearing)되겠지만, 불완전시장에서는 그렇지 않고 수면 아래 깊이 쌓여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때마침 공매도 청산 문제가 경제 문제를 넘어 총선을 앞둔 정치 이슈로 커진 현 상황에서 <주식시장 바로미터>는 오늘의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이자, 주식시장 바로미터가 유용하다는 주장을 공격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는 믿음은 시세 조종 세력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고, 따라서 주가의 흐름은 신뢰성도 떨어지고 배울 점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일하는 동안 시장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 시세 조종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 기본적인 주가 흐름은 원래 처음 시작될 때부터 그 자체의 동력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_ 윌리엄 피터 해밀턴, <주식시장 바로미터>, p76

공매도가 도덕적으로 옳은가의 문제는 여기서 논의할 성질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다른 사람이 손실을 보지 않으면 이익을 얻을 수 없다. 반면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 가져갔을 이익을 챙긴다. 그러나 자유시장이라면 어느 곳이든 공매도를 하려는 트레이더가 미치는 해악보다는 이들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역할이 더 큰다. 사실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시장에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상승 국면의 어느 단계에서 한번 급락하게 되면 이를 지지해줄 아무것도 없이 패닉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폭락하는 주식시장에는 미청산 공매도 물량만큼 훌륭한 지지 수단도 없다. _ 윌리엄 피터 해밀턴, <주식시장 바로미터>,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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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와 파시즘은 특히 운동 단계에서 대중의 지지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포퓰리즘에 추파를 던졌다. 그렇지만 공산주의와 파시즘 모두 본질적으로 포퓰리즘보다 엘리트주의에 더 가까운 이데올로기이자 정체(政體)로 보아야 한다.

특히 개발도상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포퓰리스트들은 이제 신뢰를 잃은 기존 지도자와 정책에 대한 광범한 불만을 표현했다. 그들은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을 섞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정책과 이 정책을 실행한 자국 엘리트층을 공격했다.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와 남한의 노무현 같은 포퓰리스트 ‘아웃사이더들’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했다.

포퓰리즘은 권위주의 체제 안에 존재할 수 있으며, 유의미한 포퓰리스트가 없는 민주주의 국가도 많다. 그러나 세계에서 민주적 이상의 헤게모니가 강해지는 추세, 아울러 선거민주주의의 가능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민중의 일반의지를 찬양하는 이데올로기인 포퓰리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포퓰리즘은 아주 기본적인 일군의 이념인 까닭에 숙주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결합은 대규모 집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적 맥락에 대한 더 폭넓은 해석을 제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민중’과 ‘엘리트’에 대한 특수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은 포퓰리즘과 숙주 이데올로기의 결합이다.

포퓰리스트들이 원하는 결과는 자신들의 대표들, 즉 ‘민중’의 대표들이 정권을 잡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포퓰리즘 정당은 포퓰리즘을 활용해 기득권층에 도전하는 한편, 자신들의 대표가 없다고 느끼는 집단에게 발언권을 준다.

포퓰리즘 정치가 본질적으로 ‘순수한 민중’ 대 ‘부패한 엘리트’의 투쟁인데다 국민주권을 기필코 옹호하는 체하는 만큼, 포퓰리스트 지도자에게는 스스로를 민중의 진정한 목소리로 내세우는 것이 극히 중요한 일이다.

이 구성물은 서로 뚜렷이 구분되면서도 연관되는 두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하나는 엘리트와 분리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민중과 연결되는 과정이다. 앞의 과정은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아웃사이더 지위와 관련이 있는 반면, 뒤의 과정은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주장하는 진정성과 관련이 있다.

간단히 말해 포퓰리즘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이면서도 현대 세계에서 지배적 모델인 자유민주주의와 충돌한다. 포퓰리즘은 그 무엇도 ‘(순수한) 민중의 의지’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다원주의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며, 따라서 소수자의 권리는 물론이고 그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보장책’에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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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1-20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도 좋아요~~
근데 책값은 ㅎㄷㄷ

겨울호랑이 2023-11-20 13:54   좋아요 0 | URL
네,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간결하게 잘 정리한 좋은 시리즈인 것 같아요... 각 권은 가격 부담이 없는데 시리즈가 많다보니... 조금 부담이 있네요 ^^:)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는 임원들도 많은 내용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또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 그래서 자신은 물론 자기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창조적인 열정을 가진 사람은 오너 경영자다.  - P39

단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당신의 돈은 절대 5배 혹은 10배, 20배로 불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가가두 배로 오르면 일단 이익을 챙기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내다 판다. 하지만 기업이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면, 그 주식도 잘 나가도록 그냥 놓아두라.  - P96

나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광범위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향후 몇년 동안 시장을 이끌어나갈 테마를 결정한 다음, 그 테마에 가장 적합한 일단의 종목들을 구별해낸다. 그래서 나의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비록 많은 종목들이 포함돼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부분은 기껏해야 대여섯 가지 테마에 속해있는 주식들이다. - P143

신기술 기업에 바로 투자하는 것보다 신기술로부터 혜택을 얻는 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다운스트림 투자가 더 현명한 투자전략이라는 사실은 산업 혁명 이후 충분히 검증됐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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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6
랄프 웬저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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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얼마나 높이 자랄 수 있는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높이의 한계는 중력이 가하는 압력을 나무의 몸통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가 얼마인가에 달려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들은 대개의 나무들이 약 300피트 정도까지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수직으로 높이 치솟은 구조물에 가해지는 무게의 효과로 인해 나무가 한없이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34

랄프 웬저 (Ralph Wanger, 1933~ )가 쓴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A Zebra in Lion Country>는 강소기업에 투자하는 에이콘 펀드의 투자 철학이 잘 드러난 책이다. 책의 내용은 간결하게 요약된다. 작아서 시장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트렌드의 중심에 있으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가치있는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큰 이익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주식을 매수하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언제 들어도 강력하고, 항상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훈이다. 시장의 유행에서 소외된 주식을 매수하고, 가장 인기가 높은 주식을 매각하라는 말은 가치 투자의 또 다른 정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그 유효성을 검증받았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34

나는 작지만 강한 기업, 즉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자신이 특화한 시장에서는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진이 있고, 사업분야를 이해할 수 있으며, 갓 출범한 단계는 지나 최소한의 검증 기간은 거친 소형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64

작은 배는 큰 배보다 파도에 휩쓸리기 쉽다. 그 대신 섬에 다다랐을 때 작은 배는 큰 배보다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책의 원제 <A Zebra in Lion Country>는 높은 수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무리 밖으로 나가야 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뜻의 전달면에서 번역서만 못하지만, 본문 곳곳에 보이는 저자의 유머와 재치를 잘 드러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기업의 분기 실적이 나빠졌는데 딱 그 한 분기만 부진했을 가능성은, 부엌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온 집안에 바퀴벌레가 딱 그 한 마리만 있을 가능성과 같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83

저자는 자신의 투자철학을 자연으로부터 발견한다. 뛰어난 기업이 보이는 높은 성과와 성장율은 그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변화시킨다. 자신의 처지와 규모에 맞게 변화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에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새로운 제도 - 관료화, 집중화 등 - 와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며 좋든싫든 초기의 장점을 상당부분 잃어버리게 된다. 그 결과 어느 정도 규모가 되었을 때에는 평범한 대형우량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기업의 생애 주기를 보면서 저자는 초기 기업이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나갈 때에 주목할 것을 말한다.

대형 성장주에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재미있는 현상은 과거 이들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되어주었던 발전 요인이 도리어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저해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44

차별화 전략의 이점은 무엇보다 진화해나가는 능력이 있다는 점과 생태학적인 틈새를 메워나간다는 점이다. 물론 차별화된 세포들은 복잡한 조직을 갖추는 대신 그만큼의 리스크도 부담한다. 복잡한 조직을 가진 대형 동물들 치고 1000만년 이상 종을 이어온 경우는 거의 없지만, 기존의 성질을 그대로 보존하며 세포 분열만 하는 아메바는 수천 만 년 이상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네 번째 성장 전략에 따라 끊임없이 차별화된 조직을 만들어내면서 성장한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63

이 같은 저자의 투자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맞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기업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생명력을 발견하는 저자의 관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나는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경영진이 운영하며, 매우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트렌드로부터 수혜를 입는 작은 기업, 동시에 틈새시장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서 향후 순이익이 아주 돋보일 정도로 높이 성장할 강한 기업을 원한다. 나는 또한 이렇게 작지만 강한 기업의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일 때만 주식을 매수한다. _ 랄프 웬저,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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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바로 시씨(柴氏)가 어린아이로 하여금 천하를 주관하게 하니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붙지 않은 연고로 말미암은 것이다. 너와 광의는 모두 내가 낳았으니 너의 뒤로는 마땅히 그 동생에게 자리를 전해 주어라. 사해는 아주 넓어서 어른인 군주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사직의 복이다."

조보가 말하였다. "폐하께서 말씀 하시는 것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하늘과 땅과 사람과 신의 복입니다. 이는 다른 연고가 없고, 방진(方鎭)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임금은 약하고 신하가 강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지금 이를 잘 다스리고자 한다면 오직 조금씩 그들의 권한을 빼앗고 그들이 가진 전량(錢糧)을 제한하며 그들이 가진 정예의 군사를 거둔다면 천하는 스스로 편안해 집니다."

황제가 말하였다."경 같은 사람이야 정말로 그러하겠지만 가령 휘하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부귀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어느 날 황포(黃袍)를 그대의 몸에 덮어준다면 그대가 비록하지 않으려한다고 하여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석수신 등이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신 같은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여기까지에 생각이 이르지 못하였으니 오직 폐하께서 애달프고 긍휼히 여기시어 살 수 있는 길을 지시하여 주십시오."

여진국(女眞國)에서 사자를 파견하여 명마를 공헌(貢獻)했다. 여진의 선조는 옛날 숙신(肅愼, 흑룡강, 송화강 일대) 땅에 거주하였는데, 원위(元魏, 북위)시기에 물길(勿吉)이라 불렸고, 수대(隋代)에 이르러 호칭을 고쳐서 말갈(靺鞨)이라고 하였으며, 당(唐) 초기에는 흑수부(黑水部)와 속말부(粟末部) 두 부(部)를 가지고 있었으며, 뒤에 가서 속말부가 대단히 강해져서 발해국(渤海國)으로 호칭하였고 흑수부는 이어서 그들에게 속하여 불리어졌다.

오대 이래로 절도사는 친하게 따르는 사람을 진장(鎭將)으로 보임하여 현령(縣令)과 항례(抗禮)하였지만, 무릇 공사(公事)는 오로지 주(州)에만 보내지니 현의 관리는 직책을 잃었다. 이에 이르러 다시 현으로 통할하니 진장이 주관하는 곳은 향촌(鄕邨)에는 미치지 못하고 다만 곽내(郭內)에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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