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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 : 자연철학의 조각그림 맞추기 지식인마을 17
김태호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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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그의 철학을 정리한 이븐 루시드(Ibn Rushd)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서양인들이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많이 다르다. 중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자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12세기 십자군 원정, 15세기 에스파냐에 의한 이베리아 반도 점령(1492년 그라나다 함락) 이후 그의 자연철학저서가 이슬람 철학자의 주석으로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13세기 아베로에스(Averroes)주의자로 알려진 이들에 의해 '철학-신학'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이 되는데, 소설 <장미의 이름>이 당시의 학문적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아베로에스는 이븐 루시드의 라틴어식 이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철학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지식인 마을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Metaphyscica)>에 나오는 '4원인설'에 대한 설명과 '4원소설'에 대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주장 내용 정리였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 그의 저작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되며 연관있는지 잘 소개하고 있다.


가. 4원인설(p62)


공부하려는 학생이 목수에게 책상을 하나 주문하여, 책상이 만들어진 경우를 가정하자. 이 때, 책상의 원인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진다.


1) 질료인(質料因) : 나무가 책상의 원인이다.

2) 형상인(形象因) : 목수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책상의 모양이 책상의 원인이다.

3) 운동인(運動因) : 목수와 그의 연장이 책상의 원인이다.

4) 목적인(目的因) : 책상을 주문한 학생의 공부하려는 마음이 책상의 원인이다.


특히, 아리스로텔레스는 운동을 '목적인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여, 이를 물리학 내용과 연결시킨다.


나. 4원소설


1) 엠페도클레스 : 물질들은 물, 불, 공기,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 (4원소설. 리조마타rhizomata) (p39)

2) 플라톤 : 4원소설에 기학학적 구조 추가 (물-정이십면체, 불-정사면체, 공기-정팔면체, 흙-정육면체, 우주-정이십면체)(p50)

3) 아리스토텔레스 : 4원소설에 냉(冷), 온(溫), 건(乾), 습(濕)의 4가지 속성 부여(p68)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지상계'와 '천상계'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4원소는 지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인 반면, 천상계를 구성하는 것은 제5원소(에테르 aether)라고 규정된다. 이 는 에테르의 운동(원운동)을 통해 우주의 운동을 설명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과 연결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일련 학문적 관계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이처럼 철학, 물리학, 생물학 등으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논리의 허구성은 제외하고) 


2. 이슬람 자연철학 소개


우리에게 이슬람의 자연철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알려진 아랍 이름인 '이븐'은 이 책에 나오는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 외에도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 <나는 천국을 보았다>의 저자 이븐 알렉산더와 더불어 우리에게 혼동만을 주기 쉽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생소한 이슬람 자연철학이 서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와 더불어 이슬람 철학자들(특히, 이븐 시나와 이븐 루시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븐 시나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받아들인 반면, 이븐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븐 시나는 유출설, 위계 질서 등을 강조한 반면, 이븐 루시드는 개별적 속성, 관찰 등을 더 중요시 했다는 내용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이슬람 철학에 대한 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간략한 수준이지만 그들의 학문적 입장이 조명된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나니,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븐 루시드(1126~1198)가 아리스토텔레스 주해(註解)를 달던 그 시기에, 반대편 중국 송(宋)에서는 주희(周喜)(1130~1200)가 공자, 맹자의 사상에 주(註)를 달고 사서(四書)체계를 수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서양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학문적 결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후대에 '중세(中世)'라고 불리우는 시기가 세계사적으로 결코 암흑의 시대가 아닌 '준비의 시기'였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다음의 내용을 생각해 본다.


이 '준비의 시기'에 서양에서 준비된 '과학'은 20세기 그들에게 제국주의 패권을 가져다 주었다면, 동양에서 준비된 '유교 사상'은 무엇을 가져다 주었으며, 21세기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쉽지 않은 위 내용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이기에 본문에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숨겨져 있는 또다른 '깊이 읽기'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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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세시기의 유럽이 암울했던 게 르네상스로 발돋움한 후퇴기였다고 생각하는데..의외로 이슬람의 중세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요.....여튼 서양사가 많이 소개 되어도 이슬람은 아직도 모르는게 많았어요..

겨울호랑이 2016-10-12 14:08   좋아요 3 | URL
네, 유레카님 말씀대로 서양에 미친 이슬람의 영향은 축소되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슬람 연구가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서양의 발전은 외부 영향없이 자신들의 독자 역량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그들의 인식구조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집트 문명과는 별도의 문명인 것처럼요.
 
스티븐 호킹의 우주
데이비드 필킨 지음, 동아사이언스 옮김, 스티븐 호킹 감수 / 도서출판성우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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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우주>는 천체 물리학의 역사를 정리한 개론서다.


스티븐 호킹의 우주론(무경계 우주론)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부터 책이 쓰여진 1997년까지의 이론을 사진과 그림으로 쉽게 정리했다. 




스티븐 호킹은 수식을 제외한 대중친화적인 저술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필킨 역시  스티븐 호킹의 뜻을 충분히 살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 = mc2 을 제외하고는 수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친절한 그림과 중간의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 사진을 통해 중도에 포기하려는 독자들을 완독(完讀)의 길로 이끈다.


물리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입문서를 읽었는데,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물리학에 끼친 여러 학문'들의 영향이 잘 나타난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비교적 최근까지 강조되어온 '융합(融合)'이 우주의 기원과 형성을 연구하는 천체 물리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정리되어 있다.


1. 신학(神學) : 기독교


중세 기독교 교회는 창조론에 맞는 우주관의 정립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구를 중심으로 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을 받아들이되, 천동설을 부정한 갈릴레오의 이론은 단죄받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갈릴레오에게 영향을 주었던 과학자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의 신부였다. 비록 갈릴레오는 자신의 주장(지동설)을 철회했지만, 그가 제기한 '행성 궤도의 문제'는 교회의 숙제로 남겨지게 되고, 이 문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된다. 약 200년 동안 받아들여지던 뉴턴의 우주론은 '프라운 호퍼 선'등의 발견으로 인해 붕괴되고, 이후 신학은  물리학과 큰 관계를 맺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 르메트르 신부가 주장한 '빅뱅(Big Bang)'이론을 통해 우주의 기원 설명하는 이론과 창조론을 결합시키게 된다.


2. 화학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원소를 주기율표에 배열하는 방법을 발견하여, 물질의 본질과 원소들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 이를 통해 초기 우주에 생성된 두 원소 수소와 헬륨이 어떻게 발전되었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었다. 퀴리 부부가 발견한 방사능 원소(폴로늄, 라듐)으로부터 러더퍼드는 화학 원소간 변성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발견했고, 원소에서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이러한 화학 부분에서의 성과를 통해 우주의 진화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3. 생물학


생물학의 진화론이 주요 개념 중 하나가 '적자생존'이다. 리 스몰린은 적자생존의 개념을 통해 린데의 '다중우주'문제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4. 기타 : 수학, 전기학, 컴퓨터공학 등


이외에도 뉴턴은 수학을 통해 '중력의 법칙'을 증명했으며, J.J 톰슨의 전기학 연구를 통해 전자의 흐름을 입증했다. 그리고, 전자의 흐름을 발전시켜 현대의 입자 가속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광학을 통해 성능 좋은 망원경을 만들어 더 많은 별과 성운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컴퓨터의 발전을 통해 'M이론'의 11차원에 이르는 수만개의 방정식을 풀어갈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내용이 <스티븐 호킹의 우주>에 시기별로 정리되어 제시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많은 학문분야가 서로 융합되어 발전되어 왔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이러한 학문 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이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크기 측정 부터 최근의 초끈이론, M이론까지를 폭 넓게 다루고 있다. 마치 예전 고등학교 때의 <사회과부도>처럼 많은 그림과 사진으로 쉽게 구성되어 있다.  <스티븐 호킹의 우주>는 현대 과학간 연관관계와 천체물리학의 직관적인 이해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초보자들에게 매력적인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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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건 & 호킹 : 우주의 대변인 지식인마을 8
강태길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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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두 과학자의 공통 관심사인 '우주'의 기원과 구조,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는 대폭발이론을 윗받침하는 증거로 적색 편이(red shift),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등을 제시하며, 대폭발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팽창이론(inflation theory) 등을 소개한다. 또, 팽창이론을 통해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할 수있다는 이론과 함께 우주의 시공간 문제, 우주 대폭발의 원인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우주 기원과 형성에 관한 공통된 배경지식 하에 두 과학자의 주요 저서에 대한 배경 설명이 이루어 진다.

 

또한, 별들이 '성운상태'에서 '별'로, 다시 '적생거성'에서 '백생외성'으로 최종적으로 초신성 폭발로 인해 블랙홀로의 변환하는 별의 일생과 우리 은하, 성단과 성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그리고 있다. 이 장은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기 전 배경지식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전파망원경의 사용,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과 조건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간'과 관련하여 호킹의 무경계가설을 소개한다. 독자에게 호킹의 이론을 보다 잘 설명해 주기 위해 엔트로피 법칙과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기본설명,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등에 대한 추가 설명도 같이 이루어 진다. 이 장은 호킹의 <시간의 역사>의 입문 내용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대중들에게 과학을 보다 잘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두 과학자 세이건과 호킹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다. 많은 생소한 이론과 개념이 소개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어렵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과 또다른 입문서인 <아인슈타인 & 보어>등을 통해 현대 물리학 용어와 이론에 친숙해 지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이미 이 책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 생각된다. 천체 물리학과의 깊이 있는 만남은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호킹의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등을 통해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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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가 <시간의 역사>보다 분량이 많은 편인데, 읽기 편한 건 <코스모스>였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04 14:34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cyrus님 저는 지금 쉽게 쓰여진 「스티븐 호킹의 우주」를 읽고 있는데 먼저 「코스모스」부터 읽어야겠네요. 좋은 코스 조언 감사합니다 cyrus님^^

cyrus 2016-09-04 14:36   좋아요 2 | URL
그냥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책에 대한 느낌이 달라요. ^^

겨울호랑이 2016-09-04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도 먼저 간 길을 가면 조금 편하게 갈까 싶네요.. 결국 다 읽겠지만요. ㅋ 좋은 오후 되세요, cyrus 님

오거서 2016-09-04 18:2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결국 다 읽게 될 테지요. 저한테도 시간의 역사는 좀 어렵더군요. ^^;

겨울호랑이 2016-09-04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공있으신 분들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섣부르게 리뷰 썼다간 안되겠네요..ㅜㅜ 역시 「코스모스」 이후 「시간의 역사」로 가야할 것 같네요... 그 전에 플라톤의 「법률」을 마무리 정리하려니 읽을 책이 많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05 08:00   좋아요 2 | URL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라고 있어요. 정말 짧고 쉽고 좋아요ㅎ <시간의 역사> 전에 먼저 읽어보세요^^
 
아인슈타인 & 보어 : 확률의 과학 양자역학 지식인마을 5
이현경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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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관련한 입문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를 중심으로 고전역학(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양자물리학)의 차이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는 책이다. 읽기 쉽게 쓰여졌으나, 책이 다루는 범위는 현대 과학사 전반을 다루는 폭넓은 책이다. 때문에, 책에 제시된 모든 내용을 물리학 입문자가 한번에 이해하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말 그대로 입문서로 적합한 책이다.


만일, 이 책만으로 물리학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려 한다면 해설서보다 압축적인 전개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효율적인 책의 활용을 위해서 이 책의 주요 논점에 대해서 파악을 한 후 책 뒤쪽의 '깊이 읽기'에 제시된 서적을 통한 심층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고전역학(고전물리학)의 기본 가정이 확정성이라면, 양자역학의 기본 가정이 '불확정성'과 '확률'이라는 기본 개념과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잘 기억된다. 


그외 이 책과 연계하여 엔트로피 증가법칙, 불확정성원리, 상보성원리, 상대성이론 등은 보다 깊이있는 공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초끈이론을 공부한다면, 스티븐 호킹과의 연계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물리학의 과학사적인 의미를 제공하는 나침반같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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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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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Leonard Mlodinow)가 공저한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법칙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을 사용하여 우주의 창조와 지배 원리를 "M이론"이라고 명명한다. 논리전개 방법은 양자물리학을 활용하여 "M이론"을 제시하고 기존의 철학(특히, 기독교 사상)에 대해 반론을 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내용을 들여다 보자.


먼저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 결정론이란,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의 상태가 주어지면, 완전한 법칙들의 집함에 의해서 우주의 미래와 과거가 철저히 결정된다는 입장이다.'(p39)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을 해석한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p12)...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제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 유의미하다.'(p57)


이러한 두 가지 입장을 바탕으로 모형을 수립하는데, 주로  '양자물리학'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양자물리학의 핵심 내용은 '불확정성'과 '상호 작용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양자물리학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대상들의 위치, 경로, 심지어는 과거와 미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력(重力, gravity)이나 전자기력(電磁氣力, electromagnetic force)과 같은 힘을 다루는 양자이론들은 그런 생각의 틀 안에서 구성된다.'(p84)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비롯한 데이터들을 동시에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당신이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위치는 그만큼 더 부정확해지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p88)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의 확률들을 결정한다.'(p90)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관찰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해서 양자물리학은, 관찰을 하려면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p101)


'우리가 나중에 써먹을 핵심적인 양자 원리를 하나 더 살펴볼 차례이다. 그 원리는 시스템을 관찰하면 시스템의 진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p101)


이 책에서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끈이론'을 소개하며, 끈이론에서 발전된 'M이론'을 통해 우주의 시원을 밝히고 있다. 이후 우주의 탄생 이후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빅뱅 이론'과 '인플레이션 이론'등을 제시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끈이론(string theory)은 10차원일 때만 일괄적인데, 끈이론에 따르면 4개 차원 외에 나머지 차원들은 아주 작은 공간에 돌돌 감겨있다.' (p146)


'다섯 가지 끈이론들과 초중력이론을 근사이론들로 거느렸다고 생각되는 더 근본적인 이론은 M이론이다....M이론의 몇 가지 속성을 알 수 있다. 첫째, M이론은 11차원의 시공을 이야기한다..또한, M이론에서는 내면 공간의 차원들이 감기는 방식을 제한한다..그 결과 M이론이 허용하는 다양한 우주들(내면공간)은 10의 500승에 달한다.'(p149)


전체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시작과 팽창등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 과학사 전반과 철학사의 내용이 개략적으로 다룬 '과학철학책'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양자물리학에 대한 설명을 위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파인만 역사 합(Feyman sum over)에 이르기까지 양자물리학의 기본 이론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을 배려해서인지 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과학책보다는 머리가 덜 아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양자물리학' 입문 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또한 생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생명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의 발행을 환영했다고 하는데, 아마 다음의 문장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따라서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p41)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우주관'은 기독교 세계관과 여러 곳에서 충돌한다. 마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나오는 내용을 작심하고 비판한 듯한 내용이 눈에 띄어 이를 정리해봤다. 


1. 무로부터의 창조 VS 다중우주설


'주님, 당신께서는 무형의 질료로부터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모든 날 이전에 만드셨던 무형의 질료에다 보이는 형상을 부여해서 만드신 것입니다...'-<고백록> 12권 8,8 아우구스티누스-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p171)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無, nothing)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p14)


2. 시간에 대한 인식


'차라리 시간은 셋인데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 셋은 영혼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고 다른 곳에서는 이것들이 안 보이며,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記憶)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注視)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期待)다.'- <고백록> 11권 20,26 아우구스티누스 -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만 존재한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주는 단일한 과거 혹은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p103)


3. 위대한 설계 VS 물리법칙의 미세조정


"21세기가 시작되는 지금, 현대 과학이 발견한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를 회피하기 위해서 발병된 다중우주가설과 신다원주의 등의 과학적 주장들에 직면하여, 가톨릭 교회는 자연에 실제로 설계가 내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한번 인간 본성을 방어할 것이다.."(크리스토프 쇤보르 추기경,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일 우주 상수의 값이 실제보다 훨씬 더 크다면, 우리 우주는 은하들이 형성될 사이도 없이 산산이 흩어졌을 테고, 따라서 우리가 아는 생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절묘한 미세 조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주론에서는 우리가 방금 기술한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이,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이다.'(p206) 


최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자유의지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스티븐 호킹 외 1인의 <위대한 설계>를 읽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와 현대 과학을 대표하는 저서들을 교대로 읽게 된 셈이다. 마치 내가 재판관이 되어 피고와 원고의 변론을 중간에서 듣는 입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다음에는, 기독교 진영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 <신국론>을, 현대 과학 진영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다음 논고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만일 내가 재판관이라면, 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과학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신앙(信仰)과 이성(理性)의 문제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라 생각된다.

 

아직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들을 구입한 경로를 통해 생각을 해본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스티븐 호킹의 책은 사실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중고서점에 깨끗한 책이 나왔기에 '한 번 정도 읽어야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구입은 '우연적 사건'의 결과라 생각되기도 하는 반면, 내가 이 책들을 만난 것이 '하느님의 자유 의지 (free wil) 결과'라고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렵다.


신앙과 이성의 문제는 역시 쉽게 안 풀리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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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8-23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책이었어요. 지금은 pq=|=qp라는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만 저 때만 해도 갈피를 못 잡을때라 읽는 게 버겁더라구요. 이 때 알았어요. 과학이 철학 그러니깐 사유가 바탕이 안 되면 절대불가능한 학문이라는 것을요!

겨울호랑이 2016-08-24 03:05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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