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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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불안에 대한 소개, 그리고 불안에 관한 역사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역사적 지위와 관련된 이야기이므로 사회적인 기초지식도 어느정도 담겨져 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알아야 책에서 뭘 말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지위에 대한 불안에 의문을 품고 대항해 온 여러가지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토론보다는 역사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늘어놓아 위안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종류는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그리고 보헤미아.
 다 좋았지만 특히나 기독교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다.
 그러나 여전히 공감은 안 가는 사상이랄까 쩝쩝.
 자본주의의 굳건함에 의해 번번히 무위로 돌아가고는 하지만, 사회의 불안에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만은 공감이다. 그러나, 알렝 드 보통이 설득력있게 쓴 글이 아니었다면 읽다가 당장 내던져버렸을 책이었다.
 그 전에는 본받고 싶었던 보헤미안의 사상이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사회에 물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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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로커 베이비스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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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파의 말에 의하면, 일만마리 중에 한 마리 비율로 인간의 얼굴을 한 파리가 있는데, 입을 벌린채 자고 있으면 인간의 얼굴을 그 파리가 인간의 성대 냄새를 맡고 입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대는 인간의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 파리를 먹어버리면 인간은 미친다.- 

 맨 마지막, 하시의 목소리가 쟁쟁히 울려퍼지는 장면을 덮고서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 뭐 좀비물이라면 좀비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버린 이유는 최근 이유없이 무라카미 류에 빠져버려서 이다. 심지어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도(....)
 그러므로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무라카미 류의 책이다.
 배경은 감동적일 정도로 내 취향이었다.
 억압되는 파괴감정, 적절한 주인공과 배경인물들, 바다, 인파 속에서 추락하는 연예인.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그들만의 해피엔딩.
 이 책을 읽고 가슴부터 두근거리고, 행여나 기쿠와 하시가 실패할까봐 조마조마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사회라는 코인로커 속에서 매몰되어버린 아기들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격렬한 인생 속에서 그들의 답이 진실이었던, 혹은 아직 찾지 못했던간에 그들의 엔딩은 정말로 훌륭했다.
 필시 작가는 숨도 쉬지 않고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갔으리라. 나도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마 이 책을 들춰보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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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명화를 만나다 아트가이드 (Art Guide) 12
스테파노 추피 지음, 정은진 옮김 / 예경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내가 크게 깨달은 사실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만찬' 그림에서 예수에게 손가락을 내민 사람이 유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계속 유다인줄만 알았던 나에게는 정말 커다란 충격이 아닐수가 없었달까. 
 (왠지 설명을 들으니 더더욱 반박할 수가 없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마리아신앙까지 포괄하고 있어서, 성서 속 여자들에 대한 그림까지 포괄적으로 실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생애를 다시 짚어보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구약성서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신선함이었달까.
 이 책의 구약성서 판에서 나오는 요부와 성적 매혹이 느껴지는 여자들, 그리고 신약성서 판에선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성모,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번 읽어보게 된다면 서로 대치해보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대체로 마리아의 탄생과 예수의 탄생, 유년기, 방랑기, 설교, 그리고 수난으로 나누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예수의 수난.
 표지에서 본 그로테스크함은 신나게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던 내 손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튼, 천주교나 기독교를 몰라도 예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강력히 추천.
 참고. 교훈을 바라고 책을 들추는 분들은 약간 실망할지도.
 중세쯤 되었던 경건함을 현재시대의 우리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냥 그림보듯 재밌게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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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명화를 만나다 - 아트가이드 2 아트가이드 (Art Guide) 2
키아라 데카포아 지음, 김숙 옮김 / 예경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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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서에 나타나는 구절을 그림으로 번역한 책은 많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유달리 작아서 그림을 세세히 볼 때의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가벼이 읽기 좋은 책이랄까.
 중고생 나이의 학생들도 읽기에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읽고 있는 신약성서 편과 비교할 때는 좀 더 역동적이고 르네상스적인 그림체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흡족했다.
 샤갈과 같은 그림체도 더러 있어서 어느 파에 편중된 것도 없고.
 읽어보면 구약성서를 다시 읽어볼 마음이 절로 들게 될지도 모른다.
 성서에 대한 해석과 그림에 대한 해석, 자신의 견해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점이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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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쳐 보이는 그녀
마모 지음 / 해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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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성의 참신함으로서는 '사랑상실증'이 제일 좋았다.
 마지막에 나타난 반전에는 조금 놀랐다고나 할까, 내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절하고 감성적인 단편은 '옥타브'였다. 
 사실 그 외엔 한눈에 쏙 들어오는 글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차라리 '비쳐보이는그녀'의 뻔한 소재보다 이 글을 앞에 세우는게 좀 더 나을뻔했달까.
 음악에 대한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게 나오는 게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일단 이 책이 포함되어 있는 문학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젠더문학이다. 
 즉 '레즈비언의 사랑을 묘사한 소설'.
 어째 인터넷에서 나도는 야한 야오이 소설들 때문에 퀴어문학까지 동시에 야한책 취급을 받아버렸지만, 퀴어문학에도 어디까지나 수위가 다양하고 등급이 다양하고 모양이 다양하다.
 소설의 평가에 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퀴어문학도 보통의 로맨스물들과 다르지 않다.
 다른 로맨스물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너무나 사랑이라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들이랄까.
 이 소설도 또한 그 정통을 향해 흘러가는 구성을 보인다. 
 비록 단편은 잘 안 읽는 편이다만 감성있는 글들과 예리하고 섬세한 글씨체가 절절히 몸안으로 파고드는 기분이다.
 굳이 동성애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재의 참신함, 그리고 사랑에 대한 특유의 날카롭고 시니컬한 문체에 빠져서 퀴어문학을 읽는 일반인들도 있다.
 성적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결국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혹시라도 편견을 가지신 분들에 대한 쓸데없는 우려때문에 말이 많아졌다. 
 '오만과 편견'은 사람을 대하는 아주 근본적인 벽이자 무기이니, 혹시라도 이 우아한 소설에 그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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