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에 시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하셔서 사실 요즘 매일 저녁을 만드는 게 신경 쓰여 좀 날카로운 상태. 하지만 모처럼 서재 카테고리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보니 음식/요리 카테고리에도 불을 켜고 싶어서 포스팅.
나는 냉장고를 뒤져서 뭘 만들까 생각해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늘 인터넷을 뒤지거나 요리책을 보면서 메뉴를 결정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냉장고를 뒤지는 스타일. 그래서 내가 저녁을 만들 때, 남편에게, "뭐 먹고 싶어?"라고 하면 나오는 첫마디는, "마트에 장보러 가라고 말하지 말아줘."이다.
오늘은 인터넷을 뒤지다가 괜찮은 요리 사이트 발견하고 거기에 나온 Jamaican Jerk Vegan Tacos를 만들 예정. 망고 빼고 집에 다 있다. 물론 그래도 레시피 늘 내 맘대로 조정. ㅋ
사진 출처: https://www.loveandlemons.com/vegan-tacos/
막내는 아보카도는 안 좋아하지만 망고를 좋아하니까 괜찮은 메뉴.
입 짧은 막내 생각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아무거나 잘 먹는 큰아들 생각이 난다. 그렇잖아도 오늘 오전에 텍사스에 있는 큰아들과 비디오쳇을 했는데 마침 거기는 점심시간이라 모처럼 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며 부산스러웠다. 밥통도 없고 해서 냄비에 밥을 할 거라고 하는데 냄비 뚜껑도 없단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늘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아니면 사 먹으니 거의 만들어 먹지 않는데 엄마랑 통화하니까 겸사겸사 밥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그런 것도 배워두면 좋지.
전화를 하면서 쌀을 씻는데 계속 물 색이 투명해지지 않다며 걱정.ㅎㅎㅎㅎㅎㅎ 7번까지 씻었다고 해서 그만 씻어도 된다고 했더니 한 번 더 씻겠다고. (변했어.ㅎㅎ) 물을 맞추는 건 손을 담그라고 했더니 고집을 부리며 검지만 담근다. ㅠㅠ 나는 그렇게 물을 맞춰본 적이 없지만, 뭐 대강 보니까 적당한 것 같아서 통과. 냄비 뚜껑도 없는데 스토브는 전기스토브.ㅠㅠ 전기스토브는 열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지.
가장 센 불에 올려두고 호일 같은 덮을 것이 있냐고 하니까 없다고. ㅠㅠ 그래서 결국 코닝 접시가 있기에 냄비을 덮어서 밥을 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부글부글 넘쳐 오른다고 해서 가장 약한 불로 바꾸라고 했다. 그러더니 치킨을 만들거라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치킨은 살모넬라 균이 있을 수 있으니 잘 구워라" 했더니 좋은 팁, 감사한다고. 그런 것도 모르는 아들,,ㅠㅠ 치킨을 다 만들 (야채는 없단다. ㅠㅠ)었다고 해서 밥이 다 됐는지 보라고 하니까 밥통 밥처럼 맛있게 됐다며 막 감동.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쨌든 야채도 없이 치킨과 밥만 먹을 아들을 생각하니 맘 아프다. 그러면서 20파운드 (대강 10킬로) 찌는 것이 목표라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사실 그런 건 엄마 같은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으면 잘 안 먹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11월, 땡스기빙데이가 되기 전에 돌아올 거니까.
호주에 가기 전에 세탁기에 빨래하는 것을 배워서 갔는데 오늘은 뚜껑 없는 냄비에 밥도 하게 되었다. 무지 기특하다! 나도 뭔가 엄마로서 일을 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 N군도 『야밤의 공대생 만화』의 저자 맹기완 씨처럼 어렸을 적에 만화를 많이 그렸었다. 사람들이 (N군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부부) 너무 재밌어했는데, 아들도 나중에 다시 만화를 그리게 될까?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보니 아들이 그렸던 만화가 떠오른다. (스타일 많이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