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종류 안 좋아하는 것이 없는 자칭 타칭(남편;;) 국수 마니아다. 레삭매냐님이 올려주신 짜장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오늘 마침 파사데나 수술실에서 일을 하는 날.
그런데 일이 너무 늦게 끝나서 그런가 배가 많이 고픈 거다. 첨엔 파사데나 일 끝나면 가는 딘타이펑에서 원탕soup을 먹으려고 했는데 맞은 편에 국수만 전문으로 파는 noodles 라는 간판이 똭!!!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ㅠㅠ
줄을 서서 국수를 주문했다. 배가 고픈데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은 뭘 먹나 하고 보니까 다 맛있어 보이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겨우 2가지로 줄여서 주문을 했다.
소고기가 들어있는 것은 따뜻한 국물을 붓고 매운 소스를 넣어 먹는 것이고 두꺼운 국수는 밑에 반쯤 보이는 매운 소스를 넣어 먹는 거다. 뭘 먼저 먹을까? 하다가 두꺼운 국수를 먹었는데,,,, 하아~~~~~~!!! 대만식 누들이지만 넘 맛있는 것! 특히 국수 엄청 두꺼운 것이 너무 맛있는 거다. 들어간 것이라고는 국수, 양념소스, 파, 그리고 유부(만두 아니라;;), 근데 유부도 작은 거 겨우 5개 들어있;;;; ㅠㅠ
국수가 손으로 뽑은 거라고 광고 문구에 쓰여있는데 어찌나 쫄깃하던지!! 쫄면의 쫄깃한 느낌이 아닌, 정말 많이 치대서 쫄깃한 느낌!!! 그 국수를 다 먹었더니 이 가게의 시그니처 국수라는 저 소고기 국수는 먹을 수가 없는, 왜 이렇게 배가 금방 부르는지.
어쩔 수 없이 내일 먹어야 할 것 같다.
괴테가 57년 동안 썼다는 작품인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고 전영애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나는 지향하는 국수가 너무 많아서 방황했다. ㅠㅠ
오늘 수술실에서 수술이 3건이었지만, 수술 시간이 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수술이라 의사가 수술하는 동안 회복실에서 전영애 선생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이렇게 진득하면서 묵직한 사유를 담았는데 그 사유가 그냥 사유가 아닌 자신의 인생으로 풀어내는 사유.
알라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멋진 분의 책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영애 선생님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까 2018년에 67세였다고 하니 올해는 71세인가? 어쨌든 쉽게 괴테 전문가가 되신 것이 아니셨다!
능력이 없고 팔자에는 더더욱 없는 박사과정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나에게 다른 각도로 인생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밑줄 작렬이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자기가 받은 것을 특정한 누가 아니라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도 내가 배운 간호로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조용한 모범을 더 조용히 따르고 싶은 마음이 이런 것일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이 책의 제목처럼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저것 더 지껄이고 싶지만, 오랜 시간을 일하고, 배가 부르도록 먹고, 디저트로 하겐다즈의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더니 졸리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아니면 폐경기가 다가오는 증상인가? 틈만 나면 막 졸린다. 하아~~~.
어쨌든 국수에 대한 글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문어발처럼 여러 가지를 썼네. ㅎㅎ
** 그러고 보니 괴테의 책은 읽은 것도 없지만, 읽을 생각도 해 본 적이 없구나. 전영애 선생님 덕분에 이제 좀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