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겠는가,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 빼어난 덕이 있으면 어디에서든 추적을 당하기 마련이라는 걸 말이야. 과거 유명인들 가운데 악의에 찬 중상모략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네. 아니, 한 사람도 없었지.
........
그러니, 산초! 나에 대한 이야기도 훌륭한 사람에 대한 이런 중상들인 게야. 자네가 말한 것보다 더 심한 게 아니라면 말일세." - P81

"왜인지 알아요. 여보? " 테레사가 대꾸했다. 
" 속담에 <너를 덮어 주는자녀를 들추어낸다>라는 말이 있어요. 가난한 사람을 볼 때는 누구나 슬찍 눈으로 훑으며 지나치지만 부자를 볼 때는 시선을 멈추지요. 
그런데 그런 부자가 한때 가난했다면 사람들은 험담과 욕을 해댈 것이며, 더 나쁜건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입방아를 찧어 낼 거라는 사실이에요. 그런 인간들이 이 길바닥에는 벌떼처럼 많아요 "

" 이봐, 테레사 "  산초가 말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아마 평생 들어 보지 못했을 거니까.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내 말이 아니야. 지난번 사순절 때 이 마을에서 설교하신 신부님 말씀이지, 그 신부님은,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이렇게 말씀하셨어.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있는 현존하는 사물들은 지나간 사물들 보다 훨씬 잘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나고 존재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야. "
............산초는 계속 말을 이었다.

" 어떤 사람이 잘 단장하고 고급 옷에다 하인들까지 거느린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그가 비천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마음이 움직여 결국 그를 존경하게 되니, 그게 다 그러한 이유에서 나오는 거야. 그 사람의 수치심이 가난에서 나온 것이든 가문에서 나온 것이든 이미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는 거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재의 것만이 있을 뿐이야. 그리고 신부님은 바로이런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운이 이 사람을 처음에 처해 있던 천박함에서 꺼내어 높이 번창하게 만들면 그는 교양 있는 인물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게 되거든. 그러니까 옛날부터귀족이었던 사람들과 시빗거리만 생기지 않는다면 - 테레사, 확실히 알아둬 - 그 사람 과거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현재 모습에 경의를 표하는 사람만이 있을 거라는 말이야. 물론 시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야. 아무리 번창하는 운이라도 시기하는 사람들한테 걸리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P111

그런데 그가 옳았다. 왜냐하면 진실은 가늘어지기는 해도 깨지지 않으며 물 위에 기름이 뜨듯 늘 거짓말 위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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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자도 명예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부도덕한 인간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가난이 고귀함을 흐리게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어둡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불편함이 있고 궁핍하더라도 덕은 그 틈바구니로 얼마간 스스로의빛을 내는 법이니, 고귀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따라서 보호를 받게 되지요. - P38

하지만 지금은 부지런함보다는 게으름이 승리를 가두고, 노동보다 오락이 , 덕보다는 악습이 , 용기보다 오만이 , 황금시대와 편력 기사들로 오직 빛을 발하면서 유지되었던 군사의 실천보다 이론이, 승리를 차지하고 있지 아니라면 내게 말해 보시게나 .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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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렇지." 바로프가 말했다.

 "젊은 벗이여, 이 일을교훈과 어떤 유익한 사례로 삼기를. 이게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는 악마나 알 거야! 모든 인간은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는 심연이 매 순간 입을 벌릴 수 있지. 그런데도인간은 온갖 불쾌한 것들을 스스로 궁리해 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있어."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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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니힐리스트에요" 아르카지가 다시 한번 말했다.

"니힐리스트‘ 니콜라이 페트로비치가 중얼거렸다. 그건 무(무)라는 뜻의 라틴어 니힐에서 나온 말이구나. 내가 판단할수 있는 한에서는 그렇다. 그러니까 그 말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거냐?"

" ‘아무것도 존중하지 않는‘ 이라고 말해야지." 파벨 페트로비치가 동생의 말을 받아치고는 다시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 모든 것에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죠." 아르카지가 지적했다.
"똑같은 것 아니냐?" 파벨 페트로비치가 물었다.

"아뇨, 똑같지 않아요. 니힐리스트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뭐냐. 그게 좋다는 거냐?" 파벨 페트로비치가 그의말을 가로막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죠. 큰아버지,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것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안 좋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나 글쎄, 우리가 알 바 아니라는 것은 알겠구나. 구세대 인간인 우리는 말이다. 우리는 원칙(파벨 페트로비치는 이 단어를 프랑스식으로 부드럽게 발음했고, 아르카지는 그와 반대로 첫음절에 강세를 주어 원칙이라고 발음했다.) 없이는 네 말처럼 신앙으로 받아들여지는 원칙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고 숨을 돌릴 수도 없단다. 너희가 이 모든 걸 바꿔 놓았구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건강과 장군의 직위를 허락하시길 그럼 우리는 너희에게 그저 감탄하게 될 것이다. 신사분들........뭐라고 했더라?"

" 니힐리스트요." 아르카지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 예전에는 헤겔주의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니힐리스트들이 있구나. 그래, 너희가 진공 속에서, 공기가 없는 공간속에서 어떻게 존재할지 지켜보자. 그럼 나의 동생 니콜라이페트로비치, 이제 종을 울려 다오. 내가 코코아를 마실 시간이구나"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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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e beat on, boats ag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옮김), 245쪽

그 문장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인생은 원래 이렇다. 세계는 자신의 흐름대로 흘러가니 우리는 그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우리의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다.‘

자기 무덤에 찾아온 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는 듯, 비석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돌아오며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진전 없어보이더라도, 생을 살아가는 이는 앞으로 한 발짝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어 가더라도 말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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