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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알아야 할 음식 이야기
갈리아 타피에로 지음, 마르조리 베알 그림, 밀루 옮김 / 개암나무 / 2020년 3월
평점 :
프랑스 제32회 무앙 사르투 북 페스티벌
'지구를 위한 도서' 아동 부문 수상!
인류학 박사가 쓰고 법학 전공자가 그린 음식 이야기 책이다. 글을 쓴 갈리아 타피에로는 '사전, 백과사전,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자아내는 물건들, 그리고 꿈꾸게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다. 직접 출판사를 차리고 아동책을 쓴다고 한다. 인류학을 연구했던 작가라서인지 책의 구성이 마치 음식문화사를 읽는 듯하다. 그림을 그린 마르조리 베알은 법학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쌍둥이를 키우고 있어서일까. 그림의 색감이 아이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알록달록한 식재료 그림이 눈길을 잡아 끈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보일만큼 예쁘다. 책 속 내용은 아기자기한 그림만큼 간단치 않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주제 문장 아래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들이 꼼꼼히 정리돼 있다. '숨 쉬거나 자는 것처럼 먹는 건 필수!'라는 주제로 음식의 중요성을 먼저 설명한 후 '구석기 시대, 먹는 건 곧 생존!'부터 '함께, 즐겁게, 오래 먹기 위하여!'까지 모두 21개의 주제로 음식 이야기를 펼쳐 간다.
'구석기 시대, 먹는 건 곧 생존!',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익혀 먹다', '농경과 정착 생활이 가져온 변화들'을 서술하는 페이지는 먹는 일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구석기 수렵 채집 생활에서 신석기 농경 생활의 먹거리 문화의 차이를 설명한다. '생활의 지혜, 발효', '음식은 어떻게 보관했을까?'에서는 오랫동안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방법들이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한 페이지에 안에 몇 줄의 문장으로 서술된 요약이지만 각 주제를 훑어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 '건강해지기 위해 먹다'를 주제로 한 페이지에서 알아보고 음식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역사도 알아본다. 음식은 부의 상징이기도 했고 국경을 넘나들며 나라 간 무역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달콤한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이데 시원한 샤베트가 8세기 바그다드에서 기원한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발겼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세계의 연간 1인당 설탕 소비량이 35킬로그램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도.
종교나 지역에 따라서도 음식 문화는 달라진다. 식사를 하는 시간도 제각각인데 기후와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한다. 식사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라는 프랑스, 가장 짧은 시간을 쓰는 나라는 멕시코다. 우리나라의 식사시간은 짧은 편일까. 긴 편일까.
육류 소비 증가로 환경이 파괴되는 일, 지나친 식사로 인한 비만은 현재 대두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주제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고기는 채소보다 생산에 소비되는 물의 양이 몇 배나 많고 식량부족보다 과열량이 인간의 죽음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반면, 몸에 해로울 정도로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2016년부터는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죽는 사람이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어요. 실제로 성인 2명 중 1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지요. 그리고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답니다.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1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답니다. 반면에 감자 1킬로그램을 재배하는 데에는 600리터의 물만으로 충분하지요. 그런데도 절반 이상의 토지가 가축을 사육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책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환경에 해롭지 않은 먹거리, 곤충'이라는 주제였다. 곤충이 미래의 음식으로 고려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벌써 '해롭지 않은 먹거리'로 제시된다니. 포크에 꽂힌 하얀 애벌레를 아직은 맛있는 음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말이다. 미래를 위해서 곤충을 먹거리로 인식하는 일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인식의 전환에 상당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함께, 즐겁게, 오래 먹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건강한 먹거리를 먼저 찾는 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 등이다. 『어린이가 알아야 할 음식이야기』는 우리가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거의 모든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얇은 책 한 권으로 먹거리에 대한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먹는 일에 대해 호기심가는 주제를 선별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읽기를 이어가는 일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