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비트! 8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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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도쿄 크레이지 파라다이스 때 보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던 작가의 작품을 어제 발견했다. 완결이 나오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기다려지는 만화이다. 제발 완결까지 무사히 나오기를.

쿄코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남자를 뒷바라지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완벽한 헌신의 모습을 보이다가 그 남자로부터 버림받고서야 드디어 자신을 찾아나서게 된다. 동기야 자신을 버린 후와 쇼에 대한 복수였지만, 그를 꺾기 위해 들어선 연예계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는 자신을 내팽겨쳤다. 쇼에게는 이용당했고. 하지만 그런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쿄코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 '곤'이 건네 준 '슬픔을 빨아들여주는 돌' 때문. 슬플 때면 언제나 쿄코는 그 돌을 품에 안고 '괜찮아. 난 괜찮아'를 연발한다. 가슴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쿄코는 이겨낸다. 다만 앞으로 그 상처들이 터져나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할 뿐. 어린 시절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렌이 쿄코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쇼에 대한 복수로 쇼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쿄코의 말에 심하게 질투하는 렌이 마음에 들었다. 쿄코는 렌이 싫어할까봐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렌의 질투에 불을 당기고 말았다. 이제 렌이 어떻게 쿄코를 대할지 사뭇 궁금하다.

쇼의 태도 역시 변했다. 미운 오리 새끼 같던 쿄코가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눈을 떼지 못한다. 쇼는 은근하지만 한치의 의심도 없이 쿄코에 대한 소유욕을 밝힌다. 하지만 이제 버스는 떠났다. 후훗 쇼는 틀림없이 쿄코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리고 사랑의 아픔을 느끼게 되겠지. 쿄코는 쇼에게 엄청나게 헌신적이었으니,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쇼는 그런 헌신을 잃어버린 게 상처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손에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함을 떠난 뒤에 깨닫지만, 이미 쿄코의 마음은 렌에게 향하고 있다.

다음 권은 언제쯤 나올까. 다나에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두근두근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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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19th 7 - 완결
와타세 유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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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말에는 힘이 있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상대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한 마디 내뱉은 말이 상대를 죽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이들보다도 훨씬 강력한 말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저 겉만 본다면 약간은 가벼운 판타지물 정도이고, 주인공의 성격도 엉성하고 선악 구분이 그다지 명쾌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된 '말'이 가진 힘이라는 건 정말 엄청나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져서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하는 건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말로 인해 상대 혹은 나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부정적인 영향, 즉 마유라처럼 어둠에 끌려가버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둠 속에 갇혀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말 한마디에 살인까지 일어나는 때 다시 한 번 말조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은 못 갚을지언정 남에게 상처되는 말은 하지 말자. 설사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나에겐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칠 권한은 없으니까. 반대로 남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내가 아니면 그만이다. 내가 그 말을 흘려버리고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사람은 그 말을 한 대가를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받겠지. 그것 역시 내 권한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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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12 - 완결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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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불의 검이 완결되었다. 12월 초 마지막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셨다는 김혜린 님의 말에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가.. 아라와 산마로, 천궁, 소서노, 카라... 모두의 운명이 지면을 떠나 나의 상상 속으로 돌아갈 날을...

불의 검을 다시 꺼내어 훑었다. 휘몰아치는 급류 속에서, 눈을 떠 보니 눈물보다 맑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 기분이 들었다. 움직이되 정지해있는 느낌. 사람들이 겪는 아픔, 고통, 환희, 기쁨.. 그리고 희망. 나는 이 만화에서 그런 것들을 느꼈다. 지난 몇 년동안 나를 눈물짓게 하던 아라가, 기억을 잃은 산마로가, 어긋난 사랑을 애원하던 카라가, 왕의 무거운 짐을 진 채 고독에 몸부림치는 천궁이, 이 세상의 지붕으로서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던 소서노가.. 아파하던 모두가 홀연히 자유로워졌다. 도살자의 멍에에 힘겨워하던 아사에게는 노랑저고리 따뜻한 아라의 품이 안식을 주고, 아름다운 무녀 카라는 드디어 진실한 벗을 얻었으며, 이승을 떠나려던 소서노에게는 아무르인 모두의 염원과 사랑이 힘이 되어주고, 왕의 길을 가야하는 천궁에게는 든든한 벗인 아사와 소서노가 위안을 주고, 비파녀는 바라마지 않던 천궁의 사랑이 되어 긴 꿈결 속을 헤매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아픔까지 감싸줄 수 있는 큰 나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시대의 결말이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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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와 이베트 5 - 애장판, 완결
원수연 지음 / 시공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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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이 만화를 보았다. 그 때는 한창 연재 중이어서 늘 다음 부분이 궁금했었다. 그러다 언젠가 완결 한 권만을 남겨 놓은채 만화가 중단되었다. 원래 나는 만화를 연결해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찔끔 찔끔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읽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럼에도 그다지 아쉽지 않았던 이유는 완결을 보지 않아도 내용은 마음에 들었고, 어쩌면 결말 때문에 작품이 망쳐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했었다. 그래서 아마 한동안 이 만화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엘리오와 이베트. 로미오와 줄리엣의 갱 판이라고 해야하나. 원수의 자식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주 줄거리이며, 곁다리에 이베트를 사랑하는 양오빠 라우드스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입장에서 본다면 라우드스가 파리스 백작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정의 강도에서 본다면 엘리오보다 더 강하니까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된다. 만약 내가 이베트였다면 주저없이 라우드스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만큼 라우드스는 매력적이고 강인한 캐릭터였다. 반면 엘리오는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차가운 캐릭터로 가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지, 아니면 라우드스와 비교되어 좀 능력이 떨어져 그런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느끼든 이베트는 엘리오를 선택했고, 죽은 뒤에까지 그를 사랑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둘을 바라보는 라우드스는 더 이상 다른 여인을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완결을 보았을 때, 후회했다. 보지 말걸... 엘리오와 이베트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보면서 나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끝낸 것은 좋았지만, 내용면에서 실망한 나는 이 만화만은 소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추천만화 목록에서도, 소장만화 목록에서도, 소장할 예정인 만화목록에서도 모두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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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별 11 - 완결
김혜린 지음 / 팀매니아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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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이 작품을 만난지도. 한창 감수성 예민한 중학생 시절, 부모님 모르게 다니던 만화방에서 눈물 훌쩍여가며 읽은 책이 바로 <북해의 별>이었다. 음침한 지하 한 귀퉁에서 조잡하게 만들어진 소파에 앉아 낡은 책에 눈물 떨구며 읽던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대본소용 책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주인 아저씨 몰래 가지고 나가고픈 욕구마저 불러일으켰으니... 잠시나마 그런 욕망과 싸우는라 엄청 힘들었었다. 그래도 내 안을 채우고 있던 도덕적 양심이 손을 들었다. 다름아닌 유리핀의 잔잔한 음성이었다. 그의 일생과 그가 이루어 놓은 일을 보면서 아무리 탐이 난다한들, 남의 물건을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로 훔치고 싶었던 만화. 온갖 극찬을 다 퍼부어도 모자랄 만화.. 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북해의 별>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 위의 책처럼 단행본으로 북해의 별이 재출간 되었다. 그 때만 해도 난 고등학생이었는데, 용돈을 받지 않았다.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용도를 설명하고 부모님께 타 쓰던 때였다. 나는 다른 학생들이 그러듯이 책 값을 떼어먹었다. 유달리 선생님들과 친했던 나는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문제지를 비매품으로 받고, 부모님께는 책 값을 받는 앙큼한 짓을 했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만화책을 샀다. 최초로 산 만화책이 바로 <북해의 별>이었다. 새로 출간되었음에도, 서점에는 1,2,8,9,11권 밖에 없었다. 있는 거라도 사자는 심정에 띄엄띄엄 샀고, 그 뒤 <북해의 별>은 자취를 감췄다. 구해보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건만, 아직까지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그 때 이 만화책을 사고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에델과 같이 울었고, 유리핀과 같이 절규했다. 비요른과 같이 분노했고,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모두의 감정이 내 안에 이입되어 누구도 밉지 않았다. 다만..많이 아팠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춘기 시절 누군가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김혜린님의 데뷔작이 <북해의 별>이란 걸 생각하면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 한 사회를 이렇게 적나라하면서도 고스란히 내 보일 수 있다는 데 감탄했다. 이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의 정서가 묻어나는 이 책에 홀로 감동했다. 유리핀이란 구세대 인물을 내세워 전제국가에서 공화국으로 변모하기까지의 보드니아를 보며 내 나라 이 땅을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는 대한민국을 변모시켜 줄 인간다운 인간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영웅이라 불리지만, 결코 영웅이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더 고뇌하고, 남들보다 더 괴로워하며, 남들보다 더 인내하고, 남들보다 더 포기할 줄 아는 신념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새 시대를 열어간 것이었다. 모두가 힘을 합하여 모두를 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그저 꿈으로만 여겨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두가 조금씩 아픔을 나눠가지면서, 조금씩 양보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가꿔 나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진정으로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아닐까...

헛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혹은 구체제 하에 누렸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해서, 빛 바랜 영광에만 집착하여 다가올 새 시대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역사라는 거대하면서도 도도한 물줄기를 끊어보려는 부질없는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에몬 라루나 아서 보르티크, 화라 백작, 비요른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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